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1. 24. 선고 2024가단5203672 판결

국가배상청구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5. 25.부터 2025. 11.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7분하여 그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생년월일>생으로서 지적장애인이고 그 정도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 해당한다. 원고의 최종학력은 국민학교 졸업이고, 지능지수(IQ)는 59 정도로 같은 연령대에서 하위 0.3% 수준이다.

나.

원고는 2014년 7월 중순경부터 2021. 5. 19.까지 I가 운영하는 <주소> 소재 'K염전'에서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노동에 종사하였다.

다.

원고는 2021년 5월경 위 염전을 탈출하여 2021. 6. 21.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에 염전 운영자 I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 위반을 이유로 진정서를 접수하였다.

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J는 2021. 6. 30. 당사자 간 합의로 시정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으로 위 진정사건을 종결하였다.

마.

한편, I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어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은 2023. 1. 20. I 등을 준사기, 강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위반, 장애인복지법위반죄로 기소하였고, 2022. 5. 23. I를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바.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2024. 8. 23. I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관한법률위반, 장애인복지법위반 등 범죄사실에 대하여 징역 5년 및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고, 항소심에서 광주고등법원은 I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1, 2호증, 갑 제4, 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소속 공무원인 J 근로감독관은 원고가 염전에서 노동착취를 당한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권리구제를 지연하여 법령상 의무를 위배하였는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J 근로감독관은 원고가 진정사건 조사 시 출석하지 않아 직접 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원고가 보낸 메시지나 원고와의 전화 통화만으로는 원고가 장애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건 당시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신고사건 지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련 법령의 내용을 알기도 어려웠다. 가사 근로감독관의 과실로 법령 위배가 있더라도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가.

피고 소속 공무원의 법령 위반 여부

살피건대, 위에서 든 증거에 갑 제5~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보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과실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 제6항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은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6조 제6항은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 경우 사법기관은 해당 장애인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기를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에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피고 소속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은 공공기관이고, J 근로감독관은 그 소속일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 위반의 범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므로 사법기관에 해당한다.

③

따라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 제6항에 따라 장애인에게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다.

④

원고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인으로서 지능지수가 59 정도로 매우 낮다. 더욱이 2021. 11. 4. 시행한 검사결과를 기재한 원고에 대한 심리평가보고서에서 "언어이해 영역에서는 기본적인 언어적 지식수준과 대상의 유사성과 핵심적인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저조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여야 하는 검사에서는 반복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 시 오해석이 잦겠고 의도치 않게 주위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겠다."라고 평가한 바와 같이 원고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마저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다.

⑤

원고가 진정사건 조사 시 위 목포지청에 출석하지 않아 J 근로감독관이 원고에게 전화를 하여 미지급 임금은 400만 원이고 이를 지급하겠다는 I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서로 통화를 하였다. 위 근로감독관은 전화 통화를 통해 원고가 사용하는 단어들, 언어구사능력, 의사표현 방식과 정도 등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는 2021. 6. 30. 15:49경 J 근로감독관에게 근로감독관이 문자로 보내준 진정취하문구를 그대로 따라 적어 "K염전에서임금과퇴직금409만원지급받아형서처벌을원하지않고치하합니다.", 같은 날 15:53경에도 "K염전에서임금과퇴직금400만원지급받아형서처벌을원하지않고치하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각 보냈는데, 위 각 메시지는 띄어쓰기가 없고 형사처벌을 '형서처벌'이라 하고 취하를 '치하'라고 하는 등 일반인의 상식과 인지능력에서 보더라도 지능이 낮은 사람이 보낸 것들이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였다.

⑦

위와 같은 점에 더하여, 염전에서 지적장애인 등을 강제로 노역에 종사하게 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으므로, 원고가 이러한 유형의 사건 피해자인지 여부를 의심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⑧

피진정인인 I가 2021. 6. 30. 위 목포지청에 출석하여 진술할 때 원고의 처음 입사일자가 언제냐는 조사자의 질문에 "6년 전에 입사하였고, 날짜는 기억이 안나고 2015년 정도에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서에서 서류를 싹 가져가버려서 남은 게 없습니다. 일단 3년 치의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진술을 하였는바, I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 별도로 수사를 하였으므로, I의 범죄전력, 진행된 수사내용 등을 확인하여 원고가 지적장애인으로서 노동착취를 당한 것은 아닌지 여부를 조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⑨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근로감독관은 지적장애가 있는 원고의 진정사건에 관하여 I와 400만 원에 합의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⑩

한편, 피고가 주장하듯 J 근로감독관으로서는 원고를 직접 대면한 적이 없으므로 원고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다소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화통화를 통해 원고의 음성과 의사표현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더하여 어색하고 철자가 틀린 문자메시지를 받아보기까지 하였으므로, 적어도 원고가 지적장애인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도 분명하다.

⑪

피고는 J 근로감독관이 사건 당시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신고사건 지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규정의 내용을 알지 못하므로, 그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공무원이 해당 업무와 관련된 법령의 내용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그 직무상 의무에 해당하므로, 관련 법령을 알지 못하여 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과실이 없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⑫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해서 볼 때, J 근로감독관은 원고가 지적장애인임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여 지적장애인인 원고에게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원고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국가는 그 소속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피고 소속 공무원인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의 근로감독관은 과실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4항 및 제6항의 규정을 위반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그 권리를 구제받지 못한 피해를 입었는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의 액수에 대하여 보건대, 원고의 연령과 경제력, 원고의 지적장애 수준, 원고의 강제노동 기간, 원고에 대한 실제 미지불 임금과 퇴직금 등의 액수, 피고 소속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 태양 및 정도, 다만, 원고에 대한 노동착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내사에 착수하여 원고에 대한 미지불 임금과 퇴직금의 액수를 밝히고 검찰에 송치하여 염전 운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등 후속 구제절차가 진행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10,000,000원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라.

소결론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4. 5.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승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