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각종 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 충남 아산시에 자동차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원고 A은 2002. 8. 12.부터 2005. 1. 1.까지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인 D 소속으로, 2005. 1. 1.부터 2007. 8. 31.까지는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다른 사내협력업체인 E 소속으로 피고 아산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엔진공정을 담당한 자이다.
원고 B은 2003. 8. 25.부터 2005. 1. 1.까지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인 D 소속으로, 2005. 1. 1.부터 2007. 11. 3.까지는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다른 사내협력업체인 E 소속으로 피고 아산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엔진공정을 담당한 자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 10, 11,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 A은 2002. 8. 12.부터, 원고 B은 2003. 8. 25.부터 피고 아산공장에서 피고 사내협력업체인 D 및 E 소속으로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피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며 피고의 자동차생산공정 중 엔진공정을 담당하였다.
이에 제정 파견법(1998. 2. 20.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되고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시행일 1998. 7. 1.) 제6조 제3항<1>에 의하여 피고와 원고 A 사이에서는 2004. 8. 12., 원고 B 사이에서는 2005. 8. 25.부터 각 고용관계가 간주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관계의 확인을 구함과 함께, 피고는 미지급 임금 등 지급의무로서 원고 A에게 145,085,482원, 원고 B에게 179,828,916원 및 각 그중 5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3. 1. 21.부터, 나머지 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제정 파견법에 의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더라도, 피고 사업장에서 원고들의 근로제공이 끝난 지 15년 이상 지난 점, 원고들은 그 기간 제정파견법에 의한 직접 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던 점, 원고들은 위와 같은 기회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할 권리 및 제정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간주를 전제한 미지급 임금 등 청구권은 실효의 원칙에 의하여 소멸하였다.
관련 법리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3552 판결 등 참조).
실권 또는 실효의 법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한 법원칙으로서, 본래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이 이미 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됨으로써 새삼스럽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결과가 될 때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대법원 1988. 4. 27. 선고 87누915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다241458 판결 등 참조).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다310484 판결, 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4다269143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 사업장에서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지 약 15년이 지난 사실, 원고들은 그 기간 피고에게 제정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한편 갑 제2, 26, 27, 28호증, 을 제2 내지 5, 10, 12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에게 오랫동안 제정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등 근로관계종료에 따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더 이상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없고, 관련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형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제정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는 모두 실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A은 직접고용이 간주되었다고 주장하는 2004. 8. 12.로부터 약 18년, 근로관계가 종료된 2007. 8. 31.로부터는 약 15년이 지난 2022. 12. 30.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 B도 직접고용이 간주되었다고 주장하는 2005. 8. 25.로부터 약 17년, 근로관계가 종료된 2007. 11. 3.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2022. 12. 30.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그 사이에 원고들이 피고의 다른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거나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피고를 상대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 B은 E과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직후 실업급여를 수령하였고, 원고 A은 2022.경에 사업을 원인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사실까지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의 선행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4581 판결의 확정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 만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상당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대법원 2008두4367호 판결이 2010. 7. 22. 최초로 선고되었고, 원고들이 근무한 피고 아산공장 소속 노동조합에서는 위 대법원판결을 토대로 “마침내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길이 열렸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 노동조합 집단 가입을 독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위 대법원판결 이후 많은 수의 피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2010.경부터 2013.경 사이에 피고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기까지 하였다. ③ 위 ②항의 대법원 2017다14581호 사건은 위 2010.경부터 2013.경 사이에 제기된 대규모 소송에 관한 대법원판결이다. 위 대법원 2017다14581호 사건의 제1심법원은 2014. 9. 18. 피고와 피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항소심법원은 2017. 2. 10.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또한 원고들이 근무하였던 피고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일부에 대하여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2010다106436호 판결이 2015. 2. 26. 선고되기도 하였는데, 원고들은 그로부터 약 7년 10개월이 지나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어 2007. 7. 1.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 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된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11908, 211915, 211922 판결 참조). 원고들은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이후부터는 약 15년, 피고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날부터도 약 12년 5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실효의 원칙을 부정한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현재 시행중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소결론
원고들의 제정 파견법에 의한 직접고용간주에 따른 권리는 모두 실효되었고, 그러한 권리의 존속을 전제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이 사건 소는 전부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도균
판사 백승영 송서윤
각주1) 제정 파견법 제6조(파견기간) ① 제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파견의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파견사업주ㆍ사용사업주ㆍ파견근로자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1회에 한하여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③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