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29. 선고 2023가합45826 판결

징계무효확인 등

주문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7. 4. 5. 제적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종헌, 종법 등 자율규범을 마련하여 단체 및 신앙의 질서를 유지하는 종교단체로서, 그 산하에 의결기관으로 C 및 D, 집행기관으로 E, 사법기관으로 F 등을 두고 있다. 원고는 1969년경 출가하여 피고에 소속된 승려로서 D의원, 서울 강남구 소재 G사 주지 등을 역임하였다.

나.

피고의 F원장은 H장의 징계요구에 따라 심판부를 소집하여 2017. 4. 5.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이하 징계사유를 통칭할 경우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하고, 개별적으로 지칭할 경우에는 ‘제○ 징계사유’라 한다)로 제적의 징계를 결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원고가 이에 대해 재심 등의 절차로 불복하지 아니하여 2017. 5. 1. 이 사건 징계처분이 확정되었다.

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피고의 종헌 등 관련 규정의 내용은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호증, 을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항변의 요지

1)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전 2020. 6. 15.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므로(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52682) 그 이후에 제기된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위자료청구 부분은 중복제소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징계처분은 종교단체의 내부적인 제재일 뿐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나.

판단

1)

중복제소 여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는 다시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259조). 당사자와 소송물이 동일한 소송이 시간을 달리하여 제기된 경우 전소가 후소의 변론종결 시까지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계속이 소멸되지 않으면 후소는 중복제소금지에 위반하여 제기된 소송으로서 부적법하다(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다23066 판결 등 참조).

위법·무효한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장이 2023. 2. 17.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고, 원고가 2020. 6. 15. 피고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피고에게 원고의 승적을 박탈하도록 지시하고 피고가 이를 실행함으로써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52682, 이하 ‘이 사건 관련사건’이라 한다)를 제기한 사실, 원고가 이 사건 관련사건 소송 계속 중 피고에 대한 소를 취하하는 2023. 5. 3.자 소일부취하서를 제출하고 피고가 2023. 5. 4. 이를 송달받고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관련사건 소 중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분은 소취하로 종국된 사실은 갑 제21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관련사건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소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제기되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2023. 5. 3. 이 사건 관련사건 소를 취하하여 이 사건 관련사건 소의 소송계속이 소멸되었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

2)

사법심사 가부

종교인으로서 비위가 있는 자에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징계·제재하는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가 아닌 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라 하여 반드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은 아니고, 한편 징계결의와 같이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라고 할지라도 그 효력의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또한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의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에 미치지 아니하는 한 법원으로서는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8901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기초 사실, 을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그 소속 승려에게 선거권, 피선거권 등 각종 권리를 부여하고, 종무직에 취임하거나 피고 E원장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승려법 제3조, 제28조, E법 제6조) 원고와 같이 제적의 징계를 받는 경우 승적에서 제외되고 승려신분상 일체의 공권이 박탈되는 점(승려법 제45조), 피고 E원장은 피고를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는 자로(종헌 제54조) 종교상의 지위와 아울러 비법인 사단인 피고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겸유하면서 피고 재산의 관리처분권 등을 갖게 되는 점, 원고는 2017년 1월경 E원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하였으나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E원장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한 점 등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유효한지 여부는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징계처분의 효력과 관련하여 다투어지는 사유가 종교적인 교리해석에 관한 것이라면 이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의 효력과 관련하여 다투어지는 사유는 종교상 교리의 해석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절차상 하자 유무 내지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자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항변도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AF은 원고가 심리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H의 제소 내용을 그대로 원용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징계처분은 실질적인 심리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다. 이 사건 징계사유는 모두 존재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일부는 징계시효가 도과하였거나 승려법 제47조 제28호, 제29호가 제정되기 전의 행위로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징계양정이 지나쳐 부당하다.

2)

징계절차의 적법 여부

가)

갑 제2, 4호증, 을 제1, 4, 7, 9, 10, 11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 E법은 국장 이상의 H 종무원은 비위관련 혐의자에게 등원 또는 일정한 장소에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제20조 제1항), 등원 또는 출석요구는 최대 3회까지 하며, 3회까지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자는 제소된 내용대로 징계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2항). 또한 F법은 소는 H장이 AF에 심판청구서를 제출함으로써 시작하고(제20조 제1항), AF은 심판의 제기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심판청구서 사본을 피제소인에게 송달하여야 하며(제24조) 피제소인은 심판청구서의 사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구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 등을 기재한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답변서를 정해진 기일까지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답변서 없이 심리를 개시할 수 있으며(제25조 제1항, 제3항), 당사자는 AF의 심리에 출석하여야 하나,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회까지 출석하지 아니한 때는 궐석으로 심판할 수 있고(제29조 제1항), AF 심리는 원칙적으로 AF원장의 직권으로 진행하며(제30조 제2항), 사건의 심판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제31조 제1항), 직접증거, 간접증거, 정황증거 등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32조).

