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23. 선고 2021노736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피고인과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 및 비밀유지계약서는 F이 D 주식회사의 법인인감도장을 보관하면서 일방적으로 작성 및 날인한 것이지 피고인과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합의된 것이 아니고, ②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J 주식회사에 도급을 준 업무사항을 요청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해 종속적 관계에서 구체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업무보고를 요구하거나, 근무장소·근무형태 등을 지정한 사실이 없으며, ③ 피고인은 J 주식회사의 형편이 어려워 그를 대신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을 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 각각 근로계약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교부받았는데 각 처분문서에 근로관계임이 명시되어 있는 점, ② F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사업체를 운영하지 아니하여 그들을 별도의 사업자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 ③ 이 사건 근로자들은 J 주식회사와 계약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해 위 회사를 그만둔 후 체불임금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자 D 주식회사와 계약관계를 맺으면서 그 부분을 명확히 하려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청하였고, 피고인도 이에 응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 ④ 피고인은 명확한 처분문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J 주식회사에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J 주식회사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그 용역을 하도급주는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J 주식회사의 승낙 하에 J 주식회사에 지급할 용역대금을 편의상 하청업체인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복잡한 법률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특별한 근거가 없는 점, ⑤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수시로 근무장소에 와서 직접 또는 F을 통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고, 피고인에게 업무보고도 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⑥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직원’으로 지칭하면서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 점, ⑦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월 급여를 지급한 적도 있는 점, ⑧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 J 주식회사의 관계에 대하여 그들이 J 주식회사의 직원이라고 하였다가 하청업체라고 하는 등 그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 ⑨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그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을 믿고서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시·감독 하에 노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⑩ 사용자는 자신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무장소·근무형태 등을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들의 근무장소·근무형태 등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함부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는 점, ⑪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엉뚱한 사유를 내세워 임금지급의무를 부정하는 것은 신의칙상 용납될 수 없는 점, ⑫ 피고인이 J 주식회사의 승낙을 얻어 그 회사의 직원인 이 사건 근로자들을 사용하고 임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이상 이는 넓은 개념의 사용자에 포섭된다고 볼 것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는바,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설시한 사실 및 사정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임이 인정되어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과 F이 주고받은 업무관련 대화 내역(증거순번 21번) 및 당사자간 대화 내역(증거순번 19번)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9. 2. 21. ‘근로계약서 N 과장이 보낼 거에요’라고 말하였고,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2019. 2. 22. F은 O의 것을 포함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와 비밀유지서약서를 피고인의 노트북 하단에 넣어두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피고인에게 직접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전송하기까지 하였는데, 이를 전송받은 직후 피고인은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라고 응답하여,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서 작성에 동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G, H은 원심 법정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피고인은 없었으며, 근로조건을 F으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F은 근로조건을 모두 피고인과의 협의 하에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위 업무관련 대화내역에 의하면 계약서를 작성한 2019. 2. 22. 당일 F은 피고인에게 ‘F 7000, H 4000, G 3600, P 시급 9000. 기간은 1년인데, Q로 변경되면 기존 계약은 소멸이라고 말은 했습니다.’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되어, 피고인은 F과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협의하였고, 그러한 근로조건을 F이 다른 근로자들에게 통지하였던 점이 인정된다.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과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2019. 2. 단 1개월만 계약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대화내역에 의하면 F이 피고인에게 2019. 3.분의 월급을 청구하자, 피고인은 ‘당장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일정이 늦어져 차질이 생긴 것 때문이다’고 대답하여, 위 3월분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으나 이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대답하기도 하였다.

④

피고인은 F에게 R 온라인광고 대행 계약과 무관한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나, 위 대화내역에 의하면 R 온라인광고 대행 계약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신규 직원 채용 공고 등록 및 면접, S 분양 마케팅 관련 업무에 관하여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개인사업자였다면 도급받은 업무내역과 무관한 D 주식회사의 업무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심 법정에서 ㉠ 피고인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는 J 주식회사의 1층에 자주 방문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으며, ㉡ F이 운영하던 ㈜K이 D 주식회사로부터 1,232만 원을 수령한 것은 D 주식회사가 경매 프로그램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통신판매업 신고가 되어 있는 ㈜K의 이름으로 사면서 그 실비를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이 납득이 가고 위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⑤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일한 장소는 J 주식회사의 1층이고, 근로자들에 대하여 엄격한 근태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업무 특성상 근무 장소 및 근태관리가 근로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와 같은 사유만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 부분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제1심의 양형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피고인이 양형부당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서까지도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고 그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이 사건 근로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있고, 임금 미지급의 기간이 짧고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연숙(재판장) 차은경 김양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