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10. 선고 2019나72115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8. 6. 13.경 주류 수출입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그 주식을 보유하면서 피고의 사내이사 또는 대표이사로 재직하여 왔다.

나.

피고는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중 계열회사인 F 주식회사를 통해 피고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2015. 3. 27. 원고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어서 2015. 9. 16. F 주식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단5313911호)를 제기하였다.

다.

위와 같은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원고는 2015. 12. 18. 피고에서 퇴사하였고, 그 후인 2016. 12. 1. 피고 및 피고의 다른 주주들인 C, D, E과 아래와 같은 내용(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으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6, 19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 요지

피고의 정관은 이사의 퇴직금에 관하여 '이사의 퇴직금의 지급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다. 그 퇴직금은 최소 근로기준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금액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퇴직금 지급규정을 결의한 적은 없으나, 이 경우에도 최소한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는 금액 이상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퇴직금으로 98,854,817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요지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합의 제1조 c.항에서 정한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퇴직금 청구는 위 부제소합의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 제1조 c.항에서 회사와의 '고용 또는 위임관계' 등과 관련된 모든 소송을 포괄적인 제소금지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고용 또는 위임관계에는 이사 또는 대표이사 해임의 적법성 등 그 지위 자체에 관한 문제 뿐 아니라 퇴직금을 비롯한 임금 또는 보수 등에 관한 문제가 모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제소금지 대상으로 퇴직금 청구를 특정하여 포함시키지 않았다거나 퇴직금 청구가 그 대상에서 제외됨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퇴직금 청구 역시 제소금지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 이 사건 합의의 문언상 분명할 뿐 아니라, 이 사건 합의에 이른 경위에 비추어 원고로서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였거나 고려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로써 퇴직금 청구의 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소는 그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4.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재항변 요지

원고는 다시, 이 사건 합의의 대상에 퇴직금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합의 자체가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그 중 부제소합의 부분 또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 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쌍무계약이 급부와 반대급부와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그 계약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는 당사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불공정성을 소송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하여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제소합의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 등 참조).

(2)

그러나 위에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가 불공정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원고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F 주식회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 계속 중이었으며, C의 고발에 의해 2015. 11. 26.경 무고 혐의로도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판결을, 이 사건 합의 약 2주일 전인 2016. 11. 17.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고 상고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합의 하루 전인 2016. 11.3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고소사건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나, 위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과 무고 사건의 상고심을 비롯하여 다른 분쟁들이 진행 중이었고, 그 종국적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건 합의는 이처럼 원고측(원고, E)이 피고측(피고, C, D)으로부터 여러 건의 분쟁을 제기당한 상황에서, 피고측에게 그 보유 주식(시가 약 2억 원 상당)을 무상 양도하는 대신 진행 중인 사건을 전부 취하받고 앞으로도 상호간에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분쟁을 종결하는 데 취지가 있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원고는 원고측의 보유주식의 실제 가치가 33억 원 이상이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1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또한 원고가 위와 같이 수사와 민·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었다고 하더라도(갑 제19호증), 2008년 피고 회사를 설립한 이래 이를 경영하여 온 점, 이 사건 합의 당시 변호사로부터 법률적 조력을 받고 있었던 점, 그가 처한 분쟁의 진행 상황이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의 합의를 감수할 정도로 절박한 정도는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험이 없거나 궁박한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없고, 결국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김현석 당우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