(2)

피고 H는 원고에게 2016. 11. 28. 등원일을 2016. 12. 12.로 정하여 제1차 등원통지를, 2016. 12. 28. 등원일을 2017. 1. 10.로 정하여 제2차 등원통지를, 2017. 1. 10. 등원일을 2017. 1. 17.로 정하여 제3차 등원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불출석 사유를 밝히거나 등원기일을 변경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아니한 채 H에 출석하지 않았다.

(3)

H장은 위와 같은 원고의 불출석으로 인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2017. 2. 8. F에 징계를 청구하였고, AF원장은 H장의 징계요구에 따라 징계심판절차를 개시하고 원고에게 2017. 2. 14. AF 심판절차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으며 2017. 2. 15. 및 2017. 2. 18. AC언론에 두 차례 출석을 공고한 후 2017. 3. 2. 심리기일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출석하지 아니하여 위 기일을 연기하고 2017. 3. 15. 및 2017. 3. 18. AC언론에 다시 두 차례 출석을 공고한 후 2017. 4. 5. 심리기일을 개정하였으나 원고는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출석하지 아니하였다.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F원장은 F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두 차례 출석요구를 하였고, 원고가 출석이 어려운 사정을 밝히거나 기일변경을 요구하지 않은 채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F법 제29조 제1항은 이러한 경우 AF은 피제소인의 궐석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심리기일에 출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징계사유를 다투지 않는 상황에서 H가 F에 징계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증거자료들을 통해 징계사유를 인정하고 징계양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함에 있어 실질적인 심리 자체가 부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3)

징계사유의 존부

가)

제1, 2 징계사유

원고가 제1, 2 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갑 제3, 6, 18호증, 을 제1, 4,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제1, 2 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발언이 승려법 제47조 제8호, 제28호 및 제29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 2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아니한다.

(1)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단체에 대한 구성원의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허용되어야 하며 이는 종교단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종단의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발언 또는 의견 표명을 근거로 그 소속 종원을 징계하는 처분을 쉽게 수용하게 되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2)

원고가 제1 징계사유 중 ‘지금은 L(피고의 최고의 지도자를 의미한다)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L이 예전처럼 국민들이나 스님들에게 존경받지 못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은 원고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고, Q대회 관련 발언은 피고가 일회성으로 치러지는 행사에 자금을 낭비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그 행사에 참여한 승려 등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종단의 중진 승려로서 비판과 견제의 책무를 다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3)

제2 징계사유 중 ‘B종교단체이 썩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일부 승려들의 폭행, 음주, 도박 등 일탈행위를 지적하면서 종단의 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위 발언이 건전한 비판 내지 의견 제시를 넘어서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의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므로 이로 인하여 승가의 품위가 실추되었다거나 종단의 위신이 손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제2 징계사유 중 '템플스테이 비용이나 문화재관리비용이 E원장의 통치자금처럼 변했다'는 취지의 발언은 원고가 확인할 수 없거나 추측에 불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승려법 제47조 제28호에서 정한 '근거 없는 소문을 남발한 행위' 또는 '양설로 승단 내의 화합을 깨뜨리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 전후의 맥락,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들은 전반적으로 피고의 E원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된 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여 종단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거나 정부 지원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커 위 발언이 단순히 종단의 집행부 등을 폄하하거나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5)

한편 승려법 제47조 제28호, 제29호는 2015. 11. 4. 신설되었고, 2015. 11. 4.자로 개정된 승려법이 2015. 11. 16. 공포되었는데, 승려법에 2015. 11. 4.자로 개정된 조항이 언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지에 관한 부칙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바, 각종 법령에 개정 법조항이 언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지에 관한 부칙 규정이 없다면 그 조항은 원칙적으로 공포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위 승려법 제47조 제28호, 제29호는 공포일인 2015. 11. 16.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제2 징계사유 중 원고가 2013년 7월, 2014년 2월, 2015년 4월 및 2015년 9월에 한 발언들은 위 2015. 11. 16.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의 위 발언에 대하여 승려법 제47조 제28호, 제29호의 징계사유를 적용하는 것은 징계대상 행위 이후에 만들어진 징계사유를 적용하여 징계하는 것이 되어 징계사유 소급 적용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원고의 위 발언에 대하여 승려법 제47조 제28호, 제29호의 징계사유를 적용할 수는 없다.

