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 재단은 전공의<1>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법'이라 한다) 제13조 제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O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 재단과 전공의 수련계약을 체결한 후 근무하다가 별지 목록<2> 제출일란 기재 각 일자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대한민국은 2024. 2.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고, S협회 등 의사 단체는 위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거나, 정원 증원 반대목적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에 대한민국은 2024. 2. 7.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고 한다)을 발령하였다.
<생략>
T협의회 회장과 국내 5개 주요 대학병원 각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 15. 회의를 거쳐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결의한 다음 '2024. 2. 19.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24. 2. 20.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음을 밝혔다. 위 결의에 따라, 피고 재단이 운영하는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원고들도 각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진료현장을 이탈하였다.
한편, 대한민국은 ① 2024. 2. 16. 전공의가 근무 중인 전국 수련병원에 대하여 '소속 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진료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도록,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기간 중에는 전공의 연가를 불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등을 추가로 발령하고, ② 2024. 2. 19.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을 상대로 진료중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진료유지명령 및 2024. 2. 26.경 추가적인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였으며, 그럼에도 진료를 중단한 총 1,308명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2024. 3. 19.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였다(이하 이를 통틀어 '후속 행정명령'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고, 피고 재단은 2024. 7.15.경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8. 1.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사건
2024가단5367590 손해배상(기)
원고
A
B
C
D
E
F
G
H
I
J
K
L
M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정 담당변호사 강명훈피 고 사회복지법인 N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최우혁
변론종결
2026. 1. 15.
판결선고
2026. 5. 14.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가 1 내지 11호증(가지번호가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인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수리를 금지하여 근로를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위법한 행정명령 및 이에 따른 피고 재단의 사직서 수리 금지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피고 재단이 사직서를 실제 수리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거나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여 소득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고, 구체적인 금액은 별지 표 각 손해액란 기재와 같다. 따라서 피고 재단은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위 각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행정처분은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권한이 있는 기관에 의하여 취소 또는 철회되거나 기간의 경과 등으로 소멸되기 전까지 유효한 것으로 통용된다(행정기본법 제15조). 행정처분의 공정력은 판결의 기판력과 같은 효력은 아니지만, 그 공정력의 객관적 범위에 속하는 행정처분의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때에는 처분이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두58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책임 또는 민법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행정처분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가 선결문제로 되는 경우, 민사법원으로서는 당해 행정처분이 갖는 공정력에도 불구하고 그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72. 4. 28. 선고 72다337 판결 참조).
한편,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문언과 형식에다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을 더하여 보면, ①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지도와 명령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② 나아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이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나 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봄이 옳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참조). 즉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지도나 명령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 판단 기준은 사실 오인과 비례 ·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청의 재량에 의한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157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처분사유 인정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당부에 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대한민국 소속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를 이유로 이 사건 행정 명령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과 을나 2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원고들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허용할 경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함에 있어서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행정명령은 의대 증원 정책에 따른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규모와 시기를 명시적으로 밝힌 이 사건 2024. 2. 6.자 증원 발표 직후에 이루어졌다. 그런데S협회를 중심으로 한 각종 의사 단체는 이 사건 2024. 2. 6.자 증원 발표 전에 이미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2023년 12월경과 2024년 1월경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고, 진료 거부, 휴진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였다. 또 T 협의회가 전국의 전공의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들 중 88.2%가 의대증원 정책이 추진될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2024. 2. 5.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아가 S협회는 2024. 2. 6. 정부가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할 경우 총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한편,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제도 도입, 2014년 원격의료 제도 도입, 2020년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 등에 반대하여 파업이나 집단 휴진과 같은 단체행동을 하였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하여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중 상당수가 당시 추진되고 있던 정부의 의 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 등에 반대하여 진료를 거부하고 의료 현장을 이탈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행정명령 당시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이 사건 2024. 2. 6.자 증원 발표에 반발하여 집단적인 진료 거부나 사직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 사건 행정명령 당시, 전공의의 약 94%가 221개 수련병원 중 상위 100개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 수련병원은 대체로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으로서 각 지역의 의료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그중 전체 전공의의 약 65%가 근무하는 47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으로서(의료법 제3조의4) 이를 대체할 만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고,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치료에 차질이 생기면 중증질환을 않는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행정명령 당시, 국내 주요 5개 대학병원/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33.8%~46.2%에 이르는 등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수련병원의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나아가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필수적인 의료행위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보조 역할을 포함하여 환자에 대한 진단, 처치 등 광범위한 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에다가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의료 인력이 전공의를 대체할 수는 없고, 본연의 진료 업무가 있는 해당 병원 소속 전임의, 전문의 등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점을 더하여 볼 때, 전공의들이 일시에 집단적으로 사직할 경우 중대한 의료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을 비롯하여 국내 주요 5개 대학병원/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2024년 2월 하순경부터 의료 현장을 일방적으로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업무개시 명령및 진료유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24년 3월경 국내 주요 5개 대학병원/종합병원의 입원 건수는 전년 대비 34.7% 감소하였고, 수술 건수는 전년 대비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막고자 하였던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전공의의 집단사직이 실제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원고들은 '보건복지부장관이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직권 철회한 것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를 이유로 발령된 것이 아님을 자인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직권 철회는 전공의들이 개별적인 의사에 따라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수련병원들로 하여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시행하여 전공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일 뿐이다.
