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1) 2016. 1. 13. 원고가 피고 하청업체인 C(D)에게 기성고보다 과다하게 대금을 지급하고 4,000만 원 상당을 착복하였다는 누명을 씌운 뒤 당일 원고를 강박하여 4,000만 원 상당의 변제 각서를 작성하고 퇴사하도록 하는 바람에 원고는 퇴직금 및 임금 등을 충당하여 이를 지급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피고는 원고 퇴직 당시 (2) 원고가 공사현장에서 5개월간 지출한 사비 7,705,608원, (3) 연차수당 4,219,744원, 직책수당 9,600,000원, 휴일 근무수당 6,329,615원, 식비 3,200,000원, 자격수당 1,600,000원, 하계휴가비 1,800,000원, 차량보조수당 6,400,000원, 선물대 1,200,000원, 생일자 지원금 300,000원, 통신비 2,240,000원, 자가운행 보조비 4,032,000원 합계 43,621,359원을 정산하여 주지 않았으므로, 위 각 합계금에다 퇴직일로부터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청구취지 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1) 4,000만 원 상당의 임금 및 퇴직금 충당 부분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을 제3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는 2016. 1. 13. 원고를 피고 대표이사 방으로 불러 E과 D의 사실확인서(원고가 C에 공사비를 과다지급하였고, F실업에는 오지급하였다는 내용)를 토대로 원고를 추궁한 뒤, 원고로부터 C(D)에게 공사대금을 과다하게 지급하여 총 6,000만 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그 중 4,000만 원을 현금으로 변상할 것을 약정하는 내용의 각서(을 제3호증) 및 원고가 D에게 2015. 5.경 4,000만 원을 원고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내용의 경위서(을 제4호증) 및 사직서(을 제6호증)를 징구한 사실,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퇴사 당일 변제각서금 4,000만 원 중 퇴직금 12,355,450원에 현금을 합한 1,300만 원을 상환하도록 하고 2016. 1. 29.자 급여일 기준 임금 1,579,448원을 상환하도록 한 뒤 2016. 2. 1. 나머지 25,420,552원에 대한 변제 확인각서를 작성받아(을 제9호증) 이후 원고는 나머지 돈도 모두 변제한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피고가 직원인 원고의 업무수행 상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액을 임의로 산정하여 임금 및 퇴직금에 충당하도록 한 정황이 인정되는 이상, 설령 그 와중에 폭행이나 협박이 개입한 정황이 분명하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임금 및 퇴직금 충당 부분은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 보기 어려운바, 위 퇴직금 12,355,450원 및 임금 1,579,448원의 충당 부분은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 할 것이어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퇴직금 12,355,450원 및 임금 1,579,448원을 미지급 임금 등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각서 징구 등의 강박행위 인정 여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2643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위 각서 등 작성 자체가 강박에 의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취지로 4,000만 원 전액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각서 등은 원고의 자필로 작성된 것인데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에 의할지라도 회장실에 불려가 회사 내사 자료를 토대로 일방적으로 잘못을 호되게 추궁당하였다는 것으로서 협박에 준하는 불법적인 해악의 고지 등이 있었다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그 외 (2), (3) 주장 부분
원고가 피고 재직 당시 사적으로 지출한 비용 부분이나,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금품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재판부는 이 부분 심리를 위하여 변론을 재개하였으나, 원고는 해당 금액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피고 대표이사 허숭을 증인신문하여 퇴사 당시의 강박행위를 증명하고 싶다는 주장을 지속하였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나아가 아래에서 보듯이 이미 시효가 경과하였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
이에 대하여 피고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으로, 각 지급의무발생일인 퇴직일 2016. 1. 13. 및 임금지급일 2016. 1. 29.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23. 5. 29.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상 원고가 피고에게 가지는 미지급임금 및 퇴직금 지급청구권은 모두 시효소멸하였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음으로 돌아간다.
원고는 피고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는 바람에 원고의 임금채권 등의 권리행사가 지연되었다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아래와 같은 정황이 인정되기는 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위 기성고 과다 지급 문제 외에도, 원고가 현장소장으로서 2013. 12. 30. 피고 재하수급인 G 주식회사에게 작성하여 준 7,500만 원 상당의 직불동의서에 따라 피고가 2015. 10. 23. 결과적으로 7,500만 원을 직불하게 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2022. 7. 5. 원고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194224, 2024나6174)으로 위 7,5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자, 원고는 관련 소송 계속 중 2023. 5. 29.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관련 소송에 이후 반소를 제기하였다 취하하였다)를 제기하였다.
위와 같은 정황상 원고로서는 이미 임금 등 채권의 시효가 완성된 후 비로소 피고로부터 관련 소송을 제기 당하기 전까지는 피고로부터 재직 중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퇴직 무렵 4,000만 원을 변제한 외에 추가적인 손해배상책임을 소구당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고, 특히 피고가 원고의 기성고 과다 지급 문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금액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빙자료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임의로 피고 손해배상액에 충당처리한 원고 퇴직금 12,355,450원 및 임금 1,579,448원의 반환청구권만이 시효소멸하는 결과가 부당하다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가 퇴사 당시 작성한 변제각서에는 위 직불동의서 작성 문제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피고는 직불금 7,500만 원 손해배상채권과 관련하여서는 2016. 4. 29. 별도의 가압류를 하여 둔 정황이 보이는 이상(을 제11호증), 원고가 회사에 별도로 4,000만 원을 배상하였다는 정황이 관련사건 손해배상 책임 제한 정황에 반영될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실상 정황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원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