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8. 선고 2020가합59995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각자의 소송비용은 각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A 주식회사는 ‘C’라는 브랜드로 의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한 회사이다.

나.

원고들은 A 주식회사와 ‘위탁사업자거래약정’(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만 한다)을 체결하고 별지2 목록 ‘입사일’란 기재 각 날짜부터 ‘퇴사일’란 기재 날짜까지 같은 목록 ‘근무지’란 기재 백화점에서 위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며 피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피고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은 별지3 기재와 같다(원고별로 백화점에 따라 수수료율 및 매장 판매원과 관련된 고정 지원금액이 다르나 나머지 내용은 대체로 동일하다).

라.

A 주식회사는 2020. 10. 7. 서울회생법원 2020하합100426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으로 피고가 선임되었다(이하 파산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A 주식회사와 피고를 통틀어 ‘피고’라고만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7호증, 을 제1,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청구의 요지

원고들은 그 실질에 있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특히 위탁사업자거래약정서(갑 제1호증의 1 내지 10)와 관련사건 증인 D(A 인사 및 법무 담당자)의 녹취서(갑 제19호증의 1, 2)의 각 기재를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위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는 당초 피고 생산 의류제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백화점과 입점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을 백화점 내 매장에 파견하여 상품을 판매하게 하였다가, 2004년 8월 무렵부터 원고들과 같이 백화점 내 피고의 매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피고의 상품을 판매할 사람들과 위탁사업자거래약정을 체결하고 매장관리 및 상품판매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갑 제19호증 2쪽). 한편 이 사건 원고들은 모두 2004. 7. 21. 이후 피고와 위탁사업자거래약정을 체결한 사람들이다.

2)

이 사건 각 위탁계약은 각 원고별로 백화점을 특정하고 있는바, 각 원고는 해당 매장을 계속해서 운영하였고 담당하는 백화점이 변경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매월 상품 판매실적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았고 위 수수료에는 상한이나 하한이 없어(이 사건 위탁계약 제4조 가.항), 원고별․월별로 수수료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 원고들은 재고가 손실되거나 상품이 훼손되는 등으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였다(이 사건 위탁계약 제5조, 제9조 다.항). 수선비·포장비·통신비·판촉비 등 매장 운용에 필요한 비용도 피고가 일부 보전해 준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원고들이 부담하였다(갑 제19호증 14쪽, 을 제4호증 6쪽). 일부 원고들은 백화점 매장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였다(갑 제19호증 15쪽). 한편 피고는 특정 매장의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게 하는 ‘점간이동’ 조치를 지시하기도 하였으나(이 사건 위탁계약 제9조), 원고들은 1회 2만 원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위 조치를 거부할 수 있었다(갑 제19호증 12~13쪽). 이처럼 원고들은 일정 정도 자신의 계산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장 운영에 따른 이윤과 손실의 발생 등의 위험(risk)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

3)

원고들은 매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판매원을 채용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각 원고에게 매장 규모 등을 반영하여 매월 일정금액을 ‘지원’하였는데(이 사건 위탁계약 제3조 바.항, 갑 제19호증 9쪽), 원고들은 위 지원금을 ‘고정 수수료’라고 부르면서 이 사건 퇴직금 청구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매장 판매원들은 피고가 아니라 각 원고와 채용계약을 체결하였다. 매장 판매원의 수․임금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해고 등도 각 원고가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지원금을 전부 매장 판매원들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거나, 혹은 지원금의 한도 내에서만 매장 판매원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등의 제한도 없었다. 채용과 관련하여 원고들과 같은 매장관리자가 매장 판매원을 추천하면 피고가 면접을 보고 채용을 승인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지만(갑 제19호증 3, 11쪽), 그러한 승인 절차 없이 매장관리자가 채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는바(을 제4, 5, 6, 7호증), 피고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매장 판매원들의 적격심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일 뿐 채용 여부의 최종결정권을 피고가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결국 피고가 각 원고에게 지급한 지원금은 매장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용을 일부 지원해 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근로 자체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4)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이 사건 위탁계약에는 근로시간․휴게시간․휴일․휴가 등에 관한 내용이 없다. 한편 D은 관련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갑 제19호증 6쪽), 그 증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전산 프로그램에 본인인증 절차가 없어 전화를 통해 출근 여부를 확인한 경우가 있을뿐, 퇴근시각은 따로 확인하지 않았고 휴가신청 등에 대한 결재절차도 없었으며, 오히려 피고가 아닌 백화점에서 매장 개시(開市) 여부를 확인하였다는 것이다(갑 제19호증 13쪽). 달리 피고가 업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장관리자들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하거나, 담당 매장을 변경하도록 하거나, 수수료를 삭감하는 등으로 불이익을 주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결국 피고는 매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점검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에 불과해 보이고, 이를 들어 피고가 근로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5)

원고들이 피고에게 주기적으로 매출 실적 및 재고 상황 등을 보고하여야 하고, 피고는 필요한 경우 매장 실사를 할 수도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위탁계약상 상품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있고 피고는 매출 실적에 따라 원고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바, 매출 실적의 정확한 보고는 원고들이 수수료를 지급받기 위한 당연한 전제가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보고 등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에 불과할 뿐 이를 들어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그 밖에 ‘상품설명회’, ‘품평회’, ‘워크샵’ 등의 행사 역시 브랜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원고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와 매출실적 제고를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보인다. 그 불참 등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달리 이를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나 상당한 지휘·감독의 인정 근거로 평가하기 부족하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였음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현재언 최윤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