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B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2019고합366호)은 무죄.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고합845,2019
판결선고
2019. 11. 20.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
판결
범죄사실
『2018고합845』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8. 5. 4.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2018. 5. 12.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2015. 10. 20. 범행
피고인은 2015. 10. 20.경 성남시 분당구 D건물 4층 E호에 있는 C 사무실에서, 피해자 F에게 "C는 지역 민영방송에 방송장비를 납품하고 있는데, 회사 부채는 조금 있지만 개인부채는 전혀 없고, 월 매출이 8억 원 이상이다. 새로운 전기사업을 시작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니, 5억 원을 빌려주면 연 17%의 이자를 지급하고, 차용금은 2016. 3.31.까지 갚아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그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던 C가 금융기관에 약 20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손실금이 20억 원에 달하여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달리 피고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도 없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 리더라도 단기간 내에 회사 운영을 정상화시켜 차용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현금으로 2억 7,600만 원을 교부받고, 피고인 명의의 G은행 계좌(H)로 2억 2,400만 원을 송금받아 합계 5억 원을 편취하였다.
2015. 12. 16. 범행
피고인은 2015. 12. 16.경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I' 식당에서, J을 통해 피해자 F에게 "전기사업을 하려면 면허증 있는 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에 맞는 K 주식회사(이하 'K'이라 한다)를 인수하려고 한다. 인수대금 3억 원을 빌려주면 기존에 빌린 5억 원과 함께 돈을 변제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현금으로 2,800만 원을 교부받고, 피고인 명의의 위 G은행 계좌로 2억 원을 송금받아 합계 2억 2,800만 원을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L의 법정진술
제1회 공판조서 중 증인 F의 진술기재,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J의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수사보고(통장 거래내역서 첨부)
이체확인증, 각 약속어음 공정증서 사본, 각 거래내역조회, 각 법인등기부등본, 매출 현금 계획표, 각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부가가치세증명원, 각 통장거래내역서, 지 출내역, ㈜C 대차대조표(14~17년)
판시 전과 : 범죄경력조회, 수사보고(피의자 판결문, 불기소 결정문 등 첨부), 판결문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제1항(포괄하여)
경합범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해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회사사정 및 전망, 상환 방법및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한 것은 피고인이 아니라 J이었다. 피고인은 J과 피해자 사이에 자금 차용에 관한 논의가 끝난 뒤 2015. 10. 20. 피해자를 처음 만나 C 및 피고인의 부채 상황 등에 관하여 사실대로 말을 하였고, 2015. 12. 16.에는 피해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L, J과 함께 C의 2015년 회계연도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증대된 매출액을 토대로 2016년에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으로써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돈(이하 '이 사건 차용금'이라 한다)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J 등이 C의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C의 경영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이 사건 차용금을 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9669 판결 등 참조). 2)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이다.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1214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04년경 방송장비 도소매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C를 설립하고 그 무렵부터 C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C는 동축케이블 등의 장비를 거래처로부터 납품받아 M, N와 같은 케이블TV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증거기록264, 265, 276쪽).
피고인은 2013년경 주식회사 O(이하 'O'이라 한다)에 투자를 하였다가 2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고, 그 여파로 C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증거기록106, 276쪽). 이에 피고인은 회사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2015. 7.경 회계실사를 받게 되었는데, 당시 실사를 담당하였던 P 회계사는 '현재 상태로는 회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회사를 계속 유지하려면 월 매출을 1억 원 이상 증대시키고(주매출처인 M에서의 매출을 월 4억 원 가량에서 월 5억 원 이상으로 증대시키고), 당장 현금 5~6억 원 정도가 추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증거기록 106, 277쪽).
이에 피고인은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J, L을 채용하여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기로 하고, J은 새로운 사업 영역인 전기공사업을, L은 M를 상대로 매출증대를 위한 업무를 담당하기로 하였다(J 증인신문 녹취서 2, 3쪽, L 증인신문 녹취서 1쪽). J은 이에 따라 2015. 8.경부터 C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당시 J은 피고인에게 전기공사업을 통해 2015년말까지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2016년에는 100억 원 가까이 매출을 창출할 계획임을 보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L 증인신문 녹취서 6~8쪽, J 증인신문 녹취서 22쪽, 피고인의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1호증의 1 내지 4, 증거기록 113,278쪽). J의 위 계획에 따라 피고인은 2015. 12. 23.경 전기공사업 관련 면허가 있는 K을 인수하였고(증거기록 208, 268, 269쪽), J은 전기공사 수주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였
다(J 증인신문 녹취서 21, 22쪽).
