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9. 선고 2024가단14877 판결

임금 등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2022. 10. 4. 원고를 피고의 임원으로 위촉하는 내용의 임원위촉 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위촉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의 IT연구소에서 전무이사로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위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피고는 2023. 8.경 '원고가 IT연구소 산하 ERP개발팀 직원인 C으로부터 이사 D의 법인카드 내역을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 피고의 임원인 E, F에게 유출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고소하였다.

라.

피고는 2023. 8. 28. 원고에 대하여 임원복무규정 중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23. 8. 31. 개최할 예정인 인사위원회 출석통지를 하였고, 위 인사위원회에서 원고를 해임하기로 결정하여(이하 '이 사건 해임결정'이라 한다) 2023. 9. 1. 징계결정통지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E은 D의 법인카드 내역을 피고 회사 재직 중 확보한 것으로서 원고는 D의 법인카드 내역을 부정한 방식으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해임사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결정은 실체적인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나.

설령 원고에게 해임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형식적으로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지하고 원고의 답변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후 원고를 해임하였는바, 이 사건 위촉계약 제4조 제3항에 따라 30일 전 서면통지로 위촉을 해지하지 않았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에 해당하는 이 사건 해임결정을 통지하면서 구체적으로 그 사유를 기재하기 않았는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 이로써 이 사건 해임결정에는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

다.

근로자인 원고를 해고하는 이 사건 해임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임결정이 없었더라면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이 사건 위촉계약 기간인 2023. 10. 3.까지의 미지급 보수 8,333,333원 및 퇴직금 8,333,333원과 부당한 해임에 따른 위자료 20,800,000원 등 합계 37,466,66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해임결정의 실체적 하자 존부

앞서 든 각 증거, 을 제1 내지 12,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정당한 권한 없이 C에 대한 지시를 통하여 D 등 피고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전달받음으로써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하여 이 사건 위촉계약 제5조에서 정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원고에게 해임사유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이 사건 해임결정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1)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전체 직원 중 회계 · 감사팀, ERP시스템 관리자 등 접근이 허가된 소수의 관련자를 제외하고는 그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회계자료로서,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관리되는 정보이므로 '업무상 비밀 및 기밀'에 해당한다.

2)

피고 취업규칙 제71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의 '누설'이란 비밀및 기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근로자가 회사 내 다른 근로자에게 업무상 알게 된 비밀 및 기밀을 알려주는 경우에도 그것이 업무와의 관련성 혹은 필요성에 기하여 해당 업무의 집행과 관련 있는 다른 근로자에게 업무집행의 일환으로 전달한 경우가 아닌 한,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의 누설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에게 회사의 업무상 비밀 및 기밀에 관하여 접근 · 조회권한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업무상 비밀 및 기밀을 업무와의 관련성 내지 필요성 없이 임의로 접근 · 조회하거나 제3자에게 전달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고의 USB 사용을 위한 보안서약서에도 '본인이 수행 시 지득하는 내용 및 자료가 중요한 보안사항이므로 외부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 컴퓨터에 USB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사내 컴퓨터에서 USB 사용은 업무용으로만 사용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 컴퓨터에 허용된 USB 사용을 통해 당사의 자료(영업비밀을 포함한 일체의 자료)를 외부에 송출하지 않을 것이다. 자료 송출이 업무적으로 필요한 경우 회사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하겠다'는 기재가 있다. 피고는 사내게시판의 2021. 8. 23. 자 공지사항을 통하여 '영업 및 업무상 비밀준수 강조'라는 제목으로 'USB 사용승인을 받더라도, 반드시 본인의 업무 R&R에 포함된 내용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업무시간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 또는 업무시간 외 사용에 대한 적발 시에는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게시하였다. 원고가 작성한 보안정책동의서에도 '회사의 임직원은 관계법령과 회사의 정관 및 보안정책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자산과 고객 및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회사의 임직원은 회사자산을 회사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여서는 아니됩니다. 특히 회사가 제공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장치, 회사의 전산시스템 등으 모두 회사자산으로서 임직원은 이를 회사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고, 나아가 사적인 목적을 위해 자료나 정보 등을 작성, 저장하거나 전송하여서는 아니됩니다', '회사의 임직원은 비밀정보를 회사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 하고, 임직원 개인의 사적 목적이나 제3자를 위하여 이를 사용 또는 사외 유출하거나 임의로 복제, 저장, 편집, 촬영, 녹음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됩니다'라는 기재가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 임직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업무상 비밀 및 기밀로서, 피고의 임직원이 이를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3)

