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들이 점심시간에 북과 꽹과리 등을 치고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를 방송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만으로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묻기 위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더군다나 점심시간에 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며, 실제로 작가들이 항의한 적은 있으나 재단측에서 손해배상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 그곳에서 쟁의행위를 하게 된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위 쟁의행위는 수단의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문화회관 사건
(서울지법 2004.5.6 선고, 2002노10906)
* 사 건 / 2004.5.6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
2002노10906 업무방해
* 피고인 / 이○○ 외 8인
* 항소인 / 검사 김○○
* 변호인 / 변호사 고○○
* 원심판결 / 서울지방법원 2002.10.17 선고, 2002고단1925 판결
[주 문]
검사의 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이○○은 재단법인 ○○문화회관 노동조합의 위원장이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서 위 노동조합의 부위원장 이하 간부들이다. 위 노동조합에서는 2001.4.17경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사용자측과 단체협상을 해오던 중 협상이 결렬되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이 또한 결렬되자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하고 2001.6.25부터 2001.7.23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특별전시장 출입문 부근을 점거하여 북과 꽹과리 등을 치고,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를 방송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24시간 철야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01.6.27. 13:00경 작가 권○○, 김○○, 황○○, 민○○ 등이 공동으로 ‘상징의 표현 공간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던 위 특별전시장 출입문 등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연좌농성을 하는 등 위력으로 위 권○○ 등의 전시업무를 방해하였다.
원심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위 노동조합에서는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천막농성을 하기로 하면서 위 공소사실에 기재된 특별전시장 옆에 있는 만남의 쉼터(테라스로서 휴식공간)가 위 재단이나 제3자에게 방해가 가장 적은 곳으로 판단하여 2001.6.24 위 재단측에 통보하고 위 만남의 쉼터 중 일부 공간에 천막 1동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하였는데 그날 위 재단측의 요청을 받은 경찰에서 시설물 보호를 이유로 농성현장에 출동하였다가 조합원들의 항의로 철수한 후 위 재단측에서 동원한 직원 등이 그날 밤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끌어내고 천막을 철거한 사실, 이 사건 당일인 2001.6.27 위 노동조합측에서는 임시총회를 열어 점심시간을 이용한 집회 및 천막농성을 재개할 것을 결의하고 위 만남의 쉼터에 천막을 다시 설치하려 하였으나 경찰에서 그 입구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출입을 막아온 사실, 이에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 10여명이 바리케이드 앞에서 경찰의 저지에 항의하면서 농성을 한 사실, 당시 위 특별전시장의 출입구 두 곳 중 한 곳은 전시의 편의를 위해 폐쇄하고 나머지 한 곳을 통해서만 관람객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 중 일부를 포함한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농성을 한 장소는 위와 같이 폐쇄된 출입구 앞이고 그곳으로부터 다른 출입구까지의 거리는 5m 정도 되는 사실, 이 사건 농성행위 당시 피고인들 중 일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앞서 본 농성 장소에서 농성하면서 확성기를 이용하여 구호 내지는 노동가요를 부르거나 꽹과리를 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검토하여 보아도 조합원들이 한 위와 같은 행위가 그 정도에 있어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행사에 해당할 정도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그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규정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항소이유의 요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여러 가지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정당한 파업에 돌입했다고 하더라도, 쟁의행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쟁의행위로 쟁의행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작가들의 전시회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받았으며, 특히 피고인들의 소란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 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당심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
쟁의행위의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은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고,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하며, 또 쟁의행위의 방법과 태양이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수반하거나 기타 고도의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2.9. 22 선고, 92도1855 판결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들의 쟁의행위가 목적, 절차, 수단의 면에서 정당성을 지니는지 여부라 할 것인데, 특히 수단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질 정도의 위력에 해당하여 전시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할 것이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목적의 정당성
피고인들 정○○, 장○, 배○○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재단법인 ○○문화회관 사용자측과 2001.4.17부터 2001.5.25까지 9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다가 노사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 사건 쟁의행위를 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 쟁의행위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바, 그렇다면 위 쟁의행위의 목적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절차의 정당성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7조, 제45조 제2항, 제54조 제1항, 제41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고, 그 구체적인 절차로서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이행할 수 없으며, 조정은 조정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일반사업에 있어서는 10일 이내에 종료하여야 하고, 쟁의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여야 하며,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하고자할 때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관청과 관할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의 일시, 장소, 참가인원 및 그 방법을 미리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하는 바, 기록에 의하면 2001.5.28, 피고인 이○○이 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하였고(공판기록 60정), 2001.6.5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불성립되자 2001.6.7 조합원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참석조합원 117명 중 찬성 111명, 반대 4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되어 2001.6.5, 2001.6.11 피고인 이○○이 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쟁의행위신고서를 제출한 사실(공판기록 61, 62정)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쟁의행위의 절차 또한 관계법령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수단의 정당성
