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92,306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3. 15.부터 2024. 7. 1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95%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입시학원 등의 교육서비스 기타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2021. 10. 12. 피고와 사이에 피고를 강사로 고용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근로기간 : 2021. 10. 12.부터 2023. 4. 12.까지 (수습기간은 입사 후 3개월, 입사일은 2021. 10. 12.), 수습기간은 근로기간에 통산.
월 급여 : 1,846,154원 (세전금액,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고정시간외 근로수당과 주휴수당, QT보수, 연차보수가 월 급여에 포함됨)
퇴직금 지급과 관련하여 월 급여의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 급여와 별도로 매월 지급하기로 한다(이하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에 따라 2021. 11.부터 2022. 11.까지 13개월 간 합계 1,992,306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피고는 2022. 11. 이후 원고로부터 퇴사하였고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 원고는 2023. 1. 25. 퇴직금 1,894,750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이를 포함), 변론 전취지
당사자 주장 요지
원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월 급여의 1/12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하고, 원고는 이에 따라 피고에게 1,992,306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음에도 피고가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여 원고는 1,894,750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위 1,992,306원은 퇴직금 지급 또는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근로계약에 포함된 이 사건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에 해당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고,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된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에 따라 지급된 금원은 민법 제742조의 악의의 비채변제에 해당한다. 또는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위 약정에 따라 지급된 금원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받은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이라 한다)했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든 증거들과 변론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는 원고로부터 1달간 근로 대가로 일정액을 지급받아 온 점, ② 매월 보수에는 연차보수, QT보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기본 보수와 구별되어 일정액이 별개로 지급된 점, ③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퇴직금 지급방식에 대해 기재되어 있고,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의 액수가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에 따라 특정되어 지급된 점, ④ 원고가 피고와의 근로계약 이후 애초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지급하였고 이는 임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과 구별하여 지급한 것으로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은 아니고, 또한 관련 법령상 근로자인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이었음에도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은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위 약정에 기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금원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992,306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피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가 마지막 급여를 수령한 무렵인 2022. 11. 22.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으나,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위와 같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던 금원을 수령, 보유하는 것이 법률상 원인 없음을 알았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이전에 피고에게 위 부당이득반환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선의의 수익자가 패소한 때에는 그 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보는데, ‘소를 제기한 때’란 소송이 계속된 때, 즉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때를 말한다 할 것인 바(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119481 판결 참조),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23. 3. 15.부터 피고를 악의의 수익자로 보므로, 피고는 반환할 부당이득에 대한 2023. 3. 15.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악의의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주장 부분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가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이 사건 지급금을 부당이득으로 원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원고가 채무없음을 알면서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불법원인급여라는 주장 부분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퇴직금제도가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퇴직 후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강행규정으로 두어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는 탈법행위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위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퇴직금 명목으로 금원이 지급된 이상 위와 같이 지급된 금원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으로 1,992,30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3. 3.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4. 7. 17.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지급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에서 인정한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정덕수(재판장) 윤재남 선의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