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 및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의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원고 A의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망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5. 6. 1.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8. 1. 17.까지 주식회사 F의 직원으로 에어컨 설치기사였던 사람이고,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B은 망인의 자녀이다.
피고는 서울 서초구 G에 있는 ‘H I점’, 서울 강남구 J에 있는 ‘H 선정릉점’의 운영자로, 대전 유성구 K건물, 2층에서 ‘H L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을 개업하기 위해 2018. 1. 4.부터 2018. 1. 21.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친구였던 망인에게 이 사건 사업장에 피고가 가지고 있던 중고 에어컨 2대를 설치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망인은 2018. 1. 17. 11:09경 대전 유성구 K, 2층 건물 난간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도로로 추락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로 인하여 심폐기능이 정지하여 같은 날 22:40경 사망하였다.
승계참가인은 2018. 2. 25.부터 2023. 1. 25.까지 원고 A에게 유족연금 합계 11,834,52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나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과 승계참가인의 주장의 요지
원고들
망인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계약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는 망인에게 추락할 위험이 있는 2m 이상의 건물 외벽 난간에서 작업을 시키면서도 사다리차를 제공하지 않고 추락을 방지할 안전대, 안전모 등 보호구를 제공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위반하고,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이로 인한 소극적 손해로서 일실수입, 적극적 손해로서 장례비, 정신적 손해로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승계참가인
피고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등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피고는 원고 A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바, 승계참가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 A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였으므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따라 60개월 이내의 유족연금의 범위에서 피고에 대한 원고 A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망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 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채택한 증거들에 갑 제6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피고로부터 에어컨 설치업무를 도급받은 수급인으로서 독자적으로 에어컨 설치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그 업무집행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과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망인은 2015. 6. 1.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일까지 주식회사 F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피고의 요청으로 2015. 6.경 H I점, 2017. 12.경 H 선정릉점, 2018. 1. 17. H 대전유성점의 에어컨 설치작업을 3회에 걸쳐 수행하였을 뿐인데, 작업의 횟수, 시기, 내용(피고가 신규로 개업하는 사업장에 에어컨 설치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망인이 피고로부터 의뢰받은 위 3건의 에어컨 설치작업 모두 망인의 일정에 맞추어 망인이 설치일정을 제안하면 피고가 이를 수락하는 형태로 작업일정이 정해졌던 것으로, 망인의 작업일정이 피고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에어컨 설치작업 일정의 경우에도, 피고는 당초 2018. 1. 20.에 사다리 차량 작업이 동반되는 간판설치작업과 에어컨 설치작업을 하고자 하였으나, 망인이 회사 휴가일정이 변경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일인 2018. 1. 17. 작업일정을 제안하여 피고가 이를 수락하는 형태로 정해진 것이다.
또한 망인이 피고로부터 의뢰받은 위 3건의 에어컨 설치작업에 대한 대가 역시 작업 이전에 그 액수가 미리 정해져있던 것이 아니고 작업 이후에 망인이 요청하는 금액을 피고가 송금하는 형식으로 2015. 5. 19. 847,000원, 2018. 1. 7. 300,000원을 각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2015. 11. 20. 피고에게 2015. 5. 19.자 847,000원에 대하여 화창마트 명의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주었다.
원고들은 망인이 피고의 지시와 감독 하에 에어컨 설치작업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과 피고의 직업, 작업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에어컨 설치작업에 피고가 지시와 감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당시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에 진행되는 망인의 작업내용을 에어컨 실내배관작업으로 알고 있었고, 실외 작업인 에어컨 실외기 설치는 2018. 1. 20.에 진행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노무도급에서의 도급인의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도 주장하나, 판례상 인정되는 노무도급에서 도급인의 주의의무는 실질적으로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과 노무수급인 사이에서 노무도급인이 노무수급인에게 부담하는 주의의무를 말하는 것이므로, 피고와 망인이 노무도급인, 노무수급인의 관계에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에게 위와 같은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할 여지도 없다.
결론
원고들 및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소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