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0나5160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보험회사에서 의뢰한 보험가입대상자에 대한 방문건강확인(방문검진), 적부심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인 ‘H병원 I’(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다.

나.

피고는 방문간호사 및 방문 임상병리사를 모집하기 위하여 피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채용공고를 게시하였다.

다.

원고들은 피고와 ‘위촉계약서’라는 명칭으로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위 위촉계약서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원고 A은 2005. 12. 1.부터 2016. 9. 30.까지, 원고 B는 2006. 6. 15.부터 2016. 2. 26.까지, 원고 C은 2005. 10. 11.부터 2015. 10. 8.까지, 원고 D은 2008. 4. 1.부터 2016. 12. 31.까지, 원고 E은 2009. 5. 11.부터 2017. 7. 3.까지(2011. 4. 22.부터 2012. 6. 4.까지 업무수행 기간 단절이 있고 최종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2012. 6. 5.부터 2017. 7. 3.까지이다), 원고 F는 2014. 3. 18.부터 2016. 5. 31.까지 피고 병원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였다.

마.

피고가 여러 보험회사로부터 방문검진을 의뢰받은 피검진자를 방문건강업무 지시서(갑 제13호증), 문자메시지(갑 제59호증)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을 비롯한 방문간호사에게 배정하면, 방문간호사는 피검진자와 일정을 조율하여 검진일을 확약하고, 확정 된 검진일에 방문검진을 하였으며(필요 시 채혈 등도 함), 채혈 등으로 검체(檢體)가있는 경우 행낭(行囊, 검체 등을 담을 수 있는 휴대용 주머니)을 행낭 수거 업체에 보 냈고, 검진 전후로 피고의 웹사이트(인터넷주소 1 생략)에 접속하여 확약사항, 검진완료 여부, 문진 내용 등을 입력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들에게 방문검진 수행 건수에 따라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사.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들에대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신고를 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을 비롯한 방문간호사를 구속하는 취업규칙이나 내규를 정하지는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갑 제13, 14, 5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원고들은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휴가미사용 수당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피고는 보험회사로부터 위탁받은 방문검진 업무와 방문검진으로 수집한 검체 등을분석하는 업무 중 방문검진 업무를 방문간호사인 원고들에게 그대로 재위탁하였을 뿐이므로(위임계약),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촉계약(위임계약)’이 체결되었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계약서상 계약의 명칭 등 외관이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2)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7, 9, 11 내지 26, 29 내지 31, 35 내지 40, 44 내지 50, 52, 56, 57, 58, 78, 79, 83, 85, 91호증, 을 제2, 6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제1심증인 J의 증언, 이 법원 증인 M, N, O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및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은 피고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피고로부터 업무수행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판단된다.

비록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촉계약서’가 작성된 사실, 원고들이 건강보험, 국민연 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피고의 사업장 근로자로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실,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부합하지 않아 보이고,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쉽사리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가)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

원고들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에 소속되어 피고로부터 업무 내용과 관련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

피고가 발급한 원고 A의 해촉증명서, 원고 B․C의 경력증명서에는 ‘부서’ 란에 ‘I사업부’, ‘직위(보직)’ 란에 ‘방문검진팀’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발급한 원고 D․E․F의 위수탁계약사실확인서에는 ‘위수탁계약내용’ 란에 ‘방문건강확인업무’라고 각 기재되어 있다. 원고들은 피고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각 체결하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2)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사람은 H병원 I 사업부의 직원임을 증명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원증(소속 부서도 기재되어 있다)을 제공하였고, 원고들로 하여금 방문검진 업무 시 위 사원증을 패용하도록 하였다.

(3)

피고는 여러 보험회사로부터 방문검진을 의뢰받은 피검진자들을 원고들에게 배정하였고, 각 보험회사의 요구 사항에 맞춘 검진 항목, 검진 방법, 검진 장소, 피고의웹사이트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과 그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여 놓고, 원고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업무 지시를 하였다(갑 제11, 12, 15, 18 내지 23, 25, 35 내지 37, 46호증). 피고는 방문검진 업무의 구체적인 절차나 내용, 방법 등을 정하였고,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내용과 방식대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임의로 검진 항목과 방법을 변경할 수 없었다.

(4)

원고들이 피고의 지시에 따라 입력하는 피검진자에 대한 정보의 내용과 그 입력 양식은 각 보험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인터넷 웹사이트(인터넷주소 1 생략)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를 제공한 다음 인터넷 웹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갑 제14호증). 확약, 검진 완료 등도 웹 등록사항이었다.

