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C토건에 입사한 후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3개월 동안 연속하여 여러 곳의 공사현장을 전전하면서 대부분 현장소장으로 재직하였는바, 공사현장이 주거지로부터 출퇴근 거리 밖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격주 단위로 주말을 제외하고 오랜 기간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하고, 공사현장 사정의 가변성에 따라 설계변경, 비용투입의 변화 등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 있으며, 현장소장으로서 공사현장의 수익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도 공사진행 과정이 원활한 편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당 기간 적지 않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스트레스가 관상동맥경화를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인 점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오랜 기간 C토건이 시행하는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관상동맥의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거나 그 진행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회사에서 심장 관상동맥의 심한 죽상동맥경화상태에서 배변 중 ‘발살바 효과’로 인해 갑자기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근로복지공단 사건
♣ 사 건 : 2005.12.15 선고, 서울행법 2004구합26994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05.10.27
[주 문]
피고가 2003.10.2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처분의 경위
B는 주식회사 C토건(이하 ‘C토건’이라고 한다) 소속 부장으로서 위 회사가 주식회사 D건설(이하 ‘D건설’이라고 한다)로부터 하도급받아 시공하는 ‘○○-△△간 도로 확포장공사 중 구조물, 토목 공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구조물, 토목공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다 2003.7.8 위 공사현장의 감리단장, 감리단원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하여 공주시 소재 식당에 모여 식전에 소주 1잔씩 마신 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함을 느껴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동행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와 20:10경 위 공사현장 사무실로 돌아온 후, 그곳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의식을 잃은 채 비스듬히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어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인근 공주의료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1:00경 사망하였다.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에 따르면, 심장 무게가 420gm(정상 : 300~350gm)으로 비대하고, 심장관상동맥 왼쪽 본지에서 혈전 형성을 동반한 고도의 죽상경화증이 보이며, 심근 괴사의 소견은 보이지 아니하나 심근층의 비후, 심근세포의 비후, 부분적인 심간질의 섬유화가 보인다는 소견 외에 다른 특별한 이상이 없는 점에 비추어, 망인의 사인은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판단된다.
망인의 처인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3.10.28 ‘망인이 허혈성 심장질환의 유발인자인 흡연력이 있고, 위 질환을 일으킬 만큼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기타 업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사실 인정의 근거 : 갑1, 2, 7, 17호증, 을4,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사실 인정
이 사건 재해의 발생경위 등에 관하여
망인은 이 사건 재해발생 당일 20:10경 이 사건 공사현장사무실로 돌아와 C토건의 공사 과장으로서 망인의 부하직원인 E로부터 당일 작업내역과 다음 날 작업계획을 보고받고 작업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 후 소장실로 들어갔다.
소장실 바닥은 실내장판이 깔려있어 평소 맨발로 다니던 곳이다. 망인은 그곳 바닥에 옷을 벗어 놓고 팬티만 입은 채 누워있다가 밖에서 업무를 보던 E를 불러 베개를 갖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E는망인의 옷차림을 보고 더워서 그런 것이란 인상을 받았고 망인에게 베개와 매트리스를 갖다주었는데, 망인은 매트리스는 필요없다고 거절하였다. 망인은 잠시 후 E를 다시 불러 “가슴이 따끔거린다. F총무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마련된 화장실 좌변기에서 대변을 본 후 앞서 본 바와 같이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C토건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하여 숙소를 제공하였는데, 망인, E, F는 공사현장으로부터 차로 약 2~3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여관에서, 일반직원 4명과 직영 근로자 10여명은 현장 사무실에 붙어있는 숙소에서 각 기거하였다. 망인은 주로 위 여관에서 잠을 자지만 간혹 사무실에 붙어있는 숙소에서 자기도 하였고, 소장실에서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경우는 있어도 밤에 잠을 자는 경우는 없었다.
망인의 업무 등에 관하여
망인은 1997.3.12 C토건에 입사하여 그때부터 줄곧 사망때까지 약 5년 3개월 남짓 동안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공사현장이 망인의 주거지(이 사건 재해 당시는 안양시에 있었다)로부터 출퇴근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져있을 경우 공사현장 주변에 마련된 숙소에서 기거하고, 2주에 한번씩 휴무하는 주말에야 주거지로 돌아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망인은 2003.3.1 ○○실내수영장 신축공사 현장소장으로 부임한 때로부터 사망 때까지 4개월 이상 위와 같은 생활을 계속하였다.
