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 B은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31.부터 2021. 11. 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주식회사 C과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과 같은 판결 및 피고 주식회사 C은 원고에게 피고 B과 공동하여 주문 제1항 기재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3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2. 1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5. 12. 피고 C은행(이하 ‘피고 은행’이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2020. 12. 18. 퇴사하였는데, 2018. 7. 2.부터 2019. 8. 8.까지 피고 은행 자산관리본부에서 피고 B의 비서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피고 B의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피고 B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성희롱, 강제추행 등의 피해(이하 총칭하여 ‘이 사건 성희롱 피해’라 한다)를 당하였다.
원고가 피고 B의 비서로 발령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 8.경부터, 피고 B이 원고가 피고 B의 자리로 찾아가 업무상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원고의 팔뚝을 손으로 잡아 살짝 주무르거나 허리 부근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행동을하였다. 당시 피고 B의 자리는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분리되어 있었고, 원고는 비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B의 자리로 가서 일정 조율 등을 위해 업무상 대화를 나누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행위는 불규칙적인 빈도로 기습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대략 2018. 8.경부터 원고가 피고 은행에 피고 B으로부터 입은 이 사건 성희롱 피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 2019. 7.경까지 한 달에 2-3번 정도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피고 B은 회식자리에서도 종종 원고의 손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피고 B으로부터의 신체접촉행위에 대하여 몸을 빼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황을 무마하였고, 피고 B에게 그 이상의 문제제기나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피고 은행은 2019. 5. 31.부터 6. 1.까지 1박 2일로 경기도 고양시 소재 D 연수원에서 피고 은행 직원들 모두가 참석하는 춘계 체육행사를 하였는데, 위 행사 첫날인 2019. 5. 31. 저녁 21:00 무렵 연회장에서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고, 노래방 기계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였는데, 위 행사의 준비담당자였던 원고가 행사 일을 하다가 잠깐 연회장에 놓여 있던 테이블에 앉자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피고 B이 주변이 노랫소리와 말소리 등으로 시끄러운 중에 원고에게 “옷이 찢어졌네”라는 말을 하면서 갑자기 원고가 입은 청바지의 찢어진 틈 사이로 손가락 두 개를 비집고 넣어 원고의 무릎과 허벅지의 경계 부위의 맨살을 만졌다.
2019. 7. 1. 18:30경 피고 은행 근처에 위치한 ‘E’에서 피고은행 자산관리본부 내 방카슈랑스부의 회식이 있었고, 원고는 피고 B과 위 회식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날 회식이 20:30경에 끝나게 되었고, 원고와 피고 B 및 전략 담당 팀장 3인은 2차 술자리로 이동하지 않고 귀가하였는데, 전략 담당 팀장이 먼저 헤어진 후 원고와 피고 B 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피고 B이 원고에게 “시청역까지 좀 걷고 싶다. 같이 걸 어가자”, “청계천을 따라서 걷자” 라고 말하여 원고는 피고 B과 함께 종각역 근처 광교에 위치한 계단으로 된 출입로를 통하여 청계천 가로 내려가 돌로 된 징검다리를 통해 청계천을 건너게 되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원고를 뒤따라오던 피고 B이 갑자기 원고의 가슴과 팔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원고의 팔뚝을 주무르면서 “살찐데도 없구먼, 다이어트 할 필요도 없겠는데”라고 말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 B이 청계천을 왼편에두고 청계천 가를 따라 청계광장 방향으로 나란히 걸어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원고의오른쪽에 서있던 피고 B이 왼팔을 뻗어 원고의 왼쪽 어깨를 감싸 잡아당겨 안았고, 원고가 바로 이를 뿌리치면서 몸을 빼내자 다시 왼팔을 뻗어서 원고의 허리를 감싸 안아 끌어당겼고 원고의 오른쪽 가슴 바로 밑 부분을 손바닥으로 꼬집듯이 잡았다가 놓았다. 이후 원고와 피고 B은 청계천에서 청계광장으로 나오는 길목 통로에 진입하게 되었는데, 피고 B이 갑자기 손으로 원고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아 누르며 자기 쪽으로 잡 아당긴 뒤, 얼굴을 원고의 얼굴 앞으로 빠른 속도로 들이밀며 입술을 부딪혀올 것처럼 하였다.