피고인들 정○○, 장○, 배○○의 각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장소에서 쟁의행위를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보건대, ㉠ 노동조합은 2001.6.19부터 투쟁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차원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재단측에 알렸는데, 재단측은 2001.6.18 ‘회관 내 집회 및 가설물 설치 자제 요청’공문을 통해 야외전시계획이 있으므로 회관 내 야외공간인 데크플라자 가설물설치 및 중앙계단, 분수대계단 집회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공판기록 142정), 200l.6.19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중식집회 및 천막농성을 돌입하려 하였으나 재단측의 관계자들과 경찰의 방해에 의해 무산된 점, ㉡ 노동조합은 재단측의 방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200l.6.24 일요일에 재단측에 시설물 사용에 관한 사항을 공문으로 통보하고, 19:00경 재단측이 가설물 설치 자제 요청을 한 야외전시 장소인 데크플라자를 피하여 만남의 쉼터라는 개방된 넓은 공간의 극히 일부에 천막 1동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한 점, ㉢ 천막농성의 장소와 관련하여 피고인들 및 변호인이 제출한 참고자료 증 제7호증의 3 및 증 제8호증에 의하면, 천막농성을 할 만한 장소로는 만남의 쉼터, 데크플라자, 분수대 광장, 주차장이 있는데, 데크플라자는 재단 내 가장 넓고 개방된 공간으로 천막 농성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였으나, 재단이 공문으로 통보한 바와 같이 2001.6.20부터 2001.7.10까지 야외전시계획이 있어 천막농성을 할 수 없었고, 분수대 광장은 쉬는 작은 공원과 같은 역할, 주변 건물과 주차장을 왕래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주차장은 고소인 재단이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 민간업체의 승인이 없이는 천막농성 자체를 할 수가 없는 반면, 만남의 쉼터는 특별전시장 옆 테라스이기 때문에 평소 사람들이 통행하는 곳이 아니며, 증 제8호증의 5 사진과 같이 실제로 아무 휴게시설도 없는 개방된 공간으로 재단 내에서 가장 한적한 공간이기 때문에 천막농성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라고 판단하여 만남의 쉼터를 농성의 장소로 택한 점, ㉣ 2001.6.24 19:45경 종로경찰서 소속 전경 1개 중대와 사복경찰들이 시설물보호를 이유로 출동하였으나 철수하였는데, 같은 날 23:28경 재단측은 천막농성장에 찾아와 23:40까지 천막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 하겠다는 공문을 제시하고(수사기록 22, 23정), 곧바로 23:42경 전체가 소등되면서 관리자들 70여명이 농성 중인 조합원 15명을 끌어내고 천막을 강제철거한 점, ㉤ 노동조합은 이 사건 공소사실 일시인 2001.6.27 10:00부터 재단 내의 연습실에서 임시총회를 하여 중식집회 및 천막농성을 다시 진행할 것을 결의하고, 12:10경 조합원 50여명은 중식집회와 천막을 설치하기 위하여 만남의 쉼터로 이동하였는데, 그 과정에서부터 이미 배치된 재단측의 관리자들과 사복, 정복 경찰들로부터 방해를 받았고, 재단측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는 길을 철제바리케이드로 막았고, 남자 조합원 10여명이 만남의 쉼터로 넘어가 천막을 설치하려고 하였으나 정복 경찰들의 저지로 천막까지 빼앗겨 조합원들은 만남의 쉼터로 가지도 못하고 막힌 철제바리케이드 앞에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점(공판기록 68정), ㉥ 그곳은 특별전시장의 관람객이 이용하는 출입문쪽이 아니라 그로부터 5m 이상 떨어진 철제바리케이드와 특별전시장의 바깥기둥, 관람객이 이용하지 않는 잠겨진 한쪽 문 부근의 구석진 곳인 점, 특별 전시장 출입구는 두 곳이 있는데, 관람객이 한쪽의 출입구로 들어가 전시공간을 돌아서 다시 원위치로 오는 방식으로 전시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평소 한쪽 문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당일에도 특별전시장의 관람객이 이용하지 않는 바깥 기둥쪽 출입문은 폐쇄된 상태였던 점, ㉦ 따라서 2001.6.27 13:00경에는 오히려 위 노동조합이 재단 관리자들과 경찰들의 저지로 인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인 천막농성이나 중식집회를 하지 못하고, 조합원들은 특별전시장의 바깥기둥쪽 구석에 밀려서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 ② 조합원들은 쟁의기간 동안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30여분간 집회를 하면서 북과 꽹과리, 짝짝이를 치거나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를 방송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하였을 뿐, 그 이외의 시간에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수사기록 1권 257정), 원심 증인 장○ 또한 “농성은 점심시간 때에만 하였으므로 업무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조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17정), ③ 노동조합측에서도 특별전시장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관람객들에게는 길을 비켜주고 관람을 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었으며(수사기록 1권 202정), 원심 증인 장○ 또한 “실제 조합원들이 농성 및 집회를 하면서 특별전시장 관람객의 출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거나 방해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19정) 등과 앞서 든 여러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점심시간에 북과 꽹과리 등을 치고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를 방송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만으로는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묻기 위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위력에 해당한다며 들고 있는 판례들은 대개 노동가요를 부르고 구호를 외친 외에 야유와 협박, 감금, 출입통제 등의 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함께 행해진 경우이다), 더군다나 점심시간에 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며{대법원 1992.12.8 선고, 92도1645 판결 참조(시위행위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 인하여 업무방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판시 쟁의행위의 방법이 구호를 외치거나 노동가 등 노래를 합창하고, 또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며 행진하는 등 폭력행위를 수반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수단, 방법에 있어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들이 항의한 적은 있으나, 재단측에서 손해배상을 해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공판기록 120정), 그곳에서 쟁의행위를 하게 된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위 쟁의행위는 수단의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지닌다고 한 것이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쟁의행위는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볼 것이고, 달리 피고인들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검사의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장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형주(재판장), 김세종, 곽윤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