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이 각 피고의 근로자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여수시에 공장(이하 ‘여수 공장’이라 한다)을 두고 비료·화학제품 및 동 부산물의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1994.경 무렵부터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 주식회사 I(이하 ‘I’이라 한다) 등 여러 협력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 형식의 계약에 따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여수 공장 업무 일부를 맡기고 있다.
원고 E은 1996.6.10.경, 원고 F(개명 전 J, 이하 개명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F’이라 한다)은 1994.12.17.경 각 H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여수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수 공장 산하 각 제조공정과 조직구성 개요
피고는 여수 공장으로부터 약 1.4km 떨어진 낙포부두에서 유황, 인광석, 염화칼륨 등 원재료를 수입한다. 위 원재료는 컨베이어 또는 배관을 통하여 여수 공장으로 이송되고, 원료 창고에 저장되었다가 각 제조공정으로 보내진다.
여수 공장에는 제조공정별로 황산공장, 인산공장, 황산가리공장, 복비공장, 제품공장, BB(Bulk Blending)공장 등이 있다. ① 황산공장에서는 유황을 원료로 황산을 만들고, ② 인산공장에서는 인광석과 황산을 반응시키고 필터링을 거쳐 인산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석고를 석고장으로 보낸다. ③ 복비공장에서는 인산과 암모니아 등을 원료로 복합비료를 만들고, ④ 생산된 비료 제품은 제품공장 또는 BB공장에서 배합, 포장 등을 거쳐 출하되거나 해외로 수출된다. ⑤ 석고장에서는 위 ②항 기재 인산제조공정의 부산물인 석고로 시멘트 원료인 중화석고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된 석고수는 다시 인산제조공정으로 보내져 재활용되거나, 폐수처리장으로 배출된다.
여수 공장의 조직은 기획본부, 비료사업본부, 조업본부(생산본부), 기술본부(지원본부)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생산을 담당하는 조업본부 산하에 제품팀, 복비팀, 인산팀, 동력팀, 실리카팀이 있고, 위 각 팀은 제품공장 및 BB공장, 복비공장, 인산공장, 황산공장, 동력공장, 실리카공장 내부 또는 각 공장 인근에서 해당 공장 및 관련 창고 운영을 담당한다.
인산공장 제조공정 개요와 인산팀 업무분장
인산공장 제조공정(이하 ‘인산제조공정’이라 한다)의 개요
인산제조공정은 ① 인광석 분쇄, ② 해미필터(Hemi-Filter) 및 디필터(D-Filter)를 통한 반응 및 여과, ③ 중화석고 생산, ④ 석고수 처리로 구분되고, 각 단계별 제조공정은 다음과 같다.
인광석 분쇄: 창고에 저장된 인광석이 컨베이어를 통하여 인산공장 내 사일로(Silo)로 이송되고, 볼밀(Ball mill)이라는 분쇄설비와 거름망 역할을 하는 스크린(screen)을 통해 분쇄돼어 분말 형태로 변형된다.
해미필터 및 디필터를 통한 반응 및 여과: 분말 형태 인광석은 반응조로 투입된 다음, 황산 및 인산과의 화학반응을 통하여 인산과 석고(황산칼슘)가 혼합된 죽 형태의 슬러리(Slurry)로 변형된다. 슬러리는 해미필터를 거치면서 고농도 인산으로 여과·분리되어 인산저장탱크로 이송된다. 해미필터에서 여과되고 남은 혼합물(미반응된 인광석과 반수석고의 혼합물)은 다시 다른 반응탱크로 옮겨진 다음, 황산과 반응하여 슬러리 형태의 혼합물(인산과 이수석고의 혼합물)로 변형된 후, 디필터를 거쳐 저농도 인산으로 여과·분리된다. 저농도 인산은 다시 해미필터로 공급되어 재활용된다.
중화석고 생산: 디필터에서 저농도 인산을 여과·분리시키고 남은 물질은 습식시스템 또는 건식시스템을 거쳐 시멘트 원료인 중화석고 제품으로 생산된다.