다음날인 2019. 7. 2. 원고는 출근하여 종전과 같이 업무를 보고 피고 B과 단둘이 점심식사를 한 뒤 카페에 들렀는데 피고 B이 카페에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 리던 중에 원고와 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음에 출장 갈 때에는 방을 같이 쓰자, 침대는 하나 더 놔 줄게”라는 말을 하였다.
원고의 이 사건 성희롱 등 피해사실 신고
2019. 7. 15. ~ 2019. 7. 19. F 차장, G 과장과의 면담
원고는 2019. 7. 15. 피고 은행 인사부 F 차장(이하 ‘F 차장’이라 한다)에게 미팅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고, 이에 같은 날 피고 은행 본사 10층에서 F 차장을 만나 부서 내 성추행 및 성희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을 토로하였는데, 당시 F 차장에게 가해자가 피고 B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고, 업무상 절차를 밟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는 다음날인 2019. 7. 16. F 차장과 다시 면담을 하였고 당시 성희롱의 가해자가 피고 B이라고 밝히며 우선 비밀로 유지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F 차장은 2019. 7. 17. 원고에게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및 은행의 징계 프로세스에 대해 알려주고, 원고의 요청에 따라 해당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원고는 2019. 7. 19.에도 F 차장과 면담을 하였는데 처리 절차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해당 사실을 비밀로 유지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9. 7. 16. 피고 은행 인사부 G 과장(이하 ‘G 과장’이라고 한다)에게도 카카오톡으로 커피타임을 요청하여 피고 은행 본점 14층에서 1시간 정도 피고 B의 성희롱과 관련하여 고충을 토로하였는데 공식적인 절차 진행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하지는 않았다.
2019. 7. 23. ~ 2019. 7. 26. H 상무와의 면담
원고는 2019. 7. 23. 오후 반차를 내고 당일 늦은 오후 피고 은행 인사부 H 상무(이하 ‘H 상무’라 한다)와 이 사건 성희롱 등에 관한 면담을 하였다. 원고는 면담에서 피해사실에 대한 정식조사 또는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가해자에 대해 희망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못하였다면서 추후 다시 의견을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H 상무는 원고로부터 후속 의견이 없자 2019. 7. 26. 서면으로 절차 진행을 원하지 않는 부분과 희망하는 부분을 기술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원고는 월요일(2021. 7. 29.)에 피고 은행에 직접 찾아 와서 이야기 하겠다고 답하였다.
2019. 7. 31. 원고의 공식 내부조사 요청
원고는 2019. 7. 29. 피고 은행에 이 사건 성희롱에 관한 요청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송부하였다. 위 서면에는 피고 B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피고 은행에 공유할 예정이고, 다만 이미 고소 중이므로 피고 은행 내부조사를 통해 굳이 구두 진술이나 서면 제출 등을 이중으로 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H 상무는 2019. 7. 30. 원고에게 전화를 하여 정식조사를 위한 협조를 부탁하였고 원고는 이에 수락하였다. 원고는 2019. 7. 31. H 상무에게 메일을 보내 공식적으로 이 사건 성희롱에 관한 내부조사를 요청하였으며, 피해사실과 요청사항을 기재한 서면도 첨부하여 함께 보냈다.
피고 은행의 내부조사 및 징계의결
피고 은행의 인사전략부는 원고의 내부조사 요청이 있은 다음날인 2019. 8. 1. 원고와의 면담을 진행하여 피해사실을 접수하고, 그 다음날인 2019. 8. 2. 피고 B과 면담을 진행하여 사실확인 과정을 거쳤다. 이후 피고 은행은 2019. 9. 24. 인사위원회규정에 따른 임원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 B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부과하는 결정을 하였다.
