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해자 B는 ㈜C(부동산 시행사), ㈜D(부동산 시행사), ㈜E(분양대행사), ㈜F(분양광고사)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G은 분양대행 용역업체인 ㈜'H' 소속 분양상담사로서 위 ㈜C으로부터 인천 서구 I 오피스텔(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 등의 분양을 위탁받아 그 분양업무를 대행하였다.
G은 2018년경부터 ㈜C 관련 분양대금 횡령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분양조건 등에 불만이 있어 분양계약 해지를 희망하는 수분양자들을 모아 피해자모임을 결성한 후 2019. 3. 7. 1차 피해자모임, 3. 24. 2차 피해자모임, 4. 9. 3차 피해자모임을 개최하였는데, 특히 사촌이자 변호사인 피고인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하면서 2019. 4. 9.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여 수분양자들에게 위 분양계약 해지 등에 관한 법률적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구체적인 범죄사실]
피고인 A는 G의 위 요청에 따라 그와 함께 2019. 4. 9. 20:30 서울 서초구 J 빌딩 3층에서 수분양자 20여 명이 모인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여 아래 녹취록 기재와 같이 발언하였다.
[2019. 4. 9. 녹취속기록(53쪽 분량)(수사기록 136쪽) 중 주요 발언]
그러나 사실 ① 2018. 10.경 M언론뉴스 등에 'N'라는 기사가 보도되었고 2019. 4. 당시 피해자 B가 업무상횡령,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고소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기는 하였으나 ㉠ 피해자 B는 '폭행'으로 수사를 받고 있지는 않았고 ㉡ 횡령 범행이 확인된 바도 없었으며(실제로 피해자 B는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반면 G이 횡령 등으로 공소제기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 폭행, 횡령 등으로 구속되지 않으려고 다투거나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또한, ② 피고인은 2018. 11. 22. G으로부터 'B 대표한테 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을 뿐 피해자 B로부터 직접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취지로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G 및 수분양자들 등에게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말하여 피해자 B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판단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이 경우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그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757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142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행위자가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도2627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3차 피해자모임에서의 발언안에 다소 과장 · 왜곡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G의 부탁으로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였다.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계약의 해지, 대금 감액을 원하는 수분양자들이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하였고, 피고인은 참석자들에게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의 법적 문제점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피고인의 발언 중 검사가 허위사실적시로 기소한 부분은 ㉠ 피해자가 횡령을 했고, 폭행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발언, ㉡ 피해자가 폭행, 횡령 수사 중 구속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발언, ㉢ 피해자로부터 사람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이다.
먼저 ㉠, ㉡ 발언에 관하여 본다. L는 2018. 10. 22. '피해자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상여금을 지급했다가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하였다'는 의혹을 뉴스로 보도하였고(이후 피해자가 위 보도에서 다룬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L는 2023. 9. 22. 위 뉴스를 정정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실제로 2019. 4.경 업무상횡령,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변호사인 피고인은 G으로부터 법적 조언을 요청받은 후, G 및 일부 수분양자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토대로 3차 피해자모임에서 발언하였는데, 피고인이 제공받은 자료 중에는 위 L 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참석자로부터 피해자의 횡령이 분양계약 해지사유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피해자의 개인적인 위법행위가 해지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 ㉡ 발언을 하였다. ㉠ 발언은 공신력이 있는 언론사의 보도에 부합하는 내용이고, ㉡ 발언은 추측성 발언으로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보이나 당시 피해자가 받고 있던 혐의에 관한 것으로, 각 발언내용은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진실에 합치하는 것이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고 발언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발언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2018. 11. 22.경 피해자와의 갈등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G으로부터 '피해자에게 불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작업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피고인은 3차 피해자모임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내용증명 등 문서작업은 피고인이 드러나지 않게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하겠다는 설명을 하면서 ㉢ 발언을 하였는데, 피고인이 G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의 내용, ㉢ 발언의 경위를 종합하면, ㉢ 발언은 피해자로부터 위해를 입을 수 있어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G이 받은 위협을 피고인이 받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볼 수 있을 뿐 그 내용이 허위라거나,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고 발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 중에는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에 대한 입증이 없다면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직권으로 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1220 판결). 아래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본다.
공연성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할 것이다(대법원1994. 9. 30. 선고 94도1880 판결, 1996. 7. 12. 선고 96도100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발언을 한 장소 및 경위, 피고인이 참석자들에게 명시적으로 녹음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오피스텔 분양과 관련하여 분양가 과다책정 등으로 일부 수분양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3차 피해자모임 참석자들이 다른 수분양자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오피스텔 관련자들에게 발언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명예훼손의 고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2877 판결, 대법원 2018. 6.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 · 판단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G의 부탁을 받고 변호사로서 이 사건 오피스텔의 분양조건에 불만이 있는 수분양자를 상대로 법률 자문을 하기 위하여 3차 피해자모임에 참석한 점, ② 피고인이 3차 피해자모임에서 한 발언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 사건 오피스텔의 분양계약에 법적인 문제점이 있으니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하고, 계약해제가 어려울 경우 잔금을 미지급하면서 협상하여 분양대금을 감액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고, 이 사건 각 발언은 피해자의 개인적인 위법행위만으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하거나, 피해자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에 관하여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점, ③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이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법적 조언을 하는데, 피고인은 3차 피해자모임 전 G과 일부 수분양자들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 ㉡ 발언을 한 점, ④ 피고인이 3차 피해자모임 시작 전과 도중에 참석자들에 발언내용을 녹음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변호사로서 법률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위 무죄 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동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