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지위
E(F생)은 주식회사 G(이하 '회사'라고만 한다)에서 도시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 A은 E의 아내, 원고 B, C은 E의 아들들이다.
보험계약의 체결
피고는 E을 피보험자로 한 다음과 같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
이 사건 보험약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사망사고의 발생
E은 이 사건 보험기간 내인 2020. 12. 6. 21:20경 인천 중구 I에 있는 J 앞 도로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내에서, 미리 준비한 번개탄에 불을 붙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위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하고, E을 '망인'이라 한다).
보험금청구 및 지급거절
원고들은 2021. 3. 18.경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금 심사에 필수적인 경찰 수사가 미종결 상태로 확인되어 현장심사 진행이 불가하므로 반송처리한다'는 취지로 안내하여 보험금지급을 거절하였다. 그 후 원고들은 2025. 7. 1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2, 4, 6, 7,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요지
망인은 2015년경에도 업무과중으로 불안, 우울, 번 아웃(burn-out) 증상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2020. 10.경부터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 불안장애등 정신질환이 악화되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혈중알콜농도 0.31% 정도로 만취하여 정상적 판단력과 억제력이 결여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자살하였다. 이는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들은 각 상속분에 따라 이 사건 보험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한편,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서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으나(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판결 등 참조),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보험자의 면책대상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그 면책대상의 예외사유를 주장하면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를 고려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와 갑 제8 내지16, 21 내지 27호증, 을 제2 내지 7, 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및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주위 상황,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망인은 건축물 설계업·공사감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에서 본부장으로서 도시계획본부 총괄업무를 수행하면서 사망 직전 10개의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발주처 및 관공서 대응 업무를 직접 수행하였고, 2020. 10.경부터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매일 출근하여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업무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과도한 업무량과 더불어 망인이 담당하던 관공서와 발주처 사이의 조율 문제 등으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울 및 불안 등의 정신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한편, 망인은 회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심리적 압박감 등을 호소하며 2012. 12. 31.경부터 2013. 2. 1.경까지 4회에 걸쳐 K 한의원(이하 '한의원')을 방문하여 '분노 불안, 소화불량, 경추통' 등으로 진료를 받았고, 2015. 3. 31. 국립정신건강센터성인정신과(이하 '이 사건 병원')를 방문하여 아래와 같은 진료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망인은 2015. 3. 31. 이 사건 병원을 최초 방문하여 '약 2년 전부터 불안, 스트레스 증상. 업무가 과도하고 2012년 업무 후 새벽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입원치료를 받고 나서 업무 복귀하고 나서 심장 두근거림, 불안 증상이 계속 나타남. 이러한 증상 때문에 2달 정도 휴식시간을 가지고 한의원에서 상담, 명상, 침술 등 치료를 받았다. 심장 두근거림이 조금 감소하고.. 다시 업무 복귀. 업무 복귀하고 나서 일이 너무많아서 힘들었고, 이에 기획부서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업무강도는 조금 낮아짐. 이후 그냥 지냄. 최근에 일이 다시 쌓이고 업무량이 많아지고,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싫음. 잠도 오지 않고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고.. 출근하면 안정이 되지 않고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사직서 제출까지 생각하고 있다. 야근 철야가 반복되어 왔다. (중략) 우울한 것보다, 불안하다. 성과를 내야하는데 안 되는 환경 때문에스트레스. 집중이 안 되기도 한다. 일이 밀리면 시간 투자를 해서 되게 하는 성격. 직장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보니까.. 외부와 일할 때는 괜찮은데, 내부에서 지시를 내릴때 두서없이 내리는 경향이 있고.. 혼자서 끌어가는 스타일이다. 일을 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에서 빠지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이 들고..'라며 스스로의 증상과 원인, 자신의 성격적 특성 등에 대하여 상당히 상세하고 조리 있게 진술하였다.