피고 B의 퇴사 및 형사처벌
피고 B은 위 징계처분을 받은 이후인 2019. 11. 30. 피고 은행에서 퇴사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 B을 위 2019. 5. 31.자 및 2019. 7. 1.자 강제추행에 대하여 고소하였고, 인천지방법원 2020고단2285호로 공소가 제기되어 2020. 6. 25. 위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어 벌금 6,000,000원이 선고되었다.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 B과 검사가 쌍방항소하였고,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가 받아들여져 2021. 7. 9. 위 법원에서 피고 B에대하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1. 피고 B :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에 따른 의제자백
피고 은행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22, 23호증, 을나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증인 G, H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B은 원고에게 이 사건 성희롱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나아가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B이 상사와 부하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원고가 제대로 항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 이 사건 성희롱 등 행위를 저지렀다고 보이므로 그 불법행위의 태양 및 경위가 좋지 않은 점, 원고가 위와 같은 피고 B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휴가, 휴직하였다가 결국 피고 은행에서 퇴사까지 이르게 된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자료를 30,000,000원으로 정한다. 따라서 피고 B은 원고에게 위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8. 8. 31.부터(이 사건 추행행위별로 기산일이 달라지나 전체적으로 위자료를 산정하는 이상 그 기산일을 첫 번째 추행행위 무렵일 이후로부터 기산하는 것으로 한다)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1. 11. 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은행에 대한 청구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사용자책임
피고 은행은 피고 B의 사용자로서 피고 B이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이 사건 성희롱 등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 은행은 피고 B과 공동하여 위 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고유의 불법행위책임
피고 은행은 아래와 같은 고유의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다 할 것이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이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 제2항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업주는 위와 같은 신고를 받거나 또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2019. 7. 16. 피고 은행의 인사부 차장이었던 G 과장에게 최초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렸고, 2019. 7. 23.에는 피고 은행의 인사부 H 상무와 위 사실에 관하여 면담까지 하였으므로 피고 은행은 지체 없이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루다가 원고가 2019. 7. 29. 징계요청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조사에 들어감으로써 위 법을 위반하였다. (2)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3항 내지 5항 위반
위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에 관한 조사 기간 동안, 조사결과 피해가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은행의 G 과장 및 H 상무는 원고와 이 사건 성희롱 피해사실에 관한 상담 및 면담까지 하고도 원고에 대한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부여 등 일체의 분리조치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조사결과 피고 B의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피고 B에 대하여 형식적인 징계를 하였을뿐 피해자인 원고가 돌아와야 할 본점에서 피고 B의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법을 위반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 따른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근로자에게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업주인 피고 은행은 원고가 이 사건 성희롱 피해를 당한 후 휴직하였다가 복직하면서 피고 은행 본점에서의 복무를 희망하였음에도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열악한 부서인 지점에 발령을 내는 불리한 처우를 함으로써 위 법을 위반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에 따른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에 의하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야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피고 은행 H 상무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성희롱 피해사실 및 형사고소 사실을 고지받고 곧바로 피고 B에게 알려 주었고, 피고 은행 인사담당자 이외에는 볼 수 없게 되어 있는 원고의 ‘자기신고서’가 피고 B에게 입수가능하게 함으로써 위 누설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피고
사용자책임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 B의 불법행위를 ① 2018. 8.경부터 원고에 대하여 행해진 상습적인 성희롱, ② 2019. 5. 31. 강제추행 범죄 피해, ③ 2019. 7. 1. 강제추행 범죄피해, ④ 2019. 7. 2. 이후 있었던 언어적 성희롱 및 문제제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억압의 경우로 특정하고 있는데, 위 ①의 경우 구체적인 문제행위 내지 불법행위를 특정하고 있지 못하며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위 ③④의 경우 피고 B의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피고 B의 개인적 일탈행위에 해당하여 본질적으로 직무와 분리된 행위이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라 할 수 없다.
설령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은행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무관용 원칙 천명 및 이에 따른 신 속한 징계처분, 직장 내 성희롱 대응절차의 마련 및 홍보 등을 통하여 피고 은행에서의 위험창출 및 성희롱 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으므로 사용자책임을 면한다.