한편 피고인은 J에게 사업 운영자금을 조달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J은 오랜 친구인 피해자에게 자금 대여를 요청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2015. 10. 20. C 사무실에서 피고인을 처음 만나 5억 원을 대여하였고, 2015. 12.16. J을 통해 피고인으로부터 추가 자금 대여를 요청받고 2억 2,800만 원을 대여하였으며, 2016. 4. 7.경에도 피고인에게 1억 원을 추가로 대여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015. 11. 2.부터 2016. 4. 11.까지 약정이자 명목으로 47,313,302원을 지급하였으나, 이후 원금 및 약정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2016. 8. 29. 피해자와 원금 및 약정이자를 포함하여 936,000,000원을 2017. 3. 31.까지 변제하기로 약정하고, 같은 내용의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피해자에게 교부하였다(증거기록 29~34, 472쪽,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4, 16쪽).
J은 당초 계획과 달리 전기공사를 1건도 수주하지 못하였고(J 증인신문 녹취서25쪽), L 역시 매출을 증대시키지 못함에 따라(L 증인신문 녹취서 12쪽), C의 경영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차용금을 비롯하여 거래처에 대한 물품대금, C 직원들의 급여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채 2017. 8. 31. 잠적하였고, 이후 C는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렀다(증거기록 276, 432, 433쪽).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기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차용할 각 시점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직접 또는 J을 통하여 C의 재무상태 및 변제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지급받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출금의 상환방법에 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15. 10. 20.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에게 "전기공사업을 통해 새롭게 매출을 창출하여 C가 연매출 130억 원(1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면, 증대된 매출액을 토대로 2016년 전반기에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10억 원 정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위와 같이 대출을 받으면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주장한다(증거기록 107, 282쪽).
그러나 2015. 10. 20.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J은 이 법정에서 '2015. 10. 20. 당시에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갚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대출 이야기는 2016. 4.경 1억 원을 추가로 빌릴 때 나온 이야기다'라고 진술하였고(J 증인신문 녹취서 12, 13, 23쪽), 피해자 역시 이 법정에서 '2015. 10. 20. 피고인이 대출을 받아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출 이야기는 나중에 변제를 독촉하는 과정에서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 피고인이 대출을 받아서 돈을 준다고 했으면 돈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5쪽).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별한 담보도 없이 거액의 돈을 빌려주면서 그 가능성도 불확실한 전기공사업의 매출 증대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 성사 여부에 따라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받기로 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전기공사업을 하는데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해서 빌리는 것이고 현재 월 매출이 8억 원 정도 되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하여 돈을 빌려주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아 약정된 변제기까지 돈을 갚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증거기록 207쪽,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34쪽)이 더 수긍이 간다. 특히 피고인 및 C는 2015. 10. 20. 피해자에게 액면금 합계 5억 원, 지급기일 2016. 3. 31.로 된 약속어음을 발행해주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변제방법 및 시기에 관하여 특별한 조건을 붙이지 않은 채 2016. 3. 31.까지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C의 재무상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J으로부터 자금대여 요청을 받고 피고인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 위해 2015. 10. 20. 피고인을 직접 만났다. 피고인은 "한 달에 거의 8억 원 정도의 매출이 있고, M와 같은 대형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대금결제를 받고 있다. 회사 부채는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고 개인 부채는 없다"고 설명하였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2~4쪽). J 역시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회사의 월 매출이 상당한 수준이므로 변제기를 짧게 정하여도 변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J 증인신문 녹취서 11쪽).