먼저 습식시스템에서는 남은 물질을 액체 상태의 습식석고로 만들어 석고장 내폰드(Pond)에 적치시킨다. 습식석고는 시간 경과에 따라 침전된 석고(습식폰드)와 상층부 석고수(냉각폰드)로 분리되는데, 침전된 석고가 중화석고로 생산된다. 한편 건식시스템에서는 남은 물질을 건식석고로 만들어 중화석고로 생산한다.
석고수 처리: 습식시스템에서 위 다)항 기재와 같이 분리된 상층부 석고수는 인산제조공정에서 공정수로 재활용되거나, 중화과정을 위해 석고수 처리시설로 이송된다. 석고수 처리시설 산하 반응조에서 산도를 높이고, 침전조에서 침전·분리 과정을 거친다. 법정 배출기준에 부합하는 상등수는 폐수처리장으로 보내지며, 남은 침전물은 다시 인산제조공정으로 투입된다. 석고수 처리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담수 용량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환경사고가 발생하여 인산제조공정에 지장이 발생한다.
인산팀 업무분장
인산팀은 인산공장 및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를 담당하였고, A, B, C, D의 4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였으며, 근무시간은 07:00~15:00, 15:00~23:00, 23:00~07:00이다.
각 교대조에서는 교대담당이 총괄 및 감독 업무를 수행하였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설비별 담당자 역할을 맡았다. 구체적으로 보드(Board, 조정판) 운전원, 볼밀 (B/M) 운전원, 해미필터(H/M) 운전원, 저장조 운전원, 디필터(D/F) 운전원, 반응조 분석원, 석고수 처리시설(W.W.T) 보드(Board, 조정판) 담당자, 석고수 처리시설(W.W.T) 현장 운전원으로 구성된다. 인산팀 구성원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였거나, 협력업체인 H 또는 I 소속 근로자들이었다.
피고와 협력업체의 도급계약 체결 및 원고들의 업무수행 내역
인산팀에는 본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였는데, 피고가 1994.8.경 H과 체결한 도급계약 형식의 계약에 따라 H 소속 근로자들이 인산팀 업무를 분담하기 시작하였다. 피고는 2001.3.1.경 협력업체를 I으로 변경하였으나, 인산팀 근로자들의 고용은 I에 그대로 승계되었다. 피고는 2008.2.경부터 인산팀 업무 중 석고수 처리시설 관련 부분을 I에 맡기고 있다.
원고들은 1994.경부터 2025.경까지의 기간 중 피고와 H이 작성한 도급계약서, 도급수행서(일반) 및 부속문서 등에 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들이 요청하는 문서를 폐기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피고가 2019.12.1.자로 I과 사이에 작성한 도급계약서(갑 제29호증)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원고 E은 1996.6.10.경, 원고 F은 1994.12.17.경 각 H에 입사 후 여수 공장인산팀에서 근무하였고, 위 원고들은 2008.2.1.부터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고들의 소속업체 및 수행업무 변경 내역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선행사건 진행 경과
여수 공장 근로자 중 H, I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2008.경부터 피고를 상대로「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경과를 구분하지 않고 지칭하는 경우에는 ‘파견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 성립을 전제로 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0다93707, 대법원 2023다248927, 대법원 2024다202102, 대법원 2025다210040).
이 사건 원고들과 동일한 시기에 H, I 소속으로서 여수 공장 인산팀에서 근무하였던 근로자 L, M, N, O 등을 포함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2023.6.7.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2025.5.29.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67925). 피고가 이에 불복함에 따라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서울고등법원 2025나208211, 이하 위 5건의 사건을 모두 포괄하여 ‘선행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내지 11, 23 내지 28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들
피고가 H과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은 파견법 제2조가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은 H에 입사한 뒤 1998.7.1.부터 2년 이상 인산팀에서 인산공장 반응조 분석원 또는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 업무를 수행하였다(이하 1998.7.1.부터 2000.6.30.까지를 ‘계쟁기간’이라 한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구 파견법(2006.12.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해당 법률만을 지칭할 때는 ‘구 파견법’이라 한다) 시행일인 1998.7.1.부터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을 계속 사용하였으므로, 구 파견법 제6조제3항 본문에 따라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된 다음날인 2000.7.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었다.
