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7. 7. 선고 2024가단552002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1)

피고는 1985. 2. 28. 설립된 이후 2010. 11.경 D 주식회사(이하 회사명은 최초의 기재를 제외하고 '주식회사'를 생략한다)와 E 주식회사가 합병되어 'F 주식회사'로 새롭게 출범한 회사로서 2013. 8.경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으며(이하 합병 전·후를 통틀어 모두 '피고' 또는 '피고회사'라고만 한다), 2010. 11.경 D와 원고들 사이의 위임계약을 승계하였다.

2)

원고들은 2005.경부터 D에서 근무하다가 2010.경부터는 피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한 마케터로서(원고 A은 2007.경부터 D에서 위임직으로 전환하였다), 2021. 6.30.까지 피고회사 CB사업본부 내 CB사업2실에서 공공기관과 일반 사기업(이하 '고객사'라 한다)에 신용정보를 판매하고, 유지관리·교육·미수금 관리 등을 수행하는 영업업무(이하 '이 사건 마케터업무'라 한다)를 담당하였다.

나.

위임계약의 내용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신용정보 서비스 마케팅 위임계약서'에 첨부된 '신용정보 서비스 마케팅 위임약관'의 내용은 그 계약체결시점에 따라 조금씩 개정되어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이하 위 계약서와 약관을 통틀어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 가장 최근 체결된 원고들의 2021. 4. 1.자 위임계약서 중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요지

1)

원고들

원고들은 위임직 마케터로서 그 위임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16년간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① 피고의 복무규정 제21조가 적용되어 출근·재택근무가 제한되었고(근무시간·장소 구속), ② 출근기강 강화, 보안교육 등의 이메일, 출근 여부 확인 문자를 받는 등 구체적 업무 지시·감독을 받았으며, ③ 피고회사가 영업지역·고객사를 일방적으로 통제함으로서 원고들의 사업주적 자율성이 부재하였고, ④ 원고들이 수령한 수수료는 근로대가성이 인정되며, ⑤ 피고로부터 비품, 교통비, 이메일 등을 모두 제공받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퇴직금으로 원고 A에게에게83,553,570원, 원고 B에게 77,388,56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마케팅을 통한 고객사 확보'라는 위임사무의 목표만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영업 방식 대상 내용 등 본연의 업무에 대하여는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으며, 그 위임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회사가 제공한 전산이나 정해진 서식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활한 위임업무 수행을 위한 당연한 조치였을 뿐,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업무 지시로 볼 수 없다. 원고들은 피고의 취업규칙·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없었으며, 그 실적이나 근태에 따른 불이익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다. 원고들에 대한 근무시간이나 장소의 지정·구속이 없었고, 이윤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원고들 스스로 부담하였으며, 원고들이 수령한 수수료는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겸업이 금지되지 아니하였으며,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등 피고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나.

판단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2다20550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98775, 29878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다가 갑 제4 내지 21, 27 내지 3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3, 9 내지 14, 21, 28 내지 3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와 사이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들은 약 12년간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 영등포구 G에 위치한 CB사업본부(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내 CB사업2실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제공한 개인 PC와 프로그램, 헤드셋 전용 전화기, 복합기와 소모품 및 문구류등 개인 비품, 작업 도구 등을 제공받고 이 사건 마케터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개인 PC와 전화기 등을 이용하여 고객사에 접촉하여 신용정보 판매를 권유하거나 유지관리·교육·미수금 관리 등 이 사건 마케터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서, 그 수행할 업무내용 자체가 위와 같은 전화시스템, 전산장비, 그리고 관련 법령의 준수를 위한 장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위임계약 제22조도 피고는 원고들의 요구에 따라 전화 및 기타 사무기기를 무상으로 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피고는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위임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위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이 사건 사업장을 업무장소로 정하는 것에 상호 양해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이 있었다거나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종속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원고들은 자신들의 영업실적에 따라 미리 약정된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은 바 없다. 원고들의 고용노동청 진술에 의하면, 원고들은 신용평가조회가 필요한 곳에 해당 상품을 영업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면 약정된 수수료를 지급받고, 계약을 한 거래처가 중도 해지하는 경우 환수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달 수수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그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을 제9호증). 즉, 원고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근무내용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영업실적 및 유지·관리 여부에 따라 산정되었고,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을 비롯한 위임직 마케터 사이에서는 물론, 원고들의 월별 소득도 그 실적에 따라 편차가 적지 아니하였다. 실제로 을 제13, 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A의 경우 2021. 2월에 34,919,420원, 2021. 8월에 828,000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아 그 편차가 42배에 이르고, 원고 B의 경우 2021년 3월에 17,212,206원, 2021년 9월에 14,868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아 그 편차가 1,157배에 이른다. 이러한 수수료 지급의 편차는 이윤의 창출 및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이 실질적으로 수임인인 원고들의 부담으로 되었음을 의미하며, 원고들에게 지급된 수수료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 즉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질을 판단하지 않고 고정된 급여가 지급되는 형태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려움을 의미한다.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에게 적용되는 인사규정을 비롯한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였으며,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였고, 4대 보험도 적용받은 사실이 없다.

