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21.자 2023카합20958 결정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소명되는 사실관계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는 택배배송사업, 택배분류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채무자는 택배 영업점과 ‘택배 영업점 계약’을 체결하여 위와 같은 택배배송업무를 영업점에 위탁하여 왔다. 채무자는 주식회사 D(이하 주식회사를 지칭할 때 주식회사 명칭은 생략한다), E와 각 택배 영업점 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각 ‘이 사건 택배 영업점 계약’이라 한다), 채권자 A은 D와, 채권자 B은 E와 각 운송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다(이하 채권자별로 각 ‘이 사건 운송위수탁계약’이라 한다). 채권자들은 위 운송위수탁계약에 기초하여 채무자 일산 F캠프를 출입하여 택배화물을 수령하고 이를 배송처로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채권자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퀵플렉서라 지칭한다).

나.

채권자 A은 G노동조합(이하 ‘G노조’라 한다) H지회 지회장이고, 채권자 B은 부지회장이다. G노조는 택배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다.

채권자들은 2023. 6. 8. 내지 같은 해 7. 11. 사이에 채무자 일산 F캠프 내에서 자신들에게 할당된 구역을 벗어나 다른 구역이나 캠프에서 근무하고 있는 퀵플렉서들을 찾아가 자신들의 명함이나 G노조 전단지·유인물을 배포하는 등의 노동조합활동을 하였다.

라.

채무자는 위와 같은 채권자들의 조합활동을 인지하고 2023. 6. 15. 채권자들과 운송위수탁계약을 체결한 D 및 E를 상대로 ‘업무수행과 무관한 목적으로 채무자 캠프를 출입하는 행위의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런데도 채권자들이 채무자 캠프 내에서 조합활동을 계속하자 재차 그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해당 인원들에 대하여는 채무자 캠프 내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안내하였다.

마.

위와 같은 채무자 측의 공문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은 계속해서 채무자 캠프 내에서 기타 퀵플렉서들을 상대로 G노조를 홍보하는 취지의 조합활동을 계속하였다. 이에 채무자는 2023. 7. 13.자로 채권자들이 별지 채무자 캠프 목록 기재 각 채무자 캠프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업무용 어플리케이션(Flex Delivery App)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조치’라 한다)를 실시하였다.

2.

채권자들의 주장 요지

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채권자들의 주장

채무자의 이 사건 조치는 채권자들이 이 사건 각 운송위수탁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택배운송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들은 택배 영업점으로부터 정당하게 지급받을 수 있는 수수료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이 사건 조치는 채권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3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도 해당하므로 채권자들은 채무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구할 권리도 있다.

나.

근로3권 중 단결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채권자들의 주장

채무자의 이 사건 조치는 채권자들에게 보장된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설령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에게는 그 사업장인 채무자 캠프 내에서의 조합활동을 수인할 의무가 있다.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캠프 운영이나 관리에 어떠한 지장도 초래한 적이 없다.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채권자들은 생존권에 영향을 받고 있고, G노조의 유지와 단결을 위해 채권자들은 다른 퀵플렉서들을 직접 만날 필요성이 절박하다.

다.

위와 같은 이유로 채권자들은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결정을 구한다.

3.

이 사건 조치가 채권자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구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1)

채권자들이 2023. 8. 29.자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이 부분 주장에서 내세우는 피보전권리를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변경하였으나, 변경 후 제출된 준비서면의 주장 내용을 보면 피보전권리가 여전히 분명하지 않은 면이 있다.

2)

먼저 채권자들이 불법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내세운 것임을 전제로 살펴본다. 어떤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로부터 바로 그 행위의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률의 근거가 있거나 불법행위로 인해 침해된 권리가 소유권과 같이 절대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거나 인격권 등과 같이 권리의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어 사전적·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 및 채권자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채권자들이 이 부분 주장을 통해서 주장하는 손해는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전보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금전적 손해배상의 방법만으로는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손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3)

다음으로 피보전권리를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주장하는 것을 전제로 살펴본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금전채권이므로(민법 제763조, 제394조),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채무자의 자금능력 등을 고려하면 본안소송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를 지급받지 않는다고 하여, 채권자들이 현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

4)

끝으로 채권자들의 이 부분 주장을 이 사건 각 운송위수탁계약에 따른 업무수행권 또는 계약상 지위를 피보전권리로 내세운다고 선해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지만 제3자의 채권침해가 반드시 언제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침해의 태양에 따라 불법행위 성립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정하여야 한다. 즉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였다는 등 채권침해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할 것인데, 여기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의 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75. 5. 13. 선고 73다1244 판결 참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판결 등 참조).