피고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는 각 근로자별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원고들은 선행사건 판결문, 계쟁기간이 아닌 시기에 작성된 자료,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의 고용자인 H이 아닌 I에 관한 자료만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계쟁기간 동안 H 소속으로서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명령 또는 노무관리를 하지 않았다.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안전을 확보할 책임을 부담하였으므로 안전수칙준수를 요청하거나 위험요인 보고를 받았을 뿐이고, 도급인으로서 도급계약 목적달성을 위한 지시만 하였다.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는 피고의 주력사업인 비료 및 기초 화학제품 생산·판매 업무와 독립된 부수적 업무였으므로, 피고는 전문성을 지닌 수급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 석고수 처리시설은 인산공장과 독립된 설비였고, 부산물인 석고를 처리하여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피고의 전체 매출에서 석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미미하다.
판단
관련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판단의 전제
원고 E은 1996.6.10.경, 원고 F은 1994.12.17.경 각 H에 입사하였는데, 이 사건 계쟁기간은 1998.7.1.부터 2000.6.30.까지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은 H 입사 후부터 2008.2.1.경 담당 업무가 기계정비 업무로 변경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줄곧 여수 공장 인산팀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기간 동안 피고의 협력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원고들의 고용관계도 그대로 새로운 협력업체로 승계되었고, 원고들을 비롯한 H 또는 I 근로자들은 종전과 같이 인산팀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하였으며, 달리 원고들의 근무방식이 유의미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들의 근무형태는 H 입사 시점부터 이 사건 계쟁기간을 지나 2008.2.1.경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함에 있어서, ① 이 사건 계쟁기간을 전후한 원고들의 근무형태, ② 원고들과 같은 H 소속으로서 인산팀 업무를 수행한 다른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도 간접사실 내지 정황으로 아울러 고려한다.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여부
앞서 본 인정사실과 증거에 갑 제6, 7, 12 내지 22, 29 내지 35,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H 소속으로서 여수 공장 인산팀 반응조 분석원 또는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으로 계속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근로관계의 실질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를 위한 업무에 종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의 근로관계는 구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 내역
원고들은 1998.7.1.경부터 2000.6.30.경 사이에 인산팀 반응조 분석원 또는 석고수 처리시설 현장 운전원 업무를 수행하였고,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역은 아래와 같다.
인산팀 반응조 분석원 업무
원고들은 인산팀 반응조 분석원으로 근무할 당시 매 시간 반응조 내 황산, 슬러지 비중 등에 관한 분석일지를 작성한 내역을 피고 소속 보드 운전원에게 보고하였고, 반응조에 투입된 혼합물 시료를 채취하여 실험분석실 직원에게 분석을 요청하였다. 또한 피고의 양식인 로그시트와 로그북에 시간별 펌프 유량, 온도 등과 관련한 수치를 기록한 뒤 인산팀 교대담당, 피고 관리계장 및 과장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았다. 그밖에 설비 청소 및 점검 등의 업무도 수행하는 한편, 설비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지원 부서에 수리를 요청하였고,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설비 담당자로서 입회하였다.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 업무
원고 F은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으로 근무할 당시 조정실에서 각 설비에 투입된 원료량이나 상태를 파악해 기록하였고, 설비 가동 및 운전을 통하여 석고수 처리시설이 원만히 가동되도록 하였다. 또한 반응조와 침전조의 활성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2시간 단위로 샘플을 채취하여 수치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를 분석일지 및 로그북, 로그시트에 기록하였으며, 로그북은 피고 소속 교대담당계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다. 그밖에 운전현황 문건을 작성하여 피고 직원에게 일일처리량, 전기사용량, 원료사 용량 등을 보고하였고, 납품업체로부터 생석회 등의 원료가 입고되는 경우 하역상태 및 입고량을 기록하여 검수하였으며,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지원업무를 보조하였고, 청소 업무 등도 분담하였다.
