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27. 선고 2022고단603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범죄전력]

피고인은 2022. 3. 24. 및 같은 해 7. 19.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기죄로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재판 계속 중인 사람이다.

[범죄사실]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기관,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면서 개인정보유출, 형사사건 연루, 대출 유도 등 방법으로 기망한 후,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송금 받아 편취하는 조직으로서,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망하는 ‘유인책’ 또는 ‘콜센터’, 총책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원을 받아 이를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는 ‘수거책’, ‘인출책’, ‘전달책’, 수거책 등에게 피해금원의 수거·재전달의 구체적인 방법을 지시하는 ‘지시책’ 등으로 각각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검거에 대비하여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피고인은 2021. 10. 초순경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일당 15만 원을 줄테니 지시하는 장소에 가서 사람을 만나 현금을 전달 받아서 지시대로 일을 하면 된다”는 제안을 받고 이와 같은 ‘수거책’ 역할을 하기로 승낙하여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순차 공모하였다.

그 후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인 성명불상의 ‘유인책’이 2021. 10. 7.경 피해자 B에게 전화하여 “C조합에 근무하는 D이다. 대출한도 7천만 원까지 3.5%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라고 말하여 대출 신청을 하게하고, 이어서 다른 조직원이 전화하여 “E은행 채권팀 F이다. 카드론을 이용하면서 저금리 대출을 신청하면 금융법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되고 금융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니 1,500만 원을 일시 상환하라. 1,500만 원이 없으면 900만 원이라도 보내라. 900만 원만 상환되면 상부에 보고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2021. 10. 7. 17:04경 서울 송파구 G에 있는 ‘H식당’ 앞 주차장에서 위 피해자를 만나 E은행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함으로써 피해자로부터 현금 9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거나 고의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고, 조직원들이 시키는 행위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하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기록 전체를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전모를 이해하면서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일환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고 더 나아가 이를 용인, 감수하고 행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①

피고인은 대면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카카오톡에서 ‘중소형 보증보험, 금융업, 채권추심대행업에 등록된 종합금융업 I’에서 채권회수 및 수납직원을 모집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후 자신의 개인정보가 적힌 서류(신분증 앞면 사진, 이동통신가입증명원, 주민등록등본 중 택1,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입사지원을 하였는바, 당시 사기범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증거기록 2권 26~31쪽)이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실제로 채권추심업체에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믿고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2021. 10. 6.경부터 2021. 10. 8.까지 3일간 현금수거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3일 동안의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택시비를 결제하였고(증거기록 1권 59~62쪽), 2021. 10. 6.에는 사기범에게 텔레그램이 아닌 카카오톡으로 가지고 있는 영수증을 폐기해도 되냐고 확인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중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예견한 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③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조금 머뭇거리다가 저에게 다가왔고, 돈을 받은 뒤에 지하철을 타러 간다고 하였’을 뿐(증거기록 1권 10~11쪽) 그 외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E은행 직원인 것처럼 어떠한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④

피고인은 2005년도까지 섬유공장이나 섬유무역수출 회사를 운영하였으나 사기를 당하여 그만두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왔으며, 2003년도에 뇌졸중, 2014년도에 심근경색증 등을 앓은 후 기억력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만 69세로 카카오톡의 대화 기능을 사용할 뿐 파일 전송하는 것이나 텔레그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 수법을 알 수 있을 만한 구체적 경험이나 정보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이 사건에서 사기범이 피고인에게 가명을 쓰게 하거나, 받은 현금에서 보수를 직접 가져가게 하게 하는 등 업무 내용에 있어 다소 의문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나, 위 ④항과 같은 피고인의 연령, 경력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위 지시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환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⑥

피고인은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보이는바, 현금수거업무 전날인 2021. 10. 5. 지인들에게 인터뷰 통과하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업무시간을 알려주고 기도를 부탁하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업무 이틀째 아침인 2021. 10. 7. 06:03에는 지인(장로)에게 ‘태어나서 섬유 이외의 일로 하루에 15만 원 이상 벌어보기는 처음이었다.’며 ‘남은 생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많이 놀았으니 해 보겠네’라는 문자를, 10:07에는 다른 지인(장로)에게 ‘대학 때 전공한 섬유공학을 떠나서는 10만 원도 못 벌어봤는데 어제 점심값 1만 원 포함하여 16만 원 일당 벌었다. 오늘도 정장을 하고 업무를 대기하고 있단다. 친형만큼이나 신경 써주는 형께 감사드리며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립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굳게 믿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피고인은 업무 셋째 날인 2021. 10. 8. 17:03에 막내딸에게 ‘나 취직하여 우선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어 ... 중략(교회 행사 관련 이야기)... 임시직 급료는 우선 하루에 일십만 원 정도 줄거래.’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 등에 비추어(증거기록 2권 24~26쪽), 피고인이 자신이 하고 있던 현금수거업무가 어떠한 불법적인 업무에 협력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인은 업무 셋째 날인 2021. 10. 8. 18:59에 (목사) 사모님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돈 전달 딱 한번 도왔어도...”라는 내용의 블로그 URL 주소를 수신하고 “J에 돈 전달 알바 검색해보세요, 완전 똑같은 사례가 있어요, 채권추심 보이스피싱 알바”라는 메시지를 수신한 후 2021. 10. 9. 02:12경 위 사모님에게 사기범과 나누었던 카카오톡 대화내용 약 20장을 캡쳐하여 보냈고, 이로써 불법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자 바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⑧

피고인이 이후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다소 진술을 번복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겁이 나서 그랬다고 변소하고 있고,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였다는 사정을 유죄의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는 않는다.

판사 장수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