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23,047,430원, 원고 B에게 18,815,790원, 원고 C에게 15,556,985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4. 9. 24.부터 2024. 12. 5.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E'라는 마사지 및 경락, 골기테라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에스테틱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국내에 가맹계약을 맺은 다수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피고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여 여러 나라에 진출하였는데, 베트남에서는 법인인 'F'(이하 '이 사건 회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여 베트남에 있는 E 지점을 운영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가맹본사로서 협약 관계에 있는 학교에서 실습생을 선발하고, 선발된 실습생들을 대상으로 취업박람회를 통해 직접 면접을 보고 'E 아카데미'에서 입사 교육을 한 후, 희망 근무지점을 5지망까지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한다. 피고는 실습생들의 희망 근무지 등을 고려하여 국내 각 지점에 실습생들을 배치한 후, 배치된 가맹점의 원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원고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각 지점에 배치된 후 해당 지점의 원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가맹점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밴드에 해외에 파견되어 근무할 부원장급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게시하였다. 위 공고에는 급여조건과 연차, 휴일 등에 관한 근무조건, 해외 근무시 피고가 지원하는 금전적인 혜택 등이 기재되어 있고, '해외 근무 직원 모집'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국내 원장 진급 우대'라는 내용도 있었다.
원고들은 E 각 지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에게 해외 근무를 지원하였다. 원고들은 현재 근무하는 지점에서 퇴사하고 베트남에 있는 지점으로 이직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한 후, 베트남에 가서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을 작성하고 피고가 지정해 준 베트남 지점의 원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의 베트남 입출국에 필요한 준비 및 절차들은 피고가 진행해주었다. 원고들이 한국 및 베트남에서 근무한 기간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회사는 2023. 3월 무렵부터 원고들의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였는데, 이후 베트남 각 지점의 영업이 중단되고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피고가 2024. 9. 9. 원고들에게 '베트남 F의 임금 체불에 따라 한국 본사가 해당 임금 상당액을 14일 내로 대신 지급한다'는 내용의 베트남 체불임금 지불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해주었다.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피고가 지급할 돈은, 원고 A에게356,794,000동(베트남 통화 단위, 이하 같음) 및 7월 급여 66,872,000동을 합한 총423,666,000동, 원고 B에게 345,878,500동, 원고 C에게는 285,974,000동이다.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4. 금원지급 조건'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아래 가.항을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5, 13,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금액을 합의서 작성일인 2024. 9. 9. 기준 매매기준율(100 베트남 동당 5.44원)로 환산하여 계산한 돈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원고 A에게 23,047,430원, 원고 B에게 18,815,790원, 원고 C에게 15,556,985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약정 지급기일인 합의서 작성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24. 9. 2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4. 12. 5.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변 등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주장
해제조건부 계약으로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주장
피고는 원고들과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아 원고들의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데 시혜적으로 체불임금 상당액을 증여하기로 하면서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두었으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유효하고 이 사건 합의는 원고들의 동종 업체 창업등(이하 '동종 영업')을 해제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증여계약 내지는 부담부 증여계약에 해당한다.
원고 A, C은 이 사건 합의가 체결되기도 전에 동종 업체를 창업하였으므로 이미해제조건이 성취하였거나, 의무를 불이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원시적 불능이 되었다. 만약 위 원고들이 합의 이후 창업을 하였다면 해제조건이 성취되었으므로 피고는 증여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 주장
원고 A, C은 이 사건 합의 전에 동종 업체를 개업하여 이 사건 합의의 조건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피고를 기망하여 합의서에 서명, 날인하도록 유도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합의를 민법 제110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취소한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주장
이 사건 합의도 전부 무효라는 주장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피고는 이 사건 합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합의 전체가 무효이다.
합의해제 주장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부분이 유효하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고가 이를 수용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합의해제되었다.
판단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유효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원고들과 피고의 법률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원고들과 피고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갑 15~23, 30, 32호증의 각 기재에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및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되어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피고의 해외 각 지점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된다.① '근로자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법상 정의되고 있고, 이와 같이 노무의 제공이 계약의 목적이고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상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의 완성이 계약의 목적이고 도급인에게 지휘·감독권이 없는 민법상'도급'과 구별된다.
