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19가합546964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등

1)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신용조사업 및 채권 관리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 산정표’의 ‘근무기간’란 기재 각 해당 기간 동안 피고와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의 영등포, 신대방, 마포, 서부지점의 채권관리부서에서 채권자로부터 위임받은 채권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3)

이 사건 위임계약은 시기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 2018년 사용된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채권 회수업무에 관한 위임계약서

제1조(목적)

본 계약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및 민법 제680조 위임계약에 따라 피고가 채권추심원에게 채권 회수업무를 위임함에 있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위임업무)

채권추심원은 채권회수를 위하여 아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한다.

1.

채무자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2.

변제독촉(전화, 서면, 방문 등) 및 법적절차 진행 의뢰

3.

소멸시효관리를 위한 제반 업무

4.

기타 채권회수활동에 필요한 업무

제4조(위임업무 수행 방법)

1.

채권추심원은 피고의 지휘감독 없이 위임된 업무를 자주적으로 수행한다.

2.

위임업무 수행 시 관련법규 및 금융감독원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

3.

채권 회수 활동 장소는 채권추심원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피고가 제공하는 장소를 이용한다.

제6조(위임수수료 등)

1.

채권 회수업무 완료의 대가인 수수료는 피고가 채권추심원에게 별표의 수수료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단, 수수료율을 변경시 피고는 채권추심원에게 사전통지하고, 변경일로부터 변경된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2.

채권 회수업무 중 발생하는 출장비 등의 비용은 채권추심원이 부담한다.

제7조(위임계약의 해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임계약기간에 불구하고 피고는 채권추심원에게 통지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

채권추심원이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서 금지한 방법으로 채권회수 활동을 한 경우

2.

채권추심원이 금융감독원 등 감독관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3.

채권추심원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기타 사유로 계속하여 활동할 수 없다고 피고가 판단한 경우

나.

원고들의 근무 형태

1)

피고는 5부(경영관리부, 신용조사부, 채권관리부, 영업부, 행복기금부), 2실(정보시스템실, 감사실), 3개의 센터(여신관리센터, 신용회복센터, 카드관리센터), 7개의 지점(영등포1지점, 영등포2지점, 양평동지점, 부산지점, 대구지점, 광주지점, 대전지점)을 두고, 각 지점마다 지점장 및 관리직원들과 일정한 인원의 채권추심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채권추심업무를 진행하였다. 채권의 추심은 대부분 중소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위임받았다

2)

피고는 채권자로부터 추심을 위임받은 채권 중 일부를 이 사건 위임계약을 통해 다시 채권추심원들에게 배정하였다. 피고는 채권자로부터 채권 회수금액에 대한 일정비율을 대가로 지급받는데, 이와 같은 대가의 일정 비율을 다시 채권추심원들에게 보수로 지급하였다.

3)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사무실 내 지정된 좌석을 부여하고 책상, 컴퓨터 등의 사무집기를 제공하였다.

4)

채권추심원들은 피고로부터 부여받은 전산 아이디 등으로 피고의 전산망에 접속하여 채권 관련 신용정보를 조회한 다음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5)

채권추심원들은 채권회수를 위하여 채무자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등 외근이나 출장이 없는 때에는 대체로 피고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피고의 전산망에 로그인을 한 다음 배정된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근하였다.

6)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대체로 피고에 전속하여 채권추심업무 등을 수행하였지만, 일부 채권추심원들은 겸업을 하기도 하였다.

7)

채권추심원들은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제정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한편 피고는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을 뿐, 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13호증, 을 제1 내지 6, 28 내지 3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의 실질적인 측면에서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다양한 근로자성의 표지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갑 제5, 7, 11, 12, 17, 18, 22 내지 25, 31 내지 34호증, 을 제13, 14, 16, 17, 22, 23, 26, 3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

1)

피고가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을 파악하고 집중근무시간을 설정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은 피고가 채권자로부터 지급받을 대가와 직접 연동되어 있으므로, 피고가 채권추심원들을 독려하는 것은 이 사건 위임계약의 성격상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볼 수 있고, 곧바로 근로자성의 표지로 단정할 수 없다.

2)

위와 같은 실적의 독려를 근로자성의 표지로 보기 위해서는, 실적에 따른 제재조치가 이루어짐으로써 사실상 압박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하였을 뿐 개인별 회수 목표 달성률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지급하지 않았고, 채권추심원들에게 추심할 채권을 균등하게 배분하였을 뿐 실적에 따라 채권 배정을 다르게 하지도 않았다. 채권추심원들의 개인별 실적을 정리한 ‘개인별 회수금액 순위‘라는 제목의 문서(갑 제8호증)에 실적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채권추심원에 대하여는 비고란에 그러한 취지가 기재되어 있지만, 그 문서가 관련 실적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채권추심원들에게 공지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을 원고들이 다투지 못하는 이상, 실적 압박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그 밖에 달리 피고가 실적과 관련하여 채권추심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아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거래를 중소기업은행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하는 피고의 특성상,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다른 신용정보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채권의 회수율을 높이도록 채권추심원들을 압박할 만한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법령위반사례(금감원 공문 등)나 관련 법령의 변경 사항 등을 전달하였을 뿐, 채권의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업무의 수행방법, 시간, 장소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한 사실이 없고, 정기적으로 교육, 회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4)

원고들은 피고가 제공한 사무실로 출근하여 지정된 좌석에서 근무하였고, 피고 일부 지점에서 채권추심원들이 ‘채무관계자 방문활동 기록부’라는 명칭의 대장에 출장지, 방문대상자, 예상시간 등을, ‘외출기록부’에 구체적인 용무 및 예상시간을 기재하도록 하여 책임자가 결재를 한 사실도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의 채권추심원이었던 M은 다른 채권추심원들이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

88236)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출퇴근에 특별한 통제는 없었지만 독촉하기 편한 시간인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업무를 수행했다. 채권추심원들 대부분 그와 같은 출퇴근 시간을 지키겠지만, 안 지키는 사람도 있었다. 피고가 채권추심원들의 출퇴근시간을 정하여 근무시간을 통제하지는 않았고 외출 등에 관하여도 불이익을 가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다음과 같은 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전반적으로 엄격하게 근태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

피고의 채권추심원이었던 N는 2009년 9월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몸싸움을 하였고, 이로 인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느라 10일 정도 근무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는데, 이는 통상의 근로관계를 전제할 경우 매우 이례적이다.

나)

피고의 채권추심원이었던 O은 2013. 11. 7.부터 2013. 12. 11.까지 미국으로 여행을 가서 1달 이상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그 사실을 피고에 보고하거나 승인을 얻지 않았다. 다른 채권추심원 P 또한 2019. 7. 12.부터 2019. 8. 9.까지 약 1달간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였다.

5)

원고들은 실제 업무처리 시간의 다과에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회수 실적에 따른 위임수수료만을 지급받았고, 다음과 같이 개인별 또는 시기별로 지급받은 수수료 금액에 비교적 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6)

피고가 업무편의를 위하여 원고들에게 근무장소, 컴퓨터, 전화기 등을 제공한 사실은 있지만, 등․초본발급비용, 교통비, 식사비, 핸드폰 전화비용, 법적조치비용 등의 채권추심업무비용은 제공하지 않았다.

7)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피고는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을 뿐, 이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8)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은 여러 차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4. 5. 선고 2010가합88236 판결,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다20250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다24424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1. 25. 선고 2016나2030676 판결 및 관련 하급심 판결들 등).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인정되는 채권추심원들의 업무 형태는 확정된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넘어 채권추심원들을 새롭게 근로자로 인정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