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2. 11. 선고 2023가합10499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

원고들은 아래 표의 '입사일'란 기재 일자 중 가장 이른 일자에,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인 G 또는 H에 입사하여 피고의 울산공장에서 수출선적 업무를 담당하였고, 현재는 I㈜(이하 'I'이라 한다)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소속업체 변동일및 담당 업무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이하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를 통칭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라 하고,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에 각 체결된 도급계약을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나.

피고의 자동차 생산 공정 개관

피고의 자동차 생산 공정은 '설계 → 개발 → PILOT 생산(양산 전 시험차량 생산단계) → 양산 → 출고단계'로 구분되고, 그 중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는 양산공정은 '프레스공정 → 차체공정 → 도장공정 → 의장공정'의 순서로 이루어지며, 위 각 공정과 관련된 공정 또는 업무로서 소재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 범퍼제작공정), 생산관리업무, 출고업무, 포장업무 등이 있다. 공정별 구체적 업무 내용 중 원고들의 업무와 관련된 '출고업무'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생략)

다.

원고들의 업무

1)

피고 생산 차량 중 수출차량은 PDI(Pre-Delivery Inspection) 검사, 정비, 방청등의 공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피고의 울산 공장 내에 '수출선적장'이 있다. 수출전적장 내 PDI 공정 라인에서 PDI 공정을 마친 후 PDI 공정 라인 앞마당에 있는 차량을 야적장까지 이송하여 주차하는 업무는 H이, 야적장에서 수출선적부두로 이송하여 주차하는 업무는 G이 각 담당하였다.

2)

J은 2012. 7. 1. 이전에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K 주식회사와 재차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였으나, 2012. 7. 1. 이후부터는 피고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1차 협력업체가 되었고, H은 2015. 1. 1. J으로부터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3)

피고는 2020.경부터 H, G이 담당하던 차량 이송 업무에 관하여 I과 도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들은 H, G의 폐업으로 고용관계가 종료되었다가, I에 재입사하여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4)

원고 A, B는 G 소속 기간에는 전산 등록, 선적일보작성, 차량이송 등을 담당하였고, I으로 소속이 변경된 후 원고 A는 인사, 차량이송, 원고 B는 선적지원, 차량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C, D, E는 H 소속 당시 차량 이송 업무를 수행하였고, I으로 소속이 변경된 이후에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라.

선행 사건의 경과

G 및 H에서 '차량 이송'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들은 2016. 3. 15. 이 법원에 '피고와 위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되었으므로 피고는 위 근로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그 청구는 기각되어 2024. 4. 4.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13611, 서울고등법원 2019나2041509, 대법원 2020다299306, 이하 '선행 사건'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1)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도급계약은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

2)

따라서 피고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제1호 또는 제5호<1>에 따라 고용일로부터 해당 원고들을 각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원고 A, B는 G에서의 고용일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I에서의 고용일이다) 해당 원고들에게 각 고용에 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원고들을 고용하였을 경우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A, B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 · 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 · 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 · 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3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근로자파견의 징표로서 주장한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선행 사건은 원고 A, B가 근무하였던 G의 업무에 관하여 『PDI 공정 라인의 앞마당부터 야적장까지 운송하여 주차하는 업무인 이 사건 치장업무는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인 G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 사건 치장업무는 생산이 완료된 수출용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이송하는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로서, 직접생산공정과는 명확히 구분되고, 보전 · 물류 · 생산관리업무 등과 같이 직접생산공정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간접생산공정과도 차이가 있다. 이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지 않는 업무로서 파견계약에 의해서건 도급계약에 의해서건 수행이 가능한바, 판례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의 방식(피고의 상당한 지휘 · 명령 여부)과 피고 사업에의 편입여부 및 도급계약의 요소 구비 여부에 관하여 보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라고 하여 G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근로자파견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에서 선행 사건의 사실판단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의 위 원고들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

다)

이에 대하여 위 원고들은 '사양반' 업무, 즉 선적계획일보 작성, 통관서류 작성 및 차량 비표 표기 등 선행 사건에서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된 '차량 이송' 업무와는 다른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위 원고들은 2023. 12.22.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시 위 원고들의 담당업무로 선적일보 작성 등과 함께 '차량이송' 업무도 함께 기재하였으나, 선행 사건에서 G 소속 '차량 이송' 담당 근로자들의 청구가 기각되자, 위 원고들은 G에서 '사양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면서 '차량 이송'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였는데, 위 원고들이 '사양반' 업무만을 수행함으로써 G 소속으로서 '차량 이송' 업무를 수행한 대부분의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점(갑 제5호증의3, 20호증의1, 20호증의2 각 통관서류 등의 담당자가 원고 B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 B가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으로서 이 사건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에 관하여 작성한 서류에 불과하고, 피고로부터 구속력 있는 지시를 받아 위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그 서류의 작성 시기도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계쟁기간 이후인 I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② 만약 위 원고들이 주로 '사양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의 내용은 G 소속 근로자들이 부두 앞까지 이송해 온 차량을 위 원고들이 각 국가별, 차종별로 몇 대 선적할 것인지 정리한 후 해당 차량을 선적해도 된다는 비표 표시를 하거나, 경유지를 표기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어서(그 직후 다시 G 소속 근로자들이 그 차량을 운전하여 선적한다), 결국 위 업무는 G이 도급계약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의 일부분, 즉 차량을 부두 앞 까지 이송시킨 후 최종 선적 전의 중간 작업에 해당하여 G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이행하는 전체 업무의 일부에 불과한바, 그 부분만을 따로 분리하여 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받았다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이 선행 사건에서 판단한 G의 업무와 명백하게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므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원고 C, D, E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파견관계는 원칙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원청 회사(근로자파견관계인 경우와 적법한 도급관계로 인정되는 경우를 모두 포괄하기 위하여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사이의 개별적인 근로관계이고, 해당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담당 업무나 근무형태가 모두 동일 또는 유사하지 않은 이상 해당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전원과 원청 회사 사이의 집단적 근로관계로 치환될 수 없다. 근로관계의 실질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사업장별·공정별·협력업체별로 다를 수 있고, 같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구체적인 담당 업무나 근무상황에 따라 개별 근로자별로 서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일부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공장 내에 근무하는 모든 협력업체 또는 해당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의 파견근로자로 당연히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각 원고별 계쟁기간 또는 계쟁시기의 담당 업무와 근무상황·근무형태등을 바탕으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앞서 본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원은 계쟁기간 동안 또는 계쟁시기에 개별 근로자와 원청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22. 1.28. 선고 2020나2008508, 2020나2008515(병합)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위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선행 사건에서 H 소속 근로자들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므로 파견근로개시일을 I 입사일로 변경한다'라고 주장하며 계쟁기간을 H 이후 I 소속으로 업무를 시작한 날로 변경하여 주장하였을 뿐, I에서 근로를 개시한 이후 개별적, 구체적으로 수행한 업무 등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을 위한 증거제출 등 어떠한 입증 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오히려 위 원고들은 소장에서 '위 원고들은 H에서 I으로 소속이 변경된 이후에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만약 위 원고들이 H과 I 모두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계쟁기간만을 I 입사일로 바꾸었다고 하여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여부가 달라질 수는 없다).

또한, 위 원고들이 H 입사일을 계쟁기간(고용의무발생일)으로 주장하면서 제출한 기존의 증거들 중 I과 관련된 증거는 I 사용 PDA 스캐너 사진(갑 제11호증), I 작성의 여러 품의서(갑 제12, 14호증) 등이 있으나, 그러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거나, 위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