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2015. 1. 8. 11:57경 서귀포시 F에서 소외 G 운전의 카고크레인의 붐대가 컨테이너 위에서 작업 중인 망 H을 덮쳐 그로 하여금 같은 날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하도록 한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환다.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나머지 본소청구 및 피고(반소원고)들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1/4은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6,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2 내지 4, 17, 30, 34 내지 37, 56 내지 60 을 제1, 6, 7, 9, 10 내지 18, 21, 4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2015. 1. 8. 11:57경 서귀포시 F 소재 I 주식회사(이하 ‘I’이라 한다) 아파트신축공사현장에서 컨테이너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에 운반용 벨트를 연결 후 지면에서 이를 이격하여 고임목을 재설치하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 소외 G가 소외 J 소유의(차량번호 1 생략) 카고크레인(이하 ‘이 사건 크레인’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컨테이너를들어 올리다가 그 붐대를 연결하는 스윙포스트 고정볼트가 부러져 붐대가 쓰러지면서 컨테이너 위에서 슬링벨트를 연결한 후에도 내려오지 않고 있었던 망 H(이하 ‘망인’이라 한다)을 덮쳤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그로 인하여 망인은 같은 날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하였다.
원고는 J와 사이에 이 사건 크레인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피고 B는 망인의 처, 피고 C, D, E은 그 미성년 자녀들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다.
원고와 피고 B는 2016. 12. 23.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책임보험금 한도인 1억 원을 원고가 피고 B에게 지급하고 피고 B는 이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민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되 다만 ‘산재에서 보상받은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배상액에 대하여 별도를 보장한다’고 정하는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원고는 같은 달 26. 위 1억 원 전액을 피고 B에게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 B는 망인이 J가 운영하는 ‘K’ 소속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외 근로복지공단(이하 ‘소외 공단’이라 한다)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소외 공단은 2015. 7. 9. 망인이 J의 동업자에 해당할 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하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피고 B는 2015. 9. 2.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6. 4. 29.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위 처분이 적법하다며 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2016. 11. 24. 그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이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2017. 3. 30. 그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2887, 서울고등법원 2016누45068, 대법원 2016두63309, 이하 ‘이 사건 산재소송’이라 한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망인은 이 사건 크레인에 관한 공동운행자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타인임을 주장할 수 없고(그렇지 않더라도 피고들의 손해배상금채권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나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원고의 망인 및 그 상속인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며, 또한 원고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인 망인의 위 법조 소정의 타인성에 대하여 착오한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하고 그에 따라 지급된 1억 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피고들의 각 상속지분에 따라 구한다.
피고들
이 사건 크레인의 운행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원고는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인 피고들에게 망인의 일실손해, 일실퇴직금, 장례비 및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소멸시효기간은 이 사건 산재소송 등으로 인하여 도과되지 않았거나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중단되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의 시효 원용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한편 이 사건 합의에 관하여 원고가 착오한 것이 없거나 그에 관한 중대한 과실이 있어 이를 취소할 수 없다.
판단
본소 중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부분과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란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하고, 이 경우 운행의 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간접 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36382 판결 등 참조), 위 법 제3조 소정의 '다른 사람'이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및 당해 자동차의 운전자를 제외한 그 이외의 자를 지칭하는 것이므로, 동일한 자동차에 대하여 복수로 존재하는 운행자 중 1인이 당해 자동차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사고를 당한 그 운행자는 다른 운행자에 대하여 자신이 위 법 제3조 소정의 타인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사고를 당한 운행자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에 비하여 상대방의 그것이 보다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상대방이 용이하게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자신이 타인임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2884 판결, 2000. 10. 6. 선고 2000다3284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7호증의 9 내지 13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J와 망인은 형제사이로 비록 이 사건 사고 당시 J는 ‘K’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사건 크레인 등 3대의 카고크레인을 소유하고 있었고, 망인은 ‘L’의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1대의 카고크레인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위 각 카고크레인은 ‘M’이라는 동일한 지입회사에 지입되어 J 또는 망인이 체결한 크레인임대차계약 등에 같이 이용되어 추후 그 임대료 등을 J와 망인 사이에서 정산한 점, ② 2013. 11.부터 이 사건 사고일 무렵까지 ‘K’에서 근무한 이 사건 크레인의 운전자 G도 위 각 카고크레인이 모두 J의 소유이고 ‘K’의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정 및 망인은 2011. 11.경부터 ‘K’에서 일하였고 2013. 11. 