원고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의 발령에 앞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 조직이나 회의체가 없었고,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 · 의료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으므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지도나 명령을 하기 이전에 거쳐야 할 절차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원고들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허용할 경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행정명령이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헌법 위반 여부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고(헌법 제15조),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 단체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 제1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이와 같이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의 단체사직을 금지하고 전공의들로 하여금수련병원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원고들이 갖는 직업선택의 자유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사건 행정명령이 헌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행정명령은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국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고자 입법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의료 · 보건상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목적 달성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 선택될 수 있도록 행정청에 재량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만큼, 행정처분의 요건과 내용에 있어 불확정개념이 사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위 가)항에서 판단한 대로, 이 사건 행정명령 당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하여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일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이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유효 · 적절한 수단을 찾기는 쉽지 않다. ③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가 아닌 의사로 하여금 특정 병원에서 전공의로서 근무하도록 강제하거나 전공의로 하여금 소속 수련병원이 아닌 다른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체결된 수련계약에 따른 근로관계가 잠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 사직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직을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비록 이 사건 행정명령에서 그 효력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처분의 구체적 경위와 보건복지부장관이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직권 철회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행정명령은 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 의료 현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만 효력을 가지게 할 의도 아래 발령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원고들이 갖는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는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전공의들이 이 사건 행정명령 이전에 자신의 사용자인 수련병원장과 집단사직에 관하여 어떠한 협의를 진행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고, 결국 이 사건 행정명령에서 불허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은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하는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른 단체행동권으로서 보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7조). 그런데 원고들과 대한민국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7조의 위반 여부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이 사건 행정명령은 수련병원장으로 하여금 정당한 사유 없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서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금지하는 폭행 등 수단을 사용하여 전공의들의 근로를 강요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행정명령이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이 사건 행정명령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발령되었고, 그 내용이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그 밖에 이 사건 행정명령이 행정청에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발령되었다는 점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과 증명이 부족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재단의 불법행위 여부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과대한민국이 원고들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2024. 7. 15.까지 원고들에 대한 퇴직 처리를 하지 않은 조치는 수련계약의 해지 여부나 해지 시점과 무관하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처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다거나 그 내용이 헌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사건 행정명령은 권한이 있는 기관에 의하여 취소 · 철회되는 등 소멸되기 전까지 유효한 것으로 통용된다. 그리고 피고 재단은 의료기관으로서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보건복지부장관의 명령을 준수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의료업 정지, 개설 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원고들이 피고 재단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수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고들은 국내 주요 5개 대학병원/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의 집단사직이 결정되자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 재단이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 사건 행정명령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사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직권으로 철회하였다. 하지만 당시 피고 재단은 이 사건 필수의료 유지 명령에 따라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피고 재단이 운영하는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2024. 6. 4. 직후 일괄 수리할 경우 이 사건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준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재단이 2024. 7. 15. 사직서를 수리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원고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과 피고 재단의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전기흥
별지
<생략>
1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의료법 제77조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다음부터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수련병원'이라고만 한다)에서 수련을 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전공의법 제2조 제1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다음부터 '전문의 수련규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2원고 P, Q, R의 경우 소취하로 종국되었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