(5)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험회사별 업무진행 방식, 업무진행 시 유의사항, 응급상 황 발생 시 대처요령, 복장, 근무태도 등과 관련된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하였고,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하였다. 위 공지사항, 지시사항과 피고가 실시한 교육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와 같은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지시는, 원고들이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법령상 의무, 방문검진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계약상 의무, 피고와 보험회사 사이의 계약 사항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의 업무를 상당한 정도로 지휘․감독한 것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①

피고는 원고들에게 “당사(피고)에 ‘입사’를 한 이후 셋째, 넷째를 임신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조심, 조심”이라는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방문간호사의 비밀유지서약서 등은 ‘입․퇴사 시에’ 제출받아 보관 중이라는 취지의 공지를 하며(갑 제25호증: 5, 6면), 피고는 2011. 12. 게시된 교육 및 공지에서 “겸업금지: 발각 즉시 ‘퇴사’(상대 I에도 알릴 것임)”라고 알리기도 하였다(갑 제44호증).

②

피고의 지시서(갑 제12호증)에는 ‘채혈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내부 확인’(1면), ‘P – 주민번호 오류 시 – 검진 취소(일반검진 비용 발생) - 내부로 확인 요’(2면), ‘먼저 내부 Q (전화번호 1 생략)으로 연락’(3면)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의 업무 지시사항(갑 제15호증)에는 ‘내부 R에게 쪽지 전달 요망’(1면), ‘내부로 전화해서 확인’(2면), 2016. 7. 간호사 교육자료(갑 제20호증)에는 ‘미성년자 검진 시 친권자의 동석이 어려운 경우, 내부로 전화 요망’(1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위 ‘내부’는 피고의 방문간호사를 담당하는 부서, 그 담당 직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의 업무지시사항(갑 제15호증)에는, ‘방문간호사는 고객이 알린 고지 사항을 진단서에 기재할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으므로, 고객이 알린 고지 사항을 빠짐없이 진단서에 기재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5면).

④

피고는 원고들에게 ‘1주일 또는 3일 이전에 담당자와 휴가 일정을 협의하라.’고 요구하였고, ‘업무평가 시 전체 근무일수, 휴가일수를 확인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공지, 내부 사전 확인 없이 휴가 시 업무평가에 영향을 준다는 취지의 공지를 하였으며, 원고들의 근무형태는 재택근무이지만 나태해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근태와 관련된지시를 하였다(갑 제16호증: 5면, 갑 제19호증: 5면, 갑 제47호증).

⑤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검진자와 일정을 조율할 경우, 불만 사항(컴플레인)이 많이 제기되므로 부드러운 어투로 친절하게 약속을 잡고(갑 제15호증: 1면), 확약 완료의 경우 고객 및 보험설계사에게, 검진 완료의 경우 보험설계사에게 문자메시지를 각 발송하도록 하였다(갑 제11호증의 2: 24면 제1, 2항, 갑 제13호증, 갑 제15호증: 5면 제5항, 갑 제18호증: 4면 제2항, 갑 제22호증: 4면 제2항).

⑥

피고는 원고들에게 방문간호사의 행동은 병원(피고)의 이미지와 다른 간호사의 ‘접수 건수(급여)’와 관련이 있으므로 행동을 주의하라는 내용, 방문간호사의 업무 관련 실수에 관하여 벌금 10만 원을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였다(갑 제22호증: 4면).

⑦

피고는 방문간호사가 검진이 아닌 보험 적부심사 업무를 할 때 고객에게 자신을 간호사가 아닌(의료인이 아닌), 보험사로부터 의뢰를 받은 피고의 담당자로 소개를 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갑 제16호증: 6면).

⑧

피고는 원고들에게 발가락 나오는 샌들, 앞으로 숙이면 가슴골 보이는 옷, 팔을 들면 겨드랑이가 노출되는 상의, 반바지, 짧은 스커트 착용 금지 등 복장과 관련한 지시를 하였다(갑 제15호증: 5면, 갑 제16호증: 6면).

⑨

피고는 방문간호사가 피고의 웹사이트에 로그인한 시간 등을 알 수 있는데, 모 간호사는 피고가 웹사이트 업무게시판에 게시한 글을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며 방문 간호사에게 피고의 업무게시판을 잘 확인하라는 지시를 하였다[갑 제24호증, 한편 갑 제11호증의 2(24면)에도 보험사 특성상 수시로 변동사항이 있으므로 업무게시판 내용을 숙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⑩

피고는 2016. 3.경 방문간호사에 대하여 1박 2일 연수를 하였는데, 첫째 날 복장을 통일하고(상의 흰색, 하의 청바지, 검은바지), 불참자에게 벌금 10만 원(상조회비로 귀속)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업무게시판에 올렸다(갑 제91호증).

(6)

피고는 6개월 이상 경력인 방문간호사의 업무 내용,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A~D 등급으로 나누어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였다(갑 제16, 18, 19, 20, 21, 22, 66호증 등 참조).