28. ‘L’의 사업자등록을 하였는데, 그 사업자 등록 이후에도 J로부터 그 이전과 동일하게 매월 400만 원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사정 등에 비추어 ‘L’은 별도의 사업체가 아니고 ‘K’의 공동운영과 관련하여 조세상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자등록으로 보이는 점, ③ J와 망인이 각 소유하는 카고크레인에 관한 보험료, 지입료의 부담 및 그 점검 등의 관리를 각자 하였다는 사정은 단순히 영업비용 분담 및 업무 분담의 의미일 수 있어 이는 ‘K’의 공동운영을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점, ④ 동업자인지 여부는 출자를 하여 이익을 분배받는 관계에 있는지의 문제이어서 망인이 G 등으로부터 사업주가 아닌 직장동료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사정이나 망인의 업무집행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익금 외에 일정한 월급이 책정되어 있었다는 사정은 망인의 ‘K’의 공동운영을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점, ⑤ 망인은 일정한 근로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정하여져 있지 않았고 그가 종속적인 지위에서 J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⑥ J가 망인으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은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J와 ‘K’을 공동운영하면서 이 사건 크레인에 관하여 그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고 그 이익을 향수한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었던 운행자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망인은 다른 운행자인 J의 보험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타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망인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에 비하여 J의 그것이 보다 주도적이거나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어 J가 용이하게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어 망인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그와 같이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이 I측으로부터 받은 컨테이너 수평작업 요구를 G에게 전달하여 그 작업이 진행된 점, 카고크레인으로 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그 작업반경 내에는 사람이 없어야 하므로 망인으로서는 컨테이너에 운반용 벨트를 연결한 다음 컨테이너에서 내려가고 그 사이에는 G로 하여금 이 사건 크레인 작업을 보류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안전모 등의 안전장비도 없이 컨테이너 위에 그대로 있었고 그에 따라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J는 그 현장에 없었던 점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크레인에 관한 망인의 운행지배 및 운행이익이 J의 그 것보다 더 주도적이고 직접적이어서 망인이 더 용이하게 위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될 뿐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원고의 망인 및 그 상속인들에 대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피고들이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의 이익도 있다).
본소 중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39, 42호증의 각 기재, 을 제45, 47호증의 각 음성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이 사건 산재소송 계속중에 피고 B가 본인으로서의 지위 및 피고 C, D, E의 각 법정대리인의 지위에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대인배상I의 손해배상금 1억 원을 우선 지급받고, 대인배상II의 손해배상금 중 위 산재소송에서 받을 금액 상당액은 청구하지 않으며 이를 초과한 금액만을 위 산재소송의 결과를 기다려 청구하기로 하는, 손해배상금의 범위 내지는 그 지급시기 등을 확정하는 화해계약에 해당한다.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하는바(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53173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망인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타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그 타인성은 위 당시 원고와 피고 B 사이에서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한데, 망인이 위 타인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고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하여 동기의 착오에 빠져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위 동기는 표시되고 위 화해의 내용으로 되었으며 위 착오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위 합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인정되며,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 원고의 착오에 의한 취소의 의사표시가 피고들에게 도달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위 착오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하는 것인바,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B가 2015. 4. 10.에 원고의 직원 소외 N에게 ‘J가 망인에 대하여 직원이 아니라고 말하여 산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 사건 산재소송 중 1심 판결이 선고된 후인 2016. 6. 27.에는 망인이 J의 직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패소판결을 선고받아 항소심 계속중이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 그럼에도 N은 오히려 피고 B에게 1억 원을 먼저 지급받을 것을 그때마다 종용한 사실, 원고는 위 1심 판결이나 그 후인 2016. 11. 24. 선고된 그 항소심 판결의 결과와 내용에 대한 검토 등의 조치를 거침이 없이 2016. 12. 23. 피고 B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고 같은 달 26. 1억 원을 지급한 사실, 원고가 2018. 4. 23. 피고 B로부터 이 사건 산재소송의 판결문들을 모두 받은 후 2018. 9. 6.부터 이를 검토하여 약 2개월가량이 경과하여 망인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타인이 아니라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에 비추어 이 사건 합의 전에 위 1심 및 항소심 판결을 원고가 검토하였더라면 망인의 타인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실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원고는 자동차종합보험 등의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발생여부의 심사 등이 주된 업무라 할 것임에도 망인이 위 손해배상금을 취득하는지 제대로 확인함이 없이 오히려 피고 B에게 이 사건 합의를 종용하여 그 체결에 이르렀다 할 것이므로, 위 착오는 원고가 보험자라는 지위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함에 있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함으로 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원고는 피고 B가 스스로 위 판결문들을 원고에게 미리 보내지 않은 것을 탓하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 전에 이를 요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보험자라는 원고의 지위와 보험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피해자의 유족이라는 피고 B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요구가 없음에도 피고 B가 스스로 알아서 이를 원고에게 보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의 착오는 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원고는 이를 취소할 수 없다.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부당이득금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누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