한편, 피고는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H 소속으로서 여수 공장에 근무하였는지 여부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계쟁기간에 그대로 부합하는 ‘인산팀 기구표_2000년’에는 원고 F이 A조 반응조 분석원, 원고 E이 C조 반응조 분석원으로 기재되어 있고(갑 제28호증), 2000.2.26.자 반응조 로그시트(갑 제5호증의1)에서 원고 E이 반응조 분석원으로서 작업한 내용을 기록하고 교대계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원고들이 1996.경부터 2003.경까지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고 휴가를 사용한 사실까지 더하여 보면(갑 제22호증),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이 인산팀 여수 공장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된다.
또한 ① 2002. 11.22.자부터 2007.4. 16.자 각 인산팀 기구표(갑 제4호증의1 내지 9)의 기재를 따르면, 2002.경부터 2007.경까지 이 사건 원고 E·F이 반응조 분석원 또는 디필터 운전원으로, 같은 인산팀 소속인 L, M, N, O(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67925 사건의 원고들)가 반응조 분석원, 디필터 운전원, 석고수 처리시설 보드 운전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고, ② 2000.2.26.자부터 2005.3.28.자 각 반응조 로그시트(갑 제5호증의1 내지 5)에는 해당 기간 인산팀 기구표(갑 제4호증의1 내지 9)에서 반응조 분석원으로 기재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반응조 업무수행 내역을 기록하고 교대파트장에게 결재를 받았다고 기재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계쟁기간 이후에도 2008.2.경 이전까지 인산팀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피고는 1998.경 제정된 품질지침서(갑 제7호증의1 내지 4)에서 ① 인산 QC 공정도에 관하여 각 세부공정별 제조설비, 사용자재, 관리항목, 검사항목, 검사설비, 교정주기, 표준번호 및 서식을 규정하고, ② 인산 제조작업표준에 관하여 45% 인산·불화규산·중화석고·석고의 목표 품질 및 검사규격, 사용 원·부자재 및 사용설비, 제조작업방법 및 조건, 공정관리, 기록관리 방법을 정하였으며, ③ 인산 보관관리를 위한 인산·중화석고 등의 저장방법 및 제품 저장창고 목록을 두고, ④ 석고장 관리를 위하여 석고장 처리시설 담당자들의 구체적인 책임과 권한, 업무절차를 매우 상세히 규정하였다.
원고들은 위와 같이 피고가 정해 놓은 지침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함께 인산팀 교대조에 배치되어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반응조 분석원으로서 수행한 업무내역을 로그시트에 기재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로부터 결재를 받았고, 석고수 처리시설과 관련하여 매번 피고로부터 운전현황, 분석치, 입고 및 재고량, 작업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으며, 지시받은 내용을 이행한 내역을 로그북에 기재하여 결재를 받았다.
결국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에 관한 개별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불과한 H이 업무수행에 관한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위와 같은 지시사항은 도급인으로서 통상적인 지휘 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각 업무별로 시작과 종료를 전부 아우르는 매우 상세한 지침을 정해 놓았고, 그에 따른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여부를 관리·감독하기 위하여 매번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지시사항이 단순히 도급인으로서 일의 완성을 요구한 것이라거나, 근로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인산제조공정 전반에 관한 판단
피고는 비료·화학제품 및 동 부산물의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인산제조공정은 ‘인광석 분쇄 → 해미필터 및 디필터를 통한 반응 및 여과 → 중화석고 생산 → 석고수 처리’라는 과정을 거쳐 비료의 원료인 인산과 중화석고 제품을 생산한다. 위와 같은 인산제조공정 업무를 수행하는 인산팀은 각 교대조별로 교대담당을 필두로 보드 운전원, 볼밀 운전원, 해미필터 운전원, 저장조 운전원, 디필터 운전원, 반응조 분석원, 석고수 처리시설 보드 담당자, 석고수 처리시설 현장 운전원으로 구성되며, 각자의 업무는 밀접하게 연동되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산팀 교대조 내에서 어느 하나의 업무라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인산 생산 및 중화석고 생산이라는 본래의 목적달성이 어려워진다.
