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0. 선고 2022고단5 판결

주문

1.

피고인들은 무죄.

2.

이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1>

가.

피고인들의 지위

-

피고인들은 D 간부직원들이다. 즉, ▲ 피고인 A은 D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이고(상무보), ▲ 피고인 B은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팀장이며, ▲ 피고인 C는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팀장이다.

나.

당시 상황

-

2017년 말경부터 2018년 7월경까지 D 협력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한다)에 D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 한다) 위반행위를 반복 신고했고, 공정위는 D을 비롯한 조선3사들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사했으며, D 협력사의 대표이사는 노동청에 D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다.

이 사건 각 행위

-

그러자 2018년 7월경부터 2018년 10월경까지 ▲ 피고인 A은 피고인 B, 피고인 C 등 D 직원들에게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 위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피고인 C는 다른 D 직원들과 함께 실제로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이하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를 ‘이 사건 각 행위’라고 한다).

라.

소결론

-

이로써 ▲ 피고인 A은 피고인 B, 피고인 C 등 D 직원들에게 타인의 형사사건인 D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했고, ▲ 피고인 B, 피고인 C는 다른 D 직원들과 공모해 타인의 형사사건인 D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다.

2.

피고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아직 D의 형사사건이 구체화되지 않았음

-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아직 D의 하도급법위반 사건과 파견법위반 사건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각 행위 때문에 증거인멸죄의 보호법익인 국가 사법기능이 침해될 염려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없었음

-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공정위 조사 및 D과 협력사들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민사소송에 대비한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비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없었다.

다.

이 사건 각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

-

피고인들은 양벌규정에 따라 D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을 이유로 처벌받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각 행위는 과태료 부과대상에 불과함

-

하도급법과 파견법은 개정된 공정거래법과는 달리 조사방해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는 과태료 부과대상에 불과할 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마.

이 사건 각 행위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처벌하면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남 - 피고인 B과 D은 이미 이 사건 각 행위가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행위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하면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3.

객관적인 사실관계

o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2>

가.

협력사들의 D에 대한 문제제기

1)

2017.12.04. D의 협력사 대표가 노동청에 D을 파견법위반 혐의로 고발

-

D의 협력사<3>인 E 대표 F은 2017. 12. 4.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D을 파견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이하 ‘이 사건 고발사건’이라고 한다).

2)

2017년 말부터 2018년 7월까지 D의 협력사들이 공정위에 D을 하도급법위반 혐의로 연달아 신고

-

D의 협력사들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7월까지 공정위에 D을 ‘협력사들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협력사들에게 계약내용 등을 적은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고(하도급법 제3조 제1항 위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했다(하도급법 제4조 제1항 위반)’는 혐의로 연달아 신고했다.

3)

2018.07.05. D의 협력사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재

-

D의 협력사인 G 대표 H은 2018. 7. 5.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D으로부터 공정, 인원관리, 작업계획 등을 직접 지시받고 있고, 작업에 착수한 후 계약을 체결하여 기성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이하 ‘이 사건 국민청원’이라고 한다).

4)

2018.07.11. 조선3사 협력사들이 조선3사의 하도급 갑질행위 규탄

-

조선3사<4>의 49개 협력사 대표들은 2018. 7. 11.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3사의 협력사들에 대한 갑질<5>을 규탄하며 ‘공정위가 조선3사의 갑질을 명백히 밝혀 조선3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선3사를 검찰에 고발해 달라’고 호소했다.

나.

공정위와 노동청의 움직임

1)

2018. 3. 21. 노동청 이 사건 고발사건 조사

-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18. 3. 21. 이 사건 고발사건과 관련해 D 협력사기획사 팀장 I을 피고발인 대리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18. 9. 20.과 2019. 2. 27.에도 I을 각각 조사했다.

2)

2018.05.25. 공정위 이 사건 간담회 개최

가)

공정위는 2018. 5. 25. 5개 D을 포함한 5개 조선사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부사장급 임원들이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D에서는 공정위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무 J과 경영지원본부 협력사기획팀 소속 K가 이 사건 간담회에 참석했다.

나)

공정위는 이 사건 간담회에서 D을 포함한 5개 조선사 주요 임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선사들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서 직권 조사 및 강력한 제재를 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3)

2018.10.01. 공정위 D의 하도급법위반 혐의에 대한 직권조사

-

공정위는 2018. 10. 1. D의 각종 하도급법위반 혐의<6>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공정위 소속 직원들은 ① 2018. 10. 1.부터 2018. 10. 26.까지 ② 2019. 2. 11.부터 2019. 2. 15.까지 ③ 2019. 4. 29.부터 2019. 5. 3.까지 세 차례에 걸쳐 D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각각 실시했다.

다.

