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14. 선고 2022노296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직장을 알아보다 상대방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가, 본인이 하는 일이 불법적인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즉시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피고인은 위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기의 범의 또한 인정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의 요지

『2022고단1283』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일반적으로 중국 등 외국에서 한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금원을 이체 또는 무통장 입금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속칭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범행을 하는 조직으로서,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내부 조직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에게 기망 수법과 현금수거 방법 등을 교육·지시하는 ‘관리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콜센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인출책·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등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은 2021. 10. 5.경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B은행을 사칭하며 피해자 C에게 전화하여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거짓말하여 피해자가 대출을 신청하자, 연이어 D카드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기존 대출금이 있는데 다른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하는 것은 약관위반이므로, 금융거래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금을 보내주는 직원에게 현금으로 상환하라”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가 2021. 10. 6. 14:00경 화성시 E에 있는 F 정문 앞 노상에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가지고 나오자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로부터 1,127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로부터 1,127만 원을 편취하였다.

『2022고단3554』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일반적으로 중국 등 외국에서 한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관리하는 계좌로 금원을 이체 또는 무통장 입금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속칭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범행을 하는 조직으로서,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내부 조직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에게 기망 수법과 현금수거 방법 등을 교육·지시하는 ‘관리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콜센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인출책·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등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은 2021. 10. 5. 09:26경 피해자 G에게, H은행 대출 관련하여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당행에서 실행하는 신용보증대출 상품의 신청가능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연 1. 3% ~ 3% 내외(최초 1년간 이자 전액지원)’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전화를 걸게 유도하고 전화를 건 피해자에게 H은행 I 대출 담당을 사칭하여 ‘소상공인 정부지원 신청기간이 임박하였는데, 좋은 조건으로 5,400만 원을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기존 J카드에서 총 730만 원 대출 및 K에서 3,300만 원 대출로 월 10%가 넘는 이자를 내고 있던 피해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대출을 진행하게 유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불상의 앱을 깔게 한 뒤, 신상정보, 대출금액 5,400만 원 등을 입력하게 하고, 계속하여 2021. 10. 6. 09:41경 재차 피해자 G에게 전화하여 K 직원을 사칭하면서 ‘대환대출은 계약 위반으로 기존 대출금 3,3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H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기망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준비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2021. 10. 7. 12:56경 서울 강동구 L 출구 인근에서, K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재차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현금 3,3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과 판시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전모를 이해하면서 확정적인 고의를 가지고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보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과연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일환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하고 나아가 이를 용인, 감수하고 행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상당한 의문이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대면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카카오톡에서 ‘중소형 보증보험, 금융업, 채권추심대행업에 등록된 종합금융업 블루오션’에서 채권회수 및 수납직원을 모집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후 자신의 개인정보가 적힌 서류(신분증 앞면 사진, 이동통신가입증명원, 주민등록등본 중 택1,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입사지원을 하였는데, 당시 사기범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실제로 채권추심업체에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믿고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2021. 10. 6.경부터 2021. 10. 8.까지 3일간 현금수거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3일 동안의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택시비를 결제하였고, 2021. 10. 6.에는 사기범에게 텔레그램이 아닌 카카오톡으로 가지고 있는 영수증을 폐기해도 되냐고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행에 연루되었으리라고 인식하거나 예견한 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③

피해자들의 진술은 ‘보이스피싱범이 돈을 건네받을 사람이 거의 도착한 것 같다, 돈을 받을 사람의 이름은 O라고 하여 걸어갔더니 정말 남자가 서 있어서 손을 번쩍 들어 “O씨 되시나요?”라고 물어보자 피고인이 “맞습니다”라고 대답하여 보이스피싱범에게 전화를 건네주었고, 보이스피싱범이 피고인과 통화한 후 확인되었으니 돈을 건네주라고 하여 돈을 건네주었다’(2022고단1283 사건 증거순번 1번 피해자 C 진술조서), ‘현금 3,300만 원을 60대로 보이는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수거책에게 돈을 건네주면서 종이서류는 받지 않았고, 카카오톡으로도 받지 않았다. 돈을 건네준 자들을 만났을 당시 자신들을 소개하지도 않았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2022고단3554 사건 증거순번 6번 피해자 G 진술조서)라는 것으로, 그 외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④

피고인은 2005년도까지 섬유공장이나 섬유무역수출 회사를 운영하였으나 사기를 당하여 그만두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왔으며, 2003년도에 뇌졸중, 2014년도에 심근경색증 등을 앓은 후 기억력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만 69세로 카카오톡의 대화 기능을 사용할 뿐 파일 전송하는 것이나 텔레그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 수법을 알 수 있을 만한 구체적 경험이나 정보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이 사건에서 사기범이 피고인에게 가명을 쓰게 하거나, 받은 현금에서 보수를 직접 가져가게 하게 하는 등 업무 내용에 있어 다소 의문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연령, 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위 지시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환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⑥

피고인은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보이는데, 현금수거업무 전날인 2021. 10. 5. 지인들에게 인터뷰 통과하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업무시간을 알려주고 기도를 부탁하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업무 이틀째 아침인 2021. 10. 7. 06:03에는 지인(장로)에게 ‘태어나서 섬유 이외의 일로 하루에 15만 원 이상 벌어보기는 처음이었다.’며 ‘남은 생할 수 있는 데까지는 많이 놀았으니 해 보겠네’라는 문자를, 10:07에는 다른 지인(장로)에게 ‘대학 때 전공한 섬유공학을 떠나서는 10만 원도 못 벌어봤는데 어제 점심값 1만 원 포함하여 16만 원 일당 벌었다. 오늘도 정장을 하고 업무를 대기하고 있단다. 친형만큼이나 신경 써주는 형께 감사드리며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립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굳게 믿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피고인은 업무 셋째 날인 2021. 10. 8. 17:03에 막내딸에게 ‘나 취직하여 우선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어 ... 중략(교회 행사 관련 이야기)... 임시직 급료는 우선 하루에 일십만 원 정도 줄거래.’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 등을 감안하면(피고인 증거순번 1~2번), 피고인이 자신이 하고 있던 현금수거업무가 어떠한 불법적인 업무에 협력하는 것으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⑦

또한 피고인은 업무 셋째 날인 2021. 10. 8. 18:59에 (목사) 사모님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돈 전달 딱 한번 도왔어도...”라는 내용의 블로그 URL 주소를 수신하고 “P에 돈 전달 알바 검색해보세요, 완전 똑같은 사례가 있어요, 채권추심 보이스피싱 알바”라는 메시지를 수신한 후 2021. 10. 9. 02:12경 위 사모님에게 사기범과 나누었던 카카오톡 대화내용 약 20장을 캡처하여 보냈고, 이로써 불법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자 바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피고인 증거순번 1~2번).

⑧

피고인이 이후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범행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다소 진술을 번복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겁이 나서 그랬다고 변소하고 있고,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였다는 사정을 유죄의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항과 같고, 이는 위 3.항 기재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지정(재판장) 이태우 이훈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