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14. 선고 2024가단5356309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가 되는 사실관계

가.

당사자 등의 지위 및 쟁점 행정명령 등

○

피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피고 공단'이라 한다)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공법인으로, 국가유공자 등의 진료, 건강관리 등을 위하여 산하에 다수의 보훈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의료법」제5조 제1항, 제9조 등에 따른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 피고 공단이 운영하는 중앙보훈병원에서 전공의<1>로 근무하였다.

○

피고 대한민국은 2024년 2월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고, B협회 등 의사 단체는 위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거나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7.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

C협의회 회장과 국내 5개 주요 대학병원 각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 15. 회의를 거쳐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결의하였고, 위 결의에 따라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였는데, 원고는 2024. 2. 29. 피고 공단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

피고 대한민국은 ① 2024. 2. 16. 전공의가 근무 중인 전국 수련병원에 대하여 '소속 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진료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도록,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기간 중에는 전공의 연가를 불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집단연가 사용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추가로 발령하고, ② 2024. 2. 19.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을 상대로 진료의 중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진료유지명령 및 추가적인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였으며, 그럼에도 진료를 중단한 총 1,308명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2024. 3. 19.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였다.

○

피고 대한민국은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고, 피고 공단은 2024. 7. 17. 원고의 사직서를 2024. 2. 29. 자로 수리하였다.

나.

원고의 소제기 등

○

원고는 2024. 8. 30.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행정명령이 발령 당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의료법」제59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수리를 금지하여 원고에게 근로를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근로 금지를 위반하는 등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원고가 피고 대한민국의 위법한 행정명령과 이에 따른 피고 공단의 사직서 불수리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전직(轉職)하거나 개원(開院)하지 못하는 등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24. 12. 4.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2024. 3. 30.부터 2024. 7. 27.까지 기간에 대한 손해액으로 청구취지 기재 돈을 청구하는 것으로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변경하였다.

○

피고 공단은 2024. 9. 19.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수령한 후 2024. 10. 22.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대한민국은 2024. 9. 13.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수령한 후 같은 달 27일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피고들은 2024. 12. 11. 원고의 2024. 12. 4.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당사자가 명백히 다투지 않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쟁점 및 판단<2>

가.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

1)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참조 법리

○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가 민사소송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는 민사법원도 행정처분의 공정력과 상관없이 선결문제로 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1972. 4. 28. 선고 72다337 판결 등 취지 참조).

○

법률상 추정과 같이 법률에 명문의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해당 요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2781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6다233538, 2335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국가배상법」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국가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국가에 대하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당사자에게 있다[구「국가배상법」(2005. 7. 13. 법률 제75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관한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73957 판결 등 참조].

○

한편,「의료법」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체제, 형식,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는「의료법」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지도와 명령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이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나 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의료·보건상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므로, 행정청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에 대하여 전문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행정청이 위와 같은 전문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법리를 바탕으로, 앞서 든 증거와 갑 제1호증의 2~11, 을나 제2호증의 2·3, 제3~15호증(가지번호가 붙은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사실 및 여기에서 추론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여 검토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단정하여 평가하기 어렵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전공의의 의미 및 역할

○

전공의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성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위 병원들은 각 지역 내에서 상급병원으로서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병원이 '책임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제14조의2,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2),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30조의2), '권역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6조), '전문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9조), '심뇌혈관질환센터'(「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3조), '지역암센터'(「암관리법」제19조), '긴급구조지원기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3조 제8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등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민의 건강 및 국가 의료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 역할의 비중 또한 매우 높다.

○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가 전공의로 구성되어있고, 전공의는 수술을 포함한 병원 내에서의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어,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인력만으로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전공의가 근무현장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 등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의사들이 분담하여야 하므로, 교수, 전임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진료 업무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

실제로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비롯한 다수의 전공의들은 2024년 2월 중순부터 근무하고 있던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는데, 국내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을 기준으로 하여 2024년 3월경 입원은 1년 전인 2023년 3월경 입원에 비해 34.7%가 감소하였고, 2024년 3월경 수술은 2023년 3월경 수술에 비해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방지하고자 했던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전공의의 집단적인 진료 현장 이탈 방지 및 이탈한 전공의의 복귀 유도가 국민의 건강 보호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원고는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의 입원, 수술이 30~40%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전문병원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전공의가 있는 수련병원은 각종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중추적인 기관으로서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점, ② 2024년 2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의 입원 및 수술이 감소함에 따라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및 수술도 함께 감소하였고, 그 감소분이 다른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의하여 상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이 사건 행정명령의 배경

○

보건복지부는 2024. 2. 1.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 인력 확충을 포함한 4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는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였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24. 2. 6.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위원회'를 개최하여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하여 증원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배정한다는 원칙도 함께 밝혔다.

