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교육용 솔루션 및 교육컨텐츠 개발·제작·판매업, 학원운영업, 인터넷 교육사업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전국 각지에 분원(원고는 이를 ‘캠퍼스’라고 칭한다)을 두고 ‘E’이라는 편입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 B는 2002. 9.경부터 2020. 1.경까지 이 사건 학원의 종합반 및 단과반에서 영어 과목 강사로 활동하였다.
피고 C은 교육서비스업, 학원운영업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F’이라는 편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단과반 강의계약 체결
피고 B는 2018. 12. 27.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학원의 단과반 강의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19. 3. 1.부터 2022. 2. 28.까지로 정한 강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 제2호증, 을가 제5호증 참조).
피고 B의 퇴사 요청 및 학원 이적
피고 B는 2020. 1. 3. ‘사직서’라는 제목으로 ‘일신상의 사유로 2020. 1. 31.까지 근무하고 퇴직하고자 하니 조치하여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0. 1. 14. 피고 B에게 ‘이 사건 계약은 계약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종료시킬 수 없는 계약으로서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피고 B는 2020. 1. 21.경 원고에 대하여 재차 퇴사처리를 요청하였다.
한편, 피고 B는 2020. 1. 14. 피고 C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강의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C이 운영하는 편입학원(F)으로 이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가 제3, 5호증, 을나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다음과 같이 피고 B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 합계 706,256,69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B는 2020. 2. 1.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강의를 중단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 제14조 제4항 제2호에 따른 위약벌로 ① 계약체결 후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강사료 및 모든 금전적 수입의 2배와 ② 그때까지의 월 평균 강좌판매금액에 잔여 계약기간의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의 2배를 지급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금액을 계산하면, ①의 경우 44,753,246원[= 22,376,623원(= 2018. 12. 27.부터 2020. 2. 1.까지의 강사료 19,935,618원 + 교재 위탁판매대금 2,441,005원) × 2], ②의 경우 220,501,150원[= 월 평균 강좌판매금액 4,410,023원(= 2019. 1.부터 2020. 1.까지의 강좌판매금액 57,330,299원 ÷ 13개월) × 잔여 계약기간 25개월(2020. 2.부터 2022. 2.까지) × 2]로, 그 합계액은 265,254,396원이 된다.
피고 B는 계약기간 중 피고 C과 별도로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C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강의, 교재 출판 등을 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 제13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 제14조 제4항 제3호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으로 441,002,300원(= 2018. 12. 27.부터 2020. 2. 1.까지의 월 평균 강좌판매금액 4,410,023원 × 잔여 계약기간 25개월 × 4)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B
피고 B는 원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제14조 중 위약벌과 손해배상예정액에 관한 규정(이하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라고 한다)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위약금 약정의 체결을 금지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다.
설령 피고 B가 원고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그 금액이 과도하여 전부 또는 일부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이거나, 대폭 감액되어야 한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 B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중임에도 임의로 이 사건 학원에서의 강의를 중단한 다음 원고의 경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경쟁회사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강의 등의 행위를 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B는 원고에게 이 사건 위약금 약정에 따른 위약벌 및 손해배상예정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B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B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1, 22, 23, 25, 26, 42, 43, 44, 46 내지 49, 52호증, 을가 제2, 4, 10, 16, 19 내지 22, 26, 27, 28, 30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 음성 또는 영상, 갑 제36, 37, 38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학원의 운영구조 등
원고는 이 사건 학원을 종합반, 단과반, 전문관(G, H)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17개의 종합반 캠퍼스(강남, 신촌, 수원, 강남 여학생, 노량진, 노원, 부평, 분당, 수원, 일산, 잠실, 종로, 평촌, PLC부산, 대전, 대구, 광주), 2개의 단과반 캠퍼스(강남, 신촌), 2개의 전문관 캠퍼스(강남, 신촌)를 두고 있다.
원고는 종래 종합반과 인터넷 강의만을 운영하다가 2012년부터 단과반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2011년까지는 종합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였으나, 단과반이 생긴 이후에는 종합반 매출 비중이 점차 낮아졌고, 2021년 기준으로 원고의 매출 비중은 종합반 56.7%, 단과반 22.3%, 인터넷 강의 21%이다.