이 사건 병원의 의무기록에 의하면, 그 후로도 망인은 2015. 4. 8. '일을 줄이고 주말에 쉬는 것으로 했다. 최근에 일은 계속 많다. 약을 복용하고 잤는데 깊은 잠은못자고 있다. (중략) 불안 약간 감소했는데 아직 남아있다.'고 진술하고, 2015. 4. 22.에는 '현재 퇴직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이번 달 말. 일이 양이 줄어드니까 불안 측면들은 좀 나아졌다.', 2015. 4. 14.에는 '지난주 처방받은 약을 분실해서 다시 내원, 불안한 증상은 계속 있음.', 2015. 5. 6.에는 '4월말부터 쉬고 있다. 1-2개월 정도 쉬고 다시 일하려고 한다. (중략) 1주일 정도 약을 먹지 않았다. 일을 쉬면서 불안, 심장 두근거림은 조금 덜하다.', 2015. 5. 20.에는 '계속 쉬는 중이다. 불안증상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2015. 6. 3.에는 '요즘 계속 운동 규칙적으로 하고, 외부활동 잘 하고 있다, 큰 불안은 없는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망인의 주치의도 망인에 대하여 2015. 7. 1. '다음번에 치료 종결 고려', 2015. 8. 25. '심리검사에서 증상 호전 양상'이라고 기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부터 5년 전인 2015년경 업무상 스트레스와 불안 등으로 이 사건 병원을 통원하며 증상이 호전되기까지 치료받은 기간은 약 5개월 정도로서, 2012년경 한의원에서 진료 받은 약 1개월의 기간을 더하여 보더라도 총 치료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통원치료 당시에도 망인은 자신의 증상, 처한 상황및 그 원인을 비교적 명료하게 인지하고 설명하였으며, 휴직 등을 통해 회복기간을 갖거나 병원치료 이후 개선된 부분을 피드백 하는 등 정상인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진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이는 2012년 한의원 진료기록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그 밖에 망인에 대한 각 진료기록상 망인의 의식의 혼탁, 지남력 손상 등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고, 환각과 망상, 난폭한 충동행동이 관찰되지 아니하여, 망인이 자살할 무렵까지 섬망, 환각, 망상 등의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망인은 위와 같이 통원치료 중이던 2015. 4. 14. 및 2015. 7. 16. 국립서울병원 임상심리과에서 '스트레스 클리닉 평가'<1>를 실시하였는데, 그 심리평가 결과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수검 태도 및 행동'에 대하여 '평가자와의 시선 접촉이 양호하였
다.', '다소 초조해보였지만 자신이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에 대해 조곤조곤한 어조로 자발적이고 적절하게 보고하였고 평가자의 질문에 협조적인 태도로 답해 평가를 완료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 역시 망인이 경험한 '심리적·정서적 불편감'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의식의 혼탁, 지남력 손상' 또는 '섬망, 환각, 망상' 등의 상태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이 사건 사고발생(자살<2>) 직전 망인의 동태, 자살에 이른 과정 등을 살펴본다. 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20. 12. 6. 07:00경 평소 출퇴근 시 이용하던 회사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하남시 소재 자택에서 출발한 다음 모친을 그 부근에 내려주고, 08:30경<3> 서울 종로구 소재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한 후 회사에 출근하였으며, 13:00경 휴대폰으로 원고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② 망인은 같은 날 16:29경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퇴근한 다음 16:37경 서울 종로구 소재 L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주차한 후 16:39경 이 사건 차량 내에서 '나는 의지가 약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치?', '아들 미안해 아빠가'라고 혼잣말 한 다음 그 무렵부터 3시간 30분가량 위 차량에서 잠을 잤다. ③ 망인은 다시 같은 날 20:07경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20:32경 제1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20:46경 제1경인고속도로 인천톨게이트(서울에서 인천방면)를 지나 20:59경 위 고속도로 종점 사거리(인하대병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1:02경 인천 중구 M 소재 N 마트에 들러 번개탄, 석쇠, 냉동삽겹살, 와인 2병, 종량제봉투를 구매했고, 21:20경 인천 중구 O에 있는 J 앞 도로 주차장에 주차를 한 다음 이
사건
차량 내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에 이르렀다. ④ 망인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고, 위 차량 내 조수석 발판에 놓인 소형 프라이팬 위에 번개탄이 발견되었으며, 이 사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2020. 12. 6. 21:33경 차량 내부가 연기로 뿌옇게 되는 장면이 확인된다.