그러나 C는 2015. 7.경 회계실사를 통해 '월 매출이 1억 원 이상 증가되고 당장 현금 5~6억 원 정도가 추가 투입되지 않으면 회사의 존속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상태였다.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다른 사업에 20억 원 정도 투자하였다가 손실을 보아 2015. 7.경 회사를 접으려고 하였다'(증거기록 106쪽)고 진술하였을 정도로 C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재무상태는 2015. 10. 20.경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C의 2015. 12. 31. 기준 표준대차대조표(증거기록 456쪽)에 의하면, C는 자산총계가 5,486,865,777원, 부채총계가 3,807,389,732원, 자본총계가 1,679,476,045원이었
는데, 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예금 등과 같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의 비중은 적고, 현금화가 불확실한 자산의 비중이 큰 반면, 외상매입금의 규모가 크고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는 약 20억 원에 달하여 현금유동성이 악화되어 있던 상태로 보인다.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매출은 발생하였지만 현금 유동화가 되지 않아 회사를 접으려고 한 것이다. 거래처에서 대금을 결제받더라도 다른 거래처에 바로 결제를 해주었으므로 여유 자금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8, 140, 141쪽). 즉, C는 2015. 10. 20. 무렵 거래처로부터 고정적인 월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이기는 하였으나, 그와 같은 매출은 모두 다른 거래처에 대한 외상매입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사용되었으므로, C의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C가 당시 올리고 있던 월 매출로는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회사가 어려워 대출을 받지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는 이 사건 차용금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7, 284쪽).
이처럼 C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었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고정적인 월 매출이 있으므로 단기간으로 변제기를 정하더라도 변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는바, 피해자는 이러한 피고인의 말을 믿고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빌려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대여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M 등 대형업체에서 매월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 으로 보이므로, C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매출만으로는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대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국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를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당시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거나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15. 12. 16.에는 피해자를 만난 사실이 없으므로 2015. 12. 16.에 빌린 차용금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J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전기공사업 관련 면허가있는 K을 인수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을 융통할 수 있냐"고 말하여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다시 추가 자금을 빌리겠다고 말하고 돈을 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J 증인신문 녹취서 15쪽), J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8쪽). 이에 피해자는 2015. 10. 20. 대여한 차용금 5억 원과 함께 2015. 12. 16. 대여한 차용금 2억 2,800만 원을 2016. 3.31.까지 변제받기로 약정하였는바, 이처럼 위 각 차용금의 변제시기가 2016. 3. 31.로 동일한 점, 피고인이 단기간에 피해자로부터 전기공사업에 필요한 자금이라는 동일한 명목으로 이 사건 차용금을 빌리게 된 점, C의 재무상태는 2015. 12. 16. 무렵에도2015. 10. 20. 무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역시 J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추가 자금을 빌린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5. 12. 16. 피해자를 직접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2015. 12. 16.에도 J을 통해 2015. 10. 20.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범의로 피해자에게 C의 재무상태 등을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빌린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C의 매출 규모
C의 2015년 매출액은 67억 원 규모였으나(증거기록 457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C의 연 매출이 80~100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전기공사업에서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예상 매출을 포함하여 매출 규모를 설명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283쪽).