그러자 B협회 등은 즉각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였고, 2024. 2. 7. B협회는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지역별 궐기대회 개최 등을 각 지역별 D협회에 요청하였다.

○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제도 도입, 2014년 원격의료 제도 도입, 2020년 의과대학정원 증원이 논의되었을 무렵에도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사 단체 등은 파업 또는 집단휴진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였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하여 중환자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어 전공의가 다시 파업,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 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2024. 2. 7.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고자 「의료법」제59조 제1항,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제15조 제1항 등에 따라 이 사건 행정명령을 발령하였다.

그럼에도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2024. 2. 13.부터 2024. 2. 15.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개최하였고, 2024. 2. 20.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가 동맹휴학을 선언하여 2024. 2. 21.까지 전국 의대생의 약 43%에 해당하는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앞서 인정하였듯이 대부분의 전공의들도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였다.

(3)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해석·적용상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

이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앞서 본 전공의의 집단 사직 등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적인 판단을 하여 이 사건 행정명령을 하게 된 것인데,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행정명령에 하게 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대한민국의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의 기준과 절차, 방법, 내용 등에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할 만한 사정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공의의 집단 사직 및 진료 현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이외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료공백 및 그로 인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약 1개월만인 2024. 3. 15.경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되었고, 그 후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으며, 통계청의 2024년도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2024년도의 전년 대비 사망자 수나 조사망률(粗死亡率)<3>에서 유의미한 증가율을 보이지 않은 사정 등에 비추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 대한민국이 내린 전문적 판단의 정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행정명령은 위법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자, 정부와 민간의 상당한 희생과 비용이 뒤따르는 여러 조치들을 거쳐 의료전달체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 이후에 이 사건 행정명령이 철회되었다거나 결과적으로는 2024년도의 '사망자 수'나 '조사망률'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었더라도, 이는 '국민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 방지'라

는 이 사건 행정명령의 목적에도 부합하므로, 그러한 사정들이 피고 대한민국의 전문적 판단을 위법하게 한다거나,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2) 직업선택의 자유 및 강제 근로 금지 규정 위반 여부

가)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3헌마585 등 결정 참조),「근로기준법」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107조는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정신적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검토하건대 이 사건 행정명령이 전공의들이 소속되어 있는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행정명령 종료 시까지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하여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에서 계속 근무하게 함으로써 전공의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측면이 있음을 수긍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선행 쟁점에 관한 판단 등에 근거하면, ①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지 위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행정명령은 기존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전공의로 하여금 근무를 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전공의가 제출하는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계속 근무할 것을 유도하는 내용에 그치는 점, ③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관한 정책이 완료되거나 중도에 무산되는 등 위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마무리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철회될 것임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도 이 사건 행정명령은 발령된 때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후 철회되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의사직서가 수리된 점, ④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의사를 관철시킬 목적 하에 집단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고, 건강 악화 등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실제 일부 전공의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발령되어 있는 기간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그러한 사직서는 수리된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를 강제하거나 전공의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평가하기 부족하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유무

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관련

가)

선행 쟁점에 관한 판단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다른 요건사실을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에게 원고 주장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

나)

또한 판단의 편의상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행정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객관적 주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국가배상법」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결과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 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선행 쟁점에 관한 판단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대한민국이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제출한 사직서의 수리를 금지한 이 사건 행정명령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나 신빙성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다)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2)

피고 공단에 대한 청구 관련

가)

피고 공단은 이 사건 행정명령에 따라 원고가 (다른 전공의 등과 함께 집단으로)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고, 선행 쟁점에 관한 판단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요건사실을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더라도 피고 공단이 원고에게 원고 주장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는,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가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민법 제661조에 따르면 근로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피고 공단이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와 피고 공단 사이의 근로계약은 원고의 사직서 제출로 종료하였는데도, 피고 공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면허 등록을 유지하여 원고가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법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검토하건대, 민법 제661조에 정한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14. 5.16. 선고 2011다98006 판결 등 참조), 선행 쟁점에 관한 판단 등에서 인정하였듯이, 원고는 (다른 전공의 등과 함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기록상 원고와 피고 공단 사이에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평가할 만한 사정이나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가 피고 공단에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 원고와 피고 공단 사이의 근로계약이 해지·종료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또한 원고는, 원고가「근로기준법」제7조에 근거하여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민법 제660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제7조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 후단이 정한 강제노역 금지를 구체화한 조문이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고용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아무런 제약 없는 계약 해지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조문이라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원고의 피고 공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현종

1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가진 자로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각 수련병원에 전속되어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를 의미한다.

2이 법원이 이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쟁점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조사망률(Crude Death Rate)이란 사망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서, 연간 총사망자 수를 해당 연도의 연앙인구(연중 중앙시점의 인구, 보통 7월 1일 기준)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비율을 말한다.

[조사망률 = 특정 1년간의 총 사망자수 / 당해연도의 연앙인구 x 1,000]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