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사단법인 L(이하 ‘L’이라고만 한다)는 ‘국내외의 지식재산과 관련한 분쟁을 사전에 해결 또는 예방함으로써 경제활동을 보호하여 사회 및 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2014. 9. 16.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피고들은 L의 이사들로, 그중 피고 B가 대표권 있는 이사이고, 피고 B와 F은 부부이다.
L은 초·중·고 미국교과목 온라인 연수과정인 ‘M’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교육프로그램’이라고만 한다)을 국내에 도입하여 운영할 계획을 갖고, 2015. 2. 14. 원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고용계약(employment contract, 이하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고만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라 L과 이 사건 교육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 사이의 계약 체결을 위한 작업 등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이 L의 목적 범위를 벗어난다는 부정적 평가가 제기되고 학생 모집에도 차질을 빚자, L은 이 사건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을 포기하였고, 원고에게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취득 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L에 대하여는 2015. 3. 1.부터 2018. 2. 28.까지의 미지급 보수 9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피고 B에 대하여는 ‘L이 단순히 자금난으로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인 원고의 열악한 상황을 악용하여 차별적 처우를 가한 인권 침해적 사안으로, 이에 원고가 항의 하자 L의 대표자인 피고 B가 이 사건 고용계약 자체를 부인하면서 보수 지급 거부의사를 통보하는 등 피고 B의 기망의 고의가 명백한바, 이러한 피고 B의 악의적인 보수 미지급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86120호).
제1심법원은 2018. 11. 22. 원고의 L에 대한 청구는 대부분 인용하고(지연손해금 부분 일부 기각),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가 외국인 근로자인 원고의 열악한 상황을 악용하여 악의적으로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 중 피고 B에 관한 부분은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2018. 12. 20.경 그대로 확정되었고, L에 관한 부분은 L이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어(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9나486), 2019. 6. 8. 확정되었다.
또한 원고는 L을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9. 6. 27. 인용판결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소1394415호), 위 판결은 2019. 7. 19.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원고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L과 피고 B를 임금 및 퇴직금 체불로 신고하였다. 이에 L과 피고 B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어(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단4273호), 2021. 5. 26. 피고 B는 징역 10월, L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 B와 L이 항소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노1372호).
[인정 근거] 다툼이 없거나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3, 6, 7, 8, 11, 21, 27, 28, 29, 4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청구의 요지
L의 운영자인 피고 B, F(이하 ‘피고 부부’라고만 한다)는, 외국인 근로자인 원고의 열악한 상황을 악용하고 L의 법인격을 남용하여 악의적으로 원고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른 건강보험도 제공하지 않았다. 피고 부부의 위와 같은 행태는 고의적인 계약위반(breach of contract), 사기(fraud), 허위진술(misrepresentation),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discrimination), 적대적인 근무환경 조장(hostile environment)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부부에 대하여, 고의적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한다.
L의 등기이사인 나머지 피고들은, 피고 부부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묵인 내지 방조하였다. 이는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피고들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있고, 위 피고들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부부와 공동책임을 진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청구취지 기재 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단
피고 B, F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기초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B가 대표자로 있는 L이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 이 사건 고용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2015. 3. 1. ~ 2018. 2. 28.) 동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선행판결에서 원고의 L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이 이미 인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가 위 선행판결에 기초하여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을 강제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강제집행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선행판결 확정 이후 원고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원고에 대한 별도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2015. 2. 14. 이 사건 고용계약 체결 당시 이미 원고와 같은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1> 근로자인 경우 직장가입자가, 근로자가 아닌 경우 지역가입자가 될 뿐이다. 따라서 L이 원고에 대하여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L이나 피고 부부가 외국인인 원고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 부부가 L의 법인격을 남용하여 계약을 위반하고, 외국인 근로자인 원고의 열악한 상황을 악용하여 차별적 처우를 가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부부가 원고가 주장하는 사기, 허위진술, 적대적인 근무환경 조장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원고는 피고 부부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들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을 근거로 피고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는 없다. 달리 대한민국의 법질서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허용된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
원고의 피고 B, F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원고는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부부와의 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피고 부부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나머지 피고들이 피고 부부의 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함으로써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원고가 위 피고들에 대하여 L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위 피고들이 L이 아닌 원고에 대하여 직접 위와 같은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박수진 현재언
각주1) 구 국민건강보험법(2016. 3. 22. 법률 제140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2항,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015. 6. 30. 대통령령 제263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현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9조에서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자격부과에 관한 핵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