공사현장 소장은 공무담당(현장사업계획서, 설계변경, 매출 및 손익분석 등에 관한 서류 작성), 관리담당(현금, 회계, 노무관리 등), 공사담당(현장 공사) 등 부문별 중간관리자의 보조를 받아 공사현장의 업무를 총괄하는데, 그 주된 업무내용은 설계도면 및 시방서의 숙지, 실행예산의 편성 및 관리, 일용직 인원의 수급 및 작업지시, 기계·장비 수급 및 사용계획수립, 설계변경 및 물가변동에 따른 변경내역 작성, 현장자재 수급 및 관리, 원청업체에 공사진행보고, 공사기성고 신청 및 운영자금 관리, 현장 안전 및 보건, 거래처 또는 원청업체 관계자와 원만한 관계 유지 등이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소장에 부임한 후 통상 07:00부터 19:00까지 근무하였는데, 주로 공사현장 순시, 전일 작성한 작업일보 결제, 경리·서무 등 총무 업무 결재, 공정관리의 적정성 검토, 인력·장비 투입과 관련된 손익분석, 작업회의 등을 수행하였고, 간혹 설계도면의 변경이나 다음 날 작업내용을 점검하기 위하여 22:00경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격주로 주말 이틀을 휴무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의 공사는 민원이 발생하고, 성토 및 구조물작업 장소 중 연약지반이 나타나거나 법면조성 과정에 토사가 계속 나오는 등 예상하지 못한 현장사정에 따라 설계 및 시공변경의 필요성이 발생하는 바람에 그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였고, 비용의 과다투입으로 적자가 발생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네번째 부임한 현장소장인데, C토건은 망인의 전임자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설계변경 사항과 민원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등 작업이 원활하지 못하고 과투자가 계속됨에 따라 적자가 누적되어 이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퇴사하자 망인을 그 후임으로 발령하였다.
한편, C토건은 망인이 사망한 후 2003.10월경 적자 누적을 이기지 못하고 이 사건 공사를 포기하였다.
망인이 사망 무렵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갑작스런 작업환경의 변화나 근무시간의 변화 등은 없었다.
망인의 습관, 사인에 관련한 의학적 견해 등
망인은 1962.6.2생으로 사망 당시 41세 1월 남짓이었고, 평소 하루 반갑 정도 담배를 피웠으며, 술은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
망인은 배드민턴, 등산 등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 이 사건 공사현장의 소장으로 부임한 후 위와 같은 취미활동을 하지 못하였다.
관상동맥의 죽상경화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혈관 평활근세포, 백혈구, 혈소판 등이 침착하고 침범해 들어와서 동맥벽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이 질환은 여러 위험인자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발생하는데, 널리 알려진 위험인자로는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당뇨병, 비만증, 성격, 음주, 유전성향, 나이, 남성, 그밖에 고호모시스테인혈증, 감염균, 산화스트레스 등이 있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시켜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키고 심근허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의 관상동맥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으며, 혈전 형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연히 사망을 초래할 수 있고, 이와 같이 사망한 경우 이를 내인성 급사라고 말한다. 내인성 급사는 수면이나 휴식과 같은 안정시보다는 어떤 자극이 가하여졌을 때 비교적 잘 일어나는데, 그 유인으로는 중노동, 질주, 등산과 같은 육체적 자극, 통증, 기쁨, 슬픔, 분노, 경악, 불만, 걱정, 두려움, 공포, 언쟁 등과 같은 정신적 자극, 기후의 급변, 의료행위 등이 있다.
한편, 사람이 대변을 볼 때 보통 숨을 멈추고 아랫배에 힘을 주는 행동을 하는데, 위 행동은 발살(Valsalva)동작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여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심박출량이 줄게 되어 곧 관상동맥으로 향하는 혈류의 양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이 있는 자의 경우 심근 허혈성급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사실 인정의 근거 : 갑 4~9, 11, 12, 17호증, 을1, 2호증의 각 1, 2, 을3호증의 1~3, 을4, 5, 10호증의 각 기재,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주식회사 C토건, 주식회사 D건설의 각 대표이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판 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심장 관상동맥의 심한 죽상동맥경화 상태에서 배변 중 ‘발살바효과’로 인하여 갑자기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망인이 이 사건 재해 당시 배변을 보던 행위는 망인이 팬티만 입고 현장 소장실 바닥에 누워있다가 한 행위이기 때문에 일응 업무를 마친 후 수면을 취하려다가 한 행위로서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시 망인이 누어있던 곳이 평소 숙소로 사용하지 않았던 곳인 점, 망인이 당시 더운 날씨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옷차림으로 누웠을 가능성이 있는 점, 망인이 취침도구라고 보이는 매트리스를 거절하였던 점, 망인이 부하 직원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서 누워 있었고, 당시 부하직원이 현장소장실 바깥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점, 배변행위의 장소가 현장사무실에 마련된 곳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 있는 장소인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업무수행 중 이에 수반되는 행위라고 할 것이고, 망인의 사망은 이로 인하여 발생하였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9.26 선고, 97누8892 판결 참조).
한편, 망인은 C토건에 입사한 후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3개월 동안 연속하여 여러곳의 공사현장을 전전하면서 대부분 현장소장으로 재직하였는 바, 공사현장이 주거지로부터 출퇴근 거리밖으로 멀리 떨어져있을 경우 격주 단위로 주말을 제외하고 오랜 기간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하고, 공사현장 사정의 가변성에 따라 설계변경, 비용투입의 변화 등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 있으며, 현장소장으로서 공사현장의 수익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도 공사진행 과정이 원활한 편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당기간 적지 않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스트레스가 관상동맥경화를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 견해인 점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오랜 기간 C토건이 시행하는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관상동맥의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거나 그 진행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관점에서 보더라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위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신동승(재판장), 김정중, 마옥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