그런데 피해자는 C가 기존의 사업으로 이미 발생하고 있는 매출이 연 80~10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이고(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3~5쪽), J 역시 이 법정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J 증인신문 녹취서 4, 33, 34쪽).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C의 매출 규모를 과장함으로써 C의 변제자력에 관해서도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차용금의 용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차용금의 용도에 관하여 '2015. 10. 20. 피해자에게 "새로운 전기공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일시 자금이 부족하니 5억 원을 빌려달라"고 말하였고, 2015. 12. 16.에는 J을 통해 "K을 인수할 자금 3억 원을 빌려주면 기존에 빌린 5억 원과 함께 변제하겠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74, 275, 281쪽). 피해자 역시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2015. 10. 20. 빌려준 5억 원은 전기사업을 위한 준비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고, 2015. 12. 16. 빌려준 2억 2,800만 원은 K을 인수하는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의 기존 사업인 통신장비 납품업은 현금흐름이 좋은 상태라고 들었고, 다만 전기공사업과 관련해서 새롭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여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6, 33쪽). 그런데 피고인은 2015. 10. 20.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지급받자마자 그 돈 대부분을 거래처 결제대금 지급, 세금 납부, 차입금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하였고, 2015.12. 16.에도 피해자로부터 2억 2,8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바로 그 돈 대부분을 거래처
결제대금 지급, 세금 납부, 직원 급여 등의 용도로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39, 140,145~203쪽). C가 실제로 전기공사업을 추진하였고, C의 법인 자금으로 전기공사업과 관련하여 소요되는 여러 비용이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작성하여 제출한 전기공사업 관련 지출내역(증거기록 317~318쪽)에 의하더라도 전기공사업과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은 399,129,910원으로 이 사건 차용금의 액수에 미치지 못하고, 그마저도 이 사건 차용금에 대한 이자비용 3,500만 원 정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기존 통신장비 납품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2015년 2분기 부가세 17,823,740원, 케이블 결제대금(미수금) 18,597,800원을 비롯하여 그 구체적인 사용처를 파악하기 어려운 다수의 내역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전기공사업을 위하여 필요하였던 자금 및 지출된 자금은 이 사건 차용금의 액수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지출내역에 의하더라도 K 인수비용은 135,700,000원('인수계약금'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금액 970만 원을 합하면 145,400,000원이고, 회사 인수 시 필요한 제반 비용들을 고려하더라도 1억 5,000만 원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이므로, 피고인이 K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고 말하였던 3억 원이나 그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실제로 빌린 돈인 2억 2,800만 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말한 것과 달리 이 사건 차용금 중 상당 부분을 전기공사업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사건 차용금이 입금되자마자 거래처에 대한 외상매입금 채무나 제3자로부터 빌린 차용금 채무, 밀린 세금 등의 지급을 위해 사용하였으며, 피해자로부터 빌린 이 사건 차용금으로 피해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08, 139, 140쪽). 이에 대해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차용금이 전기공사업의 추진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 지출될 것을 알았다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7, 10쪽).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차용금의 진정한 용도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였고, 피해자는 이에 속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빌려주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C의 매출 증대 및 대출의 가능성
피고인 및 변호인은 'J이 계획대로 전기공사업을 통해 C의 2015년 회계연도의 매출을 증대시켰다면 2016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 사건 차용금을 상환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인은 전기공사업을 통해 C의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J을 채용하였고, J은 실제 피고인에게 전기공사업을 통해 2015년말까지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2016년에는 100억 원 가까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였으며, 실제 전기공사의 수주를 위해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빌린 시점인 2015. 10. 20 및 2015. 12. 16.은 이미 2015년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시점이었고, C는 이제 막 전기공사업을 시작한 상태였다. 또한 C는 전기공사업 관련 면허를 갖고 있지 않아 전기공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전기공사업 관련 면허를 가진 K을 인수하게 되었는데, 그 인수 시점 역시 2015. 12. 23.이었으므로, C가 K을 인수하여 2015년 회계연도의 매출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매출을 증대시키겠다는 J의 말을 믿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주장하나, 당시 C가 전기공사업을 수주하였다거나 전기공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 자료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 및 변호인이 C의 2016년 사업계획서(증 제1호증의 1 내지 4, 증 제12호증의 1, 2) 및 매출 현금 계획표(증거기록 113쪽) 등을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J이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당시 피고인, J과 함께 C의 매출 증대에 관하여 논의를 함께 하였던 L 역시 이 법정에서 'J이 말하는 매출 계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하였다(L 증인신문 녹취서 6, 8쪽). 또한 피고인 및 변호인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금융기관 대출을 위한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주겠다는 구두 언질을 받은 상태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및 변호인은 신용보증기금에 제출하기 위하여 작성하였다고 하는 회사 설명자료(증 제3호증)를 제출하였을 뿐, 위와 같은 점을 뒷받침할 만 한 객관적인 자료는 제출하지 못하였다. 설령 C가 전기공사업을 통해 매출을 일부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당시 C의 재무상태, 영업이익 등을 고려하면 매출이 일부 증가하였다는 것만으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C는 전기공사를 1건도 수주하지 못하였고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지도 못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빌릴 당시 C의 2015년 회계연도의 매출을 증대시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피고인 역시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이후의 사정
피고인은 이 사건 차용금으로 C의 다른 채무를 변제하였고, 이 사건 차용금의 변제기가 도과한 이후에도 그 변제를 계속하여 미루었으며, 2017. 8.경 C의 영업을 중단할 시점에도 이 사건 차용금은 전혀 변제하지 않은 채 C의 다른 채무를 우선적으로 변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범행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차용금 차용 당시에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용금을 변제하고자 하는 확정적인 의사가 없었음을 추단케 하는 사정이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6월 ~ 15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년 6월 ~ 4년
