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를 피고의 원장에서 해임한 피고의 2019. 2. 19.자 이사회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62,479,416원 및 그중 별지 인용금액표(급여) ‘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에 대하여는 같은 표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부터, 88,280,746원에 대하여는 2022. 1. 22.부터 각 2022. 5. 1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20%는 원고가, 8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487,181,024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2. 20.부터 2022. 1. 2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2009. 4. 3. 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가 2019. 12. 19. 양성평등기본법 제46조의2에 따라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었다. 피고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을 예방․방지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등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제반 활동을 통해 성평등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보호되는 사회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여,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피해자 보호, 지원시설 종사자의 양성 및 보수교육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는 2017. 11. 21. 피고의 원장으로 취임하여 2019. 2. 19. 해임되었다.
피고 내 성희롱 사건의 발생 및 처리 경과
피고의 C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 상담팀 소속 상담원인 D은 2018. 9. 3.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센터 E 팀장인 F가 2018. 8. 3. 술자리에서 자신의 무릎을 만지고 성적 언동을 하는 등 여러 차례 성희롱을 하였다’는 신고를 하였는데, D과 F는 둘 다 여성이었다(이하 D은 ‘신고인’, F는 ‘피신고인’이라고 한다).
피고는 2018. 9. 3.부터 2018. 9. 21.까지 위 신고사건(이하 ‘성희롱 사건’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조사를 한 결과 ‘신고인이 주장하는 피해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신고인과 피신고인은 2018. 9. 28. 피고의 G 등의 중재 하에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기관 차원 조치 이행, 재발 방지를 위한 이 사건 센터 소속 직원 대상 사건 고지, 참고인 동석한 재발 방지를 위한 세부 공유 자리 마련, 신고인 대상 상담일자 유급휴가 2일 부여’를 조건으로 성희롱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위 합의 내용 중 ‘재발 방지를 위한 소속 직원 대상 사건 고지’는 2018. 10. 1. 이메일을 통해 하기로 하였는데, 구체적인 고지 내용에 관하여 신고인과 피신고인 간에 의견 차이가 있어 실제 고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신고인은 성희롱 사건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8. 9. 15. 같은 상담팀 소속 상담원인 H에게 성희롱 사건을 언급하며 피신고인 및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I의 성정체성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발송하였는데, 이를 수령한 H은 2018. 9. 17. ‘현재 조사 진행 중인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인지하게 되었음을 보고한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하여 인사 담당 부서장에게 제출하였다.
신고인이 2018. 10. 1. 09:00경 이 사건 센터의 사무실에서 H에게 자신의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고, 피신고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희롱 가해자라고 말하는 등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자, G는 이러한 상황을 원고에게 보고하였다. 이에 같은 날 10:00경 긴급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고 한다)가 소집․개최되어 원고, G, J(K팀장), 신고인과 피신고인을 포함한 이 사건 센터 소속 직원 전원이 참석하였다. 이 사건 회의에서 원고와 G는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처리 경과를 설명한 후, 그 과정에서 신고인의 행위로 발생한 아웃팅<1> 등의 문제를 제시하며 향후 개선방향 등에 관하여 직원들과 논의하였다.
피고는 신고인의 요청에 따라 2018. 10. 9. 성희롱 사건을 자체 종결하였다.
원고에 대한 해임 경위 등
이 사건 회의 이후 신고인이 여성가족부에 ‘성희롱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건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민원을 제기하였고, 그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2018. 12. 17.부터 피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였는데(감사기간은 2019. 3. 15.까지였고, 그중 실지감사는 2018. 12. 17.부터 2018. 12. 19.까지 이루어졌다), 감사가 진행중이던 2019. 1. 16.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하 ‘고용노동청’이라고 한다)에 피고에 대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한다) 제14조 제7항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고, 같은 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 여부에 관한 조사를 의뢰하였다.
2019. 2. 15. 여성가족부 L이자 피고의 이사인 M의 제안에 따라 같은 날 원고에 대한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2019. 2. 19.자 임시이사회 소집통지가 이루어졌다. 그에 따라 2019. 2. 19. 임시이사회(이하 ‘이 사건 이사회’라고 한다)가 개최되었고, 재적이사 10명 중 9명이 참석하여 원고를 제외한 8명의 찬성으로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 원고의 해임사유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및 제7항 위반으로 피고의 정관(이하 ‘이 사건 정관’이라고 한다) 제12조 제1호, 제2호, 제3호, 제5호 및 제6호에서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고용노동청은 2019. 3. 11. ‘원고와 G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신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을 이유로 250만 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하였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에 관해서는 위반사항이 없다고 보아 행정종결 처리하였다.
