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설탕, 밀가루 등의 제조가공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피고에 인수합병된 주식회사 F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의 인천2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체결된 각 단체협약(이하 위 단체협약들을 통틀어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명절상여금(이하 ‘이 사건 명절상여금’이라 한다)을 지급해왔는데, 이 사건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채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지급하였으며, 위와 같이 산정된 이 사건 법정수당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퇴직금(중간 정산)을 지급해 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이를 제외하고 통상금금을 산정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다시 산정한 법정수당과 이미 지급한 법정수당과의 차액 및 그 추가 법정수당을 평균임금에 산입하여 다시 산정한 퇴직금과 이미 지급한 중간정산 퇴직금과의 차액을 각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된 금원으로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지급할 법정수당,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 이른바 ‘최소기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위 원칙에 의하여 산정된 법정수당 및 퇴직금의 액수보다 더 많은 액수의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이미 원고들에게 각각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수당 등의 산정 기준 및 평균임금의 최저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인 소정근로(도급근로자의 경우에는 총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고정적인 임금이라 함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하므로,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어떠한 임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고정성을 갖고 있는지는 그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계약 등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거나 그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 임금의 성격이나 지급 실태, 관행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명절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통상임금 해당 여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와 피고의 G 노동조합은 2014년 단체협약에서 이 사건 명절상여금을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고 합의한 이래 현재까지 일관되게 위 규정을 유지해 오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명절상여금을 설 및 추석(명절 당일로부터 15일전)에 각각 지급해왔고, 위 지급기일에 재직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이 사건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으며, 근무한 일수에 비례하여 일할 지급하지도 않아 고정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고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전에 퇴직하면 이 사건 상여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므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지급되는 것으로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이나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조건(이하 ‘재직자 조건’이라 한다)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지급일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이다.
판단
⑴ 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고(제3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며, 이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5조). 이는 노사의 합의에 따라 임금을 정하도록 하되 일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여 이를 강제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임금 결정에 관하여 노사자율을 존중하는 한편 거기에 일정한 한계를 긋는 규율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직접지급의 원칙’, ‘전액지급의 원칙’, ‘통화지급의 원칙’, ‘정기지급의 원칙’ 등 임금 지급의 방법(제43조)과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의 지급(제56조) 등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임금 지급과 관련된 기타의 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규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와 같은 규율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의 지급액이나 지급조건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임금이 반드시 근로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어야 할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인정할 근거는 없다.
기본급은 기본적인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일단 근로계약 등에서 기본급의 액수가 정해진 이상 그 이외의 지급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근로계약의 본질상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기본급을 지급하고, 중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는 기본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여 기본급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이미 취득하였음에도 일방적으로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것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기본급과는 달리, 부가적인 임금으로 볼 수 있는 상여금은 근로 제공 그 자체만으로 상여금 지급청구권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그 지급액과 지급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에게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상여금의 지급액이나 지급조건 등을 정하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이 정한 기준 또는 기타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유효하다. 상여금을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은 ‘지급대상기간 계속 근무’를 상여금 지급조건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지급조건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이 정한 기준 또는 기타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역시 2013. 12. 18. 통상임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한 이래,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이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 등 역시 임금의 지급조건으로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경우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213520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32020 판결,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6다13314 판결 등 참조).
⑵ 이 사건의 경우
피고와 피고의 G 노동조합은 2014년 단체협약에서 이 사건 명절상여금을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고 합의한 이래 현재까지 일관되게 위 규정을 유지해 오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부가적인 임금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근로 제공 그 자체만으로 상여금 지급청구권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그 지급액과 지급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에게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사가 합의에 따라 이 사건 명절상여금의 지급조건 등을 정하는 것은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명절상여금의 지급기준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가 정한 기준에 위반된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명절상여금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노사가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자율적으로 협상한 결과 도출한 합의를 두고 근로기준법 등을 잠탈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탈법행위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명절상여금 지급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한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