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7. 선고 2022가합567848 판결

근로자지위확인 등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자동차 부속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평택, 김천, 충주, 서산에 공장과 남양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2)

원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의 평택, 김천, 충주, 서산공장과 남양연구소에서 전산장비 관리, 유지·보수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나.

피고와 참가인 사이의 위탁계약 체결 등

1)

L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의 기재를 생략한다)와 참가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피고 공장과 연구소에서 생산에 대한 관리 및 운영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생산관리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이하 ‘MES’라 한다) 개발·구축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였다.

2)

MES가 피고 공장과 연구소에 구축된 후 피고는 MES 개발·구축에 참여한 참가인에 MES 등 전산장비의 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하여, 피고와 참가인은 200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6개월 내지 1년 단위로 전산장비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체결된 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하고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인 전산장비의 운영 및 유지·보수업무를 ‘이 사건 위탁업무’라 한다). 피고와 참가인 사이에 2020년 체결된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그 이전에 체결된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3)

피고는 2020년 7월경부터 생산공장에서의 부품 생산 및 공장 운영업무 일체를 피고가 속한 N그룹의 계열사이자 피고의 자회사인 O, P, Q 등에 도급하였고, 이에 그 무렵부터는 O, P, Q 등과 참가인 사이에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용역위탁계약이 체결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의 공장과 연구소에서 전산장비 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피고에게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의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15027, 1503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갑 제1, 2, 3, 15, 16, 18, 34, 35, 36호증, 을나 제1, 3, 5, 8 내지 18, 20, 22,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참가인에 고용된 후 피고의 공장 내지 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상당한 지휘·명령의 존재 여부

가)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전산프로그램인 R를 통해 자산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피고는 위 프로그램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자산관리업무에 대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R는 피고의 사내 전산장비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R 화면에 나타나는 제조사, 모델명, 등록일, 시리얼 넘버, 구매일, 관리책임자 등은 피고가 도급인의 지위에서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인 자산관리업무를 위하여 수급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R를 통해 원고들에 대하여 자산관리업무 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원고들은, 원고들의 유지·보수업무는 피고의 전산시스템인 ITSM(Information Technology Service Management, 이하 ‘ITSM’이라 한다)을 통해 피고 담당자가 원고들에게 유지·보수를 요청하면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한 후 그 결과를 ITSM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일일점검사항을 매일 보고받는 등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한 유지·보수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원고들의 유지·보수업무는 크게 정기점검업무와 장애대응업무로 구분된다. 원고들은 ITSM에 매일 정기점검업무를 수행한 결과를 입력하였고, 전산장애가 발생한 경우 피고 근로자들이 ITSM으로 유지·보수 요청을 하면 원고들이 이를 처리하고 그 완료 사실을 ITSM에 입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일일업무일지, 월간업무일지, 장애보고서 등의 작성·관리를 도급업무 중 하나로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ITSM에 등록된 정기점검이력의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서버, 네트워크, 백업에 대한 점검 등 주기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서 그 과정에 피고의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하지 아니하여 개별 업무 수행은 원고들 등 참가인 근로자들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위 일일 정기점검 등의 내용을 근거로 사후적으로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다거나 이를 원고들의 근태 관리 및 평가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또한 ITSM은 IT 관련 문의 및 오류 신고 시스템으로서 전산장애 발생 시 ITSM을 통한 유지·보수 요청은 그 업무의 특성상 원고들의 업무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원고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작업의 내용이나 방법, 작업속도 및 시간 등에 관하여 개입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원고들이 그 처리 결과를 ITSM에 등록하는 등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의 근로자들과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여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중 피고의 업무지시로 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급인은 일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범주 내에서 수급인에게 도급계약의 효율적 이행을 위한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급인의 일반적, 추상적 지시를 근로자파견관계 징표로서의 상당한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위탁업무는 피고의 전산장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고 고장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므로, 피고는 업무 중 장비의 점검, 교체, 수리 등의 필요성을 인지하면 참가인 근로자들에 통보하면서 그에 따른 조치를 지시하여야 하고 이는 이 사건 위탁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 원고들이 제출한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피고 근로자가 원고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은 피고가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 사건 위탁업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과업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피고 측의 정보 제공이나 일반적 지시 전달 등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라)