여성가족부는 2019. 3. 29. 피고에 대한 감사 결과 ‘원고 등의 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관련자(G, J)에 대한 징계처분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관련 법령 및 이 사건 정관 규정
남녀고용평등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정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8, 10, 12, 13, 28호증, 을 제2 내지 5, 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고용노동청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이 사건 결의의 무효확인청구
이 사건 결의는 다음과 같이 절차적․실체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가) 이 사건 정관 제17조 제3항에 따르면 이사회 소집통지는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회의 개최 7일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이사회 소집통지는 회의 개최일로부터 불과 4일 전에 이루어졌고, 임시 이사회를 긴급하게 개최하여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이사회 소집통지는 부적법하다.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 회의는 G가 소집하여 주도적으로 진행하였고, 원고는 G의 요청에 따라 기관장으로서 참석하였을 뿐이다. 나아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원고가 아닌 G이다.
신고인은 피고에 대하여 성희롱 사건을 신고한 이후 주변에 스스로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렸고, 피신고인과의 합의 과정에서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할 것을 요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설명한 것은 신고인의 피신고인 등에 대한 아웃팅 행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조직 내 질서와 소통을 위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을 위반하여 성희롱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신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였다고 볼 수 없다.
신고인은 성희롱 사건의 내용이 이 사건 센터 전 직원에게 공개되기를 원하였으므로,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것이 ‘신고인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의 일부 법령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직 전체의 질서 회복과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를 해임할 정도로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결의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약정보수 지급청구
이 사건 결의가 무효인 이상 원고는 여전히 피고의 원장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결의 다음 날인 2019. 2. 20.부터 2021. 4. 6.까지 원고가 해임되지 않았다면 받았을 보수 합계 387,181,02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임기만료(2020. 11. 20.) 후 연임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소 제기 전날인 2021. 4. 6.까지의 보수를 구하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이 사건 결의를 한 피고의 이사들은 여성가족부의 부당한 관여에 따라 원고에게 정당한 해임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를 해임하였는바,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결의 다음 날인 2019. 2. 20.부터 2021. 4. 6.까지 원고가 해임되지 않았다면 받았을 보수 387,181,024원(소극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억 원 합계 487,181,02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보수’에 관해서는 약정보수 지급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고 있다).
피고
이 사건 결의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결의는 다음과 같이 절차적․실체적으로 적법하여 유효하다.
당시 미투(Me Too) 운동<2>이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 가운데, 피고는 성범죄 근절 및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기관장이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에 대해 선제적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정관 제17조 제3항 단서의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이사회 소집통지는 적법하다.
설령 이 사건 이사회 소집통지가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이 사건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의 출석권과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가 방해되지 않았고, 원고도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았으므로, 이 사건 결의를 무효로 할 정도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직원들은 이 사건 회의를 통해 비로소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알게 되었고, 신고인이 이 사건 회의의 개최․진행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에 해당한다. 고용노동청도 위와 같이 판단하여 피고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라)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아 상담 및 진료를 받았고, 이와 관련하여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의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신고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해당한다.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고, 피고의 이사들은 이 사건 정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소집된 이사회에서 자율적․민주적으로 집단의사를 형성하여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결의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약정보수 지급청구에 대하여
설령 이 사건 결의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임기만료 후 연임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임기만료 시까지의 보수만 인정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피고의 이사들이 여성가족부의 부당한 관여 아래 고의 또는 과실로 이 사건 결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결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소극적 손해의 경우 원고가 임기만료 후 연임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기만료 시까지의 보수만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결의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절차적 위법 여부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정관 제17조 제3항은 “이사장은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할 때에는 회의 개최 7일 전에 이사 및 감사에게 회의의 목적과 개최 일시 및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의 이사장은 이 사건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그 소집통지를 위 이사회 개최 4일 전인 2019. 2. 15.에 하였으므로, 이 사건 이사회의 소집절차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정관 제17조 제3항 단서에서 정한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이사회 개최일로부터 불과 9일 뒤인 2019. 2. 28. 