나)

제3 징계사유

원고는 국가공무원법에서 징계시효를 3년 내지 5년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제3 징계사유는 통상적인 징계시효가 도과하여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종헌, 승려법 등에서는 징계시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와 피고 내부 승려에 대한 징계는 그 목적과 요건 등이 전혀 달라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의 규정이 피고의 징계절차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제3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제3 징계사유는 원고가 G사 주지였던 2007. 7. 9. G사 소유인 Z부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와 관련하여 종단에 보고 또는 논의 없이 AA에게 독자적인 개발권한을 수여하는 등으로 500억 원의 이익을 보장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직무를 유기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갑 제7, 8, 9, 10, 11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서에 '을(AA)은 갑(B종교단체)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개발권한을 수여받는 것에 대하여 전매차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 500억 원의 이익을 보장한다'고 기재되어 위 계약에 따라 이익을 받는 주체는 G사인 사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 E부장이 입회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보고 없이 AA에게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하여 500억 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여 직무를 유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제3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

제4 징계사유

E법은 국장 이상의 H 종무원은 비위관련 혐의자에게 등원 또는 일정한 장소에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제20조 제1항), 등원 또는 출석요구는 최대 3회까지 하며, 3회까지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자는 제소된 내용대로 징계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2항). 위 규정에 따른 H의 등원 또는 출석요구는 H에서 비위관련 혐의자에 대하여 사실관계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행하는 행정업무의 일환인데, 을 제7, 9, 10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에 의하면 원고는 H의 적법한 등원 또는 출석요구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조사를 회피하는 등 등원 또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승려법 제48조 제3호의 '종무집행을 고의로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여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제4 징계사유만 인정되고,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여러 징계사유 가운데 일부가 부존재하는 하자만으로 그에 기한 징계처분이 곧바로 무효로 되지는 아니하므로(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두11813 판결 등 참조), 이하에서는 제4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처분이 유효한지에 관하여 본다.

4)

징계양정의 적정성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드러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1969년경 출가하여 약 50년 동안 승려로서 피고의 D의원, G사 주지 등을 역임하는 등 피고 내에서 여러 역할을 하여온 점, ② 승려에 대한 징계 중 제적은 멸빈을 제외하고는 피고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중한 처분인 점, ③ 이 사건 징계처분에 따라 원고는 승적에서 제외되고 승려신분상의 일체의 공권이 박탈되어 기존에 종단 내에서 수행하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하여야 복적할 수 있고 복적된 날로부터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D의원 및 종무원에 취임할 수 없는 등 장기간 불이익을 받게 되어 원고가 1950년생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향후 승려로서의 활동이 전면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 점,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제4 징계사유를 제외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고 제4 징계사유는 승려법 제48조 제3호에 따라 공권정지 5년 이하 3년 이상의 징계에 처할 수 있는 사유인 점, ⑤ 제4 징계사유는 원고가 피고 H의 등원 또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조사거부 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원고가 H의 등원 또는 출석요구에 응하여 조사를 받았더라면 원고에 대한 의혹 중 특히 제3 징계사유는 상당 부분 소명이 이루어졌을 것으로도 보이나, AG스님이 2013. 8. 21. 당시 E원장의 상습도박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려 하자 피고 H 소속 승려와 종무실장 등이 이를 막기 위하여 AG스님을 피고 E 건물 지하로 끌고 가 상해를 가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의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어, 피고 집행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오던 원고가 H의 등원 또는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가 그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비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양정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5)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나.

위자료 청구

1)

원고 주장의 요지

위법·무효한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3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이유 있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위 소멸시효의 항변에 의하여 배척될 운명이므로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곧바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4재다66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살피기에 앞서 먼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하여 본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있었던 2017. 4. 5.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징계처분의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 2017. 7. 18.에는 피고의 행위 및 위법성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그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인 2023. 2. 9.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