선고형의 결정 : 징역 1년 6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회사의 재정상황이나 부채규모를 숨긴 채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을 과장하여 피해자로부터 7억 2,8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그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회사의 남은 재산을 다른 채권자에게 이전하여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어렵게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현재까지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차용금을 대부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C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을 통해 약 4억
5,000만 원 상당의 차용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다른 종류의 범행으로 벌금형을 3회 선고받은 이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판시 범죄전력 기재 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를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방법, 범행 후 정황, 편취액의 규모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피해자 F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2018고합845호)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4. 7.경 C 사무실에서, 피해자 F에게 "전기사업을 위해 K을 인수하는 데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돈을 빌려주면 지금까지 빌려준 돈과 합하여 2016. 8. 30.까지 모두 변제하겠다"라고 말하였으나, 사실 피고인이 운영하던 C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단기간 내에 회사 운영을 정상화시켜 차용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현금으로 6,400만 원을 교부받고, 피고인 명의의 G은행 계좌로 3,600만 원을 송금받아 합계 1억 원을 편취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2016. 4.경에는 이미 K을 인수한 후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원을 차용할 이유가 없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2016. 4. 7. 피고인이 K을 인수하는 데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여 1억 원을 빌려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는 하였으나(증거기록 80쪽), 이 법정에서는 '거래처에 지급할 선급금으로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여 1억 원을 빌려주게 되었다. 경찰에서는 잘못 진술한 것 같다. 2016. 4. 7. 자금은 R 인수자금이 아니다'라고 진술하였고(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2, 13쪽), J 역시 이 법정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J 증인신문 녹취서 27, 49쪽). 또한 C가 2015. 12. 23. 이미 K을 인수한 상태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K을 인수하는 데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기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J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2016. 4. 7. 차용한 1억 원은 자신의 처가에서 빌려오는 것으로 이야기하였고, 피해자에게서 빌려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J 증인신문 녹취서 27, 50쪽). 또한 피고인은 2015. 10. 20.과 2015. 12. 16.과
달리 2016. 4. 7.에는 J의 처인 S으로부터 3,600만 원을 송금받았다(나머지 6,400만 원은 J으로부터 현금으로 교부받았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차용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J이 주체가 되어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고 생각했을 뿐 자신이 직접 이 부분 1억 원을 차용한다는 인식도 희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J이 자신의 처의 계좌를 이용하여 차용금 중 일부를 송금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J은 자신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여 자신이 C에 1억 원을 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는 2015. 10. 20.과 2015. 12. 16. 피고인에게 7억 2,800만 원을 대여한 이후 약정된 변제기인 2016. 3. 31.까지 위 7억 2,800만 원을 변제받지 못하였음에도 2016. 4. 7. 피고인에게 다시 1억 원을 추가로 대여하였다. 또한 위와 같이 7억 2,800만 원을 빌려준 이후 4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나 1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이유나 당시 회사의 재무상태에 관해서도 추가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기존에 하였던 말을 믿고 1억 원을 추가로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인 J을 신뢰하여 1억 원을 빌려준 것 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로 공소제기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피해자 B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2019고합366호)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C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은 2017. 4.경 위 C 사무실에서 케이블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피해자 B에게'케이블 등을 기존과 같이 계속 납품해 주면 그 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해 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2013.경 O에 20억 원을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했고, 금융기관 및 개인에게 약 20억 원 이상의 채무가 있었으며, 2015년경 F으로부터 빌린 8억 2,800만원을 변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직원들의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케이블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약속한 날에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4.경부터 2017. 8.경까지 합계 1,232,495,484원 상당의 케이블을 납품받았으나, 그 대금 중 1,062,062,784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C는 회사 형편이 어려움에도 T 주식회사(이하 'T'이라 한다)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T에 대한 대금결제를 차질 없이 진행하여 왔는바, 피고인이 물품대금을 편취할 의사로 T으로부터 동축케이블 등의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을 납품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인은 2017. 4.경 이후로도 T과 종전과 같은 거래관계를 유지하였을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T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도7481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T은 동축케이블 및 전선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서, 10여 년 전부터 C에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고 C로부터 물품대금을 지급받는 물품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C와T은 당초 물품 납품 후 70일까지 물품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실제로는 물품을 납품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90일) 후까지 대금을 결제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U 증인신문 녹취서 2쪽).
