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0가합541224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2019. 2. 11. 피고 산하의 주한미군에 고용되어 한국노무단(미 8군 지원단, Korean Services Corps Battalion)의 B 담당자(B)로 근무하다가, 2019. 10. 1.부터 C여단(C) 여단 연락반(Brigade Liaison Element) 소속 정보작전 전문요원(Intelligence Operations Specialist)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주한미군 규정 690-1(USFK Regulation 690-1, 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고 한다) 2-14. c. (1)에 따라 2019. 2. 11.부터 1년의 시용기간을 거치도록 되어 있었다.

다.

피고는 원고의 시용기간 중인 2020. 1. 21. 원고에게 ‘시용기간 중 고용종료 통보서’(이하 ‘이 사건 통보서’라고 한다)를 통해 원고가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서를 받은 때로부터 30일 후에 고용관계가 종료된다는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라.

원고는 그 다음 날인 2020. 1. 22.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20. 2. 5. 위 사직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고, 피고는 이에 동의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0. 2. 7. 이 사건 통보서에 이를 수령하였다는 취지로 자필 서명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14, 15, 16, 23, 24, 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해고는 다음과 같이 절차적․실체적으로 위법하여 무효이다.

1)

이 사건 통보서에는 해고사유로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해고사유가 적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

2)

피고가 해고사유로 내세운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에 따라 원고에 대한 근무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한 근무평가는 다른 인종과 국적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원고의 상관에 의해 불합리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사유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이후인 2020. 3. 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3,504,424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효력의 유무를 다투는 이 사건 소는 주권면제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취지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채택한 증거와 을 제7, 8, 17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권면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가)

원고는 시용기간 동안 LN Grade(현지 국적인 등급) 09에 해당하는 정보작전 전문요원의 직책을 맡아 근무하였다. LN Grade 09 정보작전 전문요원은 상위 직급인 LN Grade 11 정보작전 전문요원으로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및 기술을 취득하고 직무경험을 쌓는 단계로, 엄격한 감독 아래 LN Grade 11 정보작전 전문요원의 직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한다.

나)

LN Grade 11 정보작전 전문요원의 주된 업무는 미군 방첩연락장교들(Counterintelligence Liaison Officers)을 지원하는 업무로(전체 업무의 약 60%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정보, 보안, 법 집행 기관 내 실무진 및 고위 관료와의 공식적인 업무연락, 테러, 기타 부대방호와 관련된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예 측, 군사사령부 및 정보분석가에 대한 보고에 필요한 회의보고서 작성, 한국 관료들과의 장기적인 관계 유지에 필요한 한국 문화 및 전통, 정치상황, 사회제도 등 각종 주제에 관한 조언 등을 담당하고, 민감한 연락활동에는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여단 연락반의 관리자 및 미군 방첩연락장교들이 대한민국 측과 공식적인 업무연락을 할 때(공식방문, 브리핑, 정보교환 포함) 통역 및 번역하는 업무, 매일 대한민국의 각종 매체를 검토하여 여단 연락반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사 문제를 확인하는 업무, 주간 회의에서 여단 연락반 소속 직원들에게 정치, 군사, 테러 등에 관한 현안을 브리핑하는 업무 등을 담당하고(전체 업무의 약 30%를 차지한다), 여단 연락반의 관리 자 또는 미군 방첩연락장교들의 지시에 따라 여단 연락반의 인사 및 행정업무를 수행한다(전체 업무의 약 10%를 차지한다).

다)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여단 연락반은 주한미군과 대한민국 유관기관 상호간에 대한민국 내 대테러 및 방첩 사건과 관련하여 주고받는 연락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여단 연락반에 소속된 정보작전 전문요원들은 위 나)항에서 본 것처럼 정치적, 군사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 역시 정보작전 전문요원으로서 위와 같은 정보 수집에 필요한 통․번역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담당업무는 주한미군 내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정보 및 군사적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비록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업무 과정에서 다룬 정보가 ‘평문’에 불과하여 고도의 기밀에 해당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담당 업무가 피고의 사경제 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

정보작전 전문요원은 업무 과정에서 미 국방부의 정보시스템 또는 작업영역에 접근할 경우 여단 연락반의 보안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이 요구되었다. 주권국가가 누구를 고용하여 외국에 주둔시킨 군사기지 내지 시설의 제한된 구역에 진입하고 민감한 정부 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그 주권국가의 고도의 공권적 행위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을 마련하여 주한미군 소속 대한민국 국적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를 일관되게 관리하여 왔는데, 이 사건 인사규정에 따라 원고의 업무능력이나 태도가 피고 산하 주한미군에서 담당하는 국가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 역시 피고의 고도의 공권적 결정에 따른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고, 한 국가가 다른 주권국가로 하여금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고 다시 그 주권국가의 군사시설 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이러한 공권적 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