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14,005,6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2. 29.부터 피고 B과 C는 2024. 10. 22.까지, 피고 D은 2024. 11. 4.까지 각 연 5%,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등을 하는 회사로서, 파주시 E 지상에 건설되는 F 아파트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시공사인 G 주식회사로부터 위 공사의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 받았고, 2023년 5월경 이 사건 공사의 철근콘크리트 공사 중 거푸집 해체공사(이하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라 한다)를 피고 D에게 재하도급 하였다.
피고 B은 H이라는 상호로 고용 알선업을 하는 자이고, 피고 C는 H에서 부장이라는 직함으로 근무하는 자이다.
피고 C와 피고 D은 2023년 12월경 원고의 이 사건 공사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당시 피고 D은 원고의 기성업무 담당직원 I에게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2023년 11월분 기성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여 I가 123,557,000원이라고 대답하자, 피고 C는 I에게 피고 B이 대표자로 있는 J에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대금을 직불한다는 내용의 직불확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였고, 피고 D도 H에게 기성금을 직접 지급해 달라고 하며 직불확약서 하단 “기하도급(직불 동의자)” 란에 서명하였다. 이에 I는 아래와 같이 직불확약서의 공란(음영으로 표시한 부분)을 채운 뒤 이를 피고 C에게 교부하였다(이하 아래와 같이 완성된 직불확약서를 ‘이 사건 직불확약서’라 한다).
원고는 2023. 12. 29.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11월분 기성대금 123,557,000원에서 근로소득세 등 원천징수액을 공제한 114,005,600원을 피고 B의 위 K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포함, 이하 같다),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11월분 기성대금과 관련한 인력을 실제로 제공한 것은 H(대표자 피고 B)이 아니라 주식회사 R(이하 ‘소외회사’라 한다)이므로, 만약 원고가 11월분 기성대금을 직불한다면 그 상대방은 소외회사가 된다.
그런데 피고 D과 C는 마치 11월분 기성대금의 직불 상대방이 H인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거나 그와 같은 원고의 착오를 유발하여 이 사건 직불확약서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B에게 11월분 기성대금 명목의 114,005,600원을 지급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직불확약의 의사표시를 피고들의 기망 또는 유발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
따라서 피고 B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위 돈을 부당이득금으로, 피고 D과 피고 C는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는 부진정연대책임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14,005,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B, 피고 C의 주장
H은 2023년 8~9월경 피고 D이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와 관련하여 지출해야 할 근로자들의 노임 등을 선지급 하였으나 피고 D은 2023. 11. 1.경 이 중 일부만 변제하였고, 이에 피고 D에게 나머지 금액의 지급을 독촉하자 피고 D은 원고로부터 받을 기성대금으로 직불하겠다고 하여 2023년 12월경 피고 C가 피고 D과 함께 원고의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여 이 사건 직불확약서를 교부받았을 뿐, 피고 C는 H이 11월분 기성대금과 관련한 인력을 제공한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거나 그러한 착오를 유발한 사실이 없다.
또한 설령 피고 C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B의 경우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없었으므로 피고 B에 대한 금원 지급은 유효하다.
판단
피고 D에 관한 판단
자백간주 판결(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2호, 제150조 제3항)
피고 B과 C에 대한 청구
관련 법리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게 된 결과 어떠한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이므로 거기에는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있을 수 없고, 단지 의사의 형성과정 즉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등 참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하고(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도3549 판결 등 참조), 이는 민법 제110조 소정의 ‘사기’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구체적인 판단
앞서의 기초사실과 거시증거에 갑 제7 내지 10, 12 내지 18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영상 내지 음성을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C는 H이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11월분 기성과 관련한 인력을 제공한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원고로 하여금 착오에 빠져 이 사건 직불확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민법 제110조 소정의 사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하수급인의 직상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이유로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할 이해관계가 있게 되므로, 건설 하도급 관계에서는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의 동의를 받아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거래관행이 존재한다.
H은 2023년 8~9월경 피고 D이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와 관련하여 지출해야 할 근로자들의 노임 등을 선지급한 뒤 그 돈과 선지급에 대한 수수료에 해당하는 돈의 변제를 피고 D에게 요구하였다. 그런데 피고 D은 2023. 9. 27. 수수료를 먼저 지급하고 2023. 11. 1.에는 선지급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였고, 이에 H이 추가적인 선지급을 중지하고 피고 D에게 미변제금의 지급을 독촉하자 피고 D이 원고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성대금을 H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하여 2023년 12월 초경 피고 D과 피고 C는 원고의 현장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피고 C는 위와 같이 원고를 방문할 때 이 사건 직불확약서 초안을 지참하였는데, 이 사건 직불확약서는 문서 제목이 “직불확약서”이고, 거래내역에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한 일용근로자의 노무비”라고 되어 있으며, 하수급인인 피고 D이 직불동의자 란에 서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방문 당시 피고 D은 원고에게 2023년 11월 기성대금을 물었고 원고가 그 액수를 확인하여 주자 피고 C는 이 사건 직불확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
H은 2023년 8~9월경 피고 D이 지급해야 할 임금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주었다가 이를 받지 못하여 2023년 11월부터는 돈의 지급을 중단하고 잔액 변제를 독촉 중이었으므로, 피고 D의 자력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2023년 11월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권리자가 있으리라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피고 C는 원고가 말한 금액이 2023년 11월에 해당하는 기성금액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였고, H이 2023년 11월 기성금액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제공한 업체가 아닌 이상 이를 원고가 H에게 직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원고는 2024. 1. 24.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2023년 11월분 인력을 실제로 제공한 소외회사에게 임금을 중복하여 지급한 점 등의 사정들을 이 사건 직불확약서의 문언, 앞서 본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규정내용, 이 사건 직불확약서가 작성된 동기와 경위, 거래의 관행,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C는 H이 이 사건 재하도급 공사의 11월분 기성과 관련한 인력을 제공한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묵비함으로써 원고를 기망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직불확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B은 피고 C의 사기행위를 알 수 없었으므로 피고 C의 행위는 피고 B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반면,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나 강박은 제3자의 사기·강박에 해당하지 않는데(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60828, 6083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이 사건 직불확약서가 작성된 동기와 경위, 피고들의 관계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 C는 피고 B의 대리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C의 사기를 이유로 이 사건 직불확약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고, 이는 의사표시 상대방인 피고 B에게 효력이 미친다.
소결론
원고는 이 사건 소장을 통하여 사기를 이유로 이 사건 직불확약서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였는바, 피고 B은 이 사건 직불확약에 따라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금으로, 피고 C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이를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어떠한 법률행위가 사기에 의한 것으로서 취소되는 경우와 동시에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때에는 취소의 효과로 생기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동일한 경제적 급부를 목적으로 경합하므로, 피고 B과 피고 C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114,005,6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돈이 지급된 2023. 12. 29.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가 위 피고들에게 송달된 2024. 10. 22.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파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