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1. 9. 선고 2024가단550068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 학교법인 C(이하 '피고 C'라 한다)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라 지정된 의과대학으로 산하에 수련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원고들은 위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던 의사들이다.

나.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경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원하기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하였고, D협회 등 의사 단체는 위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거나,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다.

이에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7.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이라 한다)을 발령하였다.

라.

그럼에도 E단체 회장과 국내 5개 주요 대학병원 각 전공의 대표들은 2024. 2.15. 회의를 거쳐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결의하였고, 위 결의에 따라 원고 A는 2024. 2. 16., 원고 B는 2024. 2. 19.에 각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였다.

마.

피고 대한민국은 2024. 2. 16. 전공의가 근무 중인 전국 수련병원에 대하여 '소속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 진료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도록 할 것, 집단 진료거부가 예고된 기간 중에는 전공의 연가를 불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필수적인 진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적절할 조치를 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등을 추가로 발령하였다.

바.

피고 대한민국은 2024. 6. 4.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하였고, 피고 C은 2024. 7. 19. 원고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11, 갑 제2, 3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행정명령은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전공의인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수리를 금지하여 근로를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므로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근로 금지를 위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와 같이 위법한 이 사건 행정명령과 그에 따른 피고 C의 사직서 수리 금지행위로 원고들은 각 사직서 처리일자인 2024. 2. 29.부터 피고 C이 사직서를 실제 수리한 2024. 7. 19.까지 4개월 19일간 타 병원 전직, 개원등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24,782,384원(월평균 급여 5,372,405원 기준), 원고 B에게 15,608,694원(월평균 급여 3,383,703원 기준)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행정명령의 위법 여부

1)

관련법리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가 민사소송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는 민사법원도 행정처분의 공정력과 상관없이 선결문제로 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1972. 4. 28. 선고 72다337 판결 등 취지 참조).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체제, 형식,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의료법의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서 정한 지도와 명령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이 어떠한 종류와 내용의 지도나 명령을 할 것인지의 판단에 관해서는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의료·보건상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므로, 행정청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목적에서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에 대하여 전문적인 판단을 하였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행정청이 위와 같은 전문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등 취지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을나 제2 내지 16호증(해당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행정명령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

전공의는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성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위 병원들은 각 지역 내에서 상급병원으로서 중증환자 등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병원이 '권역책임의료기관', '지역책임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같은 법 시행규칙 제13조의2),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0조의2), '권역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6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같은 법 제29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지역암센터'(암관리법 제19조), '긴급구조지원기관'(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8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4호) 등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민의 건강 및 국가 의료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공의 역할의 비중 또한 매우 높다.

나)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중 약 30~50%가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고, 전공의는 수술을 포함한 병원 내에서의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어, 간호사 등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인력만으로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전공의가 근무 현장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 등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의사들이 분담하여야 하므로, 교수, 전임의가 평소 수행하고 있던 진료 업무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

실제로 이 사건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다수의 전공의들은 2024. 2. 중순부터 근무하고 있던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중단하였는데, 국내 주요 5개 대학교병원을 기준으로 하여 2024.3.경 입원은 1년 전인 2023. 3.경 입원에 비해 34.7%가 감소하였고, 2024. 3.경 수술은 2023. 3.경 수술에 비해 43.5%가 감소하는 등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해 방지하고자 했던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기도 하였다.

라)

보건복지부는 2024. 2. 1.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인력 확충을 포함한 4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는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였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2024. 2. 6.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위원회'를 개최하여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하여 증원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배정한다는 원칙도 함께 밝혔다. 그러자 D협회 등은 즉각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였고, 2024. 2. 7. D협의는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지역별 궐기대회 개최 등을 각 지역별 F협회에 요청하였다.

마)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제도 도입, 2014년 원격의료 제도 도입, 2020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논의되었을 무렵에도 전공의들을 포함한 의사 단체 등은 파업 또는 집단 휴진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였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인하여 중환자 병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어 전공의가 다시 파업,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 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바)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2024. 2. 7.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방지하고자 의료법 제59조 제1항,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행정명령을 발령하였다. 그럼에도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2024. 2. 13.부터 2024. 2. 15.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집회를 개최하였고, 2024. 2. 20.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가동맹휴학을 선언하여 2024. 2. 21.까지 전국 의대생의 약 43%에 해당하는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전공의들도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 현장을 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사)

피고 대한민국은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적인 판단을 하여 이 사건 행정명령을 하게 된 것인바, 이 사건 행정명령에 이르게 된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대한민국의 위와 같은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아)

나아가 이 사건 행정명령을 통하여 전공의의 집단 사직 및 진료 현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 이외에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의료공백및 그로 인한 국민보건상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시기적으로 다른 적절한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자)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헌법 제15조에서 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 근로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법 제59조 제1항이 위헌적인 법률이 아니고, 이 사건 행정명령이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발령된 이상,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인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규정에 근거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7조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행정명령은 피고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기한 행정 작용일 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사적으로 행하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행정명령이 근로기준법 제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차)

이 사건 행정명령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국가 의료체계에 혼란이 발생될 수 있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되자, 정부와 민간의 상당한 희생과 비용이 뒤따르는 여러 조치들을 거쳐 의료전달체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된 이후에 이 사건 행정명령이 철회되었다거나 결과적으로는 2024년도의 '사망자 수'나 '조사망률'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었더라도, 이는 '국민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 방지'라는 이 사건 행정명령의 목적에도 부합하므로, 그러한 사정들이 피고 대한민국의 전문적 판단을 위법하게 한다거나,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또한 어떠한 행정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행정명령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2)

피고 C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 C에 대한 주장 또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한편 원고들은,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는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민법 제661조에 따르면 근로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그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 C과의 근로계약은 종료되었음에도 피고 C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면허 등록을 유지하여 원고들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바(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다98006 판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들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이와 달리 원고들과 피고 C 사이에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만으로 피고 C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주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