이와 같은 망인의 동태 및 자살에 이른 과정과 방법 등을 볼 때, 망인의 자살 역시 일반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에 이르는 경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으로 보인다. 물론 이 사건 사고 후 남겨진 유족들의 존재와 추후 망인의 회사 업무강도가 다시 개선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망인이 갑작스레 자살을 한 것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보이는 측면을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추정하는 근거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자살이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라는 것과 별개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과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 즉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구별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에도 삶을 끝내는 무거운 선택을 함에 있어서는 당연히 일정한 스트레스나 절망적인 심리상태가 원인 내지 동기가 될 수 있으며,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자살'이라는 결정을 실행하려는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 만큼, 후자가 아닌 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 심리 상태만이 아니라 그러한 사정들로 인하여 '삶의 지속여부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정도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이르렀음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직전 망인의 동태, 자살방법(망인이 직접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자택과 회사에서 모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다음, 마트에서 번개탄과 함께 삼겹살 및 석쇠, 와인 등을 현금으로 구매하여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고 자살기도를 한 점, 이 사건 차량 내 조수석 발판에 소형 프라이팬을 놓고 그 위에 번개탄을 올려 태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이 당시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한 스트레스나 절망적인 심리상태 등이 망인의 자살의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이 사건 사고 당일 무렵에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거나 그러한 상태로 말미암은 우발적이거나 순간적인 충동에서 망인의 행동이 비롯된 것이라고 인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망인의 진료기록이나 심리검사 결과에서 망인이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으며, 관련 소송에서 이루어진 P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더라도 '망인이 자살 무렵 환청을 비롯한 환각 및 망각 증상을 겪었다는 점을 찾아볼 수 없고, 2015. 7. 16.경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서는 우울, 불안, 자살사고 등 모두 호전된 양상을 보였으며, 계획적인 자살시도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당일 현실분별력이나 사리판단력에 흠결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지 않으며, 사망 당시 자신의 행위가 자신을 해친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들은 2022. 9. 5.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하하여 업무상 재해임이 확인되었고, 다른 보험회사는 관련사건 항소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나56445, 이하 '관련소송')을 받은 후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 보험금 청구도 인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위험으로 담보하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 것으로서 업무상의 사유와 사망 등의 결과가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주된 판단대상이 될 뿐, 그 업무상 재해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자의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반복된 업무로 인한 피로의 누적으로 유발·악화되어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상해, 나아가 사망 등이 발생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질병 등과 반복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이지만(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누15819 판결 참조),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담보되는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따라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고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의 '사고의 우발성, 외래성' 및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대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관련소송은 소 취하로 실효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보험회사가 같은 보험사고에 대하여 이미 보험금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은 참고할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원고들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음주로 인하여 혈중알콜농도 0.31% 정도의 만취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결여되거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혈중알콜농도가 그와 같았다거나, 위 주장과 같은 만취상태에 이르러 비로소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정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자신의 행위와 그로 인한 효과를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상당시간 차량을 운전하고 마트를 방문하여 번개탄과 술을 구매하는 등 계획적인 자살기도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여러 정황에도 부합한다.
가정적 판단(소멸시효 항변)
나아가 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20. 12. 6.부터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인 2025. 7. 17.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이에 대해 원고들은 관련소송 판결이 선고된 2025.4. 11.에서야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보험사고는 '망인의 사망'으로서 위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에 어떠한 법률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지은희
각주1) 실시한 심리검사는 자기보고형 심리평가인 MMPI-2(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SCT(문장완성검사), BAI(벡 불안척도), HAM-A(해밀턴 불안 척도), BDI-I(벡 우울 척도), HAM-D(해밀턴 우울 척도), PSS(지각된 스트레스 척도), PDST(문제성 음주 선별검사)이다(갑 제16호증).
각주2) 한편, 이 사건 약관에서 인용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제9차)는, '자살(기도)'을 '고의적 자해'에 포함하고, 고의적자해를 'X60부터 X84까지' 분류하면서, '일산화탄소 및 기타 가스 및 휘발성 물질에 의한 자의의 중독 및 노출(X67)' 등을 고의적 자해로 분류하고 있다.
각주3) 이 사건 차량의 불랙박스가 실제보다 17분가량 느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을 제10호증의 2 참조), 이하에서는 블랙박스 영상시간에서 17분을 더한 시각을 표시한다(을 제10호증의 4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