종합반의 경우, 수강생들은 각 캠퍼스에서 실시하는 레벨테스트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수준별로 반을 배정받은 후 정해진 커리큘럼(교육과정)에 맞게 전 과목 강의를 수강하고, 전담 선생님으로부터 학습전략, 성적, 생활, 입시 등 전반적인 관리를 받는다. 반면 단과반의 경우, 수강생들은 과목별로 자신이 원하는 강사, 시간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원고는 이른바 ‘강사배정논의 회의’(내부적으로는 ‘강사 드래프트’라고도 한다)를 통해 종합반 강사를 배정하는데, 구체적으로 이 사건 학원의 각 종합반 캠퍼스 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음 해에 각 캠퍼스에서 강의할 강사들을 확보하고 보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원고는 단과반 및 인터넷 강의 강사들 전용 사이트인 ‘I’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강사들은 위 사이트에서 강의 판매에 따른 매출현황, 수강생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사이트를 이용하여 수강생들에 대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질의응답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사건 학원의 강남 단과캠퍼스, 신촌 단과캠퍼스는 각각 종합반 캠퍼스인 강남 캠퍼스, 신촌 캠퍼스와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피고 B의 담당 강의 및 강사료 내역
피고 B는 2002. 9.경 이 사건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래 2016. 2. 28.경까지 이 사건 학원의 각 캠퍼스에서 종합반 강의만을 담당하여 왔다. 그러다가 피고 B는 원고와 사이에 2016. 1. 21. 종합반 강의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16. 3. 1.부터 2017. 2. 28.까지로 하여 ‘학원 강의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6. 3. 1. 단과반 강의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16. 3. 1.부터 2019. 2. 28.까지로 하여 ‘(주)A 강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16. 3. 1.부터는 이 사건 학원의 종로 캠퍼스에서의 종합반 강의와 강남 단과캠퍼스에서의 단과반 강의를 병행하였다.
피고 B는 위 종합반 강의계약에 따른 기간이 만료된 이후 새롭게 종합반 강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2017년부터는 이 사건 학원의 강남 단과캠퍼스와 신촌 단과캠퍼스에서 단과반 강의만을 하였다.
원고는 2019년에 부산 서면 지역에 종합반인 ‘PLC부산 캠퍼스’를 개원하였는데, 피고 B는 2019. 1. 29. 원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이 2019. 2. 1.부터 2020. 2. 28.까지 PLC부산 캠퍼스에서 종합반 강의를 담당하기로 하는 ‘학원 강의 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2019. 2. 1.부터는 다시 종합반 강의와 단과반 강의를 병행하게 되었다.
원고는 2020. 1. 20.경 종합반인 ‘대전 캠퍼스’를 개원하였는데, 대전 캠퍼스의 개원을 앞두고 피고 B는 2019. 12. 3. 원고와 사이에 2020. 2. 1.부터 2022. 2. 28.까지 대전 캠퍼스에서 종합반 강의를 담당하기로 하는 ‘학원 강의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피고 B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강사료는 2016년 44,311,446원, 2017년 62,020,098원, 2018년 71,731,709원, 2019년 58,749,098원이다.
원고의 강의계획서 제출 요청 등
피고 B를 비롯한 단과반 강사들은 매달 원고의 요청에 따라 일정한 기한까지 원고가 지정한 양식에 맞게 강의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강의계획서에는 기본정보(강좌명, 단계, 강의기간, 강의시간 등), 상세정보(세부적인 강의구성, 수강대상), 교재정보(교재명, 교재비, 저자, 특징)가 포함되었다.