원고들이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 확약서의 외관만 보면, 피고는 프랜차이즈 본 사일 뿐이고 국내에서는 가맹계약을 맺은 가맹점 원장이,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E 지점의 운영을 도급받은 이 사건 회사가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각 사용자라고 보인다.
그러나 원고들이 국내에서 가맹점 원장과 베트남에서 이 사건 회사와 각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개별적인 협의를 거쳐 근무조건을 정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설정한 근무조건 범위 내에서 세부적인 것들을 구체화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고 보이므로, 실제로 근무조건을 결정한 것은 피고로 봄이 타당한데, 이런 경우 위와 같은 문서들은 모두 원고들이 피고와 대등한 지위에서 협의를 거쳐 작성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의 지시 내지 업무방침에 따라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파견법 및 근로관계 법령의 적용을 회피하기 수단으로 위와 같은 형식만 취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외관만을 가지고 원고들과 피고의 법률관계의 실질 및 원고들의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 단정하여서는 안되고 실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피고는 국내에서도 가맹점에서 근무할 직원들의 채용, 근무조건, 승진을 결정하고, 근무할 지점을 결정하여 배치할 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로서 허용되는 교육·훈련을 넘어서는 것으로 사용자로서의 역할에 해당하는 것이다. 원고들이 베트남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피고가 주도적으로 해외 근무 희망자를 모집하고 대략적인 근무조건과 근무할 지점을 정하였으며, 해외 근무 시작에 필요한 상당한 비용을 지원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지점에 필요한 원장 수를 파악하여 피고에게 파견해달라고 요청할 뿐 직접 원장을 채용하지는 않았다.
피고가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 상 어느 지점에서든 피고의 고유기술을 이용한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의 질을 통일되게 유지하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고유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운영에 중요하고, 이를 위해 피고로서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채용하며 지휘·감독하려는 유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로부터 교육받아 습득한 마사지 등의 전문지식과 고유의 기술을 이용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E 각 지점의 운영방식, 고객들의 관리 프로그램 종류, 내용, 순서와 관리방법, 주의사항 및 준수사항 등은 본사인 피고가 정하는 업무 매뉴얼에 따라야 하므로, 국내든 해외든 각 지점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원고들은 위와 같은 업무 매뉴얼에 구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해외사업팀 직원을 통해 원고들이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동안 원고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이 사건 회사와의 관계에서 임금 지급 및 근태(연차 등) 등의 문제가 있으면 이를 보고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피고가 직접 이 사건 회사와 소통하여 처리하기도 하였다. 피고의 해외사업팀 직원이 베트남 E와의 원활한 소통을 한다는 목적으로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각 지점의 원장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교육, 마케팅, 기타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원고들은 피고 대표자에게 개인적으로 매출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회사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과 상시적으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지점 업무에 관하여 서로 업무연락, 지시사항 전달 및 보고 등을 하는 관계에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회사가 원고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연차에 대한 승인을 하였으며,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역할을 하였으나, 이는 근로자파견의 파견사업주로서의 역할 정도에 해당할 뿐이고 이를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④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업무 특성 및 이미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이 있는 이상, 업무수행에 관하여 별도로 이 사건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명령이 필요한지도 의문이 든다. 설령 이 사건 회사가 그 소속 근로자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통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더라도, 이 사건 회사는 피고와의 관계에서 전문성 내지 기술성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만을 상대로 영업하였고 베트남 E 지점 영업을 수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등 독자적인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미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 사건 회사의 독자성과 독립성이 부정될 정도라고는 보이지는 않는다)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지시는 피고가 정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도록 하는 정도로 이는 피고의 지휘·명령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는 업무 매뉴얼과 단체 채팅방, 해외사업팀 직원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회사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의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근로자의 업무수행 전반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지시·감독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유효한지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24~2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로서 원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가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로서 법적으로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더라도, 향후 원고들에 대하여는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파견사업주인 이 사건 회사를 대위하여 파견근로자들인 원고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경업금지의무를 부가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파견법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회사와 원고들의 근로계약을 활용하였고, 원고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 소속 근로자들의 경업금지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향유하는 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근로계약 상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이므로 위 법리를 적용하여 판단한다(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파견방식을 이용한 자의 책임의 회피는 용인하면서 사용자로서의 이익만 보호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부당하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한국 및 베트남 등 해외에서 일률적으로 2년간 동종영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면 2년간은 어디서든 경업할 수 없는 것으로 경 업제한 지역이 지나치게 넓고 사실상 2년간 전면 금지인 셈인데 이 정도의 과도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원고들은 이 사건 회사의 임금체불 및 영업중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직하였고, 이 사건 합의 당시 임금이 체불된지 약 6개월 정도가 지나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였으며, 파견사업주인 이 사건 회사는 외국 법인인데다 자금력도 없어 원고들로서는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여 심리적으로도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일하다 임금체불 상태에서 퇴직하게 되었는데, 이는 피고가 인건비 절감 및 각종 법령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자 적극적으로 형성한 간접고용관계에 내포된 근로자들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는 원고들의 임금체불 및 퇴직이라는 상황이 야기된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보임에도,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2년간의 전면적인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사용자의 이익에 비하여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보인다.