정기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정기이사회에서 원고에 대한 해임 안건을 추가하여 논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였던 점, ② 원고의 해임사유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및 제7항 위반 여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감사 결과나 고용노동청의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 ③ 원고에 대한 해임 안건을 제안한 이사 M은 이 사건 이사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의 업무성격 등을 고려할 때, 여성가족부의 감사 결과나 고용노동청 조사 진행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경우 피고나 여성가족부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어, 피고의 이사회에서 먼저 적극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칙적인 소집절차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이 사건 이사회를 긴급하게 개최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관 제17조 제3항 단서에서 정한 ‘긴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에는 이 사건 정관에 따른 소집절차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실체적 위법 여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 여부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 갑 제15, 16, 18, 38호증의 각 기재, 증인 N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신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신고인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피고의 내부 조사를 통해 ‘신고인이 주장하는 피해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피신고인과의 합의를 요청하여 2018. 9. 28. 이 사건 센터의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고지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신고인은 위 합의 과정에서 ‘이 사건 센터의 모든 직원들이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고지 내용에 관하여 신고인과 피신고인 사이의 합의가 결렬되어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지만, 신고인이 요구한 이메일 내용에는 피신고인과 동석자들의 실명을 포함하여 성희롱 사건의 사실관계가 비교적 상세하게 적시되어 있었다. 이처럼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 이전부터 이 사건 센터 직원들에게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공론화하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였다.
신고인이 이 사건 회의에서 보인 태도나 이후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신고인은 피신고인과 이 사건 센터의 나머지 직원들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성희롱 사건에 관하여 논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신고인의 의사는 어디까지나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 내지 절차’에 관한 것일 뿐, 신고인이 이 사건 센터의 전체 직원에 대하여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거나 거부감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센터의 직원 15명 중 13명은 이 사건 회의 이전부터 이미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당사자를 알고 있었다. 나머지 2명의 경우 이 사건 회의를 통해 비로소 성희롱 사건을 인지하게 되었지만, 위 2명 역시 신고인이 이메일을 통해 성희롱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상대방이었다. 게다가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 당일(2018. 10. 1.) 오전에 이 사건 센터의 사무실 내에서 피신고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희롱 가해자라고 말하는 등 소란을 피워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스스로 발설하였는데, 이러한 신고인의 소란행위로 인해 그동안 성희롱 사건에 관하여 알지 못했던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회의 당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은 ‘비밀’로서의 성격을 거의 갖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회의가 개최되기 전부터 ‘신고인이 다른 직원들에게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관련 당사자들을 이야기함으로써 피신고인 등에게 아웃팅, 명예훼손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가 다른 직원들에 의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이 사건 회의 당일 오전에 신고인이 피신고인을 가해자로 지칭하며 소란을 일으킴에 따라 또 다시 아웃팅 문제가 야기되었다. 그에 따라 원고와 G는 관리자로서 위와 같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성희롱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아웃팅 등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이 사건 회의를 긴급하게 개최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이 사건 회의를 개최하게 된 배경인 성희롱 사건의 경위와 이후 조사 경과 등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것처럼 고용노동청은 원고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불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피고가 여성가족부의 감사 및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과태료 부과처분에 대하여 불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실제 피고는 원고의 해임 이후 원장 대행을 맡은 O이 여성가족부 담당자를 만난 후 과태료 부과처분에 불복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다). 오히려 피고는 이후 여성가족부의 요구에 따라 G에 대한 징계처분(견책)을 의결하면서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 여부
신고인이 여성가족부에 ‘이 사건 회의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성희롱 사건의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민원을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5호증의 기재에의하면,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 이후 정서적 불안감, 우울감 등으로 인해 심리 상담 및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위반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그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유하게 된 경위, 특히 이 사건 회의는 신고인의 행위로 발생한 소란과 아웃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 점, ③ 고용노동청 역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한 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제6호에서 금지하는 ‘신고인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해임사유의 존부
