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 한다)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5. 1. 3.부터 2019. 12. 1.까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대전지사에서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서 피고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9. 9. 16.경 체결한 위임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대등한 입장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스스로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수임 받은 업무를 처리하였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피고의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5, 7, 9, 11, 14 내지 18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앞서 본 원고의 전 근로기간에 걸친 업무형태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 등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의 명칭은 "위임계약서"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위임계약 제2조 제1항 및 제2항은 원고의 신분에 관하여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신용정보법」 제27조 제2항 제2호에 의거하여 채권추심업무를 하도록 한 독립사업자로서 본 계약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자유로이 수행하고,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며, 위임직 채권추심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함은 물론 피고의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를 포함한 위임직 채권추심인 등에게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바(민법 제689조 제1항), 원고는 이 사건 위임계약 제9조 제1항에 따라 위임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7일 전에 해지의사를 회사에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되어 있고, 실제로 이 사건 위임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보다 이른 시점인 2019. 12. 1.경 위 계약이 해지되었다.
또한 이 사건 위임계약 제2조 제3항에 의하면 피고는 채권추심업무 외의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의 겸직을 제한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 다른 업무나 개인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별다른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는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의 전속성이 존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는 피고의 채권추심 업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위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는 없었고, 다른 회사의 동종 업무를 겸할 수도 없었으나, 이는 신용정보법상의 제한 내지 같은 법 제42조에서 '개인신용정보를 업무 목적 외에 누설하거나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 취지상 채권추심업무의 재위임이 금지되기 때문일 뿐, 원고가 피고에 종속된 근로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원고가 받은 수수료, 비용 보전 및 원고에게 부과된 세금 등
원고는 채권의 수임 및 회수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은 바 없다. 수수료 자체는 원고의 채권 수임 여부 및 채권회수 실적에 연동하므로 실적에 따라 상한과 하한 없이 지급되었고, 이에 실제로 원고가 지급받은 월별 수수료 간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다. 2019년도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원고가 수령한 월 수수료 중 최저액은 278만 원 상당인데(2019. 3.), 최고액은 1,522만 원 상당으로(2019. 5.) 그 차이는 약 5.5배에 달한다.
위 수수료는 근속기간이나 업무내용과 관계없이 채권 수임 여부 및 채권회수 실적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에서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원고는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업무가 전산화되어 있었던 관계로 정해진 사무실에 출근하여 피고가 제공한 업무용 컴퓨터 등 집기를 사용하여 피고의 전산시스템인 '드림빛'에 접속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신용정보전산시스템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고(제19조), 타인의 신용정보 등의 업무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제42조)의 준수를 위한 조치이거나 위임업무 수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가 일부 비용이나 장비를 지원해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집기와 비용 등을 제공·보전 받는 것은 위임계약관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민법 제687조, 제688조 참조).
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업무지시 및 근태관리 등
피고 소속 채권추심원들은 피고로부터 채권 배정을 받아 채권을 관리하였고, 이 중 어느 채권을 먼저 추심할 것인지 및 통화, 실사, 최고장 발송 여부 등의 구체적인 추심방법을 스스로 결정하여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채권 배정이나 전산입력 관련된 사항 외에 피고가 원고에게 배정한 채권의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추심업무의 내용 내지 방법 등을 특별히 지시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책상, 개인별 전산 아이디, 전화기 등을 제공하고, '드림빛'을 마련하여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에게 개인별로 등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접속한 다음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정한 신용정보전산시스템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근을 방지하고(제19조), 타인의 신용정보 등의 업무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며(제42조), 이를 위반할 경우의 민 · 형사상의 책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거나 위임업무 수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방편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가 구체적 · 개별적으로 원고의 업무를 지시, 통제,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에 대한 실적 관리 등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담내역을 비롯한 당일 수행 업무 및 채권 회수 실적 등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으나, 이는 채권추심원들 외에는 추심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어서 위임사무의 진행 상황을 최소한으로나마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민법 제683조 참조),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 제29조 제1항<1>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그 입력 내용이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거나, 그에 근거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피고가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의 실적을 관리하고, 실적이 우수한 채권추심인들에게는 포상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때때로 캠페인을 실시하여 그 기간 내에 높은 실적을 달성하는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심실적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고가 추심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실적이 우수한 채권추심인들에게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원고와 피고의 관계를 근로계약 관계로 보는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가 채권추심인들의 실적을 관리한 것은 수수료 액수가 정확한지를 정산 ·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으므로, 피고가 채권추심인들의 실적을 관리하였다고 하여 업무수행과정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 밖에 원고가 피고의 지휘 · 감독이 있었음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주장하는 내용 중 일부는 원고의 근무기간인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중 일부에 불과한 2010년부터 2012년경에 있었던 사실에 관한 것이고, 원고와 함께 근무하였다는 채권추심인의 사실확인서의 경우 피고와 일부 기간에 한하여 위임계약을 체결한 자들이 작성한 것으로서 원고의 전 근무기간에 걸친 근로자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거나 그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원고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서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또한 그 외의 내용도 관계 법령 등에서 요구하는 것이거나 건전한 채권추심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일상적 준수사항으로 볼 여지가 있다.
기타
원고는 피고가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에게 주기적인 직무교육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업무 자체가 신용정보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므로, 불법적인 채권추심이나 개인신용정보의 누출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법에서 정한 규제나 제한을 원고로 하여금 숙지하게 함으로써, 피고의 업무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고, 피고가 지사장 등을 통하여 채권추심업무와 관련하여 교육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가이드라인'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뿐만 아니라 위임계약에도 모두 권고되는 불가피한 조치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의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결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창우
각주1) 제29조(채권추심 사후관리) ① 금융회사등은 채권추심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자에 대한 소재파악 및 재산조사, 추심업무 착수전 안내사항통지, 채권에 대한 변제 요구, 변제금 수령 등 일체의 추심활동이 전산으로 기록 · 관리 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