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2019. 4. 10.부터 피고가 인천 계양구에 있는 C획지에서 수행하던 주식회사 D 신사옥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현장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9. 4. 29. 원고에게 원고를 이 사건 공사 감리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을 수여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설계자이자 공사감리자인 E건축사사무소와 2019. 4. 11.부터 2019. 7. 25.까지 월 급여 330만 원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상주감리'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의 2019. 4. 10.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2019. 7. 22. 이 사건 공사의 "건축 시공 관련 공무, 공사, 대관 업무"를 피고 직원 F에게 인계한다는 내용의 '업무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그 이후부터 이 사건 공사 등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6, 9, 10,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여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와 함께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이다. E건축사사무소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지만, 이는 별 생각 없이 E건축사사무소 직원이 가져온 문서에 형식적으로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원,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는 불법적으로 원고를 파견받은 것이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따라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대표이사 G는 2019. 7. 12. 원고에게 인테리어 업체에 대한 이른바 '공사금액 후려치기'를 지시하였는데, 원고가 이를 거절하자 2019. 7. 21. 직원을 시켜 원고의 컴퓨터와 USB를 탈취한 후 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는 이 사건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피고가 원고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자행한 해고라고 보아야 한다. 그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도 있으므로 무효이다.
피고는 원고의 경력을 감안하여 현장소장 업무에 대한 급여로 월 800만 원을 약속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① 2019. 7. 21.자 해고의 무효 확인, ② 2019. 4. 10.부터 2019. 11. 9.까지 7개월 동안의 임금 상당액 5,6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③ 2019. 11. 10.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월 8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피고는 현장대리인 채용공고를 내고 2019. 4. 6. 원고와 면접을 실시한 사실이 있지만, 원고를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았고 E건축사사무소 하여금 원고를 이 사건 공사의 현장 감리자로 채용하도록 소개하였을 뿐이다. 다만 피고는 원고에게 대표이사인 G가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필요한 경우 G의 업무를 보조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안전관리일지를 작성하는 등 일부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있다. 나머지 원고가 현장소장으로 표기된 문서들은 임의로 만들어낸 문서에 불과하다.
원고는 도장 공종 중 일부에 대하여 발주서를 작성하면서 공사금액을 실제 금액보다 약 10배 부풀린 5,200만 원이라고 허위로 보고하였고, 700만 원에 수행할 수 있는 공사를 본인이 선정한 신규업체에게 1,530만 원에 맡기는 품의를 하기도 하였다. 피고가 원고의 횡령 의도를 의심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원고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면서 연락 없이 잠적하였을 뿐이고, 피고는 원고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
판단
원고가 수행한 이 사건 공사 관련 업무에 대한 임금 지급 청구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 갑 제3 내지 5, 7, 8, 11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9. 4. 10.부터 2019. 7. 21.까지 피고와 합의 하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각종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원고는 피고의 모집 공고를 본 후 2019. 4. 4. 피고의 임원에게 경력증명서와 이력서를 보내고 2019. 4. 6. 피고의 대표이사와 면접을 실시하였다. 피고의 임원은 2019. 4. 8.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 약도를 보내주고 다음 날 현장을 소개하였으며, 피고의 대표이사는 2019. 4. 29. 단체 대화방에 원고를 "한식구될"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월례회의 때 정식으로 상견례를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는 원고를 채용하지 않았고 다만 E건축사사무소의 감리원으로 소개하였을 뿐이라는 피고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 관련 회의나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안전교육에 피고 측 관리책임자로 참석하고 그 사실을 피고 대표이사에게 문자로 보고하였다. 아울러 인테리어 관련 견적서, 품의서, 기성청구서, 공사 준공기한 연기원 등 피고의 각종 문서도 작성하였다.
피고의 직원은 원고를 "단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원고에게 급여 계좌번호나 직원 단체보험 가입에 필요한 정보, 회사 지명원 등록을 위한 기술사 수첩 제출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E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원고에게 지급된 월 330만 원 외에 피고가 별도로 임금 8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현장소장으로 표시된 문서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원고가 작성한 문서로 특별히 피고 내부에서 결재가 이루어진 것이 없고, 위 1) 나)항에서 본 문서와 달리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나 임원과 문자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서 그 문서의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전송한 것도 확인되지 않는다. 갑 제16호증의 기재 및 이 법원의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 결과에 따르면, 피고가 이 사건 공사의 '현장 배치 건설기술자'로 신고한 사람은 대표이사인 G이고, 원고가 제출한 문서 중에 현장소장이 'H'이라고 기재된 것(갑 제7호증의 4 조퇴신청서)도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피고 측 사람이다. 감리 업무란 제3자의 입장에서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관리·감독하는 것인데,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원고가 실제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E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지급받은 월 330만 원 외에 별도로 임금을 지급할 정도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갑 제13호증)에는 피고가 자신을 현장관리소장으로 임명하고 월 800만 원의 급여를 약속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원고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 그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시가 2019. 8. 12. 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날짜와 같음이 기록상 분명하므로,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원고가 800만 원이 적정한 임금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든 원고의 기술자수첩과 I협회, J협회의 노임단가(갑 제18 내지 20호증)는 이 사건에서 별도의 임금 약정을 인정할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그 외에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
해고무효 확인 및 부당해고 이후의 임금 지급 청구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와 면접을 실시한 다음 피고와 합의 하에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였으므로, 피고에 채용된 근로자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해고란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20712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앞서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2019. 7. 21. 일방적으로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에게 컴퓨터와 USB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지만 2019. 7. 20. 무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컴퓨터와 USB를 탈취한 후 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되기 부족하고, 피고 직원이 2019. 7. 20. 원고에게 "안녕하세요~ 단장님이 쓰시던 노트북에서 급하게 작업할 게 있는데 비밀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측에서 원고의 컴퓨터와 USB를 탈취해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해고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원고가 2019. 8. 12. 피고의 대표이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피고 측에서 2019. 7. 21. 원고의 업무용 노트북과 개인정보가 저장된 USB를 탈취해 갔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지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날짜에 전송된 그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의 대표이사가 2019. 7. 21. 원고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원고는 '내일 출근해서 지금껏 진행한 업무를 인계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다음 날인 2019. 7. 22. 기초 사실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업무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 피고는 '원고의 횡령 의도를 의심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원고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면서 연락 없이 잠적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앞서 본 원고와 피고의 직원 또는 대표이사 사이의 대화 내용 등에서 추단되는 정황은 원고보다는 피고의 주장에 더 부합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스스로 그만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