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관계
원고는 C생으로, 2020. 4. 5. 결혼을 했고, 2016. 12. 12. D단체(이하 ‘D단체’이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2020. 9. 9.부터 D단체 E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피고는 F생으로 2008. 7. 7. D단체에 입사한 뒤 D단체 E본부에서 원고와 함께 일하고 있다. 원고는 3급 사원, 피고는 2급 과장으로 피고가 원고의 상급자이다.
원고의 성희롱 신고와 회사의 대응
원고는 2020. 12. 1. D단체 E본부장 G에게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직장내 성희롱을 하였다고 알렸으나 E본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2021. 1. 5. D단체 본사에 직장 내 성희롱 고충신고서를 접수하였다.
이후 같은 해 2. 9. 직장 내 성희롱 심의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위 위원회는 피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하면서, 다만, 원고와 피고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함에 따른 원고의 고충 해소를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부서전환(전보) 조치하고, 피고에 대하여 직장 내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복무규정 제14조(품위유지)를 위반한 행위로 경고 조치할 것을 의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다음과 같이 원고에게 직장내 성희롱 행위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휴직 중이던 2020년 7월경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라고 부르라”고 반복하여 말하였다.
또한 피고는 같은 해 11. 9.경 원고가 가지고 있던 필통에서 몰래 색연필을 가져가서 ‘B 과장님 완전 좋음-! ♥’이라는 문구를 기재하였다.
원고는 직장 동료들에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도, 피고는 E본부 본부장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한 경위를 해명하면서 ‘원고가 피고 본인이 싫어하는 직장 사람들에게 오라버니, 오빠라고 불러서, 피고는 원고에게 본인에게도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행위로 원고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혔으므로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와 사내 스킨스쿠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적인 친분이 있었으며, 한 번 정도 ‘오빠라고 불러도 좋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 반복적으로 오빠라는 호칭을 강요한 바 없다.
피고가 원고의 색연필에 ‘B 과장님 완전 좋음-! ♥’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사내승진연수 준비중인 3인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준비한 것으로 격려와 긴장을 풀어주고 싶어서 자비로 합격선물을 준비하여 깜짝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뿐이다.
피고는 E본부 본부장에게 성희롱 신고 내용에 대하여 해명하면서 “원고도 나랑 얘기할 때 H 과장을 오라버니라고 지칭했잖아요‘라고 항변한 것일 뿐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피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가 성희롱으로 지목한 피고의 행위들
원고가 피고의 성희롱이라고 지목한 행위는, ① 원고에게 피고를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사실(이하 ‘① 행위’라고 한다)과 ② 원고의 색연필을 가져다가 ‘B 과장님 완전 좋음-! ♥’이라고 새긴 사실(이하 ‘② 행위’라고 한다)이다. 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살핀다.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이때의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의 ①, ② 행위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있었던 의사소통의 맥락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성희롱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위 인정근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증거관계상 피고의 ①, ② 행위가 성희롱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①, ② 행위가 엄밀한 법적 의미의 성적 언동, 즉,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피고는 ① 행위가 일회성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는 데 반하여, 반복적인 것이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증명이 부족하다.
원고와 피고가 선물을 주고받은 사정(갑 제5 내지 7호증)<1>이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갑 제4호증의 1 내지 5)을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사적 친분관계가 형성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지 일회적으로 “오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한 정도라면 원고가 스스로 느끼는 피고와의 친밀감의 정도가 피고의 생각과 달라 불편한 감정이 들었을 수 있을지라도 피고의 행위를 사회상규 위반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피고의 ①, ② 행위가 성희롱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맥락적 사정으로, 피고가 2020. 11. 24. 원고를 따로 불러 ‘은근히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많으니 밥도 먹고 술도 먹자’라는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와 좀 더 깊은 사적 관계를 원한다는 취지로 위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는 이러한 발언의 경위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와의 사이에 있었던 애로사항을 피고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본부장에게 직접 말한 데 대하여 자기를 건너뛰지 말고 직접 말하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하고 있고, 실제 확인되는 피고의 발언을 보더라도 “은근히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사무실에서는 많아. 그런 세세한 부분들이랑 얘기를 하라고. 상담도 좋고 밥을 먹어도 좋고 술을 사달라고 그래도 좋고”라는 내용이어서(갑 제3호증) 피고의 해명을 배척하고 성희롱 인정의 근거사실로 삼기는 곤란하다.
②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해당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맥락적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의 해명과 같이 승진교육 대상자 3인(원고, I, J)에게 피고가 ② 행위와 유사한 메시지와 선물을 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고 객관적으로 원고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고 보기에 충분한 증거와 간접사실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설령 피고가 원고 주장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외의 사람들에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하였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할 증거가 없고, 원고의 위와 같은 호칭 사용이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의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는 기각한다.
판사 김동현(재판장) 이상아 송영환
각주1) 원고는 피고로부터 선물을 받고 빚을 지는 것이 싫어서 갚아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로서는 원고의 이러한 반응을 상호적인 친분관계라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으며, 원고가 이러한 관계의 형성을 원하지 않았다면 보다 분명히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적절하였을 것이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선물을 유효기간이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아 취소환불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고가 이를 원고의 거부의사표시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피고로서는 원고와 상호적인 친분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럼 없이 행동하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한 피고의 언동이 규범을 일탈하였다고 판단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보다 분명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원고가 피고와의 관계를 회피하고자 하는 무형의 의사표시를 하였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 적어도 증거관계상으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