강남 단과캠퍼스 담당자는 단과반 강사들에게 ① 2019. 5. 21. 개강일과 종강일이 정확히 포함된 7월 강의계획서(2개월 과정인 경우 8월 강의일정도 포함)를 취합기한 내에 송부할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향후 강의일정에 관하여 원고가 정한 사항(지방 거주자 학교 복귀 문제를 고려하여 가급적 8월 25일까지 8월 강좌 종강 필요, 추석 연휴는 주말까지 휴강 예정, 9월 주말반 개강은 8월 31일)을 전달하는 메일을 보냈고, ② 2019. 12. 27. 2월 강의계획서의 송부를 요청하면서 ‘강의계획서를 보내는 순서대로 강의실을 배정할 예정이고, 마감기한 이후 강의계획서를 보내는 경우 강좌개설이 늦어진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그 밖에 강남 단과캠퍼스 담당자는 단과반 강사들에게 수강생 모집 설명회에 사용할 홍보 영상의 제작을 위해 3분 이내의 인터뷰 촬영에 응할 것과 수험생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수기로 작성·제출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관련 녹취록의 내용
피고 B와 J(현재 대전 캠퍼스 원장이자 과거 본부장을 지냈다)이 2019. 12. 20. 통화한 녹취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B와 L(2019년에는 신촌 단과캠퍼스 원장이었다가 2020년부터 강남 단과캠퍼스 원장을 맡고 있다)이 2019. 12. 4. 통화한 녹취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B와 PLC부산 캠퍼스 원장인 O이 2019. 12. 12. 대화한 녹취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련 민사소송의 진행 경과
원고와 ‘강의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학원의 종합반에서 강의를 하던 영어강사들이 계약기간이 종료하기 전에 이 사건 학원에서 퇴직한 후 다른 편입학원으로 이적하자, 원고는 2014년경 해당 강사들을 상대로 약정에 따른 위약벌 내지 손해배상예정액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38512). 위 법원은 2015. 10. 15. ‘해당 강사들은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와 해당 강사들 사이의 위약금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으로 무효이다’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불복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 B는 F학원으로 이적한 후 원고를 상대로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129370), 위 법원은 2022. 5. 31. ‘피고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피고 B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불복하여 쌍방이 항소함에 따라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33578).
기타 사실
피고 B를 비롯한 강사들은 종합반 강의에서는 원고가 자체 연구소(P연구소)를 통해 제작한 교재를 사용한 반면, 단과반 강의에서는 자신이 직접 집필한 교재를 사용하였다.
원고는 단과반 캠퍼스 건물 내에 별도로 강사실을 마련하여 단과반 강사들에게 책상 등을 제공하였는데, 강사별 자리는 원고가 지정·배치하였다.
종합반 강의에 관한 광고의 경우 편입 합격실적, 커리큘럼 등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반면, 단과반 강의에 관한 광고의 경우 강사의 사진을 포함하여 강사의 학력·이력 등을 위주로 홍보가 이루어진다.
피고 B는 개인사업자인 학원강사로 등록되어 있었고, 원고로부터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된 강사료를 지급받았다.
판단
쟁점의 정리
피고 B는 종합반 강의와 단과반 강의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원고는 기본적으로 종합반 강사와 단과반 강사 모두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설령 피고 B가 종합반 강사로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단과반 강사에 대해서는 별개로 판단되어야 하고, 이 사건 청구는 어디까지나 피고 B가 ‘단과반 강사’의 지위에서 체결한 계약을 파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강사들과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종합반 강의와 단과반 강의를 구분하여 각각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다르게 정하고 있고, 이는 피고 B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고는 그 주장과 같이 단과반 강의에 관한 이 사건 계약 조항에 근거하여 위약벌 등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단과반 강사’로서 피고 B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다만 피고 B가 이 사건 학원 내에서 종합반 강의와 단과반 강의를 모두 담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우선 판단의 전제로서 ‘종합반 강사’로서 피고 B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지 살펴본 다음,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피고 B의 ‘단과반 강사’ 지위에 관하여 종합반 강사와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종합반 강사의 근로자성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종합반 강사로서의 피고 B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피고 B를 포함한 종합반 강사들과 협의 조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할 장소(캠퍼스), 세부과목(영어의 경우 ‘독해, 논리, 문법, 어휘’로 나뉜다), 시간 등을 확정하였는데,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원고에게 있었다. 그에 따라 피고 B는 원고에 의해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과목을 강의하였다.
피고 B는 종합반 강의를 할 때 원칙적으로 원고가 제작·지정한 교재를 주교재로 사용해야 했고, 다만 원고와의 협의를 통해 스스로 제작하거나 작성한 보충교재, 수업용 프린트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였는데 이 경우 원고 소속 업무조교, 행정직원 등이 보조교재를 복사하여 수강생들에게 배포하였다.
피고 B의 종합반 강의에 관한 강사료는 수강생 수와 무관하게 정해진 시간당 보수에 총 강의시간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되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 B가 무단으로 결강할 경우 수업시수당 10만 원을 강사료에서 공제할 수 있었다.