위와 같이 이 사건 결의에서 인정된 해임사유의 전제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또는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원고에게 해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의 행위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또는 제14조 제6항 제6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기초사실과 앞서 채택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인과 임원의 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17109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위임계약의 당사 자는 언제든지 그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정관 제12조에 근거하여 위 조항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있으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다만, ① 원장을 비롯한 임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징계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해임으로 인해 곧바로 임원직을 박탈당하는 중대한 신분상의 불이익이 초래되는 점, ② 이 사건 정관 제8조 제1항에 따라 임원은 적어도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관 제12조에서 해임사유로 정한 임원의 행위로 인해 피고와 임원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정당한 해임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회의가 개최된 것은 회의 당일 오전에 신고인이 사무실 내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당사자인 피신고인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행위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소란을 해결하고, 근본적으로는 성희롱 사건의 조사 및 처리 과정에서 신고인에 의해 야기된 아웃팅 등의 문제를 논의하여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당사자들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나아가 이 사건 회의 당시 이 사건 센터의 직원 대부분은 이미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비록 이 사건 회의 전까지 성희롱 사건에 관하여 알지 못하는 일부 직원이 있기는 하였지만, ①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 전부터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이 사건 센터의 전체 직원에게 공유하기를 강력하게 원하였고, 그 일환으로 피신고인 등 관련 당사자들의 실명과 사건의 경위가 담긴 이메일 초안을 작성하기도 한 점, ② 신고인은 성희롱 사건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발적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성희롱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동조를 구하였고, 이 사건 회의 당일 오전에는 사무실 내에서 피신고인을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로 지칭하며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직원이 이미 성희롱 사건을 알고 있고, 신고인이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과 당사자 실명이 공개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용노동청 역시 조사 결과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성희롱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신고인의 의사를 오해하여 사건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성희롱 사건의 조사를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희롱 사건이 신고된 즉시 피신고인을 직위해제하여 신고인과 분리하고, 신고인에게 20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3항에 따른 신고인 보호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에게 신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누설하거나 신고인에게 정신적 손상을 가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회의에서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공개하게 된 경위와 당시 원고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피고의 업무 수행에 차질을 가져오거나 피고에게 중대한 손실을 입힘으로써 더 이상 원장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현저히 훼손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결의에는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실체적인 하자가 존재한다.
소결론
이 사건 결의는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결의가 유효하다고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약정보수 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를 해임한 이 사건 결의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결의 다음날인 2019. 2. 20.부터 원고의 임기만료일인 2020. 11. 20.까지의 약정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원고는 임기만료 후 연임하였을 것을 전제로 2021. 4. 6.까지의 보수를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정관 제8조 제1항은 ‘임명권자는 경영실적 평가 결과 등을 고려하여 원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고, 원고가 임기만료 후 연임하였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임기만료일 이후의 보수 지급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① 2019. 2. 20.부터 2020. 11. 20.까지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보수의 합계액이 262,479,416원[= 급여 174,198,670원(= 2019. 2. 20.부터 2019. 12. 31.까지의 급여 78,156,000원 + 2020. 1. 1.부터 2020. 11. 20.까지의 급여 96,042,670원) + 성과급 88,280,746원(= 2019년분 42,180,264원 + 2020년분 46,100,482원)]인 사실, ② 피고의 급여 지급일은 매월 25일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보수 262,479,416원 및 그중 급여에 해당하는 별지 인용금액표(급여) ‘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액에 대하여는 지급기일 다음 날인 같은 표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해당일부터, 성과급 88,280,746원에 대하여는 2022. 1. 2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1. 22.부터<3>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5. 1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이사회가 임원을 해임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임원을 해임하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임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임결의를 한 경우나 해임사유로 된 어느 사실이 관련 법령이나 그 단체나 기관의 정관이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임결의에 나아간 경우 등 임원에 대한 해임결의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단체나 기관의 임원에 대한 해임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다90754 판결 등 취지 참조).
판단
앞서 본 제반 사정, 특히 ① 신고인은 ‘이 사건 회의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성희롱 사건의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취지로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한 점, ② 그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피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사건 결의 당시에는 여성가족부가 원고의 행위를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으로 판단하여 고용노동청에과태료 부과를 요청한 상태였던 점, ③ 고용노동청은 이 사건 결의 이후 실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을 인정하여 피고에 대하여 과태료 부과처분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결의에 참여한 피고의 이사들이 원고를 해임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를 해임하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임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임결의를 하였다거나, 해임사유의 원인이 된 사실이 이 사건 정관상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임결의에 나아감으로써 이 사건 결의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결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