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18. 선고 2021나1452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13. 7. 3.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동부지사에서 영업관리사로 근무하다가 2017. 2. 28. 퇴사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최초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으로, 이후 6개월마다 비슷한 내용으로 갱신되었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을 제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으로 청구취지 기재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원고가 근로자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본소), 2013다40629(반소)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든 증거와 갑 제2 내지 11, 14, 16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로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 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의 업무는 크게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추심을 수임하거나 신용조사를 유치하는 영업직과 그 채권을 배당받아 직접 채권을 추심하는 추심직으로 분화되어 있는데, 원고는 그 중 영업직인 영업관리사로 피고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단위로 위임계약을 갱신하면서, 채권수임 업무, 신용조사 유치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을 제9호증)의 명칭은 '위임계약서(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서'라 한다)'이고, 이 사건 위임계약서 제2조 제1항 및 제2항에서는 원고의 신분에 관하여 '독립사업자로서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며, 근로기준법과 피고의 취업규칙 및 제반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원고를 포함한 위임직 영업관리사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원고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실적에 따른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영업관리사가 받는 수수료는 채권자가 영업관리사를 통해 피고에게 신용조사업무를 맡겼을 때 지급되는 조사수수료와 영업관리사가 수임한 채권이 채권추심원의 추심활동으로 추심에 성공하였을 때 지급되는 추심성공수수료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수수료는 영업관리사의 채권 수임 여부 및 그 사건을 배당받은 담당 추심직원에 의한 채권회수 실적에 연동하므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고, 영업관리사들에게 피고가 정한 최저 추심수수료율을 넘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추심수수료율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영업관리사들에게 지급된 수수료 액수는 각 영업관리사별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은 영업관리사가 받은 월별 수수료 간에도 편차가 존재하였다. 원고의 경우에도 실제로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 간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면 원고가 2015년에 받은 수수료는 적게는 3월의 839,450원에서부터 많게는 11월의 9,248,470원까지 약 11배의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영업관리사에게 지급된 수수료가 근무내용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 수임 여부 및 추심결과물인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갖는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

(3)

영업관리사의 경우 채권추심원보다 개개인의 사업수완능력과 경험 정도에 따라 그 수행 방법과 성과 정도가 다양하여 피고가 지휘·감독을 할 여지가 비교적 적었다. 실제로 영업관리사들은 홍보물 발송, 방문 또는 전화, 홈페이지나 블로그 개설, 현수막 게시 등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하여 영업활동을 하였고,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였다. 또한 영업관리사가 반드시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해서 근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피고가 출퇴근 시각을 정하지도 않았으므로, 영업관리사의 경우 외부 방문 활동을 하거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안내문 발송, 거래처 관리를 하는 등으로 근무 시간, 장소, 방법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4)

영업관리사는 피고의 '당번제도'에 따라 피고가 지정하는 날에 피고가 지시하는 당번 업무(회사에 걸려온 전화 중 채권추심 의뢰 전화를 연결받거나 추심 의뢰내방고객을 응대하여 상담을 통하여 추심사건을 위임받고, 당일 광고우편물을 발송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런데 ① 당번 업무를 통하여 수임한 영업수수료도 영업관리사가 개별적인 영업활동을 통하여 수임한 사건의 수수료와 같은 비율로 지급되므로, 영업관리사 입장에서는 개별적인 영업 노력 없이도 계약 체결의 우선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당직 업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점, ② 이에 각 지점에서는 지사장이 추심의뢰 전화 등을 일정 영업관리사에게만 연결시켜 편파적으로 계약 체결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영업관리사 모두에게 공정한 계약 체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당번의 자격 및 지정에 관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번제도 운영은 영업관리사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수임의 기회를 제공하고 당번 업무를 균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 또는 그 기준으로 보일 뿐이고, 이로써 영업관리사에게 출퇴근 시간을 강제하거나 업무 내용, 방법 등을 지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5)

원고가 피고의 지휘․감독으로 주장하는 내용 중 일부는 관계 법령 등에서 요구 또는 허용하는 것이거나 건전한 채권 추심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영업관리사들의 실적 현황을 파악한 것은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정확한 수수료 산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피고가 영업관리사들에게 사무실 내 지정좌석을 마련해 주고, 책상, 컴퓨터,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전산 아이디(ID), 전화기 등을 제공하였으며, 이에 따라 원고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전산시스템에 업무수행 과정을 입력할 것을 요청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가 원고의 위임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 제공이나 관리를 벗어나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6)

피고는 영업관리사들에게 겸직을 제한하지 않았고, 실제로 보험설계사, 공인중개사 등 다른 업무를 겸업하는 영업관리사가 다수 있었으므로, 영업관리사가 오직 피고의 업무만을 수행하였거나 피고에 전속되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7)

피고는 영업관리사들에게 업무안내서, 업무가이드 라인 등의 자료를 배포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규제나 제한을 숙지시키고 업무 진행을 원활하게 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서도 피고가 영업관리사를 상당한 정도로 지휘․감독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김현석 당우증

각주1)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금융감 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제29조 제1항은 ‘금융회사 등은 채권추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에 대한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추심업무 착수 전 안내사항 통지, 채권에 대한 변제 요구, 변제금 수령 등 일체의 추심활동이 전산으로 기록·관리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