D의 대응

1)

이 사건 간담회 관련

-

K는 이 사건 간담회 직후인 2018. 5. 25. 19:28 공정위가 이 사건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들을 정리해 직속상관인 I에게 보고했다(증거기록 4권 2487, 2488, 증거기록 5권 3422쪽).

2)

이 사건 국민청원 관련

가)

K의 업무용PC에서 발견된 ‘(20180718) 상무님 조찬회_발표 자료_ G 관련.xlsx’라는 제목의 문서파일에는 ‘이 사건 국민청원 관련, 향후 공정위 조사 및 노동부 조사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증거기록 5권 3508, 3519, 3520쪽).

나)

K는 2018. 7. 27. 이 사건 국민청원과 관련해 ’▲ 향후 위 사건은 공정위 등 관련 기관으로 이첩될 것으로 예상되고, ▲ 기존 공정위 신고사건과 연계하여 현장조사가 이루어질 상황에 대비해 관련 자료 및 PC보안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는 내용인 보고서를 작성했고(증거기록 5권 3029, 3030, 3541쪽), 위 보고서는 피고인 B에게 전달됐으며, 피고인 B은 2018. 7. 27. 14:17:05 위 보고서를 피고인 A에게 전달했다.

라.

이 사건 각 행위

-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은 2018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이 사건 각 서류의 보존), 제3조의4(부당한 특약의 금지),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 취소의 금지 등), 제10조(부당반품의 금지), 제11조(감액 금지), 제12조의2(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 제12조의3(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제14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및 제18조(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증거기록 2권 801쪽 참조).

행위, 즉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이 사건 각 행위는 크게 ① 2018년 7월에 있었던 생산부서 등에 대한 점검 과정에서 이루어진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삭제하고 별도로 보관한 행위’, ② 2018년 8월에 있었던 PC 하드디스크 교체 등 과정에서 이루어진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삭제하고 별도로 보관한 행위’, ③ 공정위 1차 현장조사 중 이루어진 ‘최근 작업 문서내역 삭제 행위’로 나뉘는데,<7>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행위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며 삭제 및 보관행위를 직접 실행했다.

마.

공정위의 D에 대한 처분 및 이 사건 고발사건 수사 결과

1)

공정위의 D에 대한 처분

공정위는 2019. 12. 4. D에게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208억 7,000만 원을 부과했고, 2019. 12. 11. D을 다음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이하 ‘공정위 고발사건’이라고 한다).

①

2014. 10.부터 2018. 9.까지 사내협력사 202개에게 공사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사내협력사들이 공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사내협력사들에게 하도급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음(하도급법 제3조 제1항 위반)

②

2016. 1.부터 2016. 6.까지 사외협력사 48개에게 부품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각 부품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했음(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 위반)

③

2016. 12.부터 2018. 9.까지 사내협력사들이 수행한 추가공사대금을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로 결정했음(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 위반)

2)

이 사건 고발사건 수사 결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19. 12. 10. 이 사건 고발사건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고, 울산지검은 2019. 12. 13. 이 사건 고발사건을 그대로 불기소처분 했다.

바.

공정위 고발사건 수사 결과

검찰은 공정위 고발사건을 수사한 뒤 2021. 6. 22. 서울중앙지방법원에 D을 위 ①, ② 혐의로 기소했다(위 ③ 혐의에 대해서는 같은 날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위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3599호로 재판 계속 중이다.

4.

판단

가.

법리

1)

형법 제155조 제1항에 규정된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하는 고의범이다. 따라서 피고인을 증거인멸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에게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어야 한다.

-

다만, 위 고의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충분하다.

2)

행위자에게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행위자가 범죄 발생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범죄가 발생해도 좋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어야 한다.

-

행위자가 범죄 발생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범죄가 발생해도 좋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자의 행위 형태, 그 당시 상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범죄 발생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했을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한다.

3)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미필적 고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피고인을 유죄라고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4도4538 판결 및 그 원심인 대구고등법원 2004. 7. 1. 선고 2004노203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형사사건”인 D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해도 좋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가)

이 사건 각 행위 무렵 D의 협력사들은 D의 “갑질”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D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간담회를 통해 D을 포함한 조선사들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 무렵에는 공정위 위원장이 ‘하도급법 위반행위와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조사 및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나)

이 사건 고발사건은 형사사건으로 정식 접수되어 수사가 계속되는 중이었다.