앞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피고인 및 C는 2013년경 이후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고(피고인이 2013년경 O에 투자를 하였다가 2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고, 그 여파로 C는 그 이후로 재무상태가 악화된 사실, 당시 C의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가 20억 원에 달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2015. 10. 20.부터 2016. 4. 7.까지 F으로부터 8억 2,800만 원을 차용하였다가 변제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2017. 8. 31.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렀다.
C와 T 사이의 2017년 물품거래에 따른 물품대금, 결제금액, 미수금액은 다음과 같다(증거기록 1권 207쪽).
구체적 판단
C는 2013년경 이후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이 사건 당시에도 2015년 F으로부터 차용한 돈을 변제하지 못하였으며, 외부 차입금으로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등 당시 C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2017. 4.경부터 2017. 8.경까지 T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을 당시 그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기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 없이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T의 대표이사 B의 법정에서의 진술, T에서 C와의 거래를 담당하였던 직원인 U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T에서 정리하여 제출한 C와의 거래내역 및 미수금 정리내역 등이 있다. 그 밖에 검사는 2013년 이후 C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먼저 2013년 이후 C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는 사정이 피고인에게 편취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C는 2013년 이후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이후에도, 또한 2015년 금융기관에 20억 원에 달하는 채무와 F에게 8억 2,8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T과 적어도 2017.4. 무렵까지는 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2017. 4.경 이후에도 대금결제가 다소 지체되기는 하였으나 종전과 같은 방식의 거래관계를 유지하였다. 앞서 관련 법리 부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계속적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각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피고인이 2017. 4.경에 이르러 기존의 거래와 달리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 없이 T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았음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C의 재무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었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2013년 이후 C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검사는 C가 2017년 4월분 이후의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그 물품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채무불이행이라는 결과에 의하여 사기죄의 성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C는 T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아 M와 같은 대형업체에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는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여 왔는바, T은 C의 중요한 거래처였고, 피고인이 C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T과의 거래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인은 C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T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고자 자신의 개인 자금이나 F으로부터 차용한 돈까지 T에 대한 결제대금으로 사용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이 T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C의 영업을 중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는데, 피고인이 2017. 4.경 이후 종전과 달리 T과의 거래를 중단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C와 T 사이의 거래내역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2017. 4.경 이후 T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C의 영업을 중단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C는 2017. 4.에도 2017년 1월분 물품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하였고, 2017. 5. 이후로는 대금지급이 조금씩 지체되어 2017년 2월분 물품대금은 2017. 6.12.(12일 지체), 2017년 3월분 물품대금은 2017. 8. 1.(32일 지체)에야 결제를 완료하기는 하였으나, 2017. 8.까지도 2017년 4월분 물품대금 중 상당 부분(210,571,284원 중 170,432,700원)을 결제하는 등 T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
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7. 4. 이후의 물품대금 규모는 종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없고, 위와 같이 대금 지급이 지체되기는 하였지만 결제가 꾸준히 이루어진 결과 미수금액 역시 2017. 3. 말경 804,714,262원에서 거래가 종료된 2017. 8. 말경1,062,062,784원으로 한 달분 물품대금 만큼의 미수금액이 증가하였을 뿐(이는 2017년 2월분 및 3월분 물품대금 지급이 지체된 결과로 보인다), 전체 거래규모에 비하여 미수금액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다.
