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망 C(C.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비전문취업비자( E-9)로 국내에 입국한 후 2018. 12. 5.부터 2020. 12. 20.까지 포천시 D리에 있는 사업장인 ‘E’(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로서, 위 사업장 내 비닐하우스 채소(얼갈이, 열무, 시금치 등)를 수확하는 일에 종사하였다.
망인은 2020. 12. 20. 16:45경 기숙사로 복귀한 동료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이 사건 사업장 내 가건물 형태의 기숙사(이하 ‘이 사건 기숙사’라 한다) 침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망인의 사망이 망인이 근로자로서 종사하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이하 ‘이 사건 판정’이라 한다)하였다.
원고들은 망인의 부모로서, 이 사건 판정에 따라 유족급여를 지급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각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쟁점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로서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게 된 망인은 2020. 12. 20.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건강진단이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본인의 간경화 질환을 전혀 인지하지도 못한 채 간경화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는 고용허가제를 운용하는 주체로서 외국인근로자 및 노동 관계법령에 따라 근로관계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 특히 사업장을 지도· 점검해야 할 의무 및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관리·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의 건강진단 실시의무는 노동자의 건강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별히 언어소통 등의 문제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더욱 그 실시의무는 더 철저히 이행되어야 함에도 피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사용자가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있음에도 그 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망인의 건강권을 침해하였다, 또한 이 사건 기숙사 건물은 무허가 건물로서 화재 예방 및 화재발생시 안전설비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고온 다습하여 곰팡이가 피고 난방 설비가 잘 작동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피고는 망인이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고용허가 이후에 기숙사에 대한 점검의무를 단 한 차례도 이행하지 않아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집행상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건강권, 주거권 침해함으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는바,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망인의 사망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으로서, 망인의 유족이자 부모인 원고들에게 각 5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 판단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주거권, 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법령상 공무원에게 부과된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이라 한다) 제22조는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 점, 같은 법 제17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23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29조 제1항, 같은 법 제175조 제4항 등 관련 조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권 및 건강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상 피고에게 부과된 의무의 적법한 이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우리나라 근로자의 경우와 특별히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건강권과 주거권은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누려야 할 기본권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로 망인과 같은 외국인 근로자가 주거권과 건강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피고에게 부과된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우리나라 근로자에 대한 판단 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판단 요건에 대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말한다.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을 비롯한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양태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86874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우리나라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준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갑 3, 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원인이 간경화의 합병증인 식도정맥류 파열로 확인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가 있었던 사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망인이 2016년부터 간질환이 있었다는 건강검진 기록이 있고, 고온 다습한 작업 환경 및 이 사건 사업장의 열악한 숙소 여건 등이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산업재해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한 사실, 담당 근로감독관은 망인 사망 후인 2020. 12. 24.경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조사·감독에 착수하여 사용자가 습기가 많은 곳에 기숙사를 설치하고, 기숙사 내부에 화재예방 및 화재발생 시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 또는 장치를 갖추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여 사용자에게 그 시정을 지시하였고, 또 같은 달 29.경 위 사용자가 망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129조 제1항에 따른 일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2021. 1. 4.경 사용자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사실, 사용자는 그 뒤 위 각 사항에 대해 개선조치를 이행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 각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담당 공무원이 직무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망인의 건강권, 주거권을 침해하여 망인을 사망케 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고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의 사망이 간경화 합병증인 식도정맥류 파열로 확인된다는 부검 결과가 있었으나, 위 부검 결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망인이 일반건강검진을 법령에 정해진 대로 받았다면 과연 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갑 3호증의 기재 내용을 보더라도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이 기거하던 기숙사의 난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지 불명확하고, 이로 인해 망인의 간경화가 악화되었다거나, 합병증이 유발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것인지 의학적으로 그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망인의 사망 당시 기거하던 기숙사의 방화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내부에 습기가 많은 등 기숙사 시설이 열악하고 쾌적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과 망인의 사망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담당 공무원이 망인의 사망 이전에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무원의 의무 해태 또는 부작위와 망인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영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