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실력으로 직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계속적ㆍ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사용자측의 사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직장점거는 점거범위가 직장전부인가 일부인가 또는 사용자나 비조합원의 업무수행에 방해가 되는가 안되는가를 불문하고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시킬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수단이 아니므로 정당성이 없고, 따라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내지 소유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된다.
* 사 건 / 90카85485 업무방해금지등 가처분
* 신청인 / 웨스트 팩 뱅킹 포코레이션 대표이사 로버트 제임스 화이트
서울지점 대표자 최동수, 피터 맥머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우
* 피신청인 / 웨스트 팩 뱅킹 코포레이션 서울지점 노동조합
대표자 위원장 김선현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종현, 김선수, 박주현, 김한주
주문
신청인이 보증으로 금 2,000,000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별지목록 기재건물 중 별지도면 표시 회의실에 대한 피신청인의 점유를 풀고 집달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집달관은 위 보관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집달관은 신청인에게 위 회의실을 사용하게 하여야 한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이나 신청인의 허락을 받은 자가 위 회의실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피신청인이 노동조합 회의를 위하여 위 회의실의 사용을 신청하는 경우 집달관은 평일은 16:30~17:30까지, 토요일은 12:30~13:30까지 각 1시간의 범위내에서 소음 및 소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1주 3회 이내에 한하여 매회 개별적으로 그 사용을 허가하여야 한다. 다만 피신청인이 위에서 정한 사용목적, 시간 또는 조건을 위반한 때에는 집달관은 이미 한 사용허가를 취소하고 즉시 피신청인을 위 회의실에서 퇴거시킨 뒤 이후 피신청인에 대한 회의실 사용을 허가하여서는 아니된다.
피신청인은 소속조합원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신청인의 별지도면 표시 사무실내에 앰프, 스피커, 꽹과리, 북, 장고 등을 반입하거나 이를 사용하여 신청인의 업무수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집달관은 피신청인이 전항의 각 명령에 위반한 때에는 위 명령의 집행에 필요한 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신청인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신청인은 ○○국에 본점을 둔 은행이다.
피신청인은 신청인 은행 서울지점의 직원 38명 중 18명(남자 2명, 여자 16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1989.9경 시작된 신청인 은행과 피신청인 조합의 단체협약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이 1990.8경 결렬되어 피신청인 조합에서 1990.8.3 노동부에 쟁의발생신고를 하고 같은해 9.4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피신청인 조합의 조합원들이 신청인 은행사무 중 별지도면 표시의 회의실을 신청인의 의사에 반하여 점거하고 현재까지 조합원들의 농성 및 회의장소로 이용하여 오고 있다. 위 회의실은 그 규모가 13평 정도이고 그 위치는 출입구를 기준으로 하여 은행점포의 우측 끝부분인데 지점장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고 그 중앙부분에 육각형의 큰 테이블이 놓여 있으며 피신청인 조합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이곳을 차지하고 머물러 있어 사용자측의 회의실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또한 피신청인 조합은 파업에 들어가기 이전인 같은해 8.14경부터 주로 은행의 업무개시시간 전후 및 업무종료시간 전후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신청인 은행사무실내에서 북, 꽹과리를 치거나 녹음테이프를 크게 틀어놓는 등의 방법으로 대단한 정도의 소음을 일으켰고, 특히 같은해 9.18부터 같은해 10월 중순경까지는 대형앰프와 스피커를 위 은행사무실에 설치하여 업무시간중 이를 작동시킴으로써 신청인 은행의 비조합원이나 사용자들이 귀마개를 착용하고 업무를 수행할 정도에 이르게 되었는데 한때는 그 소음의 정도가 120데시빌 이상을 기록한 일도 있었다. 그후 피신청인 조합은 같은해 10.17경부터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를 중단하였고 이 사건 신청이 제기된 후인 같은해 11월 초순경 위 물품 등을 스스로 은행사무실 외로 반출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쟁의의 경과 및 전망에 비추어 피신청인 조합에서 다시 위 물품들을 반입하여 소음을 일으킬 우려는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은 소 갑 제5호증의 1 내지 20, 소 갑 제8호증의 1 내지 4(각 사진), 소 갑 제9호증(쟁의일지), 소 갑 제11호증의 1ㆍ2(각 메모)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엄×식, 김×현의 각 증언에 당원의 현장검증 결과 및 비디오테이프 검증결과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직장점거는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
노무제공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파업근로자들이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이외에, 파업파괴책동이나 대체근로행위를 감시, 저지하고 파업에의 참가협력을 설득 호소하는 일은 소위 피케팅이라 하여 비폭력적 방법으로 수행되는 한 파업방위(파업자체의 방위 외에 파업의 효과를 보호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하 같다)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이므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환원하면 파업에 관련된 일련의 행위 가운데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로서 비폭력적 방법으로 수행되는 것만이 정당한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위를 넘어서서 실력으로 직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계속적ㆍ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사용자측의 사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직장점거는 점거의 범위가 직장의 전부인가 일부인가 또는 사용자나 비조합원의 업무수행에 방해가 되는가 안되는가를 불문하고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시킬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수단이 아니므로 정당성이 없고 따라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내지 소유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된다 하겠다.