피고 은행 고유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피고 은행은 원고에 대하여 모든 보호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였으며, 원고가 피고 은행에게 요청한 사항들을 모두 보장해 주었다. 그 밖에 원고가 피고 은행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며 제시한 사정들은 모두 사실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불법행위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판단
사용자책임 여부에 관하여
사무집행 관련성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인바,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7297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우선 위 ③ 2019. 7. 1. 강제추행 범죄피해는 회식 이후 피고 B이 개별적으로 귀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 외적 영역에서의 문제라는 점에서(피고 B에 대한 지근거리 수행 내지 배웅이 원고의 비서업무라고 보기 어렵다), 위 ④ 2019. 7. 2.이후 언어적 성희롱 피해는 원고와 피고 B이 업무와 관련 없이 개별적으로 식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모두 사무집행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원고는 피고 B이 2019. 7. 5. 16:27경 돌연 원고에게 “뭐 문제 있으면 말해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22:10경 “이제 행사 끝나고 가는데 오늘 A 모습이 예전 같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네 괜찮은 거지?”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2019. 7. 23. 원고가 2019. 7. 24. 오후 반차 및 2019. 7. 25.부터 8. 8.까지 11일의 휴가계를 제출하자 피고 B이 원고를 자신의 자리로 불러 “왜 휴가를 쓰느냐, 청계천일 때문이냐, 그건 그냥 친근감의 표현이었다”하고 말했고, 같은 날 18:20경에는 “A대리가 기분 나빴다면 무조건 내가 잘 못한 것야 (중략) 진심으로 미안해”라고 하는 등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과를 가장하여 사건을 무마하고 원고가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간접적인 압박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피고 B의 불법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살피건대, 위 갑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 B이 2019. 7. 2. 이후 원고에게 사과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 피고 B이 자신이 저지른 성희롱 내지 강제추행 행위를 무마시켜 원고로 하여금 신고를 못하게 하려는 억압적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이 부분 피고 B의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위 ① 2018. 8.경부터 원고에 대하여 행해진 상습적인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 여성인 원고가 이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이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피고 은행과의 면담과정(징계절차)에서도 계속하여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점, 이후 있었던 피고 B의 강제추행 및 언어적 성희롱 등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갑 제1호증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사실로서 인정한다. 따라서 개별적인 성희롱 행위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원고가 피고 B의 비서 업무를수행하던 2018. 8.경부터 원고가 피고 은행에 피고 B으로부터 입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 2019. 7.경까지 한 달에 2-3번 정도 성희롱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피고 B의 불법행위에 포함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결국, 위 ① 2018. 8.경부터 원고에 대하여 행해진 상습적인 성희롱의 경우 피고 은행의 직장 내 근무 시간에 피고 B의 업무 집행 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위 ② 2019. 5. 31. 강제추행 범죄 피해의 경우 피고 은행의 공식 춘계 체육행사 중 원고가 행사진행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직장 상사인 피고 B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피고 B의 위 각 불법행위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면책 사유 인정 여부
그러나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은행으로서는 피고 B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었으리라고 보이므로 피고 은행은 사용자 책임을 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 은행은 피고 B의 불법행위 이전인 2007. 2. 28.부터 「직장내 성희롱 예방 및 괴롭힘 방지 준칙」(이하 ‘성희롱 예방준칙’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시 행하여 왔고, 이 성희롱 예방준칙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 직원은 인사정보시스템(HRMS)의 직원셀프서비스 인사담당 또는 각 담당 인사담당자(HRBP)를 통해 고충 신고 및 상담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인사전략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고, 피해신고를 접한 인사본부장은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의 요청 등 필요한 경우에는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별도의 유급휴가 부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인 직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해 두었다.
피고 은행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 제1항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3조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2017. 11. 27., 2018. 11. 26. 및 2019. 11. 1. 각 1회 실시하였고, 피고 B에게 2017년 및 2018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각 이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피고 B의 사무집행 중 성희롱 등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사무감독을 하였다.
성희롱 등 성폭력행위의 특성상 피고 B의 불법행위는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고, 피해자인 원고 또한 2018. 8.경 피고 B의 비서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인 피해를 받고도 곧바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피고 은행으로서는 피고 B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 수 없었고, 피고 B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이를 막기 어려웠다.
