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전부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피고인은 피해자 의료법인 C(이하 '피해자 법인'이라 한다)의 이사장으로서 계약금 지급기일 도래 전까지 이사회결의 등을 거치기로 하고 피해자 법인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가계약금 3억 원을 매수인으로부터 지급받았고, 당시 피해자 법인의 실무를 맡고 있던 Y, W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법인 계좌에 대한 압류 등이 있을 수 있어 일단 피고인의 처 U 명의 계좌로 위 3억 원을 이체한 다음 Y, W의 요청에 따라 AB 주식회사(이하 'AB'라 한다), 주식회사 AC(이하 'AC'라 한다) 명의 계좌로 그 중 2억 4,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나머지 6,000만 원의 경우 피고인의 피해자 법인에 대한 대여금 7,000만 원과 상계처리하였으며, AB와 AC는 피고인이 송금해준 금원을 피해자 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 가계약금을 횡령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도 없었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 단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 부분
피고인 및 원심 변호인이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2020. 4. 7. 개최된 이사회에서 피해자 법인의 대표자 이 사장으로 재선임되었고, 위 이사회에서 피해자 법인에 대한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의결한 사실, ② 그런데 피고인은 2020. 4. 28. 피해자 법인의 대표자 지위에서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에게 피해자 법인의 부동산을 대금 250억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날인 2020. 4. 29. 피해자 법인 명의 계좌(위 계좌는 2020.4. 28. 자로 새로이 개설된 것이다)로 가계약금 3억 원을 송금 받았는바, 위와 같이 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있던 피해자 법인이 돌연 주요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③ 피해자 법인은 2020. 5. 21. 서울회생법원 2020회합100078호로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여 2020. 6. 8.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는데, 그 사이 피고인이 위 매매계약에 관한 건을 이사회에 부의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④ 또한 위 회생절차 진행과정에서 피해자 법인의 관리인은 회생채권자 목록에 H의 채권을 기재하지 않았고, H도 회생채권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H이 회생채권 신고를 한 것은 위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피해자 법인이 새로이 신청한 서울회생법원 2021회합100003호 사건에서이다),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등 어디에도 H과의 위 매매계약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Y, W을 비롯한 피해자 법인의 임직원들에게 위 매매계약 체결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후 H이 피해자 법인을 상대로 계약금반환 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비로소 Y, W 등이 위 매매계약 체결 및 피고인의 가계약금 수령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위 가계약금으로 수령한 금원 중 대부분을 AB, AC 계좌에 송금하였고 이후 위 송금한 금원이 결과적으로 피해자 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법인의 재산을 임의로 매각한 다음 업무상 보관 중이던 가계약금 상당액을 횡령하였고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도 있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부분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각종 범행으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피해자 법인의 재산을 임의로 매도한 다음 그 계약금을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횡령액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전까지 집행유예를 초과하는 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횡령금의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피해자 법인의 운영자금에 사용된 점, 원심 판시 범죄사실 첫머리 기재 확정판결(피고인이 피해자 법인의 대표자로서 임금 등을 체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1>과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 형평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양형사유는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심리된 것이고, 당심에서 원심이 정한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등이 사건 변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승환(재판장) 최해일 최진숙
각주1) 피고인이 2022. 3. 30.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022. 9. 21.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위 확정판결의 죄는 2015년경 범한 것이어서 그 전에 2018. 12. 27. 자로 확정된 별도 판결의 존재로 인하여 이 사건의 죄와는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지 않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