이 사건에서 보면 피신청인의 회의실 점거는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직장의 일부를 계속적ㆍ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사용자측의 사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가 아닐 뿐 아니라 그밖에 이러한 행위를 정당화시킬 다른 특별한 사정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할 것이다.
다만, 파업근로자들이 쟁의행위의 단결을 유지하고 쟁의의 효과와 계획 등을 분석 검토하기 위하여 필요한 화합을 목적으로 직장의 일부분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사용자측에서 이를 수인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보면 현재 피신청인 조합이 적법히 사용할 수 있는 노조사무실은 1평 정도의 매우 좁은 장소로서 조합원 전체가 회합하기에 불가능한 곳이고 신청인 은행의 규모와 사무실의 구조나 기능에 비추어 위 회의실을 제외하고는 신청인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지 아니하면서 조합원들이 모이기에 적합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실정이 당원의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신청인 조합이 앞에서 본 목적을 위하여 영업시간 종료(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1988.12.14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영업종료시간은 평일 17:30, 토요일은 12:30이다) 약 1시간 전부터 종료시간까지 사이에 소음이나 소란을 일으킴이 없이 1주일에 3회 이내에서 위 회의실을 사용하는 것(이 정도의 횟수나 시간이면 피신청인 조합의 조합원수 등에 비추어 조합원측에서 앞서 본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은 신청인이 이를 허용ㆍ수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위에서 본 사용목적, 시간 또는 조건을 위반하는 때에는 역시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되어 정당한 행위가 되지 못한다.
과도한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 또한 정당하지 아니하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당원의 비디오테이프 검증결과에 의하면 피신청인 조합이 북, 대형앰프 등을 사용하여 일으킨 소음은 그 정도에 있어 비조합원 또는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의 건강을 해할 위험이 있는 정도의 것으로서 이는 폭행에 준하는 실력행사로 파악되고, 소음의 상대방이라는 점에서도 파업 방해꾼이나 대체근로자에 대하여만 소음을 일으킨 것이 아니고 사용자를 포함하여 신청인 은행에 출입 또는 체류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이는 파업방위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행위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정당한 행위가 되지 못한다 하겠다.
정당하지 못한 직장점거 및 소음 야기는 즉시 중지, 예방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신청인의 직장점거 또는 법원이 정한 사용조건을 위반하는 회의실 사용 및 소음야기 행위는 정당한 행위가 아니므로 이로 인하여 업무의 방해 내지는 시설관리권의 침해를 받거나 받게될 우려가 있는 신청인으로서는 피신청인에 대하여 그 중지 및 예방을 구할 권리가 있다.
한편 소 갑 제1호증의 1 내지 4(시정요청서 및 명도요청서) 소 갑 제10호증(변론기일통지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신청인측의 위와 같은 직장점거 및 소음야기 등으로 인하여 신청인 은행 사무실의 건물주인 신청외 ○○생명보험주식회사가 신청인을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인정되고, 은행의 업무가 다수의 거래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 공공성 및 사회성이 매우 높은 것임을 고려하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피신청인측의 행위가 계속될 경우 신청인은 물론 일반공중의 거래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 예측되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필요성 역시 소명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신청인의 신청은 일부 이유있어 주문기재 범위내에서 이를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