다.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살피건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채권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1)

채무자의 이 사건 조치로 인하여 채권자들이 이 사건 각 운송위수탁계약에 따른 택배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채무자는 배송 예정인 물품들이 적치되어 있는 채무자 캠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고, 캠프 내부에서 개별적으로 할당된 구역을 벗어나 조합활동을 하던 채권자들을 상대로 안전상의 이유 및 기타 퀵플렉서들의 민원 제기 등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법규를 위반하였다거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

채권자 A이 D와 체결한 이 사건 운송위수탁계약서에 따르면 채권자 A은 C 화물을 운송하면서 C에서 정한 배송수칙과 내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제4조 제1항). 그런데 채권자 A이 채무자 캠프 내에서 다른 퀵플렉서들에게 G노조를 선전하는 조합활동을 한 것은 위 계약에 반하여 채무자가 정한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 사건 조치가 채권자 A의 업무수행권을 위법하게 침해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달리 보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채권자들은 채무자 캠프에서만 택배 배송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각 택배 영업점과 새로운 내용의 운송위수탁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채권자들이 택배배송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전적으로 이 사건 조치로 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4.

채권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구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채권자들의 구체적 주장

채권자들은 이 사건 조치가 채권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채권자들의 G노조 활동은 사용자에 대항하는 형태의 활동이 아니라 G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는 퀵플렉서들에게 G노조를 홍보하고 가입을 독려하는 활동이므로 그 성격상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채권자들은 개인사업자에 불과할 뿐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은데다가 사용자가 누구인지도 특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결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구체적인 판단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채무자의 이 사건 조치가 채권자들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러한 사정을 객관적으로 소명할 만한 증거자료는 제출된 것이 없다. 결국 채권자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위 주장이 인용될 것을 전제로 하는 집행관공시 및 간접강제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1)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한편 채권자들이 근로자 지위에 있는지, 있다면 그 사용자는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본안에서의 면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하여 종국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채권자들과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놓여 있지 않고 채권자들이 수행하는 택배배송업무를 위탁한 원청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가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2)

채권자들은 단결권의 성질상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하지만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갖는 것이고(헌법 제33조 제1항 참조), 위와 같은 근로 3권의 헌법적 의미는 근로자단체라는 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의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고, 근로자는 노동조합과 같은 근로자단체의 결성을 통하여 집단으로 사용자에 대항함으로써 사용자와 대등한 세력을 이루어 근로조건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데 있다. 즉 단결권을 포함한 근로3권은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단결하여 목적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자유권적인 성격을 가지나, 국가와 개인 사이의 양자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닌 국가와 근로자 그리고 사용자의 3자 관계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8. 2. 27. 선고 94헌바13·26, 95헌바4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G노조 활동이 어느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가 채권자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불분명하고 특정되지 않은 이상,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단결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채권자들의 주장에 의할 경우 택배업무와 무관한 제3자를 대상으로도 단결권을 행사하여 G노조 가입 권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근로3권의 보호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3)

채권자들의 주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이기만 하면 근로자들이 단결권을 행사하는 데 사용자를 상정할 필요가 없다거나, 단결권은 누구에게나 행사할 수 있는 대세적 효력이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단결권은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본안소송에서 종국적으로 판단될 문제이나, 근로3권이 헌법에서 도출되는 직접적인 효력이 있더라도 채권자들이 택배 영업점 또는 채무자 중 누가 사용자인지 특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채무자가 수인의무를 부담하는 법률관계에 놓여 있다고 논단할 수 없다.

4)

채권자들은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등을 원용하면서, 채권자들이 채무자 캠프에서 단결활동을 하는 것 역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채무자가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그 “사용자”인 하청업체에 대하여 쟁의행위를 한 것이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진 사안에 관한 것인데 비해, 이 사건은 채권자들이 근로자라고 주장할 뿐 사용자를 특정하지 않아 채무자와 어떠한 법률관계가 있는지 소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달리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3. 9. 21.

판사 전보성(재판장) 김세이 구성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