원고들은 계쟁기간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인산팀 교대조를 구성하여 반응조 분석원 또는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 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휴가 등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원고들과 같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는 1994.경 이전에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였고, 2008.2.1.경 이후부터는 다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인산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피고의 직접생산공정에 투입되어 업무를 분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인정된다.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에 관한 구체적 판단
피고는 석고수 처리시설은 부산물인 석고를 처리하여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므로,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는 피고의 주력사업과 독립된 부수적 업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에 따르면, 여수 공장에 폐석고를 처리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있고, 석고수 처리시설을 거친 석고수 중 일부가 폐수처리장을 통하여 배출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석고수 처리시설은 단순히 폐수처리 업무만 담당하지 않았고, 인산 제조공정의 필연적 부산물인 석고를 이용하여 화학제품인 중화석고를 생산하는 한편,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석고수를 재활용하여 다시 인산제조공정에 투입하는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 피고가 비료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및 동 부산물의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의 사업보고서에도 주요 제품 현황으로 “불화규산, 석고 등”이 기재된 점을 보태어 보면(을 제4호증 13면), 화학제품인 중화석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석고수를 다시 인산제조공정에 투입하는 석고수 처리시설도 피고의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인산제조공정이 정지되면 석고수 부족으로 인하여 석고수 처리시설도 제대로 가동될 수 없고, 석고수 처리시설이 석고수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담수용량이 초과되어 인산제조공정에도 지장이 발생되므로, 석고수 처리시설은 적어도 인산제조공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듯이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가 피고의 주력사업과 독립된 부수적 업무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의 인산팀에는 본래 석고수처리 보드 운전원 및 석고수처리 현장운전원이 있었고(갑 제28호증, 갑 제4호증의1 내지 9호증), 피고는 적어도 1998.경부터 인산보관(저장)관리에 관한 품질지침서를 작성하면서 중화석고의 저장방법을 상세히 규정하였으며(갑 제7호증의3), 석고장 관리지침에서는 석고장 관리업무 담당자로 환경담당부서장, 인산생산부서장, 장비담당부서장을 명시하였다(갑 제7호증의4). 또한 피고가석고수 처리시설 업무와 관련하여 운전현황, 분석치, 입고 및 재고량, 슬러지 레벨, 작업사항, 인계사항 등 상세한 업무지시를 하였고, 석고수 처리시설 근로자들로 하여금 로그북을 작성하게 한 뒤 결재를 받은 점도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갑 제8 내지 10호증). 이에 더하여 인산팀 연차보수 계획 및 일일작업사항에도 석고수 처리시설 근무인력 활용 방법이 기재되어 있고(갑 제13, 14호증), 인산공장에서는 석고수 처리시설에 관한 운전교본을 제작하거나, 인산팀 근로자들 전원에 대하여 석고수 처리시설 관련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갑 제18, 19호증).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도 인산제조공정에 석고수 처리시설이 포함된다는 전제로 석고수 처리시설을 운영하였고,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인산팀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2008.1.7. 이후 인산팀 전원이 피고 소속 근로자로 변경되었고, 그 과정에서 석고수처리 보드 운전원 및 현장 운전원 역할이 인산팀에서 배제되기는 하였다(갑 제4호증의10).
그러나 피고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2008.경부터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전제로 하는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파견적 요소를 제거할만한 요인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더하여 피고가 석고수 처리시설을 형식상 인산팀 업무에서 제외한 이후인 2012.1.1.자 인산팀 업무인수인계서에는 여전히 석고수 처리시설 관련 업무가 포함되어 있고(갑 제15호증의2), 피고의 인산팀장은 2012.10.26. 및 2013.2.20. 피고의 공정개선팀장을 수신자로 하여 석고수처리 슬러지 회수시설 관련 자료를 통보하기도 하였다(갑 제16호증의1, 2).그렇다면 2008.경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인산팀이 석고수 처리시설 관련 업무를 주관하였다고 보인다.
