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화성시 일대에서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인 ‘C’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2013.1.경부터 2025.9.경까지 피고로부터 C의 도장, 보전, 물류(지게차 운전) 업무를 도급받았던 수급업체이다.
원고는 2016.8.16. D에 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5.9.경 D의 폐업으로 퇴사하였다.
D의 2017.11.경 조직도는 아래와 같다.
D 현장 근로자들의 선행사건 진행 경과
D의 도장 1·2동, 보전팀, 물류 1·2동 소속 현장 근로자들은 2014.경부터 2020.경 사이에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전제로 하는 고용의사표시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위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전부 포괄하여 ‘선행사건’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선행사건 중 2020.3.26. 도장 2동 근로자 4인과 피고의 파견관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다217724, 2017다217731(병합)}이 선고되었고, 그 후 나머지 선행사건에서도 파견관계 성립을 전제로 현장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판결이 선고되거나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
원고는 2016.8.16. D 관리직으로 입사하였으나, 선행사건 당사자인 현장직 근로자들이 특근을 거부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도 도장, 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가 D에 입사한 날인 2016.8.16. 즉시 원고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16.9.1.부터 2024.12.31.까지 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에 직접 고용되었다면 받았을 임금에서 D으로부터 수령한 임금 차액 상당액인 92,780,476원 및 그 중 5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나머지 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취지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내지 8, 10, 11, 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도장, 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로부터 상당한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았던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D 관리팀 부장으로서, D의 내부관리업무 및 D을 위한 피고와의 연락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원고는 2016.8.16. D에 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하였는데, D의 2017.11.경 조직도에 따르면 관리팀 부장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최상위 직급자로 보인다. 또한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D에 입사할 때부터 ‘현장 근로자들의 작업내역, 근태 내역등을 컴퓨터에 입력해서 피고 측에 보고하는 업무’, ‘피고 정규직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D 작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D 대표의 지시에 따른 D 내부관리업무 또는 도급인인 피고와의 연락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선행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직 근로자들이 특근을 거부함에 따라, 원고가 도장, 지게차 운전업무 등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 내용과 제출된 증거를 전부 살펴도, 원고의 구체적인 도장·지게차 운전업무의 수행기간, 원고가 도장·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는데 실제로 투입한 시간, 여러 세부공정으로 이루어진 도장·지게차 운전업무 중에서 원고가 어떠한 공정 부분에 투입되었는지, 원고가 자신이 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도장·지게차 운전업무의 수행내역을 피고에게 어떻게 보고하였는지, 피고가 원고의 도장·지게차 업무수행 내용과 근태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관리·감독하였는지를 알기 어렵다.
원고가 D에서 주말 및 공휴일 특근을 한 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책임연구원이었던 K 및 D 대표이사였던 E도 원고가 현장에서 도장·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는 내용의 각 사실확인서(갑 제13, 15호증)를 작성하였으며,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이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업무 요청사항을 전달하기는 하였다 (갑 제5, 14호증).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자료를 전부 살펴도, 원고가 특근을 하면서 도장·지게차 운전업무 중 어떤 공정을 몇 시간 동안 수행하였는지, 특근 당일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상 지휘 및 관리감독을 실제로 받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 또한 D의2017.11.18. ~ 2017.11.19. 주말 특근계획 현황(갑 제2호증의1)에서는 원고가 해당 기간 특근을 하였다는 기재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불규칙적인 특근을 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한편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순번을 정하여 주말이나 공휴일에 근무하는 것이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특근을 하였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D의 도급인인 피고와 원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K, E의 각 사실확인서는 원고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의견을 기재한 것이므로, 그 내용을 그대로 신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달리 보아 위 각 사실확인서의 기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원고가 수행하였다는 도장·지게차 운전업무의 구체적인 업무수행 시간이나 세부공정의 내용을 특정하기도 어렵다.