피고는 ‘우수 문진’, ‘적부 조사 내용 우수’, ‘신체계측 입력 오류’, ‘불필요한 채혈’ 등 방문간호사의 업무 자체(업무 성과)를 평가 대상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갑 제20호증: 6면 제21항 간호사 주요 평가항목), 교육 참석을 가점 사유로(갑 제19호증: 5면), 게시 판 미확인(클릭만 하는 경우 포함)을 감점 사유로(갑 제20호증: 6면) 공지하고, 휴가 사 용일수, 사전 확인(협의) 없는 휴가 사용도 평가 대상으로 삼으며[위 (5)④항 참조], 검 진기일 통계를 작성 관리하면서 피검진자 배정에서부터 방문 검진일까지 (월간) 평균일수가 2일~2.5일인 경우 가점 사유로(갑 제79호증: ‘교육 시 전달했던 바와 같이 검진기일은 보험사에서 제일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라는 내용이 있다. 보험가입 의사 있는 피검진자가 검진일까지 오래 걸리면 변심할 여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는 등 업무와 관련성이 없지는 않으나, 업무 성과(검진 건수 등) 자체가 아닌 사항이나 근무태도와 관련된 사항까지 평가항목으로 하였다.

피고의 직원은 2015. 3. 27. ‘S 및 모든 보험사의 검진 중단 질환에 대해서 채혈을 해 오면 3월 현재 A등급이라도 D등급을 적용하겠다.’고 업무게시판에 올리기도 하였다(갑 제78호증).

이러한 점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서 평가․감독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와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평가를 받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갑 제14, 19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 증인 O의 증언에 의하면, 일부 보험회사의 경우 방문간호사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방문간호사와 보험회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보험회사의 위와 같은 평가는 피고와의 계약 연장, 재계약 여부에 관한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피고가 방문간호사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은 원고들의 근로자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나)

원고들이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피고에 의하여 원고들의 업무수행 방법 및 검진 대상자가 정해지고, 원고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검진 대상자를 유치하여 방문검진 양을 늘림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다. 피고는 오지 등 일부 지역의 방문간호사에게 검진 건수와 관련 없이 일정액의 고정급을 지급하기도 하였다(갑 제52, 85호증, 이 법원 증인 O의 증언).

피고는 원고들에게 방문검진 업무에 필요한 의료용품 및 기기, 문진표, 채혈동의서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방문검진과 관련하여 원고들이 지출한 교통비, 유류비, 주차비, 통신비를 지급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이 스스로의 역량에 따른 이윤 창출을 하였다거나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받은 급여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다)

원고들의 근무 시간 등 관련

(1)

피고는 방문간호사가 겸업, 가정일 등의 이유로 특정 요일의 오후에 검진 일정을 잡지 않거나, 특정 요일에 검진 일정을 잡지 않는 등 검진일정을 주도적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방문간호사는 피검진자와 검진 일정을 조율하고, 피고가 일정 조율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점은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고, 그에 따라 일부 방문간호사는 특정 요일 오후에 검진일정을 잡지 않거나 특정 요일에 검진일정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을 제62, 63, 64, 80호증).

그러나 일부 방문간호사가 위와 같이 검진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피검진자와 검진 일정을 조율하는 방문검진 업무 형태에 기인하는 점, 원고 E(을 제80호증)을 제외하고 원고들이 특정 요일 오후에 검진일정을 잡지 않거나 특정 요일에 검진일정을 잡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피고는 방문간호사들에게 ‘평일 연락 두절은 절대 안됨(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이라는 교육을 하고(갑 제21호증: 4면), ‘토요 검진을 원하는 고객에 대해서 다른 요일로 변경하여 직장, 집으로 간호사 이전 금지’라는 내용의 교육을 하며(갑 제22호증: 4면), 방문간호사의 근무는 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까지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공지를 한 점(갑 제24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방문검진 업무 특성상 원고들에게 근무 시간과 관련한 자율성이 어느 정도 부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사유로 삼을 수 없다.

