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2가단521043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2015. 10. 20. 11:21경 세종시 C에서 (차량번호 1 생략) 차량(이하 '피고 차량'이라고 한다)이 후진하다가 화물차량을 세워둔 채 바닥에 앉아 그 차량 덮개를 정리하던 원고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좌측 슬관절 이하 절단 등의 부상을 입었다.

다.

피고는 피고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라.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휴업급여 116,998,230원, 요양급여 168,723,990원, 장해급여 60,745,550원 등 합계 346,467,770원의 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는 노동능력상실률 67.87%의 후유장해를 입게 되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향후 치료비(반흔 제거 성형비용) 6,100,000원, 위자료 67,870,000원, 기왕 치료비 30,745,832원 등 합계 104,715,832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 차량의 운행으로 원고가 부상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차량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사고일인 2015. 10. 20.부터 3년이 도과한 2022. 7.경 제기되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소멸시효 기산점

1)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 대하여 산재보험의 장해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한 날은 2020. 6. 4.이므로, 원고가 장애가 고착화되어 더 이상의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영구장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위 일자를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

피고의 보험약관에서는 산재보험의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고, 원고로서는 산재처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피고에 대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며, 설령 원고가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산재보험에 의한 급부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을 거절할 것이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직접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근로복지공단의 장해급여결정이 있었거나 이에 따른 급여가 이루어진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

2)

관련 법리

가)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가 보험자에게 갖는 직접청구권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서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다6774 판결 참조).

나)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손해를 안다'는 것은 현실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발생을 예견할 수 있을 때를 포함한다. 이때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다11257 판결 등 참조).

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3)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좌측 슬관절 이하 절단등의 부상을 입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사고일에 부상의 정도를 명확히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에 이 사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사고 이후 후유증 등으로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 수 있다.

나)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차량에 대한 보험약관 제8조 제2항에서는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대인배상Ⅱ」에서 보상하지 않습니다. 2. 배상책임이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다만, 그 사람이 입은 손해가 같은 법에 의한 보상범위를 넘는 경우 그 초과손해를 보상합니다.'라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피고 차량에 대한 보험의 보상 범위를 정한 것일 뿐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법률상 장해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재해보상절차 진행여부와 무관하게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약관을 근거로 재해보상금의 공제 주장을 할 수 있을 뿐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멸시효 완성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발생일인 2015. 10. 20.부터 3년이 경과된 후인 2022. 7. 14.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라.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에 관한 판단

1)

구상금 변제에 따른 채무승인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에게 재해보상금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에게, 피고는 2018. 6. 15. 20,000,000원, 2021. 6. 7. 35,000,000원의 구상금을 각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

나)

관련 법리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상대방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하지 않고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상관없다. 또한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권리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원인을 특정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그리고 그와 같은 승인이 있는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5566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에게 2018. 6. 15. 20,000,000원, 2021. 6. 7. 35,000,000원의 구상금을 각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설령 위 구상금 지급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 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이고, 원고나 그 대리인이 아닌 근로복지공단에게 구상금을 일부 변제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에 채무 승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산업재해보상금 지급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보험급여를 선 처리되고 있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인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애초에 원고의 치료에 관하여 지불보증을 해주었다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결정에 의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절차가 이루어지자 지불보증을 중단하였는바,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18번의 수술을 받는 등 중상을 입었다. 이에 더하여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소멸시효 중단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된다.

2)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참조).

3)

판단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는 등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이라고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바.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 도과로 소멸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