원고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로부터 업무 요청사항을 전달받기는 하였다. 그러나 애초에 원고가 D에서 담당하였던 업무 중에서는 피고와의 연락 업무도 포함되어 있고, 위 각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은 단순히 D 현장 근로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 내용을 관리자인 원고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도장·지게차 운전업무의 수행자로 ‘원고’를 지정하여 원고에게 해당 업무를 하라고 지시하였다거나, 원고의 업무수행 내역을 관리·감독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도 피고의 직원들에게 자신이 수행한 도장·지게차 운전업무 내용을 보고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결국 원고가 D 현장 근로자들의 도장·지게차 운전업무를 일부 수행한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이는 D 관리팀 부장으로서 D이 도급받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만을 근거로 원고가 피고의 도장·지게차 운전업무 공정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는 관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17.11.1.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뒤 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건설기계관리법은 “건설기계를 조종하려는 사람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받아야 한다. 건설기계조종사면허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설기계의 종류별로 받아야 하고,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받으려는 사람은 「국가기술자격법」 에 따른 해당 분야의 기술자격을 취득하고 적성검사에 합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본문, 제2항, 제3항),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건설기계를 조종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건설기계관리법 제41조제14호).
그런데 원고는 2017.11.1. 국가기술자격인 ‘지게차운전기능사’를 취득한 뒤 2025.1.16.에야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취득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2017.11.1.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지게차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결국 원고는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기간 무면허 지게차 운전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D 관리팀 부장으로서 일시적인 필요에 따라 지게차 운전업무를 일부 수행하였을 수는 있으나, 피고의 직원들이 수급업체 관리자인 원고에게 형사처벌의 위험을 부담시키면서까지 무면허 지게차 운전을 전제로 한 업무를 지시한다는 것은 규범적으로나 경험칙에 비추어 보아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가 지게차 운전업무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의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
D 2017년 하반기 단가산정 내역서(갑 제2호증의2) 중 “간접노무비: 관리부장 1명: 4,358,263” 항목은 원고의 인건비로 보이고, 피고가 D에 대한 상생협력금을 지급할 때 원고도 D의 다른 근로자와 함께 격려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단가산정 내역서에 따르면, 단가는 ‘직접노무비’, ‘간접노무비’, ‘일반경비’, ‘일반관리비 및 이윤’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 현장 근로자들의 인건비로 보이는 ‘직접노무비’ 항목은 ‘기본급, 통상수당, 비통상수당, 변동급, 연차, 월차, 상여금, 퇴직충당금, 연금 및 보험 등의 법정비용’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반면, 간접노무비는 그와 같은 구분 없이 ‘관리부장 1명’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한편 D과 피고의 도급계약은 기본적으로 계약단가에 표준 T/O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었는데, 이를 위하여 장비별 작업시간을 정한 후 월별 전체 작업시간을 추산하고, 이를 인당 계획시간에 따라 나누어 표준 T/O를 산정한 뒤, 기준시급을 토대로 계산한 작업인원당 단가를 곱하여 도급금액을 계산한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가산정 내역서에 따르더라도 D 관리자였던 원고에 대하여는 표준 T/O가 존재하지 않았고, 현장 근로자와 다르게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수행 내역과 시간이 도급금액에 반영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의 인건비는 D이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간접노무비용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상생협력금을 지급받기는 하였으나, 파견관계 성립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가 수행하였다는 도장·지게차 운전업무의 구체적인 내역과 투입시간을 알 수 없고, 원고가 일시적 필요에 따라 스스로의 판단 또는 D의 지시·묵인 아래 일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에서 더 나아가 피고의 도장·지게차 운전업무 공정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피고의 구속력 있는 지휘·감독의 존재도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를 제외한 D 현장 근로자들이 선행사건에서 피고와의 파견근로관계를 인정받은 점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은 당해 근로자 개개인별로 판단해야 하는데, 파견근로관계를 인정받은 근로자 상당수는 2003.경부터 2015.경 사이에 다른 협력업체에 입사한 이후로 줄곧 도장, 보전, 물류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협력업체 변경에 따라 고용이 승계되다가 최종적으로 D 소속으로 근무하게 되었으며,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업무수행 내역을 보고하는 한편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시와 관리·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근로자들은 D 입사 경위, 수행한 업무, 도장·보전·물류업무 세부공정에 편입된 정도, 피고에 대한 업무보고 및 피고로부터 받았던 구체적인 지휘·명령 등 각종 제반 사정에서 원고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최누림
판사 김현정
판사 이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