(2)

피고는 방문간호사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자신이 맡은 지역의 검진 업무 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을 제44, 45, 60, 81호증 등)에 의하면 피고의 직원이 방문간호사에게 전화나 갑 제59호증과 다른 형태의 일상적 문자메시지로 당일 또는 다음날(금요일에 알리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검진을 요청한 경우도 몇 건 있다) 검진을 요청한 경우에 방문간호사가 집안일, 다른 병원 근무 등 다양한 이유로 거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방문건강업무 지시서(갑 제13호증), 문자메시지(갑 제59호증) 등의 방법으로 방문간호사에게 피검진자를 배정하면, 방문간호사는 피검진자와 일정을 조율하여 검진일을 확약하고, 확정된 검진일에 방문검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 형태인점(1.마.항 참조), 당일 또는 다음날 방문검진을 해달라는 것은 위와 같은 일반적 업무형태, 배정일부터 검진일까지 기간이 월 평균 2일~2.5일인 경우 가점 사유인 점[위 가)(6)항 참조] 등에 비추어 무리한 요구인 점, 원고들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한점 등에 비추어 보면, 방문간호사가 일반적인 업무 형태와 다른 급박한 검진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 사정을 이유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라)

원고들의 겸업 관련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의 방문검진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 겸직을 하였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전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원고들이 위 기간에 다른 의료기관 등에서 겸직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시간을 이용하여 업무수행에 지장이 되지 않는 한도에서 겸업을 하는 것이 언제나 금지되어 있다거나 근로관계의 본질과 곧바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원고들이 겸직으로 사업소득 등을 받은 기간은 피고의 방문간호사로 활동한 기간 중 일부이고 그 소득금액도 비교적 소액으로서 위 수입을얻기 위하여 제공한 노무의 정도가 피고의 방문검진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이 경쟁업체에서 겸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고(갑 제44호증), 실제로 경쟁업체에서 겸업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방문검진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 겸직을 하였다는 사정이 근로관계의 전속성 내지 사용종속성 판단에 있어 유의미한 징표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퇴직금청구에 대한 판단

가.

퇴직금청구권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므로, 피고는 1년 이상 방문검진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E의 근로기간

원고 E은 피고와 최초로 위촉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최종 계약이 종료된 때까지 단절 없이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퇴직금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갑 제5,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원고 E이 피고와의 위촉계약이 2011. 4. 21. 종료된 후 2011. 6. 1. K내과의원에 입사 하여 2012. 5. 31.까지 간호사로 근무한 사실, ② 원고 E이 K내과의원에서 퇴사한 후 2012. 6. 5. 피고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그 때부터 피고 병원에서 방문간호사로 근무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 E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는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원고 A, B, C, D의 평균임금

원고 A, B, C, D은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받은 수수료가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으므로, 퇴직 전 1년 동안 지급받은 수수료를 기초로 계산한 1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을 즈음한 일정 기간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임금액 변동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와 같이 산정된 평균임금이 근로자의 전체 근로기간, 임금액이 변동된 일정 기간의 장단, 임금액 변동의 정도 등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산정된 것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이를 기초로 퇴직금을 산출하는 것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출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다른 방법으로 그 평균임금을 따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위와 같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다고 볼 예외적인 정도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원칙에 따라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A, B, C, D의 퇴직 전 3개월 동안, 퇴 직 전 1년 동안 수령한 수수료 합계액에 기초한 1일 평균임금과 그 비율이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 A, B, C, D이 퇴직 전 3개월, 퇴직 전 1년 동안 받은 각각의 수수료 합계액에 기초하여 산정한 1일 평균임금의 비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아니하므로, 원고 A, B, C, D이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수수료를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다고 볼 예외적인 정도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A, B, C, D의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원칙에 따라 퇴직 전 3개월 동안 지급받은 수수료를 기초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

퇴직금 액수의 산정

원고들이 퇴직 전 3개월간 지급받은 수수료를 기초로 한 1일 평균임금을 근거로 퇴 직금을 계산하면 별지 퇴직금 산정표의 ‘법정퇴직금’란 기재와 같이 원고 A은 23,353,486원, 원고 B는 24,638,733원, 원고 C은 20,521,914원, 원고 D은 15,473,840원, 원고 E은 9,119,696원, 원고 F는 4,521,256원이 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23,353,486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A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10. 15.부터, 원고 B에게 24,638,733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B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3. 12.부터, 원고 C에게 20,521,914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C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5. 10. 23.부터, 원고 D에게 15,473,840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D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7. 1. 15.부터, 원고 E에게 9,119,696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E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7. 7. 18.부터, 원고 F에게 4,521,256원과 이에 대하여 원고 F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6. 15.부터 각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0. 7. 7.까지는 상법에 정해진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연차휴가수당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는 연차휴가수당의 산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명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진실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들은 연차휴가를 사용한 사실이 없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연차휴가의 사용 촉진을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위 연차휴가수당 중 일부로서 각 1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판단

당사자가 법원으로부터 문서제출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상대방의 그 문서에 관한 주장, 즉 문서의 성질, 내용, 성립의 진정 등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문서들에 의하여 증명하려고 하는 상대방의 주장사실이 바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주장사실의 인정 여부는 법원의 자유심증에 의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944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연차휴가가 발생한 사실, 원고들이 그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와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당우증(재판장) 최정인 김현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