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들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라 한다)에 따라 전공의 수련병원<1>으로 지정된 피고 학교법인 AA(이하 '피고 학원'이라 한다) 산하 별지 목록 근무병원란 기재 각 해당 병원에서 같은 목록 직위란 기재 각 해당 직위의 전공의로 근무하다가 같은 목록 사직서 제출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은 2024. 2. 6.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3,058명으로 동결된 의 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2,000명씩 증원하기로 하는 의대 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한 AB협회 등 의사 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집단행동, 특히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진료현장 이탈 움직임이 있자, 2024. 2. 7. 전국 221개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각 수련병원(기관)에 2024. 2. 7.부터 소속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없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한 집단 진료거부 등 불법행동에 참여하지 않도록 전공의가 집단사적서 제출 시 수리하지 않을 것을 명한다'는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행정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AC협의회 회장과 5개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 15. 긴급 논의를 거쳐 집단 사직서 제출과 집단행동을 결의하였고, 위 결의가 있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원고들을 포함한 전체 전공의 중 78.3% 가량이 사직서를 제출한 후 근무지에서 이탈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까지 추가 발령하였으나 위와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자 2024. 6. 4.경 전공의가 집단 행동이 아닌 개별적인 의사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사건 행정명령및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고 발표하였다.
피고 학원은 2024. 7. 15.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 수리를 금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이 사건 행정명령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음에도 발령된 것으로서 원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강제근로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에도 위반되는 위법한 명령이고, 그 명령에 따른 피고 학원의 행위 역시 위법하며, 그로 인하여 원고들은 사직서가 수리되었다면 타병원으로 전직하거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등으로 올릴 수 있었던 급여 상당의 소득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규정과 법리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이하 '보건복지부장관 등'이라 한다)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체제, 형식,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지도와 명령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이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나 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행정청의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 결과는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당부를 심사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여기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증명책임분배의 일반원칙에 따라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두39785 판결 등 참조).
위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의료·보건상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므로,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에 대하여 전문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전문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 내지 10호증, 을나 제7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한 명령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전공의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성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위 병원들은 각 지역 내에서 상급병원으로서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병원이 '권역책임 의료기관', '지역책임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2),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0조의2), '권역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6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9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심뇌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지역암센터'(암관리법 제19조), '긴급구조지원기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8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등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민의 건강 및 국가 의료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 역할의 비중또한 매우 높다.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가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고, 전공의는 수술을 포함한 병원 내에서의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어,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인력만으로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전공의가 근무 현장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 등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의사들이 분담하여야 하므로, 교수, 전임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진료 업무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원고들을 비롯한 다수의 전공의들은 2024. 2. 중순부터 근무하고 있던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는데, 국내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을 기준으로 하여 2024. 3.경 입원은 1년 전인 2023. 3.경 입원에 비해 34.7%가 감소하였고, 2024. 3.경 수술은 2023. 3.경 수술에 비해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방지하고자 했던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전례 없는 규모의 종합적 비상진료대책이 시행되고, 다른 의료진들의 희생과 노력도 뒤따랐음에도 전국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진료량이 감소하고 특히 중중질환 수술은 현격하게 감소하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하여 중환자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어 전공의가 다시 파업,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 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공의의 집단 사직 및 진료 현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이외에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료공백 및 그로 인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 사건 행정명령은 기존에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전공의로 하여금 근무를 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병원으로 하여금 전공의가 제출하는 집단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계속 근무할 것을 유도하는 내용에 불과하고, 발령된 때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후 철회되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들의 사직서가 수리되었고, 건강 악화 등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하여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거나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의 수리까지 금지하지는 않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곽경평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