피고 B가 원고와 ‘위탁계약’ 형식의 계약을 체결한 점, 고정급이나 기본급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점 등은 사용자인 원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고, 피고 B가 강의시간 외에는 지정된 출퇴근시간이 없었던 점, 원고로부터 강의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점 등은 강의 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 B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단과반 강사의 근로자성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단과반 강사로서의 피고 B 역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고, 종합반 강사와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종합반 강의만을 담당하던 피고 B가 2016년부터 단과반 강의를 하게 된 것은 원고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즉, 당시 피고 B는 ‘강사배정논의 회의’에서 종합반 캠퍼스 원장들로부터 종합반 강사로서 선택받지 못하였고, 단과반 강의를 하지 않을 경우 원고와의 계약관계를 종료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단과반 강의를 맡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고 B와 당시 본부장이었던 J 사이의 대화 내용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B가 보다 높은 수입을 얻기 위해 스스로 단과반 강의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부합하는 갑 제24호증(2016년 당시 종로 캠퍼스 원장이었던 Q의 진술서)의 기재는 믿기 어려운 데다가, 피고 B가 종합반과 단과반 강의를 병행한 해보다 단과반 강의만을 담당한 해에 지급받은 강사료가 다소 높았다는 사정만으로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피고 B는 2017년과 2018년에 단과반 강의만을 담당하다가 2019년경 부산에서 종합반 강의를 맡으면서 다시 종합반 강의와 단과반 강의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피고 B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굳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강의하는 상황을 선호하지 않았을 것인 점, 피고 B가 이 사건 학원 내에서 강사로서 차지하는 위상 등에 비추어 원고의 부산PLC 캠퍼스 강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B가 부산에서 종합반 강의를 담당하게 된 것도 사실상 원고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원고는 부산PLC 캠퍼스 종합반 강의에 관한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2020년부터 피고 B에게 부산PLC 캠퍼스 강의를 배정하지 않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피고 B에게 개원 예정인 대전 캠퍼스에서의 종합반 강의를 제안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회사의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피고 B에게 종합반 강의 또는 단과반 강의만을 맡기거나, 두 가지를 병행하도록 하는 등 종합반 및 단과반 강의 배정에 관하여 사실상 전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행사하였고, 특히 2016년경 피고 B를 수도권 지역 종합반 강의에서 배제한 이후에는 새롭게 개원하여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고 지방에 위치하여 다른 강사들이 꺼려하는 종합반 캠퍼스에만 피고 B를 배정하였다.
피고 B의 단과반 강의에 관하여 강의 요일과 시간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원고였다. 피고 B가 원고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요일과 시간대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기는 하였지만, 결국 최종적인 결정권한은 원고에게 있었고 피고 B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비록 원고가 객관적인 수치나 지표를 통해 피고 B의 강의능력이나 성과 등을 평가한 것은 아니지만, 원고는 피고 B가 진행한 강의에 대한 수강생들의 의견이나 불만사항, 수강생 수와 강의매출액 등을 향후 강의 요일이나 시간대 배정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피고 B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왔다고 볼 수 있다.
피고 B가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 내지 연장하기 위한 방편이자 원고의 결정에 의해 단과반 강의를 담당하게 된 이상, 단과반 강의계약에 따른 여러 조치 내지 조건들, 가령 오로지 강의매출액에 비례한 강사료를 지급받는 것이나 직접 제작한 교재로 강의하는 것 등 역시 원고가 결정한 사항일 뿐이므로, 이를 피고 B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원고가 거듭 강조하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학원의 종합반과 단과반을 명확히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고, 그 특성이 다른 점을 고려하여 종합반 강사와 단과반 강사에 대한 강의계약의 내용도 다르게 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정이 곧바로 종합반 강사와 단과반 강사의 근로자성을 달리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 B는 앞서 본 것처럼 종합반 강사로서나 단과반 강사로서나 원고에게 종속되어 있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2015년까지 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종합반 강사로서 원고와 근로관계를 유지하여 오던 피고 B의 입장에서, 단과반 강사에 대해서는 종합반 강사와 다른 법률관계가 적용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 내지 이해한 채 단과반 강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로 학원 자체의 인지도나 입시실적 등에 매출이 좌우되는 종합반과 달리, 단과반의 매출은 강사 개인의 인기도나 평판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강사별로 수강생 수, 강의매출액의 편차가 크고, 그로 인해 강의 배정에 관한 선택권, 협상력, 원고에 대한 종속성 등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피고 B는 단과반 강의를 맡게 된 경위나 그 이후에도 원고의 필요에 의해 단과반 강의와 함께 종합반 강의를 병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학원의 일반적인 단과반 강사들과는 다소 구별되는 특수한 단과반 강사의 지위에 있었다. 따라서 단과반 강사들의 근로자성은 일률적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되며, 이 사건에서도 다른 단과반 강사들의 사정을 그대로 피고 B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의 무효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은 피고 B가 근로계약인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계약기간, 겸업 및 경업 금지 등)를 불이행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액 및 위약벌을 정하고 있는 약정으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 B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있다.