H이 원고들의 근태 및 노무관리에 관하여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부족함
H이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이들의 임금 지급 등 기본적인 인사관리를 담당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근로자의 채용, 임금 지급, 4대 보험료 납부 등은 형식상 사용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사항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H이 원고들의 근태 및 노무에 관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1996.부터 1998.까지 근태보고서(갑 제21호증의1 내지 6)에 따르면, 원고들을 비롯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같이 매일 피고에게 결근, 휴가 사용 여부 등을 보고하였고, 원고들의 근무시간도 피고가 편성한 교대조 근무시간에 따라 결정되었다. 또한 원고들은 1996.경부터 2003.경까지 휴가를 사용할 때에도 형식상 H 또는 I 소속 근로자로 분류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피고의 허가 아래 휴가를 사용하였다(갑 제22호증).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들과 함께 비상조치훈련 및 석고수 처리시설 관련 교육을 받았고(갑 제12, 19, 20호증). 인산팀장도 피고 소속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구분하지 않고 복리증진비를 청구하는 등, H이 아닌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휴가, 근태 등의 노무관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구별성 부족
인산팀 업무가 인산제조 및 석고처리라는 목표를 위하여 유기적으로 연동되었고,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수행한 반응조 분석원 및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 업무는 본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던 것이었으며, 2008.2.1.경 이후부터 반응조 분석원 업무는 다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점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다. 또한 원고를 비롯한 H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의 상세한 지침에 따라 디필터 운전원, 반응조 분석원, 석고수 처리시설 보드 운전원, 석고수 처리시설 현장 운전원 업무를 번갈아가며 수행하였고, 인산팀 내에서 담당 업무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원고들의 노동력은 전체 인산팀 업무에 곧바로 결합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이 계쟁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구분되는 전문성을 지닌 업무였다거나, 인산제조공정에서 분리되는 고유하고 특화된 업무였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더하여 피고와 I이 석고수 처리시설 업무와 관련하여 체결한 2019.경부터 2023.경까지의 도급계약서를 살펴도, 피고가 석고수 처리시설과 관련된 사실상 모든 업무를 I에게 맡겼다고 보이고, 피고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도급수행서의 내용도 연도별로 수시로 변동될 정도로 피고가 I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 내역을 상당 부분 결정하였다고 보인다. 결국 피고와 I이 2019.경 이후 체결한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르더라도, I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완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피고가 최소한 선행사건이 본격화된 2008.경 이후부터는 협력업체와의 계약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여 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인산팀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1994.경부터 불과 4년이 경과한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H과 실질적인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다.
H의 독립적 기업조직, 설비 등 미비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핵심 시설, 장비, 작업도구등은 모두 피고 소유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인산팀 및 석고수 처리시설의 장비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였다. 그밖에 H이 단순한 인력공급 외에 독자적인 사업을 수행할만한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찾기 어렵고, 인산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고유 기술이나 자본을 투입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H의 인산팀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I도 2018.경 사무실 임대를 위하여 매월 임차료로 2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별도로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지도 않았고, 2019.경에도 사무실 임대료로 1년의 임대기간 동안 총 500만 원 상당의 임대료를 지급한 내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므로, H도 계쟁기간 동안 형식상 극히 적은 임대료를 지급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소결
원고 E이 1996.6.10.경, 원고 F이 1994.12.17.경 각 H에 입사한 뒤 구 파견법 시행일인 1998.7.1.부터 2년을 초과하여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하여 여수 공장 인산팀 반응조 분석원 또는 석고수 처리시설 운전원으로 계속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원고들은 구 파견법 제6조제3항에 따라 구 파견법 시행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00.7.1. 피고에 고용된 것으로 의제되므로 피고의 근로자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들이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최누림
판사 김현정
판사 이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