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1. 5. 선고 2019가단5130541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주류 수출입업,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08. 6. 13.부터 2015. 12. 18.까지 피고의 사내이사 또는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다.

피고의 정관 제49조 제2항은 '이사의 퇴직금의 지급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다.', 같은 조 제3항은 '전항의 퇴직금은 최소 근로기준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금액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

한편 원고는 2016. 12. 1. 피고 및 피고의 사내이사 C, D, 피고의 주주 E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 설시한다)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가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결의한 적은 없으나, 피고의 주주들이 정관 제49조 제3항에 따라 퇴직하는 임원에게 최소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는 금액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으므로, 원고의 퇴직금이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98,854,81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항변의 요지

원고는 2016. 12. 1. 피고와 사이에, 향후 원·피고의 위임계약과 관련하여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는바,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의서 제1조 C항이 '원·피고 사이의 위임계약과 관련하여 상호 어떠한 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를 의미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문언상 분명한 점, ② 피고는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 계열회사인 F 주식회사를 통해 피고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를 2015. 3. 27.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후, 원고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F 주식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단5313911호)를 제기하는 등 이 사건 합의 당시에는 원·피고 사이에 여러 건의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던 점, ③ 그런데 피고 측(피고, C, D)은 원고 측(원고, E)으로부터 그들이 보유한 피고의 주식을 양도받으면서 위와 같이 진행 중인 사건을 전부 취하하고 상호간에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를 하였는바, 이는 원·피고가 상호간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장차 있을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려는 의도로 한 것이라고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 제1조 C항에 원고의 퇴직금 문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조항에 부제소합의의 대상을 제한하는 취지의 문언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만일 원고의 주장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 소송이 제외되는 것이었다면 피고가 당시 진행 중인 원고에 대한 사건을 모두 취하하는 내용으로 합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가 이 사건 합의 전인 2016. 11. 3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고소사건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는 하였으나, 위 사건 외에도 여러 건의 분쟁이 진행 중이었고 그 종국적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당시로서는 원고가 피고 측에 주식을 넘기면서 피고와의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 원고에게 불리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합의서 제1조 C항의 내용은 원·피고가 위임계약에 관하여 상호간 어떠한 소송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한 것이고, 원고의 퇴직금 역시 부제소합의의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이고, 위와 같은 불공정성을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한 부제소 합의 또한 무효라고 주장한다.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1)항에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궁박, 경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 합의에 기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