이 사건 합의금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체불임금 변제를 위한 것이지 경업금지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경업금지의 대가로 보더라도 이는 약 6개월치 임금에 불과하여 2년간 전면적인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
이 사건 합의가 전부 무효인지 여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 등 참조).
갑 27~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합의 전부터 이 사건 회사가 원고들의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피고가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원고들에게 지속적으로 밝혔으므로, 원고들로서는 피고가 그러한 조치를 할 것을 신뢰하였고, 실제로도 피고는 본사로서 이 사건 회사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상태였으며, 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이용해 피고에게 유리한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부가한 것이라고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들의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형성한 자로서 임금체불상황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고, 위와 같이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피고가 보인 태도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의 주된 목적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체불임금 해결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들 뿐만 아니라 피고도 그에 부수하는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도 체불임금은 지급하려는 의사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의 무효에도 불구하고이 사건 합의 중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의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합의가 합의해제 되었는지 여부
갑 7호증, 을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 직원에게 원고 B은 2023. 9. 12. 이 사건 합의 내용 중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있는 조건으로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 C은 2023. 9. 10.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으로 인한 불이익이 커서 이 사건 합의를 무효로 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이에 대해 피고 직원은 내부 검토 완료 후 연락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② 피고의 법무팀 직원이 2023. 9. 23. 원고들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초대한 후 '합의서에 따라 임금상당액을 지급하기 전, 검토 단계에서 베트남E를 이용하시던 고객님을 통해 현지 원장님들께서 개인 샵을 오픈하고, 해당 샵 홍보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합의서를 작성 후에 확인된 내용이므로, 이에 대한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자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원고 B은 임금 지불이 언제 되는지 알려달라고 하였으며, 원고 A, C은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③ 그 후로 원고들은 전화로 피고 직원에게 합의금 지급에 대한 일정을 물어보았으나 확실한 답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2023. 10. 23. 다시 지급 일정에 대해 문의하자 피고 법무팀 직원은 'E 계정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며 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고객을 통해 확인하였고, 합의 건은 무효화하는 것으로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①의 원고 B, C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합의에 대한 합의해제에 대한 청약이라고 볼 수 있는데, 피고 법무팀 직원이 위 ②와 같이 원고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기 전에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의 위반 여부를 점검한다는 내용으로서 이는 이 사건 합의서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적어도 이때까지는 피고가 원고 B, C의 합의해제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위 원고들은 바로 합의서에 따른 지급 일정을 문의하면서 지급을 요청하였으며 그 후로도 피고에게 전화로 지급을 요청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언행은 이 사건 합의서가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 으로 합의해제 청약과는 양립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이로써 피고의 승낙 의사표시가 있기 전에 합의해제에 대한 청약을 적법하게 철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대표자가 2023. 9. 23. 원고들의 동종 영업으로 체불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이는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지만 조건 위반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의견의 표시라고 보일 뿐, 합의해제 청약에 대한 승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법무팀 직원인 2023. 10. 23. 이 사건 합의가 무효화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위 원고들의 합의해제 청약이 철회된 후이므로, 이로 인해 이 사건 합의가 합의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나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