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14. 선고 2023가단5375402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2. 31.부터 2025. 1.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부산 동래구 C에 본사를 두고 전국 33개 영업소 및 1개 출장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시 약 75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증권금융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1998. 5. 19. 피고에 입사하여 2022. 12. 31. 퇴직하였다.

다.

원고에 대한 2013년부터의 인사발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략>

라.

피고 고과권자는 2020년(평가대상 기간: 2020. 1. 1.~2020. 11. 30.) 및 2021년(평가대상 기간: 2021. 1. 1.~2021. 11. 30.)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로 D고과 판정을 하였다.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4, 6~11호증, 을 1, 26, 2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

피고 소속 E 상무는 원고에게 희망퇴직을 제안한 후 원고가 받아들이지 않자 2015. 4. 20. 원고를 인천지점으로 원거리 발령을 내렸다. 피고 소속 F 부장은 원고에게 또다시 희망퇴직을 제안한 후 원고가 받아들이지 않자 2017. 6. 1. 원고를 목포지점으로 지방 발령을 내렸다. 이는 희망퇴직 제안 거절에 대한 보복성 인사발령이다(㉠ 부분).

피고 소속 G 부장은 실제 원고의 업무 수행능력과 관계없이 2020년 및 2021년 2년 연속으로 원고에게 D고과를 하였다. 이로 인해 피고 회사에서 원고만 유일하게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부분).

피고는 20년이 넘도록 피고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해왔던 50대인 원고로 하여금 2018. 9. 1.부터 2021. 12. 31.까지 3년 4개월 동안 독방에서 문서 해체 및 묶음 작업, 문서 스캔 및 저장 작업 등 규정에도 없는 육체노동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원고는 손통증으로 수술을 받고 산재 승인까지 받았다(㉢ 부분).

원고는 장기간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었으므로 위자료 30,000,100원을 청구한다.

3.

판단

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나.

㉠ 부분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당한 인사발령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는 목포지점 인사발령에 대하여 부당전보발령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8. 2.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을 4호증의 1).

다.

㉡, ㉢ 부분에 관하여 본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여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민법 제750조, 제751조에 따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1)

원고는 2018. 9. 1.부터 2021. 12. 31.까지 무려 3년 4개월 동안 이른바 ‘문서 전산화 업무’를 하였다. 구체적으로 피고의 모든 영업소에서 10년이 넘은 오래된 문서를 이관하면, 원고가 칼로 테이프를 잘라서 수신한 박스를 개봉하고, 가위나 펜치를 사용하여 편철된 문서를 낱장으로 분해하며, 일일이 문서를 스캔하여 컴퓨터에 제목별로 파일을 저장하는 등의 단순 반복 작업을 하였다.

2)

위와 같은 문서 전산화 업무가 페이퍼리스(Paperless)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더라도,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육체노동에 해당하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소속근로자에게 문서 전산화 업무를 전담시켜서는 아니 된다.

3)

원고는 1990년부터 1997년까지 H증권에서 대리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1998년 피고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후로 20년 넘게 금융상품판매 및 주식매매영업에 종사하였는데, 문서 전산화 업무는 원고가 기존에 해오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4)

원고는 ‘경인지역 판촉팀’ 또는 ‘D추진부’ 소속으로 편입되어 위 일을 하였다. D추진부의 업무분장 세부사항에는 원고의 이름과 업무 내용이 아예 누락되어 있다(갑 7호증 4페이지).

5)

2019.경 경인지역 판촉팀이 여의도본사 건물로 옮길 당시 원고는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이 아니라 회의실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회의실은 직원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고, 원고는 회의실에서 소속판촉업무가 아닌 일을 하면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6)

2020.경 판촉팀이 해체하고 D추진부로 편입될 당시에도 원고는 사무실이 아니라 방송실로 자리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방송을 하는 시간에는 원고가 항상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나중에야 다른 곳에 방송실이 따로 마련되어 원고가 혼자 위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문서 전산화 업무는 10년이 넘은 오래된 문서를 해체하거나 묶는 일을 하므로 곰팡이가 있을 수 있고 먼지도 많이 생겨 환기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데, 위 방송실은 창문이 없는 곳이라서 문서 전산화 업무에 적합하지도 않다.

7)

원고가 2020. 1. 9. 타 직원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방송실)으로 배치 요청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한 사실은 있다(을 22호증). 위 문서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D추진부가 내용을 작성하고 원고에게 서명을 요구한 서류에 불과하다. 작성 경위를 보아도 D추진부 소속 직원들과 달리 원고를 다른 공간으로 분리한 사건에 대해 추후 진정이나 소송이 들어올 것을 대비하여 작성되었을 뿐이다(을 16호증의 7 8페이지).

8)

피고는 원고의 목포지점에서의 영업수익이 최하위이고 업무태도도 매우 불량하여 원고에게 보다 효용 있는 업무를 부여하고자 원고의 업무를 변경하였다고 주장한다. 영업수익(을 19호증)의 단순 비교만으로 근속기간 20년 이상의 근로자에게 업무분장에도 없는 일을 시킬 수는 없다. 근무태도를 이유로 회의실이나 방송실 같은 열악한 공간에서 단순․반복적인 육체노동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은 징계조치에 해당할 뿐이다.

9)

피고가 원고의 업무를 변경하면서 원고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은 적도 없다. 원고의 지위, 원고와 피고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문서 전산화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위 업무 변경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0)

피고는 원고가 다른 업무를 거절하고 문서 전산화 업무를 계속하기를 원했다고 주장한다. G 작성의 조사문답서(을 16호증의 7)는 원고가 고용노동부에 G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후에 피신고인이 작성한 것이므로 해당 내용을 믿을 수 없고, 달리 원고가 문서 전산화 업무를 원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원고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계속 위 업무를 원하였다고 추단할 수도 없다.

11)

원고는 오랜 기간 동안 칼로 노끈과 테이프를 자르고, 가위와 펜치를 사용하여 문서를 해체하는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손의 압력으로 인한 통증으로 2021. 3.경부터 정형외과 등에서 치료를 받아왔고 급기야 2022. 3.경 수술까지 받았다.

12)

회사는 직원들을 존중하고,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직원들의 인격이 무시되는 어떠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용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원고는 D추진부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고립된 공간에서 업무분장에도 없는 일을 수행하는 등 D추진부 팀원들과 어울릴 수 없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피고가 사전에 위험요인을 점검하거나 실태를 조사하고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쓰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13)

D추진부의 본부장 G는 ‘원고가 D추진부 업무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하고, 부서원과 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서 I 점수를 0점으로 평가하였는바,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인사고과 배점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 원고 외에도 D고과를 받은 직원들이 존재하나, 원고만 영업업무가 아닌 문서 전산화 업무를 담당한 까닭에 모든 직원을 통틀어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사람은 원고가 유일하다.

라.

사건 경위, 위법행위 기간 및 내용, 원고가 겪었을 고통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2,000만 원으로 정한다.

4.

결론

가.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마지막 불법행위일인 2021. 12. 3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박근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