IT연구소의 업무분장에 의하면, 원고는 홈페이지, 사내 전산인프라, ERP시스템등의 개발 ·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만을 부여받았을 뿐, 재무 · 회계 등과 관련된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까지 업무와의 관련성 내지 필요성 없이 임의로 조회하거나 다른 근로자를 통하여 보고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C은 ERP개발팀 부장으로서 ERP시스템의 각종 기능을 개발 · 운영하는 업무를 총괄하였고, ERP시스템 내 저장된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접근하여 이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나, 그러한 권한은 ERP시스템의 개발 · 운영과 그 과정에서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위한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부여되었다고 보인다. 또한 IT연구소나ERP개발팀 차원에서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필요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C은 원고가 '개인적으로 궁금하여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요청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C에 대한 피고 회사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의 정리 · 제공요구는 정당한 업무지시라고 보기도 어렵고, 원고는 C이 법인카드 사용내역 정리하여 원고에게 제공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이 사건 위촉계약 제5조 제1항에서 정하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서울수서경찰서는 2024. 5. 9. 원고에 대하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으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위와 같이 규정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이란 타인의 비밀에 관한 일체의 누설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의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사람이나, 그 비밀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취득된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이를 알려주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이 타당한바(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57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위촉계약 제5조 제1항에서 정하는 비밀유지의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에서 정하는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업무상 비밀 및 기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원고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위반의 점에 관하여 위와 같은 이유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이 정하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해임결정의 절차적 하자 존부

1)

이 사건 위촉계약에서 정한 절차의 준수 여부

이 사건 위촉계약 제4조 제3항은 30일 전 서면통지로써 위촉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원고가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고 사업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본 계약 제6조 위반의 경우 포함)'를 정하고 있는 3호의 경우에는 즉시 서면통보로 위촉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사실, 이 사건 위촉계약은 제1조부터 제6조까지로 이루어져 있고, 제6조는 전속관할에 관한 규정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위 3호의 '본 계약 제6조 위반의 경우 포함'이라는 기재 중 '제6조'는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제5조의 오기임이 분명한바, 원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 제5조를 위반하였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30일 전 서면통지 없이 즉시 원고에 대한 위촉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30일 전 서면통지가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해임결정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2)

근로기준법 제27조 적용 여부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11. 9. 선고 2006다54637, 2006다54644(병합) 판결 참조}.

나)

원고는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해임결정이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연 보수 1억 원을 12개월로 나눈 8,333,333원을 월 급여로서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이 사건 위촉계약 제2조 제1항은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경영 및 업무집행에 관한 권한을 일부위임하며, 원고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피고로부터 위임 받은 업무를 수행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원고는 원고의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독자적으로 의사결정하여 위임업무에 대하여 피고 근로자들의 관리감독자로서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며 피고를 대표하고, 또한 등기임원을 비롯한 다른 임원들과 함께 피고의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같은 조 제3항은 '원고가위임업무를 수행함에 직위에 따른 지시감독 관계가 임원 상호간에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피고가 보장하고, 원고의 위임업무 중 업무의 성격상 또는 원고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주요 사항에 대하여만 대표이사, 이사회, 임원협의체 또는 유관 임원들과 협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3조 제3항은 '원고가 수행하는 위임 업무의 전문 성 및 독자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약정에 따른 업무시간이나 특정된 업무일은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며, 원고의 판단에 따라 위임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 하고, 위임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한 원고와 피고는 위임업무에 투입된 시간의 많고 적음 또는 업무일의 법적 성격을 이유로 상호 별도의 금전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위촉계약의 내용상 원고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휘, 감독을 받거나 근무시간, 근무장소에 구속을 받지 않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과 달리 피고 임직원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거나 근무시간, 근무장소에 구속을 받았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원고는 원고가 근로자임을 이유로 이 사건 해임결정이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하여 다투나, 원고를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점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원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 제5조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위촉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음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