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6. 23. 선고 2020가합560393 판결

주문

1.

피고가 2018. 6. 20.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가.

88,977,984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2020. 6. 2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3,707,41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01. 4. 13. 전국 C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원고는 1998년경 D연맹에 입사하였다가 2001. 2.경부터 피고 소속으로 근무하였고, 2010. 1. 18.경부터는 피고 경기지부 교육선전 부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E 주식회사(이하 ‘주식회사’ 기재는 생략한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2013. 7. 14. 피고 산하 F지회를 결성하였고, 원고는 2013. 9.경부터 2014. 6.경까지 F지회 교섭 업무를 담당하였다.

다.

2018. 4.경 E 모그룹이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는데, 위 문건은 E와 협력업체의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고 분열을 유도하는 노조대응 전략을 담고 있었다. 이에 피고 경기지부 G지회, F지회 등은 2018. 4. 3. 위 문건을 통해 드러난 노조와해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8. 5. 10. E 전무로 근무한 H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 5. 14. H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였는데, 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원고가 작성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탄원서(이하 ‘이 사건 탄원서’라고 한다)가 제출되었다. 피고와 F지회는 같은 날 H 전무에 대한 구속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위 법원에 제출하고, 2018. 5. 18. 원고의 이 사건 탄원서 제출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마.

피고는 2018. 6. 5.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였고, 2018. 6. 8. 원고에게 위 해고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바.

원고는 2018. 6. 15.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재심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2018. 6. 20. 원고의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사.

이에 원고는 2018. 9. 18.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1. 19.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8. 12. 2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3. 11.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적정하여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

아.

피고 규정 중 이 사건 해고와 관련된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5, 6, 9, 10, 32, 3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3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 처무규정 제30조는 ‘조합의 명예와 이익을 훼손한 때’와 ‘조직의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부당노동행위로 구속이 예정된 사용자에 대한 탄원서를 작성한 행위는 피고 조합의 명예와 이익을 훼손하거나 조직의 결정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②

피고는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E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피고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원고는 위 성명 발표 등을 위한 기자회견을 기획하였고, 이 사건 탄원서에 ‘지탄이 쏟아지는 사건에 탄원을 올리는 것은 상식에 어긋날 수 있기에 숙고를 거듭’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는바, H 전무의 선처를 구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피고의 공식 입장에 반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③

피고는 이 사건 탄원서가 H 전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당일 재판부에 제출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위 재판부에 H 전무의 구속수사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원고의 이 사건 탄원서 제출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기도 하였는바, 이와 같은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H 전무 측에 위 탄원서를 전달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미리 보고받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

징계양정의 적정성

1)

관련 법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4, 16, 17, 19, 22 내지 24, 26호증, 을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해고는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가 제출한 정책위원 L, 지회장 M의 사실확인서를 살펴보면, L과 M 모두 원고가 다른 피고 간부들이나 F지회 간부와 이 사건 탄원서 작성에 관하여 논의한 적은 없다고 하면서도, 원고와 피고 경기지부 부지부장 N, 경기지부 총무부장 O, M, L 등이 2018. 4. 14. F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E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직접고용에 관하여 논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원고가 E측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고려하고 있으나 자회사가 아닌 E의 직접고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F지회의 의견을 전달하였다는 등의 내용을 위 참석자들에게 전하기도 하였는바, 당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형태에 관하여 원고와 E 사이에 상당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보인다.

②

원고가 제출한 위 N, F 경기 지회장 P, F 광주전남 지회장 Q의 각 사실확인서에는 위 내용 외에도 원고가 2018. 4. 11. E 담당자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고용이 이루어진다면 H 전무가 교섭라인에 있었다는 점을 법원에 증명할 만한 상응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을 원고로부터 보고받거나 전해들었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 대표자 R는 그 무렵 위 직접고용 관련 기자회견 일정 등을 논의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원고가 2018. 5. 10.경 위 M에게 ‘E와 직고용 교섭을 해왔고 사측 교섭위원으로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간단한 확인서만 한 장 써달라고 함’이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E측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직접고용에 관하여 협의하고 협의결과를 피고와 F지회 등에 공유하는 등 비공식적 교섭 과정에 직접 관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E측으로부터 H 전무가 피고와 비공식 교섭을 진행해 왔다는 내용을 법원에 전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피고 간부들도 원고가 위 협조 요청에 따른 확인서 작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탄원서 작성이 E측과 직접고용에 관한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상당히 수긍할 만하다.

③

원고가 E 또는 H 전무와 부적절한 유착관계에서 이 사건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거나 이를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제출된 바도 없다.

④

이 사건 탄원서 하단에는 피고 간부 직함이 포함된 원고 이름이 작성자로 기재되어 있어 위 탄원서 내용이 피고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비춰질 우려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위 탄원서는 원고가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H 전무에 대한 탄원을 호소하기 위하여 작성된 문서일 뿐이고, 법원이 H 전무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나 구속의 필요성 등을 판단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⑤

원고는 20여 년간 피고 정책국장, 조직국장, 단체교섭실장, 교육선전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C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피고 설립목적과 정책 달성에 기여하였고, 별도의 징계처분을 받은 이력도 없다. 피고 설립목적과 단체의 성격 등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본 이 사건 탄원서의 작성 경위나 동기, 내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탄원서 제출에서 비롯된 징계사유만으로 고용관계 단절을 초래하는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은 비위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도 인정된다.

3.

임금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갑 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월 3,707,416원을 지급받아 왔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다음날인 2018. 6. 21.부터 2020. 6. 20.까지의 미지급 임금 합계 88,977,984원(= 3,707,416원 × 24개월) 및 이에 대하여 각 지급기일 이후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소장 송달 다음날인 2020. 7.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과 2020. 6. 2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3,707,416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