피고 B이 보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불법행위를 한 시기는 2019. 5. 31.자 춘계체육행사에서의 강제추행으로 보이고, 그 이전의 성희롱 행위 들은 아주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원고가 적극적으로 항의표시를 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 은행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그와 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 은행 고유의 불법행위 책임 여부에 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따른 조사 의무 위반
원고가 2019. 7. 15. G 과장에게 최초로 성희롱 피해사실을 토로하였고, 2019. 7. 23. H 상무에게 가해자가 피고 B이라는 사실과 함께 성희롱 피해 사실을 밝히며 면담을 하였고, 당시 원고는 G 과장이나 H 상무에게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인사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비밀유지를 부탁한 점, 피고 은행이 원고가 정식으로 조사 요청을 한 2019. 7. 29.까지 사이에도 원고의 최종 의사를 확인하면서 정식 조사를 요청하는 절차에 착수 할 것을 권유하였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이 원고로부터 성희롱 피해 사실을 접하고 원고의 의사를 무시하고 즉각적으로 사실 확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서 말하는 즉시 조사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 은행이 원고의 성희롱 피해 사실 신고를 억압하거나 무마하려 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3항 내지 4항에 따른 분리조치, 보호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 위반
갑 제9호증, 을 제19, 20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9. 7. 23. H 상무와 면담을 하기 전에 이미 2019. 7. 24.부터 2019. 8. 8.까지 11.5일간의 장기간 휴가를 내고 결재를 득한 상태에 있었던 점, 원고는 2019. 7. 23. 이후에도 한동안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인사위원회의 구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2019. 8. 9.부터 2019. 11. 7.까지 인병휴가를, 2019. 11. 8.부터 2019. 12. 6.까지는 성희롱 예방준칙에 따른 특별휴 가를 신청하자 피고 은행은 이를 모두 유급으로 승인한 점, 피고 은행은 2019. 8. 2. 피고 B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원고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고 원고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피고 B이 그럼에도 2019. 8. 3.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 시지를 보냈고, 원고가 그 해당 사실을 2019. 8. 5. 피고 은행에 메일로 전달한 점, 이에 피고 은행은 2019. 8. 5. 피고 B으로부터 원고에 대해 일체의 접근 및 제3자를 통한 접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징구한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 B이 2019. 11. 30.자로 피고 은행을 퇴사하여 그 이후에는 원고와 피고 B이 마주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이 사건 성희롱 피해 사실과 관련하여 유급휴가 미부여,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제6항에 따른 조치를 하야야 할 의무 위반
갑 제17호증, 을나 제22, 25, 26호증의 각 기재에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은행은 원고가 이 사건 성희롱 사건 관련 면담 과정 중 자산관리부서가 있는 8층 이외의 다른 본점 부서로 이동하기를 희망함에 따라 H 상무가 원고에게 성희롱 예방준칙에 따른 특별휴가가 만료되기 전인 2019. 11. 21. 자산관 리부와 다른 층에 있는 본점 수탁업무부로의 지원을 안내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한 사실, F 차장은 원고가 위 특별휴가가 만료된 다음날인 2019. 12. 7.부터 2020. 11. 30.까지 약 1년 동안 인병휴직(유급)을 하는 동안인 2020. 1. 20. 및 2020. 10. 29.경 원고에게 본점 증권업무부로의 지원을 각 안내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모두 거절한 사실, 원고는 2020. 12. 1. 피고 은행에 복직하였는데 당시 영업점(지점)에서 근무를 희망한다는 원고의 의사에 따라 피고 은행은 원고의 복직 희망 지점 중 2순에(1순위 청담역, 2순위 대치동, 3순위 압구정 로데오) 해당하는 대치동 영업점에 배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이 사건 성희롱 발생과 관련하여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게을리 하였거나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근무 장소를 배치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에 따른 비빌누설 금지 의무 위반
피고 은행이 H 상무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성희롱 피해사실 및 형사고소 사실을 고지받고 곧바로 피고 B에게 알려 주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한편 원고의 ‘자기신고서’가 피고 B을 수사한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으로 보이나 이것만으로 피고 은행의 관여 정도나 위법성을 확인할 수 없어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결
따라서 원고의 피고 은행에 대한 사용자책임 및 고유의 불법행위책임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 은행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회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