오히려 원고들은 참가인으로부터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전산장비의 유지·보수에 관한 상세한 지침을 담고 있는 매뉴얼을 제작하여 제공하였고,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분장 역시 참가인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무분장표 등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등 각 작업이 혼재되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전문성을 가진 전산장비의 유지·관리와 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그 업무의 내용이 피고 근로자들의 것과 서로 구별되고, 피고 내에서 전산장비의 유지·관리와 보수 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부서나 인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위탁업무에 피고 IT 담당자들의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과 피고 근로자들이 결원 발생 등의 경우에 서로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전산장비를 관리하는 이상 피고의 R나 ITSM을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거나 그 과정에서 피고 근로자들에게 지시를 받거나 보고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참가인으로 하여금 피고의 MES 고장을 대비한 비상대응훈련에 참여하도록 하였더라도 이는 이 사건 위탁업무 중 하나인 시스템 관리 내지 장애 관리 업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원고들이 피고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참가인의 원고들에 대한 인사권 행사

가)

원고들을 채용 및 선발하고 피고에 파견하고 승진을 결정한 것은 참가인이고, 피고는 원고들의 채용 및 선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참가인은 스스로 근무예정지, 급여, 업무, 자격 조건 등을 명시한 채용 공고를 하고 이력서, 입사지원서 등을 받아 이를 평가한 후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된 면접을 거쳐 원고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하였다. 이와 같은 참가인의 근로자 채용 과정에 참가인 소속 임직원이 아닌 피고 본사나 공장, 연구소 소속 근로자가 참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원고 D, E, F, H, I에 대한 승진도 참가인의 인사명령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참가인의 직급개편에 따라 주임이었던 원고 D, I은 대리가, 대리였던 원고 E, H는 과장이 되기도 하였다.

나)

참가인은 원고들에 대한 임금을 자체적으로 결정하여 지급하였고, 4대 사회보험가입, 근로소득원천징수 등 법령상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였다. 원고들은 참가인의 단체협약에 따라 건강검진 비용을 지원받거나 경조사비를 지급받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참가인이 마련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았고,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 변경 등에 관여하거나 그 적용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원고들은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피고가 아닌 참가인에게 휴가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참가인이 아닌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근태관리나 휴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의 공장이나 연구소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근무한 것으로 보이나, 이와 같은 원고들의 근무형태는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참가인의 주된 업무로 정한 전산장비 장애 정비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러한 사정만으로 참가인이 아닌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원고들에 대한 인사평가는 전적으로 참가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참가인은 반기별로 원고들 등 참가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고과평가서를 작성하였는데, 구체적으로 그룹웨어 상신 평가(연차, 휴일근무 상신 등), 조업 전 라인 상황 보고 평가, 월간 보고서 상태 평가, 자료 요청에 대한 회신 상태 평가, 근무 태도 등의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순위와 등급을 매겨 우수 사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4)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과 원고들 업무의 성격 등

이 사건 위탁업무의 범위는 MES 등 전산장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관리, 데이터 백업 등 시스템 관리, 네트워크 상태 점검, 프로그램 백업 관리, 일일업무일지, 월간업무일지, 장애보고서 작성 등 업무보고서 작성관리, 장애 발생 시 긴급 조치, 기타 전산장비 관리 등의 수행으로, 이 사건 위탁계약 및 첨부된 위탁운영 세부내역서에 그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원고들의 업무는 전산장비의 유지·보수로서, 자동차 부속품의 제조 및 연구·개발을 주된 업무로 하는 피고 공장 및 연구소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며, 그와 같은 이유로 전산장비의 유지·보수 업무는 오직 원고들을 비롯한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에 의해서만 수행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의 전산장비 유지·보수 업무는 전문성·기술성이 요구되는 것으로서 참가인은 원고들을 채용할 때부터 피고의 공장 내지 연구소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것임을 명시하고 컴퓨터·시스템공학, 공학계열, 해당 직무 근무 경험자를 우대하여 채용하였다. 실제로 원고들 중 상당수가 정보통신공학과 등 관련 전공자이거나 유사 직종에서 근무한 바 있고 정보처리기사 등 정보기술 분야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5)

참가인의 독립적 기업조직 또는 설비 구비

참가인의 2020년 전체 매출액은 17,104,112,500원이고 참가인이 2020년 상반기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금은 938,059,577원으로, 참가인의 전체 매출액에서 피고와의 위탁계약 관련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참가인은 피고 외에도 N그룹 내 여러 계열사뿐만 아니라 S, T, U 등 여러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정보시스템 구축,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원고들을 자체적으로 선발하여 피고의 공장 및 연구소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원고들의 출퇴근 등 근태를 관리하면서 근로자들의 업무를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무분장표 등에 의하여 배정하며 독자적인 인사평가권을 가지고, 이 사건 위탁계약상 약정한 용역대금과 무관하게 원고들을 포함한 그 소속 근로자들에게 적용할 독자적인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참가인은 독립적 기업조직과 설비를 갖추는 등 회사의 실체 내지 사업경영상 독립성을 갖춘 기업체로서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다.

소결론

원고들과 파고 사이에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직접고용의무이행 및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