③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출근기강 강화, 보안교육 등 여러 이메일이나 출근 여부확인문자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지시·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위임은 사무의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민법 제680조),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전말을 보고하여야 한다(민법 제683조)고 규정하여, 위임관계에서 수임인의 보고의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위임관계에 지시나 보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러한 지시를 하게 된 경위, 지시의 내용 및 구체성, 지시의 구속력 등을 살펴 위와 같은 지시나 보고가 근로계약상의 포괄적인 지휘·감독권에 근거한 사용자로서의 지시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근로자의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갑 제4~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마케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간 업무일지'를 작성하거나 '회원사 외부미팅 계획' 보고 메일을 발송하고, '마케팅 활동 현황회의'에도 참석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업무보고나 회의참석은 위임관계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의 정보보호교육 관련단체메일 수신처에 원고들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갑 제33호증), 이는 개인신용평가 회사로서 다량의 신용정보를 다루는 피고의 업종 특성상 관련법령 준수를 위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위임직 마케터들 모두를 대상으로 정보보호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근태 관련 단체 이메일 수신대상에서는 원고들을 비롯한 위임직 마케터들이 제외되어 있는 점(을 제30호증의 1)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주장과 같은 사정이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위임직 마케터들의 지위를 피고의 근로자들과 동등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④

원고들은, 피고들에 의한 출퇴근 관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휴가나 출장에 피고의 '승인'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고들의 입실기록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인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시간(오전 9시 - 오후 6시)과는 달리, 원고들의 출퇴근 시간은 아래와 같이 피고에 의해 통제되거나 일정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사무실, 컴퓨터, 아이디 등의 제공은 원고들에게 업무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므로, 그 주장과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의 근태관리를 목적으로 원고들의 근무시간과 장소를 규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근태관리에 관한 지시에 구속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원고들의 거래처 관리이관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서, 이 사건 계약 제8조에서 '원고들의 마케팅활동으로 인하여 체결된 계약의 영업권이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관리이관이 있는 경우에도 원고들은 미리 약정된 요율의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기존의 수수료가 변경되거나 기타 불이익을 받았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⑥

피고가 원고들에게 출장시 시외교통 실비를 지급하거나, 사내 필라테스 강사 초빙 강좌신청, 소모품, 문구류, 비품 등을 지원해 주었더라도, 이는 모두 위임계약관계에서도 가능한 일이다(이 사건 계약서, 민법 제687조, 제688조 참조).

⑦

원고들은, 피고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시기에 편성한 재택근무 조에서 재택근무를 제공하도록 지시하거나, 근무시간 중 사내 체육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재보궐선거시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투표하도록 지시하는 등 원고들에게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한 재택근무 관련 공지는 관련법령 및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임직 마케터인 원고들에게도 체육대회 참석 및 근무시간 중 투표를 강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등으로 이에 구속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⑧

그 밖에 피고가 매월 문서파기 관리대장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개별 PC에 대한 보안감사를 하도록 지시하였으며, 외부메일 발송시 부서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한 것은 피고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특성상 철저한 보안유지 및 관련법령에서 비롯한 보안감사 등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위임계약상 수임인으로서의 선관의무를 부담하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요구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업무종속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단한다.

판사 지은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