T의 대표이사인 B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의 관계는 굉장히 좋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B 증인신문 녹취서 3쪽), T에서 C와의 거래를 담당하였던 직원인 U은 '피고인이 2017. 4.경부터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 없이 물품을 편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출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17. 4.이고, 실질적으로는 2017. 7.부터 그 대금이 들어오는 것인데, 그 이전에 불규칙적으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상황과는 다르다고 판단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U 증인신문 녹취서 14쪽), T은 적어도 2017. 7. 말경 이전까지는 C와의 거래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다만 2017년 4월분 물품대금부터 결제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 4.경부터의 물품대금 상당액을 피고인이 편취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한편 T은 2017. 7.말경 C의 물품대금 지급이 지체되자 2017. 8.부터는 출고를 보류하고 C가 지급하는 미수대금의 범위 내에서만 물품을 공급하였다(U 증인신문 녹취서 4쪽). 실제 2017년 8월분 물품대금은 166,548,800원인데, C가 2017. 8.에 결제한 대금은 172,200,000원이고, 미수금액 역시 2017. 7. 말경 1,067,713,984원에서 2017. 8.말경 1,062,062,784원으로 오히려 감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C가 2017. 8.말경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면, 2017. 8.에 들어서는 C의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C가 2017. 8. 공급받은 물품의 대금보다 더 많은 대금을 결제한 것을 고려하면, 2017. 8.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물품대금 상당액을 편취할 의사로 T으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권희(재판장) 송현직 박태수
각주1)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얻은 사실관계에 따라 공소사실을 일부 수정하였다.
각주2) 공소장에는 '2015. 12. 13.경'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15. 12. 16.경'의 단순 오기로 보이므로(증거기록 27쪽), 피고인 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공소장 변경 절차 없이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일부 수정하였다.
각주3) 다만, 당시 실사보고서 등의 정식 문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현재 위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문건이나 자료 등이 남아 있지는 않다(피고인의 변호인이 제출한 2019. 3. 12.자 참고자료).
각주4) 다만, 5억 원 중 299,460,000원에 대해서는 수취인을 J으로 기재한 약속어음이 발행되었는데, 이에 대해 피해자는 이 법정에 서 '취직한 지 얼마되지 않은J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J의 이름을 빌렸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3쪽).
각주5) 피해자는 피고인이 월 8억 원 정도의 매출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진술한 연 매출 80~100억 원 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월 8억 원 정도가 되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각주6) 이 사건 범행은 판시 범죄전력 기재 범행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아래의 양 형기준을 참고한다.
각주7) 피해자는 이 사건 법정에서 'C가 거래처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에 대한 추심절차에서 약 1억 2,000만 원을 회수하였다'고 진 술하였고(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7, 18쪽), 피해자가 이 사건 차용금의 보전을 위하여 피고인의 처 Q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 행위취소소송에서 승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 Q로부터 334,812,354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의 변호인이 제출한 2019. 6. 7.자 변론요지서에 첨부된 2019. 5. 8.자 합의서). 피고인은 J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J과 사이에 J이 이 사건 차용금 중 3,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변제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3,000만 원도 모두 변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피해자가 위 채무인수약정을 승낙하지는 않았고 J으로부터 위 3,000만 원을 모두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지도 않 으므로(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15, 16쪽), 피해자가 3,000만 원을 변제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각주8) 그 밖에 이 부분 차용금에 대해서도 앞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 다.
각주9) 공소장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가 T의 대표이사인 B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C와 물품거래계약을 맺은 주체는 T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의 피해자를 T으로 본다.
각주10) C는 2017. 3.까지 2016년도 물품대금의 지급을 완료하였는데, 해당 결제금액은 2017년 물품거래 내역과는 무관하므로 따로 기재하지는 않는다.
각주11) 2017년 물품대금의 미수대금에 한정하여 본다.
각주12) 앞서 본 것과 같이 T은 물품 납품 후 90일까지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T이 제출한 미수 정리내역(증거기록 1권 207쪽) 에 의하면, T은 C가 2017년 1월분 물품대금을 2017. 4. 말에 지급한 것을 '정상입금'이라고 기재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