2)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형사사건”인 D의 하도급법위반 및 파견법위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다거나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그와 같은 결과가 발생해도 좋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 각 행위 무렵까지 공정위가 조사대상을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음

o ① 공정위는 1981년<8>부터 2017년까지<9> 하도급법위반 사건 27,622건을 처리했는데, 그 중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349건에 불과하고, 그 비율은 1.26%에 그쳤다. 그 기간을 2017년으로 좁혀보더라도, 공정위는 2017년에 하도급법위반 사건 1,527건을 접수하고 1,296건을 처리했는데, 그 중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7건에 불과하다(공정거래위원회 2017년도 통계연보 참조). ② 공정위는 2018년 8월까지 D을 비롯한 조선3사를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없다. ③ 특히 공정위는 2015년부터 이 사건 각 행위 전까지 세 차례에 걸쳐 D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와 관련하여 D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

이는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D을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는 어려웠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정들이다.

나)

이 사건 각 행위와 공정위 고발 사이에는 긴 시간간격이 존재함

o 공정위는 2018. 10. 1. D의 각종 하도급법위반 혐의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작해 세 차례에 걸친 D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2019년 12월에야 D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이는 이 사건 각 행위 대부분이 이루어진 2018년 7~8월로부터는 약 1년 4개월이, 이 사건 각 행위가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2018년 10월로부터 보더라도 약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공정위가 D을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 및 D이 그 고발에 따른 수사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구체적·현실적으로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 즉, 증거인멸죄와 관련해서 피고인의 행위 시점과 수사기관의 수사착수 시점 사이의 간격은 증거인멸죄의 성립요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고인에게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기능한다고 봐야 한다.

다)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조선3사 중 하나인 M을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움

o 공정위는 2018. 8. 29. ‘M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안건으로 하는 전원회의를 열었고(증거기록 3권 1282쪽), K는 2018. 8. 29. 18:26 피고인 B에게 ‘공정위 심사관은 위 전원회의에서 “법인과 대표이사를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며(증거기록 4권 2743쪽), 2018. 9. 3.에는 ‘공정위가 2018. 8. 29. 전원회의를 열고 M을 하도급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증거기록 3권 1282쪽). 실제로 공정위는 2019. 2. 28. M을 고발하는 결정을 했다(증거기록 3권 1284쪽).

-

그러나 K가 피고인 B에게 ‘공정위 심사관은 위 전원회의에서 “법인과 대표이사를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고한 시점은 이미 이 사건 각 행위가 대부분 이루어진 뒤였다.<10>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M을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 설령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M을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고 볼 수 있더라도, 곧바로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D에 대한 공정위 조사 역시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인식했고, 따라서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이 사건 각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공정위가 M을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 “D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다” 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추가적인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기록상 그와 같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각 행위 무렵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었음

o 이 사건 각 행위 무렵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의 주된 관심사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 K가 이 사건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I에게 보고한 카카오톡 메시지[3. 다. 1)항 참조], ▲ K의 업무용PC에서 발견된 ‘(20180718) 상무님 조찬회_발표 자료_ G 관련.xlsx’라는 제목의 문서파일[3. 다. 2) 가)항 참조], ▲ K가 2018. 7. 27. 이 사건 국민청원과 관련해 작성하여 피고인 B과 피고인 B에게 전달된 보고서[3. 다. 2) 나)항 참조], ▲ D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및 메신저 대화내용(증거기록 10권 3~24, 881~915, 1056~1064쪽) 등이 있다.

-

그런데 위 자료에는 주로 임박한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 적혀있고, D이 수사기관에 수사에 대비했다고 볼 만한 내용은 전혀 적혀있지 않다.

· 이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공정위 조사와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D에 대한 불리한 조치(과징금, 입찰참가자격제한 등)를 막는 것’이었지 ‘공정위 조사 뒤에 있을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마)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이 사건 고발사건 수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음

o 앞서 본 것처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이 사건 고발사건과 관련해 2018. 3. 21., 2018. 9. 20, 2019. 2. 27. 세 차례에 걸쳐 D 협력사기획사 팀장 I을 피고 발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

그러나 이것 말고 기록상 노동청이 위 사건과 관련해 활발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피고인들을 비롯한 D 직원들의 주된 관심사는 ‘공정위 조사와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D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막는 것’이었고, 기록상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이 사건 고발사건이나 노동청 수사가 D의 주요 현안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

다.

소결론

1)

D 임직원들은 이 사건 각 행위를 통해 수사기관의 수사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현실적으로는 훨씬 더 중요한<11>)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다. D 임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이 사건 각 행위를 했고, 그 결과 공정위가 적절한 행정적 조치를 통해 D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시정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을”인 D의 협력사들에게, 나아가 국민전체에 돌아갔다고 봐야 한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행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2)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을 형법 제155조 제1항에 규정된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피고인들이 크게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를 했음에도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이 사건의 결론이 모순되어 보이지만, 이는 하도급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하도급법 제30조의2 제2항 참조)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하도급법 체계,<12> 모든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 ‘도둑 열 명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에 따른 결론이다.

5.

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2.항에 적힌 피고인들의 주장들 중 ‘나.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2.항에 적힌 피고인들의 나머지 주장들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판사 박병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