소결론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위약금 약정에 기초하여 피고 B에게 위약벌과 손해배상예정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 C은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강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피고 B에게 원고와의 계약 위반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피고 B와 강의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른바 ‘불법적인 강사 빼가기’), 이는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 또는 피고 B와의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C은 피고 B와 연대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피고 B와의 잔여 계약기간 동안 얻을 수 있었던 수익 상당액 73,438,100원[= 월 평균 수익 2,937,524원(= 2019. 3.부터 2020. 1.까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 합계 32,312,765원 ÷ 11개월) × 잔여 계약기간 25개월]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C
피고 C은 원고와의 강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겠다는 피고 B의 의사를 신뢰하여 피고 B와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그 과정에서 피고 B가 원고와의 계약을 위반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으므로,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 또는 피고 B와의 공동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판단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 여부
관련 법리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는 있으나 제3자의 채권침해가 반드시 언제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침해의 태양에 따라 그 성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정하여야 한다. 독립한 경제주체 간의 경쟁적 계약관계에 있어서는 단순히 제3자가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계약내용을 알면서 채무자와 채권자 간에 체결된 계약에 위반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는 제3자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제3자가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였다거나 또는 제3자가 기망·협박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수단을 사용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 채무자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3자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을나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C이 피고 B와 적극 공모하였다거나 기망·협박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수단을 사용하였다거나 원고를 해할 의사로 피고 B와 강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피고 C은 피고 B와 2019. 11. 4. 처음 연락을 주고받은 후 그 다음 날인 2019. 11. 5. 대면 미팅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피고 C은 미팅 과정에서 피고 B와 원고 사이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고, 피고 B에게 원고와의 계약이 해지되어야 피고 C과의 계약 진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B는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하여 원고와의 계약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피고 C은 2019. 12. 30.경에도 기존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였다.
이후 피고 C은 피고 B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강의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지만, 여전히 피고 B와 원고 사이의 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점을 강하게 우려하였다. 이에 피고 C은 피고 B에게 계약금을 계약 체결 시점에 일시에 전액 지급할 수는 없고, 1년 단위로 2회에 걸쳐 분할 지급하거나 피고 B와 원고의 계약관계가 확정적으로 종료될 것을 전제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하였고, 이는 최종적으로 피고 C과 피고 B 사이에 체결된 강의계약 내용에 반영되었다.
피고 C이 피고 B가 원고와의 계약 위반으로 부담하게 될 위약금 등을 대신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등 피고 B로 하여금 원고와의 계약을 파기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 내지 협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피고 B와의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
앞서 본 것처럼 피고 B가 단과반 강사로서도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계약기간 중에 원고를 퇴사한 후 피고 C과 강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각주1) 당초 원고였던 ‘주식회사 A’은 2020. 9. 23. 그 소송수계인인 D 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되었고, 같은 날 D 주식회사의 상호가 ‘주식회사 A’으로 변경되었다(이하 흡수합병 및 상호변경 전후에 관계없이 ‘원고’라고 한다).
각주2) 이 사건 학원의 강사들은 내부적으로 ‘교수’로 호칭되기도 하였다.
각주3) 을가 제19호증에서 확인되는 이 사건 학원의 홈페이지 화면을 기준으로 하였다.
각주4) (인터넷주소 1 생략)
각주5) 피고 B를 의미한다. 이하 녹취록 내용에서는 같다.
각주6) 피고 B의 이 부분 항변을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항변에 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